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06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6화
혈하-第 106 章 수라무상검법
날카롭게 쇄도해 오는 검극.
금령도장은 검을 휘둘렀다.
일단 검으로 찔러오는 검면을 후려쳐 비켜나가게 한 다음, 빠르게 파고들어 검끝으로 사군보의 팔목을 쳐 검부터 떨어뜨릴 생각을 했다.
휭-
빠르게 횡으로 돌아가는 검.
그러나.
휭-
말 그대로 휭이다.
검면에 당연히 부딪쳐야 하는 데 그냥 스쳐지나간다.
오히려 검면에 닿을 때를 대비해 앞으로 몸을 쏠려 놓았던 것이 그만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 사이 사군보의 검이 균형을 잃은 금령도장의 상체를 베어갔다.
찌르기에서 바르게 횡베기로 전환한 것이다.
“어림없다!”
금령도장은 앞으로 쏠린 상체의 균형을 잡기위해 오른 발을 크게 딛었다.
다리를 벌려 중심을 잡자 자연 그의 상체가 밑으로 꺼졌다.
그 상태로 검으로 검을 쳐냈다.
타앙!
검과 검이 튕겨나갔다.
베어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지는 검.
“끝내 주마!”
금령도장은 몸을 회전시키면서 검을 휘두르는 힘과 속도를 높였다.
사군보는 검으로 벼락처럼 펼쳐지는 검의 공세를 일일이 막아냈다.
탕! 탕! 탕!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튄다.
삽시에 20수가 펼쳐졌다.
그때다.
금령도장의 꼭지가 돌아갈 말이 신무도장의 입에서 토해졌다.
“미친놈! 감히 금령도장을 상대로 검을 연습해!”
“뭐? 연, 연습?!!”
“들켰네.”
사군보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픽 웃었다.
연습을 실전처럼.
좋은 말이다.
그런데 그것도 연습할 상대가 있을 때의 일이다.
지금 그는 강호에 출도 한 이래 처음으로 검법을 펼쳐 보았다.
수라무상검법(修羅無上劍法).
선친인 묵혈대제 사악의 사대절기 가운데 하나.
평소 장법을 주로 사용하던 사군보였지만 종남의 검진을 보고난 후 그는 검법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하여 금령도장을 연습삼아 수라무상검법을 운용해 보았다.
10합이건,
20합이건 부딪치고 부딪치면서 습득해 나갈 생각이었다.
“늙으면 눈치가 늘어난다더니.”
아쉬움의 토로다.
“저, 저, 미친 놈!”
금령도장의 눈이 돌아갔다.
“이노노노옴!”
벼락 같이 소리 지르며 그는 검을 크게 돌렸다.
쿠쿠쿠쿠……
“싸울 때 흥분은 금물이다, 라고 삼뇌마자가 말했다.”
내공을 두른 사군보는 검을 수평으로 누이며 눈높이로 끌어 올렸다.
왼 손바닥으로 검의 등을 밀어내며 검병을 쥔 오른손을 놓았다.
팽-
검이 원을 그리며 팽이처럼 날아갔다.
기괴하다.
검객은 검을 날리거나 던지지 않는다.
검은 팔의 연장이다.
팔이 행하는 동작의 연장선이다.
검객이 스스로 검을 던지는 행위는 결국 검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단검이나 수리도를 던지는 것 같은 투척기술도 아니다.
장검의 특징상 단검이나 수리도를 던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크게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르르!
내공을 두른 검은 팽이처럼 불꽃들을 마구 날리면서 회전했다.
‘뭐 이런 변칙적인 수가 다 있어?’
금령도장은 상대의 수에 당황해했지만 곧 마음을 다스렸다.
바퀴 모양의 륜(輪)을 무기로 사용하는 자들과도 싸워봤다.
둥근 환(環)을 무기로 사용하는 자들과도 싸웠다.
그들은 종종 환이나 륜을 날리면서 상대를 현혹시켰다.
