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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5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51화

51화. 상승의 경지 (1)

 

이른 아침.

눈을 뜬 마청기가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켰다. 어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몸이 묵직했다. 잠시 앉아서 몸을 바로하고 운기조식을 하자, 몸이 한결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아침 햇살을 받으며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사내가 보였다. 커다란 등이었다. 내려쬐는 햇살을 모두 가릴 것 같은, 마치 산과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마청기를 봤다.

“여어, 이제 일어났군.”

마청기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속 쓰리지? 식당에 가면 탕이 조금 남아 있을 거야. 가서 먹어.”

적운상이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훗!”

마청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는 지금 인질이었다. 식당으로 가는 척하면서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마청기를 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것이 싫지 않은 마청기였다.

“그러지.”

식당으로 가보니 탁자 위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맛을 봤다.

“호오.”

절로 감탄이 나왔다. 며칠간 이곳에 있으면서 느낀 거지만 적운상의 요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그는 호왕문에서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숙수(熟手)만큼이나 실력이 좋았다.

느긋하게 앉아서 배를 채운 마청기가 밖으로 나왔다. 적운상이 칼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는 구혁상이 흡족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저 두 사람은 아침마다 늘 저랬다. 저렇게 시작한 수련은 저녁때까지 이어진다. 적운상은 밥 먹을 때만 빼고 하루 종일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구혁상은 그 옆에서 종일토록 그것을 지켜봤다.

자신이 옆에서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마치 볼 테면 보란 듯이 적운상이나 구혁상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마청기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굳이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여기 있어도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고, 어차피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그의 아버지가 사람들을 이끌고 이리로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단조롭군.’

적운상이 수련하는 도법은 굉장히 단순했다. 쾌(快), 중(重), 변(變), 그 무엇도 뛰어난 점이 없었다. 삼류도법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계속 그 도법을 반복연습 했다. 똑같은 도법을 펼치고, 펼치고, 또 펼치고…….

마청기는 그것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가슴이 꽉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적운상은 초식을 펼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하루 종일 도법을 펼치는데도 밟았던 자리만 밟고 휘두른 곳만 휘둘렀다. 너무나 완벽해서, 보고 있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마청기는 저런 수련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금검문이나 호왕문에서 봤던 적운상의 무공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했었다.

그런데 수련방법은 너무나 단순했다. 무공을 갓 배운 하수들이나 하는 무한단순반복 수련이라니…….

정말 저런 수련만으로 그렇게 강해질 수가 있는 것일까?

마청기는 처음 며칠간은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어서자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그는 한 달 가까이 적운상이 하루 종일 단순반복 수련하는 것을 봤다. 이에 원하지 않아도 초식을 모두 외우게 됐다. 며칠 전에는 꿈속에서까지 나왔었다.

당연히 초식의 허점도 모두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적운상과 맞붙어서 싸운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노력의 정도가 달랐다. 하루 종일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저렇게 단순한 초식을 무한반복 수련한다는 것은 더욱이 그렇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묵묵히,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그는 저런 노력을 도대체 언제부터 해온 것일까?

적어도 일, 이 년은 아닐 것이다. 그 정도의 수련으로는 저렇게 강해질 수가 없다. 적어도 오 년에서 십 년 정도?

아마도 그럴 것이다.

마청기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자신도 저렇게 노력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한때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미친 듯이 수련을 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불과 며칠이었다. 폐관수련을 해도 저렇게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수련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그때 호왕문에서 적운상이 휘두른 일검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상승의 무공을 익히면 뭘 하는가?

노력의 질이 다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노력할 것을 적운상은 몇 년 만에 끝냈다. 그러니 그만큼 강할 수밖에.

* * *

 

“오는군.”

적운상이 휘두르던 칼을 거두며 정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호왕문의 문주인 마조형을 필두로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많구나.”

구혁상이 살짝 굳은 얼굴로 한마디 했다. 문인이 겨우 스무 명도 안 되는 형산파를 치기 위해 오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당연히 많게 느껴졌다.

“도망갈 줄 알았더니, 배짱은 있구나.”

마조형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약속했으니까.”

의외의 대답이었다. 단순히, 그때 호왕문에 와서 한 말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기다렸단 말인가?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흥!”

마조형은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듯, 코웃음을 치며 마청기를 봤다.

“괜찮으냐?”

“네, 아버님.”

“약속대로 왔으니 청기를 풀어줘라.”

“그러지.”

