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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03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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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혈하마제 103화

혈하-第 103 章 주구가 된 칠대문파

 

“……”

“……”

모두들 입을 다문 채 였다.

철지화상은 다시 걸왕에게 말했다.

“일이야 어찌되었건, 또 앞으로 어찌되건 걸왕은 목을 놓고 가요.”

구대문파와 개방-

이들 십대문파를 가르쳐 강호인들은 구파일방(九派一幇)이라 한다.

구파일방은 오랜 전통을 지닌 백도의 기둥들이다.

개방이 거지들의 단체이긴 해도 그들처럼 의협심 강한 단체는 없다.

더욱이 구대문파와 개방은 오랜 교우를 쌓아온 방파들인데, 아무리 불청객이라지만 목을 내놓고 가라니.

걸왕이 죽을죄라도 저질렀단 말인가?

그런데 이미 이럴 것을 눈치라도 채고 들어온 듯 걸왕은 외눈 하나 끔뻑이지 않았다.

걸왕은 철지화상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철지(凸旨), 이 늙은이 목숨이 그렇게 갖고 싶나? 허긴 때 아닌 중노릇을 해야 하니 맘대로 할 수도 없고, 무척 힘들다는 것에는 동정이 간다.”

찰라,

스팟-!

철지화상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미친 소리! 이곳까지 들어온 네놈의 기개가 가상하다만 죽어주어야겠다.”

어느새 다른 장문인들은 걸왕을 둘러싼 채 살초를 펼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걸왕은 그들을 쭉 둘러보더니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늙은 거지는 이곳에 들어올 때 이미 죽음을 생각했다. 다만 죽기 전에 당신들 일곱 명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욕심대로라면 저기 상석에 앉을 사람이 누구인가도 직접 보고 죽는 것이지.”

철지화상은 코웃음을 쳤다.

“흥! 죽는 놈이 그렇게까지 많은 것을 알 것 없다.”

화안진인이 끼어들었다.

“천황(天皇)께서 오실 때가 거의 되었어요. 어서 죽여 없애시다.”

다른 장문인들은 이의가 없는 눈치였다.

걸왕은 탄식을 길게 꺼냈다.

“아! 하늘의 뜻이로구나. 내 어찌 죽어 눈을 감을 수 있단 말인가? 천년의 무림유업이 여기서 끝나다니……”

“흐흐흐……죽을 줄 알면서도 이곳에 들어왔다니 어리석은 놈이구나.”

철지화상이 선장을 치켜들었다.

걸왕.

개방 방주이면서 이곳의 삼엄한 경계에 걸리지 않고 감쪽같이 숨어들어 왔다면 그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곱 장문인들이 힘을 합쳐 그를 죽이려고 든다면 걸왕은 이곳이 곧 무덤이리라.

“불쌍한 놈!”

짤막한 외침과 함께 일곱 명의 장문인들은 거의 동시에 살초를 펼쳐냈다.

“암흑유혼(暗黑幽魂)!”

“백야마염(白夜魔炎)!”

“령사신전(靈死神轉)!”

“뇌마강(雷魔剛)!”

“역도환마(逆道幻魔)!”

“분시참(分屍斬)!”

꽈르르르릉……꽈아아아앙……

쌔쌔쌔쌔쌕-쌔애애액-!

버-언-쩍-!

백도 무림의 기둥인 칠대 장문인들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은 백도인이라면 절대 익히지 않는다는 마공들이었다.

그것도 스치기만 해도 뼈와 살이 분리되는 극마의 마공.

“역시 가면을 벗었군!”

걸왕의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의아함을 가질 시간도 없다.

칠대 장문인들이 펼치는 살기 앞에 걸왕의 처지는 그야말로 그물에 걸린 고기 신세일 뿐.

걸왕이 신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살기 속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단 말인가.

펑! 펑!

휴류류륭……

걸왕의 몸이 조각조각의 살점으로 변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회오리가 일어났다.

