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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5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50화

50화. 저력

 

늦은 밤. 형양의 대로를 한적하니 가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적운상과 구혁상이었다.

“저기가 호왕문이군요.”

호왕문은 형양의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문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형산파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거참, 대문 한번 엄청 크네.”

“그러게나 말이다. 쯧.”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기를 잘 맞춰주세요, 사숙조님.”

“걱정하지 말거라.”

구혁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운상을 남겨놓고 호왕문의 담을 따라갔다.

적운상은 성큼성큼 호왕문의 정문으로 향하면서 사자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다 점점 속도를 높이더니, 이내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후우웅!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호왕문의 정문이 박살이 났다. 그러자 안에서 사람들이 고함을 치며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운상은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웬 놈이냐?”

“감히 호왕문에 쳐들어온 거냐?”

호왕문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나 상대가 적운상 혼자인 것을 보고 잠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왕문이 어떤 곳인데 혼자서 이렇게 쳐들어왔단 말인가?

“이런 미친놈!”

사내 하나가 적운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적운상의 사자도가 먼저 그를 베고 지나갔다.

파각!

“크악!”

적운상은 백운검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낙연검법과 풍뢰십삼식을 번갈아가며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사자도와 백운검이 움직일 때마다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며 꼬꾸라졌다.

“이런 죽일 놈!”

소란을 듣고 셋째인 마삼이가 나타났다. 그는 당장에 호조를 양손에 끼고 적운상을 향해 쇄도해 갔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약한 자들만 골라서 쓰러트렸다.

적운상은 절대로 한 자리에서 두 번 이상 무기를 휘두르지 않았다. 상대가 쓰러지면 다행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쉬움 없이 자리를 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다수를 상대하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놈!”

마삼이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잡히지 않는 적운상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적운상이 갑자기 마삼이의 옆으로 바짝 접근하며 사자도를 내려쳤다.

따앙!

“큭!”

호조를 타고 짜릿한 뇌기가 들어오자 마삼이가 몸을 떨었다. 그사이에 적운상의 백운검이 그의 팔을 베고 지나갔다.

쉬쉬쉿!

“크아악!”

마삼이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적운상은 그를 바짝 쫓으며 백운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자들이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괜히 덤벼들었다가 마삼이가 잘못되면 그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뭐냐?”

“으… 네놈,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한 번만 더 묻지. 이름이 뭐냐?”

적운상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삼이는 순간 적운상의 몸에서 느껴지는 박력에 기가 눌렸다. 이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이름을 댔다.

“마삼이다.”

“마 씨 삼형제 중 막내로군. 하나만 더 묻지. 패악룡을 그렇게 만든 게 너냐?”

“뭐? 그럼 너는…….”

빠악!

적운상이 발이 마삼이의 무릎을 찼다.

“크아아악!”

마삼이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주위에 있던 자들이 움찔했지만 그게 다였다. 적운상의 백운검이 마삼이의 목에서 떠나지 않는 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꾸 두 번 묻게 하지 마. 패악룡을 그렇게 만든 게 너냐?”

“크으… 그, 그렇다.”

마삼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운상이 사자도의 옆면으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빠악!

“컥!”

마삼이가 그 자리에서 기절하자 적운상이 그를 둘러메려고 했다. 인질로 잡아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때 누군가 빠르게 접근하며 두 개의 호조를 휘둘러왔다.

파파파팟!

마청기였다. 그의 호조가 적운상의 상체를 수차례나 쓸어갔다. 적운상이 제때에 피했음에도 옷자락이 잘려 나갔다.

“하아아앗!”

마청기의 호형마조는 마삼이보다 뛰어났다. 공격해 올 때는 정말 커다란 호랑이가 덮쳐오는 것같이 빠르고 강했다. 물러날 때는 신법이 워낙에 빨라, 적운상이 쫓아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청기는 적운상이 이존의와 비무하는 것을 봤었다. 그때 그는 적운상이 고수이기는 하지만 경공만큼은 형편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대청을 나가기 위해 상을 밟았을 때, 쿵 소리가 나며 부서졌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이존의가 밟은 상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청기는 그것을 기억하며 적운상과 붙어 싸우지 않았다. 경공술을 이용해서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제법이군.’

적운상은 더 이상 마청기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가 공격해 올 때만 맞받아쳤다. 대신에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을 베어 넘기면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멈춰라!”

그때 커다란 외침과 함께 마조형과 마인걸을 비롯한 호왕문의 고수들이 공중에서 주위로 내려섰다.

그러자 뜻밖에도 마청기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적운상을 공격해 갔다.

“물러서세요! 아버지!”

“뭐?”