적운상이 선선히 대답했다. 마조형은 좀더 마청기를 인질로 잡고 협상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선히 풀어주자 조금 의외였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아버님.”

“그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말이냐?”

“네.”

“흠, 말해 봐라.”

“형산파와 손을 잡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생각지도 못한 말이 마청기의 입에서 나오자 마조형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옆에 있던 마인걸과 마삼이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너, 너 이 자식! 우리 청기한테 뭔 짓을 한 거냐? 뭔 짓을 했기에 저 아이가 저런 말을 하는 거냐?”

“별로. 잘 먹여주고 술 마시고 놀아준 것밖에.”

적운상이 심드렁히 하는 말에 마조형은 기가 찼다.

“뭐, 뭐야?”

“아버님, 잠시 진정하십시오. 진정하시고 일단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으음.”

“제가 그간 봐온 적 형의 무공은 상상 이상입니다. 호남일도 이존의를 삼 초식만에 꺾은 사람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금벽도문도 실상 적 형이 혼자서 무너트린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를 죽이려는 거 아니냐?”

“안 됩니다. 우리가 모두 덤벼들면 그를 죽일 수는 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은 같이 죽을 겁니다. 그럼 저와 아버님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이, 이 녀석!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그 후를 생각해 보십시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호왕문의 주력을 반 이상이나 잃게 됩니다. 더구나 지금 형산파 사람들 모두가 금검문과 상관보에 도움을 청하러 간 상태입니다. 그들이 치고 들어온다면 호왕문은 끝입니다.”

마조형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뭔가 믿는 것이 있을 거라고는 여겼지만, 설마 금검문과 상관보에 끈이 닿아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흥! 상대가 우리인 이상 그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하지만 호왕문의 세력이 반 이상 꺾여 있는 상태라면 다릅니다. 기회라 여겨 어떻게든 집어삼키려 할 겁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이번 일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습니다.”

“으음. 그들이 온다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한 번 붙어야 할 상대다. 온다면 상대해 주면 그뿐이지. 그리고 저놈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마청기는 더 이상 마조형을 설득할 수가 없자 마인걸을 봤다. 그라면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자신의 말을 들어줄 거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와 눈이 마주친 마인걸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 역시 마조형과 마찬가지로 적운상의 무공이 그렇게 뛰어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청기의 이야기는 적운상의 무공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삼류문파에서 그런 고수가 나올 리가 없었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마청기가 직접 봤다고는 하지만 마인걸이 본 것은 아니었다.

아니, 호왕문에서 적운상이 마청기를 잡아가는 것을 보기는 봤다. 그랬기에 더욱이 냉정하게 적운상을 판단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 본 적운상의 실력은 호왕문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협상 결렬인가? 사숙조님,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적운상이 사자도와 백운검을 뽑아 들며 구혁상에게 말했다.

“퇴로는 내가 확보하마.”

“부탁드립니다.”

적운상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청기, 목숨 잘 챙겨. 싸움이 시작되면 난 너하고 네 아버지 목부터 노릴 거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적운상의 말에, 마청기는 왠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금색으로 일렁이는 눈동자를 마주 대하는 순간,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건 마조형도 마찬가지였다.

오백 명이었다. 그것도 호남 남쪽의 패자인 호왕문의 정예들이었다. 그런 자신들을 상대로 그는 전혀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들었다.

그 박력에 벌써부터 몇몇 이들은 기가 눌려서 주춤거리는 것이 보였다. 시작하기도 전에 기가 죽으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였다. 필패였다.

“흐아아압!”

마조형이 크게 기합을 지르며 타고 있던 말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쿠웅!

적운상 앞에 떨어져 내린 그의 양손에는 기다란 호조가 끼워져 있었다. 뒤이어 십여 명의 사내들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쿠쿠쿠쿵!

땅에 내려선 그들 역시 모두 양손에 호조를 끼고 있었다. 살기 어린 눈과 길게 뻗어 있는 호조의 발톱, 거기에 투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덩치까지, 그들은 마치 성난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포호대(咆號隊)!

문주인 마조형이 직접 이끄는 호왕문의 최고수들로 워낙에 거칠어서 광호(狂虎)라고까지 불리는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흐흐. 갈기갈기 찢어주마.”

마조형이 하는 말에 적운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해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서로 대치해 있는 그들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빡빡한 긴장감이었다.

스윽!

적운상이 발을 반보 앞으로 내디뎠다. 공기가 급변했다. 더욱이 긴장감이 팽배해지면서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형님!”

누군가 크게 소리치며 형산파로 들어왔다. 패악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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