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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4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40화

40화. 재능 (2)

 

다음 날, 적운상과 주양악이 떠날 채비를 끝내고, 임옥군을 찾아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사부님.”

“그래. 조심하고.”

“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걱정하지 말거라.”

임옥군이 미소를 지으면서 적운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짐짓 엄한 얼굴로 옆에 있는 주양악을 봤다.

“너는 네 사형이 난처하지 않게 말썽피우지 말아야 한다.”

“피이… 제가 뭐 어린앤가요? 사부님은 참…….”

“항시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행동해라.”

“네, 사부님.”

주양악이 듣기 싫다는 듯이 재빨리 대답을 하며 딴청을 부렸다. 그것을 보고 못 말리겠다는 듯이 임옥군이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어서 가보아라.”

“네, 사부님. 그리고 연란이에 대한 것은…….”

“걱정하지 말거라. 그건 구 사숙이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네.”

적운상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연란의 내기가 그렇게 성취가 빠른 원인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어서 내심 불안했었다. 그런데 구혁상이 나선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임옥군의 거처를 나온 두 사람은 홍기우, 홍은령과 함께 형산파를 나섰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는 도중, 맞은편에서 장동오가 웬 묘령의 여인과 함께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적 대협!”

장동오가 적운상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누가 대협이야, 대협은?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네, 적 대협.”

부르지 말라고 해도 또 그렇게 부르는 장동오였다. 그는 객잔에서 적운상을 본 이후로 그에게 흠뻑 빠져 있었다. 금벽도문을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싸우는 그 대담함과 박력, 그리고 뛰어난 무공실력, 모든 것이 그가 꿈꿔오던 것이었다.

이에 장동오는 그를 우러러보며 목표로 삼고 있었다. 적운상같이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탈각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었다.

“처음 뵙겠어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동오의 누나인 연지라고 합니다.”

장동오의 옆에 있는 여인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반갑소. 나는 적운상이오.”

“훗! 동오가 어찌나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어떤 분인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보니, 정말 멋있으시네요.”

사심 없는 칭찬에 적운상이 멋쩍은 얼굴을 했다.

“우리 동오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잡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장연지가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려고 하자, 적운상이 급히 그녀를 말렸다.

“이러지 마십시오.”

“아닙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저한테는 오로지 동오뿐이었습니다. 행실이 나쁜 이들과 어울리기에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야 마음 놓고 있습니다. 진즉 찾아왔었어야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지라,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집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으니 이렇게 인사라도 받아주세요.”

장연지가 하는 말에 적운상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그녀가 다소곳이 무릎을 꿇으며 절을 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협.”

“저도요.”

장동오도 장연지의 옆에서 무릎을 꿇으며 넙죽 절을 했다. 그것을 보고 적운상이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일어나십시오.”

“네, 대협. 그리고 말씀을 낮추십시오. 대협 같은 분에게 존대를 받을 처지가 아닙니다.”

“초면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신세를 져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대하신다면 제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장연지가 하는 말에 적운상은 그제야 그녀와 장동오가 봇짐을 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헤헤. 박 책사님이 누나랑 같이 살아도 된다고 했어요.”

“뭐?”

“주방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꼭 와달라기에 이리 오는 길입니다.”

“훗! 그랬군요.”

그렇잖아도 적운상은 주방에 사람이 없어서 은서린이 조금 걱정이었다. 어느 문파나 마찬가지였지만, 주방에는 사람을 함부로 들일 수가 없었다.

나쁜 마음을 먹고 음식에 독을 탈 수도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주방에서 일을 했다.

이에 박노엽은 탈각대의 가족 중에서 고르고 골라 장연지와 여인 두 명을 더 불러들였다. 그녀들 모두 성정이 바르고 착한 데다, 탈각대가 마음을 잡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산파에 해를 끼칠 이유가 없었다.

“어디 먼 길을 가시는 것 같은데 저희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저희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연지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장동오와 함께 산을 올랐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첫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장연지를 시선으로 쫓는 적운상을 보며 주양악이 소리를 질렀다.