쉬이이익!

따당!

“큭!”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다. 적운상은 마조형을 보고 그가 호왕문의 문주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래서 그와의 거리를 좁히며 사자도를 내려쳤다.

마조형은 적운상이 어느 정도로 뛰어난지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마청기는 달랐다.

그는 적운상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조형을 노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에 적운상을 향해 두 개의 호조를 휘둘러 갔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적운상의 사자도를 얼결에 맞받아친 마조형은 놀라서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적운상을 공격해 갔던 마청기의 목에는 적운상의 백운검이 대어져 있었던 것이다.

“웬 놈이냐? 청기를 어쩔 셈이냐?”

마조형이 적운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데려간다.”

“살아서 이곳을 나갈 성싶으냐?”

“당연하지. 막으면 이 녀석의 목부터 따겠다.”

마조형과 적운상의 시선이 마주쳤다.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정말로 그는 마청기를 죽일 것 같았다.

“원하는 게 뭐냐?”

마조형이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나는 형산파의 적운상이다.”

“뭐? 형산파?”

그제야 마조형은 마청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청기는 그에게 이존의를 이긴 그를 무시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나 마조형은 그 이야기를 가볍게 여겼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마조형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혼자서 이렇게 쳐들어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오늘 찾아온 것은 먼저 우리를 건드린 대가다. 허튼짓하면 이 녀석부터 죽이고 또 찾아오겠다. 달포 뒤에 형산파로 와라. 그때 승패를 결정짓자.”

“음…….”

마조형이 이대로 적운상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며 마인걸을 봤다. 그러자 마인걸이 고개를 저었다.

마청기는 마조형의 뒤를 이어 다음 대의 문주가 될 사람이었다. 마인걸은 딸만 셋이었고, 마삼이는 아들이 있기는 했지만 혼인을 늦게 해서 이제 세 살이었다.

그래서 마인걸이나 마삼이는 마청기를 제 아들처럼 귀여워했다.

“좋다. 대신에 청기가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러지.”

그때였다. 적운상의 뒤쪽에서 소란이 일면서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불이다! 불이야!”

“빨리! 마구간에 불이 났어!”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마조형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저것도 네놈들 짓이냐?”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하지. 별 쓸모가 없는 상황이 됐지만. 가자. 천천히 걸어.”

적운상이 마청기의 목에 대어져 있는 칼을 슬쩍 밀면서 말하자 그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쫓아오지 마시오. 그럼 이 녀석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서 던져놓겠소.”

“이노옴…….”

마조형이 이를 갈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 *

 

달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적운상과 구혁상은 그동안 인질로 잡아온 마청기와 함께 형산파에서 지냈다. 두 사람은 낮에는 수련을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청기는 그들이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무모한 짓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적운상이 술을 들이켜면서 말했다. 그러자 구혁상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클클.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그러게요.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죠.”

두 사람은 새외에 있을 때 죽을 고비를 한두 번 넘긴 것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남았었다.

“호왕문의 고수가 모두 올 거요. 당신들 두 사람만으로는 당해낼 수가 없소.”

“알아. 하는 만큼 하다가 안 되면 도망갈 거야.”

너무나 쉽게 말하는 적운상을 보며 마청기는 기가 막혔다. 상대는 호왕문이다. 그것도 이번에는 호왕문의 고수들이 대거 올 것이 분명했다. 그들을 상대로 싸우다가 도망갈 자신이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 걱정해 주는 거냐? 너 의외로 좋은 놈 같다. 자, 한 잔 받아. 내일이면 적이겠지만, 오늘은 친구 하자고.”

적운상이 술병을 건네자 마청기가 그것을 받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잘 마시네.”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마청기는 이상하게도 적운상이 싫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인질로 잡혀 있고, 내일이면 서로 간에 칼을 휘두를 텐데도, 적운상이 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훗!”

마청기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 * *

 

쾌청한 날씨의 아침이었다. 한 무더기의 사내들이 남악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씨 삼형제를 선두로 한 호왕문의 고수들이었다. 적어도 오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대로를 따라 걸었다.

그걸 보며 지나가는 행인들은 물론이고 길가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들이 몸을 움츠렸다.

‘벌써 왔나?’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패악룡은 마음이 급했다. 박노엽의 말대로라면 금검문과 상관보에서 벌써 사람이 와도 왔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형산파에는 오로지 적운상과 구혁상뿐이었다.

‘안 돼. 이대로 있다가는…….’

패악룡은 쩔뚝거리면서 탈각대에게 무공을 배우던 사람들을 찾아갔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뭐야? 또 너냐? 왜 또 찾아왔어!”