휘몰아치는 먼지와 광풍의 도가니 속으로 걸왕의 몸이 파묻혔다.

금강불괴의 몸이라고 하더라도, 아니 목숨이 열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허허허……”

이미 죽었어야 할 걸왕의 웃음이 빈청의 천정 쪽에서 호탕하게 들려왔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들! 모두가 죽일 놈들이구나.”

“네 이놈, 걸왕! 당장 내려와라!”

“철지화상, 어째서 아미의 독문절기를 펼쳐내지 못하느냐?”

“후훗! 지옥에 가면 알게 될 것이다 걸왕!”

“그리고 화안진인! 네놈도 종남의 독문절기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있구나. 노부가 네놈들의 무공을 본 이상 네놈들의 본래 정체는 반은 밝혀진 셈이다.”

진천자가 대꾸했다.

“거지 늙은이! 약기는 여우보다 더 하구나.”

“고맙네. 히힛!” “

하지만 네놈이 이곳에서 절대 살아나갈 수 없고, 설령 살아나간다고 하더라도 강호인 어느 누가 네놈 말을 믿겠느냐? 오히려 네놈이 우리 칠대문파를 모함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걸왕은 다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별 것을 다 걱정하는구나. 강호인들이 믿나 안 믿나 실험해 보겠다.”

그는 말을 끝내면서 일곱 명의 장문인들에게 집채만 한 바위가 떨어지는 것 같은 기세로 덮쳐갔다.

쏴우우우……!

태산이라도 뭉갤 것 같은 위력을 지닌 개방의 항룡장(抗龍掌)이었다.

칠대 장문인들도 만만히 당하지는 않았다.

휘익-!

일곱 장문인들이 한순간에 일곱 방향으로 쫙 퍼졌다.

그러나 그 순간,

펑!

굉음과 함께 빈청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졌다.

이와 거의 동시에 걸왕의 몸은 빈청 밖으로 쏘아나갔다.

“하하하! 속았지롱! 나간다!”

장력이 바닥을 치는 반탄력을 이용해 걸왕이 몸을 날린 것이다.

그러나 걸왕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물러서라!”

쩌렁- 쩌렁-

빈청 입구에서 천둥치는 소리와 같은 대갈이 들려왔다.

동시에,

쌔애액-!

걸왕은 무형의 벽에 부딪치면서 빈청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이런 제길!”

걸왕의 얼굴에 낭패가 어렸다.

그때를 놓칠세라 일곱 명의 장문인들이 걸을 향해 날아왔다.

“놈! 죽어랏!”

“걸왕, 명년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꽈르르릉……!

츄츄츄츅--!

엄청난 살기가 걸왕을 산산이 찢어발길 듯 덮쳐들었다.

그때다.

“칠 단주는 물러나라!”

다시 쩌렁 울리는 외침이 빈청에 들어찼다.

파팡-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것 같은 기음이 일며 칠대 장문인들이 즉시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곧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안 죽여?”

걸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입과 코에서 가늘게 검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걸왕이 항룡장을 펼침과 동시에 몸을 천정으로 날린 것은 일곱 장문인들을 속이기 위한 허허실실의 계략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누가 뿌렸는지 알 길이 없는 무형강기에 길이 막혔다.

단지 그냥 무형의 벽에 부딪쳤을 뿐인데 그가 내상을 입었을 정도였다.

이것만으로도 상대의 무공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은 고작 숨 한번 내쉴 시간 밖에 안됐다.

“칠 단주들은 손님을 자리로 안내하라.”

어디서 들려오는 지 알 수 없는 음성이 빈청을 맴돌았다.

“천, 천황……”

“쯥!”

칠대 장문인들은 어찌되는 영문인지를 모른 채 잠시 머뭇거렸다.

철지화상이 먼저 그 뜻을 알았는지 얼른 나서서 한쪽 의자를 내밀었다.

“걸왕, 여기 앉아라.”

