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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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8화
혈하-第 108 章 걸왕의 정보
군림성(君臨尊)!
강호에 이런 방파가 있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더욱이 어떤 목적을 가진 채 군림성의 수하가 종남파에 입문하고 와전의 전주라는 요직에 앉을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니……
만약 그들이 원하는 게 강호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적미도장은 내심으로 도호를 읊조렸다.
‘무량수불……대체 강호가 어떻게 돌아가려고…… 백도 무림은 묵혈방의 붕괴로 강호에 평화가 왔다고 안일하고 있건만 흑도와 신비세력은 날로 욱일승천하고 있으니……무량수불……난세……난세강호로다.’
적미도장의 가슴은 무거웠다.
그는 종남파 와전주인 청일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군림성은 어떤 방파이고 또 성주가 누구인지 내게 말해줄 수 없나?”
“죄송합니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성주님의 존함이 바로 사군보…… 탈명혈하 사군보라는 겁니다.”
적미도장은 큰 충격에 멍청해졌다.
사군보!
그가 신비의 세력 군림성의 성주라니!
이게 웬 황당한 소리인가?
사군보가 언제 군림성을 세웠단 말인가?
더욱이 군림성은 적어도 10여 년 전부터 암약해 온 세력이 분명한데 당시라면 사군보는 아직 소년이지 않는가?
모를 일이다.
왜 이들은 사군보가 성주라 말하는가?
청일자의 커다란 음성이 울려졌다.
“못 찾았느냐?”
이어서 여기저기에서 인영이 솟구쳐 천구암에 올라섰다.
“아무도 없습니다.”
“전주님, 한 차례 더 찾아보면 어떻겠습니까?”
“필요 없다! 놈이 살아있다고 해도 밤 짐승의 밥이 될 것이고 또 그것을 모면했다 해도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는 못할 것이다. 장문인께서 기다리시니 그만 돌아가자.”
“장문인께서 노하실 것입니다.”
“내가 벌을 받겠다.”
그리고는 천구암 밑으로 연이어 솟구쳐 내려갔다.
잠시 후,
적미도장의 귓전으로 청일자의 전음이 들려왔다.
[종남은 이제 장로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부디 보중하십시오. 그리고 저희 성주님을 믿고 따라 주십시오.]
나직한 전음을 들으며 적미도장은 낮게 중얼거렸다.
“고맙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불신의 빛이 남아 있었다.
**
휘익-!
사군보는 정신없이 내달렸다.
“죽일 놈들! 내 오늘 종남산을 시산혈해로 만들고 말테다!”
그의 눈은 살기로 충만 되어 있었다.
몸 전체에는 살기로 인한 희뿌연 안개가 맴돌았다.
펑! 펑!
앞길을 막는 나무들이 사군보의 화풀이를 받아 한없이 부러져 쓰러졌다.
이런 때 누가 그의 앞을 막으려 한다면 상대가 누구이든 사군보의 살초를 받을 것이었다.
멀리 상청관이 있는 봉우리가 보였다.
“기다려라! 상청관이 네놈들의 피로 붉게 물들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하나의 울창한 죽림으로 쑥 들어갔을 때다.
누군가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잠깐 멈추시게!”
“흥!”
사군보는 상대를 확인 할 생각도 않고 싸늘한 코웃음과 함께 장력을 뻗어냈다.
“허억!”
상대는 황급히 옆으로 비켜나더니 황급히 말했다.
“사 공자, 나요! 나, 만걸이라고!”
사군보는 몇 장 앞으로 나갔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 만걸……”
개방의 악양분타주 만걸이 바로 사군보 앞에 나타나 그의 길목을 막아선 것이다.
만걸과는 전날 뇌정보에 같이 들어갔다가 헤어져서 생사를 모르고 있었다.
우선 그를 만났다는 것이 반가웠다.
“만걸,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요?”
만걸은 목을 쓰다듬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
“대답 빨리 하는 게 좋을 거요.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났거든.”
“숨 좀 돌리자.”
“빨리.”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남기 싫다고 했는데……방주님 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만…… 죽을 뻔 했군.”
“방주? 걸왕이 내게 볼일이라도 있나?”
“난 방주님의 명으로 사 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무슨 일이지?”
“성질하고는……지금 상청관에 가는 이유는 적미도장과 여래부인 일 때문이 아닌가?”
“어떻게 그걸!”
사군보는 흠칫했다.
만걸이 거드름을 피웠다.
“강호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 데서야 어디 개방이란 간판을 떳떳이 내세울 수 있겠어. 개방이야말로 강호제일의 소식통이야.”
“어서 말해. 무슨 일이지?”
“흠! 나도 여기 오래 있고 싶지가 않다고. 방주님께서 이 말을 전하라도 했네. 여래부인은 지금 종남산에 없으니 난동을 부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그리고 적미도장은 이미 천구암으로 떠났으니 그를 돌보라고 말이야.”
“……!”
사군보는 흠칫했다.
‘어떻게 나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단 말인가? 과연 명불허전이군.’
개방이 소식통이란 말을 들었지만 이토록 빠른 정보망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군보는 끓어오르는 살기를 억누르지 못했다.
“적미도장이 천구암에 갔다면 다행한 일이고……여래부인 일은 가짜 화안진인 놈만 잡으면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으니 도움은 고마우나 난 내 일을 멈출 생각이 없군.”
그럴 줄 알았다면서 만걸이 너털웃음을 발했다.
“허허허……방주님께서는 이 말도 전하라고 하셨네.”
“……”
“화안진인 뿐만 아니라 아미, 공동, 청성, 곤륜, 점창, 화산의 칠대문파 장문인들은 모두 가짜라고……”
“……!”
사군보는 속으로 멍해졌다.
