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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5화

25화. 무상지검 (2)

 

“이, 이게 웬 돈입니까?”

구혁상이 내미는 돈을 보고 임옥군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금자와 은자가 섞여 있었는데, 금자만 해도 얼추 스무 개는 될 것 같았다.

“그동안 모은 돈이다.”

정확히 말하면 뺏은 돈이었다. 적운상은 새외를 돌면서 단순히 비무만 한 것이 아니었다. 산적이나 마적과 싸운 적도 수없이 많았다.

여기 있는 돈 중, 반은 그들을 해치우고 나서 챙긴 돈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몽골의 최강자였던 트루칸이 준 돈이었다.

그는 적운상이 하얀 이리의 현신이라 여기며, 극진하게 며칠간 대접을 했었다. 그리고 떠나갈 때, 여행경비로 쓰라면서 성의를 보인 것이다.

“사숙…….”

임옥군은 그렇잖아도 요즘 돈이 궁했었다.

장사(長沙)에서 포목점을 하며 매달 조금씩이라도 돈을 보내오던 도지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 돈을 보내오지 않았다. 도자명이 집으로 돌아간 것도,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돈을 벌러 나간 세 명의 사제들도 몇 년간 소식이 없었다. 이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있는 돈을 싹싹 긁어서 주양악과 나연란, 나연오가 꼬치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허! 적운상 그놈이 복덩이는 복덩이구나. 나가고 올 때마다 이렇게 돈이 생기니…….’

“앞으로 돈은 크게 걱정을 하지 말거라. 운상이가 더욱 큰돈을 벌어다 줄 게다. 너도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무공에만 정진해라.”

“네?”

임옥군이 구혁상을 봤다.

“십 년 동안 갖은 고생을 다했었다. 허나 그만큼의 성과도 있었지.”

그랬다. 이렇게 큰돈을 모았을 뿐만이 아니라 적운상은 무상지검의 경지에 들었다. 그리고 구혁상은 적운상이 벼락을 맞았을 때의 기연으로 인해 금안뇌정신공이 구 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직도 금안뇌정신공이 팔 성에 머물러 있느냐?”

“그렇습니다.”

임옥군이 힘없이 대답했다. 무슨 수를 써도 더 이상의 성취가 없어서 포기한 지 오래였다.

“운상이는 이미 십이 성 가까이 완벽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도, 도대체 어떻게…….”

임옥군이 크게 놀라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구혁상이 미소를 지었다.

“그뿐이 아니다. 풍뢰십삼식의 비밀도 풀어냈다.”

“풍뢰십삼식의 비밀이라니요? 풍뢰십삼식에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겁니까?”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최고였다. 구혁상은 허리춤에서 두 개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최근 연습하던 풍뢰십삼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임옥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초식이 분명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풍뢰십삼식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풍뢰십삼식은…….”

“이렇지 않지.”

“그렇습니다.”

“클클. 너나 나나 제대로 못 배웠기 때문이다.”

“네?”

그때부터 구혁상은 임옥군에게 적운상이 알아낸 풍뢰십삼식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임옥군은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움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까 운상이에게 수련을 맡겨놓으라고 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금안뇌정신공과 풍뢰십삼식만으로도 형산파는 일류문파의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낙연검법에 맞는 내공심법을 찾아내고, 경공술만 어떻게 한다면, 예전의 성세를 누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게다.”

“아아…….”

임옥군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동안 얼마나 바라마지 않았던 일이던가?

그런 날이 자신의 대에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다음 대, 아니면 그 다음 대에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악착같이 제자들을 키워왔었다. 그랬건만 적운상으로 인해 자신의 대에 빛이 보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숙. 모든 것이 사숙님의 덕분입니다.”

“허허! 아니다. 운상이 그 아이가 잘 따라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를 받은 것은 네가 아니더냐? 모든 것이 인연이고, 너와 형산파의 홍복이다.”

“사숙…….”

“어린애처럼 울기는…….”

그렇게 말하는 구혁상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 * *

 

“헉헉! 조금만 쉬었다 해요. 도저히 못 움직이겠어요.”

주양악이 제일 먼저 풀썩 주저앉았다.

“뭐 해! 빨리 일어나! 어린 사제와 사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

적운상이 도끼눈을 뜨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주양악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안 돼요. 차라리 죽여요. 헉헉!”

벌써 한 달째였다.

주양악은 아침 일찍 적운상에게 끌려 나와 아침식사를 하기 전까지 수련을 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때까지 또 수련을 하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먹기 전까지 수련을 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잠자기 전까지 또다시 수련이었다.

하루일과가 오로지 수련, 수련, 수련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무공을 수련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풍뢰십삼식만을 죽어라고 반복연습 했다. 그러다 보니 꿈에서도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꾀를 부리자니 적운상이 너무나 무서웠다. 앞에 딱 버티고 서서 조그마한 실수도 놓치지 않고 눈을 부라리며 윽박을 질러대는 모습이, 악귀가 따로 없었다.

