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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13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3화

혈하-第 113 章 정녕 유령인가?

 

“끄응……조금만 참아. 내가 이 끈을 한번 끊어 볼 테니까.”

“빨리! 빨리!”

“재촉하지 마!”

사군보는 한차례 발버둥을 쳤다.

허사였다.

그 순간,

“아!”

독사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 스르르 미끄러져왔다.

사군보는 눈을 감아버렸다.

난자영도 이미 삶을 포기한 듯 담담히 독사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한 순간 새파란 독사가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노리고 삼각형의 머리를 휙 덮쳐들었다.

팍!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무엇이 부딪치는 것 같은 가벼운 소리와 함께 새파란 독사가 땅으로 떨어졌다.

무참하게 일그러진 독사의 머리에서는 피가 꾸역꾸역 새어나오고 있었다.

“흑!”

“이럴 수가?”

사군보와 난자영은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사군보는 그녀의 안위 때문에 그녀에게 빛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었다.

“당신이 나를 구해 주지 않았어?”

“아니. 나도 모르는 일이다.”

이때 사군보의 귓전을 간지럽히는 전음이 들려왔다.

 

[애송이 놈, 또 만났구나.]

 

사군보는 잠깐 흠칫 하고는 놀람의 소리를 질렀다.

“아! 이 목소리는 분명 소제제의 아버지!”

 

[흐흐흐……과연 쓸 만 한 놈이군. 아직 노부의 음성을 잊지 않고 있다니……]

 

“아아……!”

사군보는 아연했다.

소제제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아버지는 산자가 아니라 죽은 자의 혼백이라고 했다.

태음봉에서 자신을 희롱하던 신비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 것이다.

사군보는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목청을 높였다

“노선배,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노부를? 그렇지! 노부와 끝을 맺어야 될 일이 있지. 이 녀석! 노부의 딸애는 어찌했느냐?]

 

사군보는 선뜻 대꾸를 못했다.

“그녀는…… 그녀는……”

 

[이놈! 설마 네놈이 딸아이를 어찌한 것은 아닐 테지?]

 

“그런 것이 아니라……”

 

[찢어 죽일 놈! 얼른 대답하지 않으면 짐승의 밥을 만들 테다!]

 

사군보는 여인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은 말하기가 곤란하니……일단 우리들을 구해주십시오.”

 

[응? 우리라니? 그럼 네놈은 저 탕녀를 용서하겠단 말이냐?]

 

“……”

사군보는 대꾸를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여인을 용서한 후였다.

난자영이 소리쳤다.

“이놈! 나를 죽이라 해라! 나를 살리면 내손으로 네놈을 죽일 것이다! 난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소제제의 아버지 혼백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다.

 

[어찌하겠느냐? 저 계집을 살리고 싶으냐?]

 

“살려 주십시오.”

난자영은 전음을 못 듣고 있지만 사군보의 말을 듣고서 일이 어찌되고 있는가를 알기에 다소 급하게 소리쳤다.

“죽여라! 난 네놈에게 은혜를 입고 싶지 않다.”

이어 나직이 흐느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투툭!

사군보의 손발에 묶여있는 줄이 힘없이 끊어지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놀라운 일이다.

누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인영도 보이지 않았는데 끈이 저절로 풀어졌다.

거의 동시였다.

카우웅-!

으르렁……으르렁……!

나무 밑에 있던 맹수들이 서로 먼저 피 맛을 보겠다는 듯 줄이 끊어져 막 땅으로 내려서는 사군보를 향해 와락 덮쳐들었다.

“흥!”

사군보의 입에서 짤막한 코웃음이 터지고 쌍장을 휘둘렀다.

캥! 캥!

짐승의 짙은 피가 허공에 또 하나의 색채를 이루면서 짐승들이 파리 목숨처럼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한 마디로 도살장이었다.

그러던 한 순간 겨우 살아남은 짐승들이 겁을 집어먹고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았다.

사군보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짐승의 피로 뒤범벅이 되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얼굴뿐이었다.

사군보는 짐승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난자영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솟구쳤다.

뚝!

이어 그녀의 손발에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이놈!”

난자영은 대뜸 사군보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내뻗었다.

“낭자!”

사군보는 졸지의 공격에 철판교의 신법으로 몸을 뒤로 쓰러뜨렸다.

동시에 발뒤꿈치로 몸을 왼쪽으로 빙글 돌려 난자영의 뒤에 섰다.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죽일 테다!”

난자영은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돌리며 살초를 펼치려 했다.

“우선 옷이나 입어!”

그 말에 난자영 자신이 몸이 나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안 모양이다.

“어멋!”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주춤했다.

 

숲으로 달려 들어간 그녀는 잠시 후에 옷을 걸치고 나왔다.

이때 사군보도 짐승의 피를 씻어내고 옷을 입은 모습으로 펑퍼짐한 바위에 내려섰다.

난자영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원수 놈!”

그녀는 막무가내로 사군보에게 몸을 솟구쳐 들었다.

휘리리릭--!

꽈르르릉……!

신법이나 살초가 경쾌하면서 악랄하여 감히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사군보는 귀영만겁신법을 펼쳐 상대의 몸 좌우, 전후로 번쩍이며 말을 꺼냈다.

“진정하라고.”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원수가 눈앞에 있는데!”

“할아버지가 누구에게 죽음을 당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난자영은 들으려고도 안했다.

“내손에 죽기나 해!”

쌔애애액!

섬섬옥수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서운 살풍은 사군보에게도 저절로 살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군보는 미간만 약간 찡그렸지 반격을 하려고 안했다.

