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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12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2화

혈하-第 112 章 어이없는 오해

 

“대체 날 이렇게 대하는 이유는 뭐요?”

“저 계집에게 물어 보거라.”

사군보는 싸늘한 시선으로 난자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낭자, 어찌된 일이야?”

난자영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미친 놈! 네놈 때문이다! 네놈이 그렇게 겉과 속이 크게 다른 색마일 줄 몰랐다. 네놈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뭐 뀐 놈이 뭐 묻은 놈 뭐라 한다고……

오히려 자신에게 욕을 퍼붓자 사군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그가 막 노성을 터뜨리려는 순간, 머리 밑에서 늙은 음성이 다시 들렸다.

“이놈아! 그 계집을 욕할 게 없다. 사내놈이 얼마나 칠칠치 못했으면 계집에게 속아 넘어갔느냐?”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계집도 처녀였더구나.”

“그게 뭐 어쩌라고요!”

“원래부터 음탕한 계집이 아닌 것 같은데 처녀가 그런 식으로 해서 널 잡아먹으려고 한 것을 보니 서로 원한이 깊은 것 같더라. 안 그러냐? 계집아!”

노인의 말은 마지막엔 여인에게 향해졌다.

난자영은 대롱대롱 매달린 채 얼굴을 붉혔다.

사군보는 일시 멍해졌다.

그는 청의여인이 강호에서 음탕하기 짝이 없는 요녀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청백지신인 처녀라니.

대체 자신과 어떤 철천지한이 있기에 몸을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단 말인가?

난자영은 창피고 수줍음이고 없이 소리쳤다.

“죽이세요! 저 색마를 죽이세요! 살려두면 또 다른 여인을 마구 겁탈할 거예요.”

사군보도 어이가 없어 가만있을 수 없었다.

“거짓말!”

“이 염치없는 년 놈들!”

나무 밑에서 버럭 노성이 터졌다.

“윽!”

“아악!”

사군보와 난자영은 그 외침에 기혈이 왈칵 뒤집혀져서 한 모금씩의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노인의 말이 뒤를 이었다.

“노부가 너희 년 놈들을 왜 나무에 매달았는지 아느냐?”

그걸 어찌 알겠는가?

무슨 속셈으로 그랬는지 알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뒤이어진 노인네의 말에 사군보는 물론 여인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심심해서 그랬다!”

멍……

심심해서 그랬다!

이게 말이 될 성 싶은가?

심심해서 춘독에 시달리는 사군보를 구해 주고 자기의 몸을 이용해 사군보의 내공을 몽땅 뺏으려고 한 난자영을 잡아 나무에 매달았다니.

노인의 다음 말은 더 가관이었다.

“앞으로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너희 두 년 놈은 그렇게 매달린 채 얘기 좀 나눠봐라. 아무리 죽일 놈, 살릴 년 하는 원수지간이라 해도 자꾸 붙어 다니면 정이 붙기 마련이니 이 노인네가 너희 두 년 놈들의 월하노인이 되려고 그랬다. 왜 꼽냐?”

월하노인이라면 중매쟁이를 말함이 아닌가?

원한을 풀라고 이런 짓을 했다니.

사군보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하하하하……!”

나무 밑의 노인도 웃었다.

“히히히! 녀석아! 기분 좋냐?”

“기분 좋냐고? 기분이 좋다 못해 당신을 찢어죽이고 싶을 지경이다!”

사군보는 살기를 품고 있었다.

여인에게 당한 것도 억울한데 늙은이에게 희롱을 당했다 생각하니 열불이 터진 것이다.

노인네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차!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내 정신 좀 봐. 장안에 가야 하는데……”

노인네는 떠날 심산이었다.

그는 사군보와 난자영을 보며 말했다.

“그럼 너희 두 년 놈은 잘 먹고 잘 살아라.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거든 이 노인네에게도 안부 전하고……참! 노부가 누군지 모르지? 노부는 말이다……”

스스슥……

나무 밑 둥지에서 바람이 일었다.

동시에 어느새 저 멀리 사라졌는가?

적어도 10여 장 밖에서부터 노인네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노부는 합방괴노이니라……히히히!”

마지막 웃음소리는 개미 목소리보다 더 작았다.

적어도 100여 장 밖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노인의 경공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공한 것이었다.

사군보와 여인의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합방괴노(合房怪老)! 젊은 남녀만 봤다 하면 모조리 짝을 지어주지 못해 안달을 한다는 천지쌍괴 중 하나!”

“으드득……! 합방괴노, 훗날 만나기만 해봐라, 주리를 틀어주겠다!”

사군보는 이를 갈아 부쳤다.

 

합방괴노!

 

50년 전, 지랄마군 무강운과 함께 강호를 풍미했던 괴인.

젊은 남녀만 봤다 하면 짝을 지어주려고 날뛰는 미친 늙은이.

그러나 이제껏 제대로 짝 한번 지어주지 못했다.

그건 그가 눈앞에 본 것을 돌아보면 잊어버리는 기억망상증의 환자처럼 머리가 천치이기 때문이다.

사군보와 난자영을 이렇게 나무에 매달아 놓고는 돌아서면 어느 나무에 누굴 왜 매달았는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천치 바보.

그러니 누구와 누구를 짝을 맺어주려고 했는지를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이대로 사군보와 난자영이 몇날 며칠을 매달려 있으면 짝은커녕 굶어 죽기 딱 십상이었다.

난자영이 까르르 웃었다.

“호호호…… 잘됐다! 잘됐다! 어차피 원수를 갚고 죽기로 마음먹었던 일, 원수와 같이 죽는 것도 잘된 일이지 않는가! 호호호호……!”