“다행이다 싶어서. 가자.”

산을 내려가면서 적운상은 만약 금벽도문에서 박노엽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했다면, 이곳 남악현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모든 지역을 장악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고, 딱 그 같은 경우였던 것이다.

* * *

 

적운상과 주양악은 홍기우와 홍은령과 함께 말을 타고 드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갔다. 형산에서 원릉까지는 관도가 나 있지 않아서 이렇게 평야를 거처 가야 했다.

“적 형, 말이 지쳤소. 조금 쉬었다 갑시다.”

홍기우의 말에 적운상이 말고삐를 잡아당기자 모두가 말을 세웠다. 아직 홍문형의 생일잔치까지는 날짜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빨리 이동하는 이유는 적운상 때문이었다.

적운상이 주양악을 수련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 이동할 때는 거의 전력질주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동하고 그는 한 시진 이상씩 쉬면서 주양악을 수련시켰다.

“오른발이 틀렸잖아! 좀더 틀어넣어! 시선은 어딜 보는 거야!”

적운상이 도끼눈을 뜨고 주양악이 펼치는 풍뢰십삼식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그때마다 칼을 휘두르는 주양악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적운상을 따라 원릉으로 간다기에 좋아라 했건만, 이건 지옥이 따로 없었다. 차라리 남아 있을걸 하는 후회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금벽도문이 쳐들어왔을 때, 적운상이 풍뢰십삼식의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을 봤었기 때문에, 이제는 불평도 하지 못했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칼을 휘둘러야 했다.

“좋아. 초식은 거기까지. 이제 대련을 해보자.”

“에? 정말이요?”

적운상이 이렇게 대련을 하자고 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래. 덤벼봐.”

“흥! 조심하는 게 좋을 걸요.”

“너나 조심하고 빨리 덤벼.”

적운상의 말에 주양악이 칼을 겨누며 금방이라도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적운상과 시선이 부딪치자 기가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서 있는데도 어디 가서 사람 십여 명은 해치우고 온 것 같은 박력에 주양악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한쪽에서 안 보는 척하면서 보고 있던 홍기우와 홍은령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다른 사람이 수련하는 것을 보는 것은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두 사람도 알기에 등을 돌리고는 있었지만, 자꾸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홍기우는 그날 객잔에서 금벽도문과 싸우던 적운상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이건만 그렇게 무공이 차이난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적운상이 저렇게 주양악을 가르칠 때면 저도 모르게 고개가 조금씩 돌아갔던 것이다.

홍은령은 그것과는 다르게 오로지 적운상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자꾸 고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는 그의 박력 있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하앗!”

따앙!

주양악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칼은 어이없이 적운상의 사자도에 튕겨졌다. 그리고 어느새 사자도가 목에 바짝 대어져 있었다. 딱 두 초식이었다.

“제대로 못 해? 힘과 기세가 하나도 없잖아! 금안뇌정신공은 뭐 하러 익혔어? 뇌기는 뒀다 뭐 할 거야?”

적운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양악이 찔끔하며 몸을 움츠렸다.

“쳇! 정말 다쳐도 난 몰라요.”

“쓸데없는 걱정 말고 전력을 다해!”

“흥!”

후우우웅!

주양악이 칼을 사납게 휘둘렀다. 두 사람 다 풍뢰십삼식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서로 간에 쓰는 초식을 뻔히 알고 있었다.

적운상은 주양악이 펼친 초식의 허를 파고들며 사자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주양악의 칼이 생각지도 못하게 변화를 일으키며 반격을 해왔다.

땅!

두 사람의 도가 부딪치며 엉켜들었다. 그 순간 미세하지만 무기를 통해 주양악의 뇌기가 파고들어 왔다.

‘제법!’

적운상이 속으로 조금은 만족하며 밖으로 주양악의 도를 밀어내고, 그녀의 어깨를 내려쳤다.

따앙!

