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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8화

38화. 남악현의 형산파화 (3)

 

“뭐야? 진짜야?”

“그렇다니까. 아까 하는 말을 내가 똑똑히 들었어.”

사내들이 웅성거리다가 적운상이 박노엽과 함께 나타나자 급히 입을 다물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애 많이 썼다. 앞으로도 봉사활동은 계속한다. 조금씩 구역을 넓힐 생각이니까 그렇게 알도록.”

“네! 형님!”

“그리고 너희들을 당분간 탈각대(脫殼隊)라 부르기로 했다. 의미가 있는 이름인 만큼 과거는 잊고 새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네! 형님!”

“그런 이유로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무공을 전수해 줄까 한다.”

“헛!”

사내들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슬쩍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너희들은 이제부터 이개조로 나눈다. 일조가 마을에 가서 봉사를 하는 동안 이조는 무공을 수련하고, 이조가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은 일조가 무공을 수련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사내들이 크게 대답하자 적운상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박노엽에게 말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

“걱정 마십시오, 사형.”

“그래. 수고하고. 저녁때 술이나 한잔하자.”

“훗! 알겠습니다. 좋은 술로 한 병 구해놓겠습니다.”

적운상은 박노엽에게 일을 맡겨놓고 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를 알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박노엽이 형산파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생각해 낸 계획은 기가 막힐 정도로 대단했다.

‘남악현의 형산파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는 계획은, 말 그대로 남악현을 형산파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첫 단계는 양민들과 친해져서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형산파의 명성이 높아지며 모두가 우러러보게 된다.

다행히 금벽도문의 사내들이 있었기에 첫 단계는 아주 쉽게 이루어졌다.

두 번째 단계는 양민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무공을 익히면 웬만한 질병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체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몸을 지키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깊이가 있는 무공은 어렵기도 하고 함부로 전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두 개의 단검이 아니라 하나의 도로 펼치는 풍뢰십삼식과 금안뇌정신공을 이 성까지만 이룰 수 있게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래서 탈각대가 먼저 그 무공들을 배우게 된 것이다. 나중에 그들이 나가서 양민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양민들이 그렇게 무공을 익혀서 효과를 보게 되면 형산파에 대한 믿음과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되면 마지막 단계였다.

탈각대는 물론이고, 양민들 중에서도 성정이 곧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뽑아서 정식 제자로 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점점 지역을 넓혀가다 보면 결국에는 남악현의 형산파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박노엽의 계획이었다.

다른 문파들이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데 비해, 질보다는 양을 먼저 택한 후에 질을 높여가는 방식이었다.

물론 양민들에게 그렇게 무공을 가르치면 관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지방의 유지가 바뀌면서 양민들에게 뭔가를 베푸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같은 경우는 아니었지만 금벽도문이 있던 자리를 형산파가 차지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뇌물을 좀 먹이고 잘 이야기하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다. 더구나 그런 쪽으로는 박노엽이 전문이라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다.

“적 사형.”

“어? 은 사매.”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은서린이었다.

“조금 쉬었다 해요.”

“응. 그렇잖아도 그러려고 했어.”

적운상이 은서린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앞에 있는 계단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은서린이 생긋 웃으면서 같이 앉았다. 그러자 계단의 높이 때문에 두 사람의 눈높이가 같아졌다.

“연란이와 연오는?”

“무공수련 해요. 연오는 요즘 구 사숙님께 무공을 배운다고 아주 신나라 해요.”

“하하하. 그 녀석 나처럼 되면 안 되는데.”

“에? 왜요? 모두들 사형을 목표로 무공을 수련하는 걸요.”

“음… 이건 비밀인데.”

“네.”

“사실 나 변초를 못 써.”

“에에? 말도 안 돼요.”

“사실이야.”

은서린은 황당함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쩐지 싸울 때도 초식을 그대로 쓴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단 말인가?

“어쩌다 그렇게 된 거예요?”

“예전에 구 사숙을 따라 무공을 수련할 때, 난 하루 종일 초식만 연습해야 했어. 한시도 손에서 검을 놓지 않았지. 그때 구 사숙은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았거든. 나는 그때 이미 몸을 안 움직이면 뭔가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할 때였고. 어쩌겠어? 계속 반복 수련만 했지. 대련은 안 하고 그렇게 초식만 죽어라고 연습했더니 결국 그게 완전히 몸에 배인 거야.”

“마, 말도 안 돼…….”

“하하하. 눈앞에 있는데 왜 말이 안 돼. 나중에 구 사숙이 그 사실을 알고 새외를 다니면서 지겹게 비무를 시켰어. 그런데 말이야, 구 사숙이 그때 또 실수를 했지.”

“무슨 실수요?”

“처음부터 내가 감당하기 힘든 고수들과 계속 비무를 했다면, 어쩌면 나는 변초를 쓰게 됐을 거야. 하지만 구 사숙은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보다 조금 실력이 아래인 상대를 골라서 비무를 시켰어. 그러니 변초를 쓸 일이 있나? 그냥 초식을 있는 그대로 써도 이기는데. 큭큭. 그 후에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결국 변초를 쓰고 싶어도 몸이 그렇게 반응을 못하게 됐지. 무상지검이라는 게 그렇거든.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해. 나 같은 경우는 그게 딱 정형화된 초식이 나온다는 거지. 무상지검의 경지를 벗어나 한 단계 더 올라서지 않는 이상, 변초는 못 써.”