사군보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죽일 년! 네년이 나를……”

난자영은 무엇이 좋은지 계속해서 웃음을 꺼냈다.

“호호호…… 네놈과 같이 죽게 되었으니 심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할아버지도 네놈이 그렇게 죽었다는 것을 아신다면 이 손녀의 죽음을 대견해 하실 것이다.”

사군보는 마음이 움직였다.

“할아버지가 누구냐?”

“이놈! 네놈이 무흔도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사군보의 눈이 번쩍했다.

“무흔도수라고?”

“그렇다! 바로 내 할아버지다!”

무흔도수!

어찌 그 이름을 잊겠는가.

가짜 국제강 노릇을 하다가 돌연 신비인 손에 죽어버려 진짜 국제강은 물론 벽력신패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었는데, 이 여인이 무흔도수의 손녀였다니.

뜻밖에도 그의 손녀를 만났다.

하필 그녀는 자신을 원수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군보는 그녀가 어째서 그런 음모를 꾸몄는가를 알 수 있었다.

“넌 내가 무흔도수를 죽였다고 생각했구나!”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상대의 오해로 인하여 죽을 뻔했다.

또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난자영이 다시 소리쳤다.

“내 손으로 네놈을 죽이려 했는데……”

“허……”

사군보는 너털웃음을 토해야만 했다.

그로서는 그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는가.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 한 일을 생각하면 그녀를 죽이고 싶고, 아니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아 생각하니 그녀가 불쌍했다.

어떤 오해의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 할아버지 무흔도수의 원수를 갚겠다고 한 일이었으니 부모의 원수를 찾고 있는 사군보로서는 이해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단단히 오해를 했군.”

“오해라고?”

“무흔도수를 죽인 건 내가 아니다.”

“거짓말!”

“정말이다!”

“거짓말하지 마! 할아버지를 죽은 건 네 놈이야.”

“허~ 지금 내가 아무리 말을 한다 해도 믿지 못하겠지.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다. 그건 그렇고, 이곳에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흥! 설령 방법이 있다고 해도 난 네놈과 같이 죽을 것이다!”

사군보는 쓴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난 정말 죽이지 않았다니까. 오히려 무흔도수를 죽인 흉수를 찾고 있다고.”

“호호호……살려고 별의별 헛소리를 다 지껄이고 있구나. 누가 무어라고 해도 나는 네놈과 같이 죽을 것이다.”

“그럼 누가 너에게 무흔도수를 죽인 것이 나라고 가르쳐 주었지?”

“흥!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놓나 보구나. 누구는 누구냐? 국제강의 부인 여래부인이시다.”

사군보는 가슴이 철렁 떨어져 내렸다.

“그럴 리 없다!”

자신도 모르게 버럭 큰 소리를 질렀다.

여래부인이 그런 말을 할리 없다.

난자영이 갑자기 미친 것처럼 까르르 웃었다.

“사실인 것을 어쩌겠느냐? 그러고 보니 소문대로 네놈은 여래부인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사실이었구나.”

사군보는 치를 떨었다.

“여래부인의 명예를 욕보이지 마라!”

“저 발끈하는 것 봐, 했네, 했어!”

“미친 년! 주둥아리 닥쳐!”

만약 그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벌써 그녀를 죽였을 것이다.

“호호호……”

난자영은 사군보가 노기를 터뜨리면서도 그녀를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그리도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

사군보는 그녀와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괜한 입씨름을 보다도 어떡하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난자영은 그것을 알고 훼방을 놓았다.

“호호호……이놈!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날 수는 없다. 네놈의 몸에 날개가 열 개, 아니 백 개가 달렸다고 하더라도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

“같이 죽자. 나 혼자서 죽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난자영은 말을 끝내면서 뜻밖에도 나직이 흐느껴 울었다.

역시 그녀는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막상 죽음에 처해서는 어딘지 모르게 여인으로서의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사군보는 그녀의 흐느낌에는 상관치 않고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뚜렷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깊어졌다.

밤 짐승들이 사람냄새를 맡고 나무 밑으로 몰려들어 으르릉 거렸다.

이런 때 밑으로 떨어진다면 영락없이 죽음을 당할 것이다.

“악!”

갑자기 난자영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독사! 독사가 다가오고 있어!”

“독사?”

사군보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온몸이 파랗고 가느다란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가지를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스르르…… 스르르……

머리가 세모꼴이고, 몸 전체가 새파란 독사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은 섬뜩했다.

물리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아무리 그녀 때문에 자신 처지가 꼴상사납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독사에 물려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군보도 도와줄 길이 없었다.

“호신강기를 펼쳐!”

“못해! 내공이 제압당했단 말이야!”

“젠장!!”

사군보는 화가 났다.

그녀가 독사에 물려 죽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오해는 풀어야 할 게 아닌가.

사군보는 거꾸로 매달린 채 묵혈사령신공을 일으켜 역혈의 기공을 펼쳤다.

동시에 뱀을 향해 탈명귀음을 날렸다.

“가!!!!!”

소리에 기를 전달하는 방법.

무형의 소리를 유형으로 바꾸는 기공.

대기가 파동치고, 파동친 대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뱀에게 쇄도해 갔다.

파파팟!

새파란 독사가 그녀의 몸에서 불과 두 자 밖에서 무형의 강기에 막힌 듯 움찔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아주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언제라도 덮쳐들어 그녀를 물 기세였다.

난자영이 다급이 소리쳤다.

“소리치지 마! 고막 터지겠다.”

탈명귀음은 뱀에게만 전달된 게 아니었다.

난자영 역시 영향을 받은 듯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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