“……!”

적운상은 약간 의외였다. 설마 주양악이 그런 식으로 칼을 휘둘러 방어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풍뢰십삼식의 초식에 전혀 없는 동작이었다.

‘어디…….’

훙훙훙!

따다다다땅!

처음에는 버거워하던 주양악이 조금씩 적운상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번씩 공격도 해왔다. 하지만 그녀의 동작은 풍뢰십삼식의 초식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풍뢰십삼식인 것 같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 하던 적운상은 순간 기가 막혔다. 초식이 전혀 다른데도 풍뢰십삼식처럼 보였던 것은, 그녀가 변초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활용범위 안에 있는 변초가 아니었다.

풍뢰십삼식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마치 다른 무공을 펼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극에 달한 변초였다. 초식은 그렇게 형편없는데 어떻게 변초는 이렇게 훌륭할 수가 있는 걸까?

‘이 녀석 설마…….’

몇 번 더 칼을 부딪치던 적운상은 힘으로 주양악을 뒤로 밀어버린 후에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풍뢰십삼식을 펼쳐봐.”

“에?”

“뭘 멍하니 있어? 풍뢰십삼식을 펼치라는데.”

“끄응.”

적운상이 고함을 치자 주양악이 인상을 찌푸리며 뚱한 얼굴로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역시나 엉망이었다.

그걸 가만히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적운상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제 됐어요?”

“음… 생각할 게 있으니까 말 걸지 말고 계속 연습해.”

“에? 끝난 거 아니었어요?”

“말 시키지 말라고 했지!”

“알았어요! 말 안 시켜요!”

주양악도 빽 소리를 지르고는 풍뢰십삼식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적운상이 그런 주양악을 뚫어져라 보면서 생각을 완전히 정리했다.

주양악은 성격이 왈가닥이라 진득하니 뭔가를 하지 못했다. 금안뇌정신공의 성취가 은서린보다 더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운기행공을 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상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오감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이 뛰어났다. 눈도 상당히 빨랐다. 무엇보다 과감하고 저돌적이었다. 겁이 없었다.

보통은 위험한 순간이 오면 저도 모르게 몸을 조금은 움츠리게 된다. 하지만 주양악은 오히려 맞받아쳐 왔다. 기회다 싶으면 놓치지 않고 무작정 치고 들어오는 담대함이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적운상 같은 고수라도 마찬가지였다.

변초의 활용 폭이 큰 이유도 그래서였다. 상황에 맞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기 때문에 초식이 심하게 변형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재능이었다. 그것을 잘만 키워주면 자신과는 또 다른 고수가 될 것 같았다.

‘앞으로는 대련위주로 수련을 해야겠군. 바로 쌍검 쓰는 것을 가르쳐도 상관이 없겠어.’

그것이 적운상이 내린 결론이었다.

“됐어. 이제 그만 해도 돼.”

“에? 정말?”

“그래. 이리 와봐.”

주양악이 가까이 오자, 적운상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왈가닥에 철딱서니 없게만 여겼었는데,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그래서인지 대견스러워 보였다.

주양악은 적운상이 계속 쳐다보자 또 왜 저러나 싶어서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때 적운상이 손을 뻗어오자 주양악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적운상한테는 늘 혼나기만 해서 습관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의 손은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살짝 헝클어트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놀랐다. 너한테 그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어.”

“에?”

주양악은 적운상이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바람에 적운상이 그것을 보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자, 이거.”

적운상이 품에서 단검 두 자루를 꺼내서 내밀었다. 전체 길이가 한 자가 안 되는 단검은 자루와 검집이 은은한 붉은색이었다. 투박하지만 모양이 미끈해서 주양악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이게 뭐예요? 나 주는 거예요?”

“그래. 앞으로는 이걸 써.”

“헤! 고마워요, 사형.”

주양악이 단검을 받아 들고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다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순간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여 적운상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에 주양악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홍기우와 홍은령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훗! 저 녀석도 여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적운상도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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