그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금령도장은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더 가속시켰다.
날아오는 검은 회전력에 의해 힘과 속도가 증가된다.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와 무거운 힘으로 누르면 그만이다.
물론 피할 수도 있다.
자신을 목표로 한 검은 영원히 회전하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지나쳐 더 날아가다가 언젠가는 속도가 떨어져 땅에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과 속도를 가했다.
쾅!
일차 격돌에 검이 뒤로 밀렸다.
다시 힘으로 누르면서.
쾅!
튕기고, 때리고, 튕기고, 때리고!
어느새 금령도장의 왼손은 검을 쥔 오른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회전하는 검의 힘에 대항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전력에 연신 충격을 주어도 회전력이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빨라졌다.
그건 마치 빙글빙글 돌아가는 팽이에 채찍질을 가해 떨어지는 회전력에 힘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
‘설마 내 힘을 받아들이는 거냐?’
설마가 아니라 사실이다.
수라무상 륜(輪).
그것은 수평으로 정확하게 균형을 잡으며 날아간다.
수평의 균형을 깨지 못하는 한 그 어떤 힘도 회전력의 먹이일 뿐이다.
아직 미숙하다.
이론으로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처음 시전해 보는 것이다.
지금은 일직선으로밖에 날리지 못하지만 이를 익숙하게 다루게 되면 회전력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검을 수평으로 세우지 않고 각도를 줌으로써.
밀어내는 힘을 수평이 아닌 횡의 각도를 가미함으로써.
검 자체를 륜처럼 직선, 곡선, 사선, 등등 자유자재로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
신무도장의 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아래로 때려!”
회전의 면을 때려 오히려 회전을 돕는다면 위에서 회전하는 중심을 때리면 그 회전력을 죽일 수 있다.
문제는 빠름이다.
금령도장이 도약하는 순간의 속도가 관건이다.
그 동안 회전하는 검이 멈추며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니까.
뛰는 속도가 느리면 검은 뛰어오르는 금령도장의 다리를 갉아 먹을 테니까.
금령도장은 자신이 없었다.
‘제길!’
도와달라고 소리도 못 친다.
기를 다루기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열면 호흡이 흐트러진다.
그저 속으로 욕을 할 뿐이다.
‘내가 도우면 되잖아!’
오랫동안 한 솥밥을 먹어서 인가.
신무도장이 검을 뽑아 든 채 달려 들었다.
“당신은 조금만 기다려.”
사군보는 금령도장에게 흥미를 잃었다.
이만하면 륜의 운용을 대충 이해했다.
“회(回)!”
파팡-
급박하게 돌아가던 검이 금령도장의 검에 맞아 빠르게 뒤로 퉁겨졌다.
날아오는 검을 잡자마자 사군보는 땅을 박차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단(斷)!”
가가각-
검이 하늘을 반으로 쪼개며 내리 그어졌다.
그 검날 아래 휘청거리는 금령도장의 정수리가 들어갔다.
금령도장은 지금 정신이 없었다.
단단한 절벽에 대못을 박는다고 치자.
대못 대가리 정 가운데를 망치로 정확하게, 빠르게 쾅쾅 때리고 있었다고 치자.
수 없이 집중하며 망치질하는데 갑자기 절벽이 사라졌다.
그 망치의 힘이 어디로 갈까?
그냥 앞으로 꼬꾸라지는 것이다.
어? 어? 하는 사이.
촤아앗-
금령도장의 몸이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반으로 갈라졌다.
설명은 길다.
그러나 이는 단 일흡(一吸), 한 호흡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이놈!!”
쌕-!
신무도장의 검에서 10여 개의 검화를 일어났다.
츄우웃!
단 1초에 10여 개의 검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절정검수만이 흉내 낼 수 있는 상승검도다.
“후후후……그래야 종남의 장로답지, 뒷걸음만 치는 게가 어디 장로인가?”
사군보는 조롱하며 검을 떨쳤다.