제기랄!

죽이겠다고 눈에서 시퍼런 살기를 쏟아낼 때는 언제고 이건 또 무슨 언행이람?

걸왕은 철지화상을 쏘아보고는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이어 음성이 재차 들렸다.

“칠 단주도 앉아라.”

“……”

“……”

칠대 장문인들은 그 말에 다시 당황해 했다.

마치 상전이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데 어찌 감히 아랫것이 자리에 앉느냐는 듯 황공해 하는 눈치였다.

그런 그들을 살피며 걸왕은 열심히 뇌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가짜 장문인들이 어떤 조직의 단주라 이거지!’

놀라운 일이다.

칠대문파가 어디 동네 개집마냥 작은 방파인가?

그런 거대방파가 한낱 지단으로 전락하다니.

그 순간 괴변이 일어났다.

“앗!”

“으음……과연……”

주위를 살피던 칠대 장문인들의 눈에 경악과 존경의 빛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놀란 것은 걸왕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상석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체구는 장대했다.

눈에서는 신비스런 안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금빛 복면을 쓰고 있기에 눈빛 외에 다른 것은 전혀 볼 수 없고 목, 팔 등등, 피부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큰 장포를 입은 차림이었다.

 

천황(天皇)!

 

바로 그였다.

“천황께서 납시셨습니까?”

“천황님을 뵈옵니다.”

칠대 장문인들은 천황에게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예를 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걸왕이 그런 모습을 보고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칠대 장문인들은 그래도 감히 눈을 위로 뜨지를 못했다.

도대체 천황이란 자가 누구이기에 그들이 이처럼 맥을 못 추고 고양이 앞의 쥐 격일까?

걸왕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봐, 두목!”

“두목?”

“얼굴을 보여주지 그래? 어차피 곧 죽을 몸이 아닌가. 죽을 사람의 부탁이다. 이대로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야.”

화산장문인 동근도장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호통을 쳤다.

“찢어죽일 놈! 감히 천황님께 무례를 범하다니……”

천황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동 단주, 내버려 둬라.”

동근도장이 다시 허리를 굽혔다.

“천황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천황의 눈길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걸왕에게 돌려졌다.

“내 얼굴을 보고 싶으냐?”

걸왕은 아직 기개를 잃지 않고 있었다.

“당연하지!”

“흐흐흐……그렇다면 네놈이 죽기 전에 소원을 들어주지. 하지만 내 얼굴을 보고 죽으면 죽어 저승 가는 길에 크게 후회가 될 것이다.”

“그건 내 운명이고.”

“잠시 기다려라.”

“왜?”

“여기까지 왕림했으니 우리의 힘이 얼마나 무섭고, 거지의 힘이 얼마나 나약한지 깨닫고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조금 더 숨 쉬는 게 싫지 않잖아?”

“허~ 거지에게 절망을 주겠다?”

“바로 그거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깝친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지옥 가는 길에 곱씹도록.”

가볍게 걸왕을 무시한 천황은 철지화상에게 불쑥 물었다.

“준비는 되었나?”

천황이 말하는 의도를 알아챈 철지화상는 곧 머리를 조아렸다.

“천황님의 명에 따라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

“현재 칠대문파의 장로급 인사들을 포섭하고,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뇌옥에 가두어 둔 상태입니다. 몇몇은 반항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없이 죽이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본교의 제자들을 대체 했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당장 칠대문파를 본교의 전사들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잠깐!”

걸왕이 눈을 부라렸다.

“철지! 지금 그 말은 칠대문파가 이미 괴뢰의 집단으로 변했단 말이냐?”

“감히 천황님께 보고하는 자리에 끼어들다니!”

“시끄럽고! 어서 말해!”

걸왕이 버럭 소리치자 천황이 차분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렇다. 칠대문파의 장로급 인사들 태반이 이미 우리 손에 들어온 상태다.”

“제길!”

걸왕의 얼굴에 어둠이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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