이 사살은 현재 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이지 개방의 소식통에 다시금 손을 드는 순간이었다.
만걸은 사군보의 얼굴 표정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리 존경스러운 눈으로 봐? 사 공자는 지금 화안진인의 껍데기를 벗길 생각이 아닌가?”
투심공(透心功)을 익혔나?
사군보가 뜨끔한 표정을 짓다 만걸은 훈계조로 말을 이었다.
“타초경사(打草驚蛇)란 말은 아나?”
“……!”
“가짜 장문인 가면을 벗긴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
“기껏해야 그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한데 그런 놈들을 족쳐봤자 강호만 더 혼란해질 뿐이네. 그럴 바에는 그들을 미끼로 좀 더 사태를 주시한다면 그놈들을 조종하는 배후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지 않겠나? 기왕 잡으려면 피라미 말고 월척을 잡아야 하는 법.”
“그럼 날보고 그냥 돌아가라고?”
“아아……어찌 그냥 갈 수 있겠어. 명색이 그래도 사내대장부인데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베어야지.”
종남파에 가지 말라 하고 길을 막아놓고 두부라도 베라니.
만걸은 은근한 눈길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이런 사람을 아나?”
“……?”
“천안천이 무불통 만박노자!”
“허억!”
사군보의 눈이 부릅떠졌다.
천안천이 무불통 만박노자!
또 다시 듣게 되는 이름.
바로 하오문주의 이름이다.
사군보의 눈빛이 번쩍였다.
“만박노자, 그가 지금 어디 있어?”
“으잉? 알고 있는 사람이야?”
“내 숙부라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다.”
“숙부?”
“숙부라고 했어. 물론 믿지 않지만……”
“이상한 일이군, 숙부라?”
만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그런 표정은 마치 사군보에게는 숙부란 사람이 없는데 하는 눈치였다.
사군보가 물었다.
“만걸, 숙부란 사람을 아나?”
만걸은 흠칫하며 황망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 내 숙부도 아닌데 어떻게 사 공자 숙부를 알고 있겠어?”
그러나 그의 얼굴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군보는 문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소양강에 대해 아는 눈치인데 말을 얼버무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군보는 눈빛을 발하며 이를 추궁하려 할 때 만걸이 급히 말을 돌렸다.
“아참! 방주가 이 말도 전하라고 하더군. 만박노자는 지금 개봉 인근 후암현(厚岩縣)이 있으니 찾아가려면 빨리 가야할 거라고!”
“후암현! 쫓겨?”
종남의 일은 눈앞에 둔 급한 일이지만 원수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쥔 만박노자를 만나는 것은 더욱 급하고 중요했다.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다고 했다.
그럼 그를 쫒는 사람은 분명 원수이거나 그 끄나풀일 것이다.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당연히 만박노자를 찾는 일이다.
강호의 대의명분을 놓고 다져도 그게 더 중요하다.
“만걸!”
“왜?”
“부탁 하나하자!”
“뭔데?”
“나에게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날 기다렸다면 적미도장과 국 낭자가 어디 있는지도 알겠지?”
“개방은 발이 뻗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럼 그들에게 말 좀 전해 줘라.”
“당장 가려고?”
“그래야 할 것 같다.”
“말 전달하는 건 어렵지 않지.”
“그리고……기왕 부탁하는 거 여래부인 행방도 알아봐줘.”
“개방이 네놈 수하냐?”
“싫어? 싫으면 눈에 보이는 거지란 거지는 죄다 밟아버린다.”
“아주 개새끼네 그래!”
“고맙다.”
“방주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날 이길 자신은 있고?”
“내, 더러워서 간다.”
핑-
만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후암현이라……”
개봉 인근 후암현이면 여기서도 천 리 길이다.
서둘러야 할 길이다.
휘익-!
사군보는 벌써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갔다.
“만박노자. 기다려요. 내가 갈 때까지만 죽지 말고 기다리시오.”
***
단강포(單江浦).
황하의 거대한 강줄기에는 수 많은 포구가 있다.
그중 단강포는 산서에서 하남, 호북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다.
종남산을 떠나온 사군보는 황하를 건너 호북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가 배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혹시 사 공자님이 아니십니까?”
“누구시죠?”
생면부지의 인물이다.
그러나 적의나 살기는 없었다.
“담 소당주님의 전갈입니다.”
“담 소당주?”
“박쥐입니다.”
“아!”
사군보는 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금방 알아보았는지, 왜 자기에게 접근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담여운이 편복당 전원을 운용해 지금 청허자와 대하교, 패왕보를 뒷조사하고 있는 중인지라 그 휘하 제자들은 이미 그의 용모파기를 숙지한 상태였다.
“담 낭자가 내게 전할 말이 있나요?”
“단자혈(丹刺血) 고청흠(高靑欽), 그리고 요니(妖尼) 초난난(草蘭蘭), 이 두 사람이 황산 와우채(臥牛寨)에서 채주로 변장해 있다! 이렇게 전하라고 하던데요.”
단자혈 고청흠.
요니 초난난.
7명의 배신자 중 두 사람이다.
결국 편복당은 배신자 중 두 사람을 찾아낸 것이다.
“다른 전갈은 없었습니까?”
“그 말 뿐이었습니다.”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럼 소인은 이만……”
사내는 휘적휘적 걸어 사라졌다.
포구에 선 채 사군보는 앞으로의 여정을 정리했다.
일단 개봉 후암현에 먼저 들렸다가 황산으로 간다.
황산(黃山).
안휘성에 위치해 있는 명산이다.
단강포에서 황산으로 가려면 어차피 개봉을 지나야 하는 길이다.
‘원수들!’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배신자들의 행적을 알게 된 사군보의 살기는 뜨겁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