적운상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은서린은 문득 그가 가엽게 여겨졌다. 은서린은 지금도 밤낮으로 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적운상은 무려 십 년간을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사형…….”

은서린이 적운상의 머리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적운상은 은서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죠. 이제는 함께 해요.”

유난히 정이 많고 착한 은서린이었다. 적운상도 그걸 알기에 그녀의 마음은 모르고, 단지 자신을 위로해 주기 이런다고 생각했다.

“으싸!”

“꺄악! 왜 이래요, 사형!”

적운상이 갑자기 은서린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면서 말했다.

“이 녀석! 사형을 위로해줄 줄도 알고. 다 컸잖아!”

“꺄악! 하지 마요, 사형. 어지러워요.”

두 사람이 그러는 모습을 보고 급히 머뭇거리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있었다. 주양악이었다.

그녀가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홍은령이 다가오다가 물었다.

“아! 잘됐네요. 혹시 적 소협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요?”

“몰라요! 내가 그 인간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며 가는 주양악을 보고 홍은령이 황당해서 멍하니 그녀를 봤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흥! 적 소협의 사매라 봐줬다. 안 그랬으면 칵 그냥… 으휴…….”

홍은령이 마치 때릴 것 같이 손을 한 번 들었다가 내렸다.

* * *

 

“어서 오너라.”

“네, 사부님.”

적운상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임옥군 말고도 홍기우와 홍은령이 보였다.

“너도 알겠지만 금검문에서 초청을 받았다. 그래서 네가 갔다 왔으면 하는구나.”

“하지만 아직 여기 일이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가도 괜찮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여기 일은 이제 사영이에게 맡겨도 될 것 같더구나. 그동안 사영이도 너한테 자극을 받았던지 밤낮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적운상은 남들 다 잘 시간에 검을 휘두르는 초사영을 몇 번이나 봤었다.

“정위도 몸이 많이 좋아졌고 하니, 둘이 같이 하면 될 것이다. 너는 걱정 말고 여기 두 사람과 함께 다녀오너라.”

“네, 사부님.”

그렇잖아도 혼자 있을 시간이 좀 필요하던 적운상이었다. 금안뇌정신공 때문이었다.

예전에 수적들에게 뇌기를 한꺼번에 쏟아 부은 적운상은, 구 성의 성취와 비슷한 상태에서 더 이상 뇌기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었다.

그 상태에서 적운상은 나연란과 나연오를 구하기 위해 뇌기를 마구 썼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모된 뇌기는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벼락을 맞았을 때의 뇌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운상이 벼락을 맞을 당시에는 금안뇌정신공의 성취가 팔 성이었다. 벼락을 맞고 난 후에 십이 성 가까이 완벽한 성취를 이뤘지만, 수적들을 상대로 뇌기를 쓴 이후에는 구 성으로 떨어졌다.

벼락의 뇌기를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 겨우 일 성에 달하는 양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뇌기를 모두 써버리자 순수한 뇌기는 모두 빠져나가고, 제대로 흡수한 뇌기만 남았던 것이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다시 한 번 뇌기를 받아들여, 이번에는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뇌기를 받아들이는 일이 문제였다.

그 일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한동안 너무나 바빠서 뭘 해보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홍기우와 홍은령과 함께 금검문으로 가라고 하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떠날 준비를 하고 수일 내로 떠나도록 하여라.”

“네. 아, 주 사매도 함께 데려가겠습니다.”

주양악을 데려간다는 말에 홍은령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성질 사나운 주양악이 은근히 꺼려졌다.

“응? 양악이를?”

“네. 서린이야 알아서 잘하지만, 양악이는 제가 없으면 놀러 다닐 생각만 할 겁니다. 그러니 이참에 같이 가면서 수련을 시키겠습니다.”

“호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하하하. 그렇게 해라.”

“네, 사부님.”

방을 나온 적운상은 당장에 주양악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주양악이 신이 나서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그동안 금벽도문의 일도 있었고, 매일같이 수련만 하느라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산 밑에 가는 것도 아니고, 원릉까지 간다고 하자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좋냐?”

“응, 사형! 헤헤. 빨리 짐 챙겨야지.”

“아서라. 지금 당장 갈 거 아니야. 내일모레쯤이나 출발할 거야.”

“헤헤.”

“웃기는.”

적운상이 손가락으로 주양악의 이마를 살짝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가게요?”

“그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사형.”

“왜?”

“고마워요.”

“알면 됐다.”

“헤. 그런데 왜 서린이가 아니라 날 데려가요?”

“응?”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적운상은 주양악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웃으면서 가볍게 농담을 했다.

“네가 좋아서.”

“에?”

순간 주양악이 정말 놀란 듯, 눈이 커다래졌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런 주양악의 반응을 눈치 채지 못했다.

“간다.”

적운상이 방을 나가고 나자, 주양악은 화끈거리는 볼에 양손을 댔다. 왜 이렇게 얼굴이 뜨거운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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