그건 주양악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연란이나 나연오는 저녁수련이 끝나면 지쳐서 그대로 곯아떨어지는 건 기본이요, 너무 힘이 들어서 밥을 먹다가 토한 적도 있었다.

은서린은 바뀐 적운상의 모습에 심한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따뜻한 성격이었건만, 어떻게 저렇게 변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나마 어쩌다 같이 식사준비를 할 때만큼은 예전의 사형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수련할 때 말고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적운상이었다. 하지만 수련을 안 하는 시간이 기껏해야 밥 먹을 때뿐이었으니, 은서린이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다.

“좋아. 그럼 잠시만 쉬자.”

적운상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은서린과 나연란, 나연오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세 사람도 무지 힘들었지만, 악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사형, 이렇게 초식만 연습해서 정말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거예요? 대련을 하고 변초를 연습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주양악의 질문에 은서린과 나연란, 나연오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들 역시 궁금하게 여기던 것이었다.

“또 변초 타령이냐? 전에도 말했잖아. 초식이 완벽해야 변초를 써도 쓰는 거라고. 그리고 초식을 왜 있는 그대로 사용하지 못해? 그러지 못하는 건,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피이. 말도 안 돼요. 초짜도 아니고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실전에서는 전부 다 초식을 응용한 변초를 사용하잖아요.”

사실이 그랬다. 초식이라는 것은 바른 자세를 통해 바른 힘을 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었다. 초식을 통해서 바르게 힘을 내는 방법을 깨달으면 그 초식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터득한 힘을 자유롭게 표출해 낼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실전에서는 갓 무공을 배운 초짜가 아닌 이상,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상황에 맞춰서 검을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응용을 하고 변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변초였다.

그러니 주양악이 저리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주양악 말고라도 무림인이라면 누구다 다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초식을 있는 그대로 쓰는 적운상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네 짧은 지식만으로 그것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지 마. 그게 바로 편견이야. 그것보다 금안뇌정신공의 성취는 얼마나 돼?”

“삼 성 조금 넘었어요.”

주양악이 대답하자, 적운상의 시선이 은서린에게 향했다.

“저도 삼 성이에요.”

“연란이하고 연오는 어느 정도야?”

“저는 이제 일 성을 넘었어요.”

나연오가 대답하자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 살에 일 성을 넘어섰으면 조금 빠른 성취였다.

임옥군이 가르치는 방식은 모두 똑같았다. 열 살까지는 무조건 체력을 키우고, 금안뇌정신공을 배우는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첫째 막정위부터 은서린까지는 모두 그렇게 수련을 했다.

하지만 나연란과 나연오는 아기 때부터 여기서 컸기 때문에 여덟 살 때부터 금안뇌정신공을 배웠다. 내공이라는 것이 시간에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시작한 만큼 나연오의 성취도 빨랐던 것이다.

“연란이는?”

나연란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주양악의 눈치를 봤다.

“괜찮아. 대답해 봐.”

“그게… 조금 있으면 삼 성 가까이 되어요.”

“뭐?”

주양악과 나연오가 놀라서 나연란을 봤다. 아니 무슨 영약을 주워 먹은 것도 아니고 똑같이 배워서 수련을 했는데, 어떻게 성취가 저리 빠를 수가 있단 말인가?

적운상도 약간 의외였다. 예전에 그렇게 노력을 했던 그조차도 삼 성의 성취를 얻는데 삼 년 가까이 걸렸었다. 그에 비해 나연란은 이 년 만에 삼 성의 성취를 보이고 있느니, 일 년이나 빠른 것이다.

“사매! 너 도대체 뭘 먹은 거야? 산에서 영초(靈草)라도 발견한 거야?”

주양악이 흥분해서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자 나연란이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팔 년이나 수련한 나하고 비슷한 거야?”

“그, 그건 저도 잘…….”

“주양악! 그건 네가 부지런히 수련을 안 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적운상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주양악은 할 말이 없는지 입만 삐죽 내밀었다.

“연란아, 이리 와봐.”

나연란이 머뭇거리면서 다가오자, 적운상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내기(內氣)의 흐름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놀란 눈으로 나연란을 봤다. 그러자 나연란이 적운상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나연란은 금안뇌정신공의 성취가 삼 성 가까이 된다고 했지만, 적운상이 살펴보니 이미 삼 성을 완전히 넘어선 상태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수련을 하면 곧 사 성의 성취를 이룰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겨우 이 년 동안의 수련으로 그 같은 성취를 이뤘다는 것은 단순히 재능이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흐음…….”