“무흔도수를 뒤에서 조종한 인물이 무흔도수의 입을 막기 위해 독살 시킨 거야.”

“아니다!”

“사실이야. 내가 무흔도수의 운명을 지켜보았어. 무흔도수는 이용당한 후에 값없는 죽음을 당했다고. 그러니 누군가, 어쩌면 무흔도수를 독살한 흉수가 낭자에게 거짓말로 나를 모함했을 거리고.”

난자영의 얼굴근육이 파르르 떨려졌다.

하지만 말은 변해지지 않았다.

“아니다! 네놈이 할아버지를 죽였다!”

“누구야? 낭자에게 내가 무흔도수를 죽였다고 말해준 사람이 누구냐고?”

“이놈! 여래부인이라고 이미 말했지 않았느냐!”

“그렇지 않아. 여래부인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어!”

휘익-!

쌔애애액!

난자영은 사군보를 죽이려고 살초를 펼치고,

사군보는 귀신같은 신법으로 피하며 그녀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잠시 후, 난자영은 숨을 할딱거렸다.

벌써 수십 초를 일방적으로 공격만 했지만 사군보의 옷깃조차 건드리지를 못하자 스스로에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사군보의 귓전으로 소제제의 아버지라는 혼백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다.

 

[이 녀석! 그 계집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언제까지 지껄이고 있을 테냐? 네놈이 있는 곳에서 서쪽 숲으로 오너라.]

 

사군보는 뇌리를 굴렸다.

‘이 여자와 실랑일 해봤자 서로 피곤해진다. 일단 오늘은 피한 후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야겠다.’

마음이 굳어진 순간,

휘익-!

사군보는 난자영이 잠깐 공격을 주춤하는 기회를 이용해 혼백이 말한 곳으로 비스듬히 솟구쳐나갔다.

“훗날 다시 만나자! 그때는 내가 무흔도수의 원수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던가, 그 놈의 목을 갖다 주겠다.”

난자영이 발악을 하듯 앙칼진 외침을 터뜨렸다.

“이놈! 목을 놓고 가거라!”

그녀는 사군보의 뒤를 바싹 쫒아왔다.

사군보는 조그만 송림을 지났을 때 뜻밖에도 뒤가 조용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상대가 보이지 않는데도 크게 물었다.

“노선배, 그녀를 죽였습니까?”

혼백의 전음이 앞쪽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이놈아! 염려마라. 그 탕녀가 네놈을 쫒아오지 못하게 잠시 진에 가두어 놓았을 뿐이다. 일각 정도가 지나면 진은 자연히 풀려지느니라.]

 

사군보는 그 전음을 들으면서 새삼 상대의 신비한 존재에 감탄을 했다.

“혹시 정말로 100년 전에 죽은 혼령의 시신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상대의 신비스런 것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까지 불쑥 떠오른 것이다.

‘오늘은 상대의 신비함을 벗겨 내리라.’

그는 굳게 다짐하며 전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녀석아! 이제 다 왔다.]

 

사군보 앞에서 혼백의 전음이 들려온 것이다.

그가 앞으로 고개를 휙 돌렸을 때다.

스스슥……

10여 장 앞의 바위 위에서 희끗한 것이 움직였다.

하지만 희끗하여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것 외에 그 이상의 것은 볼 수가 없었다.

 

[노부의 혼령을 따라오너라.]

 

전음과 함께 사군보의 눈앞에 괴변이 일어났다.

무엇인지, 언뜻 구별하기 힘든 길쭉한 물체가……

아니 물체라기보다 안개같이 생긴 바로 희끗희끗한 것이 움직였다.

사람의 모습은 아니지만 사람과 비슷하게 길쭉하고 끝에는 두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었다.

“아!”

사군보는 넋을 잃고 그 안개처럼 생긴 물체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안개 물체는 사군보의 그럼 행동에는 상관치 않고 계속 움직여 숲 사이를 빠져나갔다.

사군보는 뒤늦게 퍼뜩 제정신을 찾고 안개 물체를 쫒아 갔다.

여우에게 홀려 여우의 함정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동굴.

짐승의 집인 듯 노린내가 물씬 풍기는 동굴이었다.

안개 물체는 과연 숲 한쪽의 조그만 동굴로 빨려가듯 들어갔다.

“……”

사군보는 동굴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야 하나 안 들어가는가를 빠르게 그리고 정확히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때였다.

안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흐흐흐……이제 보니 겁쟁이 녀석이구나.]

 

사군보는 그 말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쑥 들어갔다.

동굴은 밖에서 보기보다 의외로 크고 깊었다.

몇 장을 들어가지 않아 앞길이 캄캄하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었다.

1장 정도를 더 들어갔을까?

휘이이잉-!

동굴이 막혀지고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이 휙 들어왔다.

사군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술을 움직였다.

“노선배……”

어둠 속 어디선가 혼백의 전음이 아닌 음성이 들려왔다.

 

[앉아.]

 

사군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혼백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너는 노부가 100년 전에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

 

사군보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않습니다.”

 

[좋아! 믿으라고는 강요하지 않겠다. 그러나 노부의 딸은 분명 100살이다. 그것은 꼭 믿어야 한다. 믿을 수 있느냐?]

 

사군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요.”

 

[하지만 그 애는 세상 어느 처녀들보다도 청순한 처녀이다. 몸도 처녀 그대로이다.]

 

사군보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혼백의 말대로 사군보가 본 소제제의 몸은 이제 겨우 20세밖에 안된 청순하면서 탄력이 넘쳐흐르는 몸이었다.

 

[너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

사군보는 목구멍이 콱 막혔다.

새삼스럽게 전날 소제제와 정사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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