휘익-!
채채챙-스파파파팍--!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금속성이 들려지고 두 개의 인영이 빠르게 엇갈려졌다.
신무도장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으윽……”
놀랍게도 신무도장의 왼팔이 어깨부터 잘려나간 후였다.
“하하하……”
사군보는 그제야 그가 할 일을 다 끝냈다는 듯 허공으로 호탕한 웃음을 날렸다.
“하하핫! 종남의 검법도 별 것 아니군.”
그는 들고 있던 검을 땅에 던졌다.
푸욱-!
검은 검 자루만 남긴 채 땅 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군보는 호탕하게 웃으며 종남파를 떠나갔다.
신무도장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원한 서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군보! 두고 보자!”
신무도장이 살기를 질겅질겅 씹었다.
**
넓은 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곳을 천구암(天龜岩)이라고 불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있는 시각,
천구암에 사군보와 국연옥이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다정한 정인처럼 보였다.
국연옥이 지금까지 밝게 웃던 얼굴을 바꾸며 물었다.
“적미도장께서 정말 올까요?”
그녀의 물음에 사군보는 자신 있게 대꾸했다.
“올 거요.”
그들은 종남의 제일장로인 적미도장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로 미루어 적미도장과 사군보 사이에 있었던 대화 속엔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그렇지 않고서 어찌 적미도장이 도관을 떠나 사군보와 다시 은밀히 만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국연옥은 그래도 걱정이 되는 듯 미간을 곱게 찡그렸다.
“그분이 어머님을 찾아낼까요?”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보다도……”
“무슨 다른 일이 있나요?”
사군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종남의 의로운 도인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무슨 일인가요?”
“내 비록 구대문파나 강호 정의 따위에 관여치 않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 역시 엄연한 강호인, 이 일은 종남의 존망에 관계되는 것뿐만 아니라 무림의 존폐에 관계된 일입니다.”
“아!”
“그리고……내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종남파에 있는 가짜 장문인을 잡는 게 공자님의 일인가요?”
“그건 아니지만……어쩌면 요즘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무리들과 나와 깊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사군보의 음성은 무거웠다.
그래서 그런지 국연옥은 사군보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으나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의아한 눈길로 그의 무거운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소녀가 공자님이 지니고 계신 업을 나누어 가질 수는 없나요? 공자님에 대해서 나는 거라고는 이름 석 자 뿐, 소녀는 아무것도 아무 것도 아는 게 없군요……우린 이제 남남이 아닌데……’
여인의 직감이란 무서운 것이다.
지난 보름여 동안 사군보와 함께 행동을 해온 국연옥은 사군보의 일신에 엄청난 내력이 숨겨져 있음을 눈치 챘다.
또한 그는 철천지한을 가슴에 담고 있음을 알았다.
그 한의 무게가 무겁고 처절해 그의 성격이 무뚝뚝하게 변했으나 그녀는 느낀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그의 내심은 진정으로 강호를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사람보다 더 강호를 아낀다는 것을.
‘그래서 연옥은 공자님이 야속해요. 기쁨은 함께 나눌수록 더 기쁘고, 슬픔은 나누어 가질수록 가벼워진다는 것을 왜 모르시나요?’
그러나 그것은 내심의 마음일 뿐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국연옥은 하늘을 다시 쳐다보았다.
“약속한 시각이 다 되었어요.”
사군보의 표정은 무겁게 굳어져 있었다.
국연옥은 무슨 말을 꺼내려다 사군보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시간은 계속 지났다.
해가 중천에서 서산의 중간까지 옮겨 왔는데도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적미도장은 천구암에 나타나지를 않았다.
국연옥은 초조한지 마른 침을 계속 삼키고 있었다.
그녀는 사군보의 눈치만 살펴 볼 뿐 무어라 말을 꺼내지를 못했다.
이윽고 사군보의 얼굴은 조금씩 일그러지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불끈 쥔 주먹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