‘영약의 기운은 아니야. 그렇다면 누군가 진기도인(眞氣導引)을 해줬다는 건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의 내기를 이끌어서 내공을 증진시켜 주려면 웬만한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거기다 내공의 소모가 심해서 진기(眞氣)를 다시 회복하는 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든다.

그런 희생을 안고 도대체 누가 나연란에게 도움을 준 것일까?

적어도 임옥군이나 사형제들은 아니었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내공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다른 문파의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없었다. 금안뇌정신공의 특성상, 다른 문파의 사람이 진기도인을 하다가는 바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기 때문이다.

“연란아.”

“네?”

“누가 너한테 도움을 준 거지?”

“네?”

나연란이 무슨 말인지 몰라 적운상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자! 모두들 일어나. 다시 수련해야지.”

“우웅… 조금만 더 쉬지.”

주양악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치이이익!

적운상이 자글거리는 기름에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볶기 시작했다.

“사형, 야채 다진 거요.”

은서린이 잘게 썬 야채를 접시에 담아서 가져왔다.

“여기다 전부 넣어.”

“네.”

치이이익!

야채가 기름에 튀겨지면서 소리가 났다. 그러자 적운상이 잡고 있는 솥단지를 능숙하게 흔들면서 이리저리 젓기 시작했다.

“저기, 사매.”

“네.”

“혹시 연란이가 누구를 만나거나 하지 않아?”

“아니요. 누구를 만나요?”

“잘 한 번 생각해 봐.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그런 사람 없어요. 사매는 항상 우리랑 같이 있었는걸요. 아! 최근에는 주 사저와 함께 마을에 같이 갔었으니까, 주 사저한테 물어보면 알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예요?”

“아니, 그동안 잘 지냈나 궁금해서. 남몰래 수련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누가 도와준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네……. 어머, 국이 끓나 봐요.”

아직 끓지 않았지만 은서린은 괜히 솥의 뚜껑을 들어서 안을 확인했다. 적운상이 자꾸 나연란만 챙기는 것 같아서 약간 샘이 났던 것이다.

‘하아… 어린 사매한테 질투심이라니… 한심해.’

은서린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곁눈질로 적운상을 봤다. 예전부터 좋아했었고, 아직도 좋아하는 감정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랐다. 외모가 이래서 그런지, 적운상은 그녀를 마냥 어리게만 봤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네 사람은 다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적운상은 정말 악귀나 다름없었다. 네 사람은 거품을 물 정도로 수련을 했다. 쉴 틈 없이 하는 수련에 저녁때 먹은 것이 다 올라오려고 했다.

그렇게 수련이 끝나자 모두가 퀭한 눈으로 지친 몸을 간신히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

“연란아.”

적운상이 나연란을 살짝 불러 세웠다.

“왜요, 사형?”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네.”

“낮에는 왜 숨기려고 한 거야?”

무슨 말인지 몰라 나연란이 멍하니 적운상을 봤다.

“금안뇌정신공 말이야. 조금만 더 하면 사 성까지 되겠더라. 왜 삼 성이라고 한 거야?”

“미안해서요.”

나연란이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뭐가 미안해?”

“제가 사저들보다 뛰어나면 사저들이 안 좋아할 거 같았어요.”

“흠… 그렇지 않아. 양악이가 행동하는 건 철부지 같아도 생각은 깊어. 그리고 자극도 좀 받아야지.”

“킥!”

적운상의 말에 나연란이 웃음을 터트렸다. 주양악을 두둔하는 적운상의 말투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웃기는. 그리고 서린이는 마음이 착해서 오히려 축하해 줬을 거야. 그러니 굳이 숨길 필요 없어.”

“네.”

“그리고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너 혼자 겨우 이 년 동안의 수련으로 그 정도의 성취를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영약을 먹은 것 같지는 않고, 누군가 널 도와준 것이 분명한데, 그가 형산파의 사람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다른 문파의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른 문파의 사람일 리는 없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적운상은 슬쩍 겁을 주면서 말했다.

“네……. 하지만 전 아무한테도 도움 받지 않았는걸요.”

적운상이 나연란의 눈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흐음… 그럼 누군가 몰래 도와줬다는 이야긴데…….’

“언제부터 그렇게 성취가 빨라졌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사부님이 가르쳐주는 데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나연란이 고개를 푹 숙이고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적운상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런 나연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너를 혼내려는 것이 아니야. 단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 아무튼 알았다. 앞으로는 숨기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 된다.”

“네.”

“이제 가서 쉬어.”

“네. 사형도 쉬세요.”

나연란이 방으로 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면서 적운상은 생각에 잠겼다. 나연란이 자신도 모르게 도움을 받았다면, 잠들었을 때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서 장사를 할 때 그랬을 수도 있었다.

‘양악이한테 물어봐야겠군.’

그럴 생각으로 적운상은 주양악의 방으로 향했다.

“사매! 사매!”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아까 분명 방으로 갔는데.’

망설이던 적운상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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