“아따… 우리가 뭔 힘으로 그들을 도운다고 그러나.”

“부탁이에요, 아저씨. 모두 힘을 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요!”

패악룡이 아무리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박노엽이 그에게 마지막에 알려준 방법이 이거였다. 그동안 탈각대가 무공을 가르친 사람들을 모아서 호왕문에 맞서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그들은 무림인이 아니었다. 무공을 배운 것도 겨우 두세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래도 모이면 어떻게든 될 거도 같았다.

이에 패악룡을 비롯한 탈각대원들은 다친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러나 쉽게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들 다 모른 체하는 겁니까? 형산파가 이대로 없어져도 좋단 말입니까? 크흑…….”

패악룡은 자존심을 버리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부탁하며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지금 그의 심정은 간절했다.

그때였다. 한 꼬마가 다가와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저씨, 형산파 없어져요?”

“응?”

“흑! 으아아아앙!”

꼬마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패악룡은 당황이 됐다.

“울지 마.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형산파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거짓말… 으아아앙!”

꼬마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지나가던 꼬맹이 셋이 다가왔다.

“너 왜 울어?”

“으아아앙! 형산파가 없어진대.”

“뭐? 나 흑곰 아저씨가 칼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그럼 우린 어디서 놀아?”

“난 스승님 가슴도 못 만져봤는데.”

스승님이란 홍은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으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히 이쪽으로 모였다. 패왕룡은 당황하며 아이들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옆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정말이냐?”

패왕룡이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왕 씨였다.

“아저씨…….”

“형산파가 없어진다는 것이 정말이냐고 물었다.”

“네. 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지킬 수도 있어요. 우리가 모두 몰려가서 막는다면 가능합니다. 부탁합니다, 아저씨.”

패악룡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왕 씨가 주위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뭣들 해! 형산파가 없어지면 아이들은 어쩔 거야? 옛날처럼 금벽도문같이 더러운 놈들이 또 자리를 틀고 앉으면 어쩌려고! 어여 칼들 가지고 나와!”

“하지만 왕 씨,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자네 며칠 전에 형산파의 무공 배웠다고 얼마나 좋아했어? 배운 거 써먹으면 되지. 내가 보니까 아주 잘하더만. 그리고 방금 패악룡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우리가 모두 우르르 몰려가면 지들이 어쩔 거야?”

“그,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

“그렇지!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켜야제.”

“가자고덜!”

“어따! 잠시 기다려야. 칼 챙겨야제. 어이, 마누라! 내 칼.”

그렇게 한두 사람씩 나서기 시작하자,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섰다.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러자 패악룡은 고마움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모두들 고맙습니다.”

“뭐 해? 앞장서야지.”

왕 씨가 하는 말에 패악룡이 급히 눈물을 훔치고 크게 소리쳤다.

“탈각대 앞으로!”

탈각대원들이 다친 몸을 이끌고 가장 앞으로 나섰다.

“가자!”

패악룡이 걸어가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겨우 십여 명이었다.

“어라? 저거 뭐여? 뭐 하는겨? 조 씨! 칼 들고 어디 가는겨?”

“어따, 뭐 하기는! 원 써글 넘들이 형산파를 치러 왔다지 뭐여. 그래서 손 좀 봐주러 가는 거제.”

“그래? 잠시만 기다리더라고.”

탈각대가 그의 집 담을 다시 세워줬고, 성격 더러운 아들놈도 사람을 만들어줬다. 게다가 보아하니 사람들도 많다. 그가 합세했다.

“어! 저기 패악룡 형님 아냐? 어디 칼질 하러 가나 보네. 가보자.”

“같이 가요.”

주점에 앉아서 아침부터 술을 푸던 한량들이 대로를 따라 당당하게 걸어가는 패악룡 일행을 보고 합세했다. 골목에서 낄낄거리던 그의 친구들도 끼어들었다.

“저게 뭔 일이여! 싸움 났는가벼. 아들아! 얼마 전에 받은 칼 있제. 그거 좀 갖고 온나.”

“같이 가유, 아부지.”

“그럴까?”

아들과 아버지가 대열에 합세했다. 십여 명이 이제는 사오십 명으로 불어 있었다. 사람은 계속 늘어갔다.

“아… 아…….”

기루의 방 안에서 묘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탕탕!

“뭐 해, 이년아! 빨리 나와!”

“아이 씨! 왜 그래요?”

“네가 좋아하는 패악룡이가 사람들 끌고 한바탕 하러 간다잖아.”

“어머! 정말이요?”

방문이 열리면서 달랑 옷 하나를 걸친 여인이 나왔다.

“그래. 저기 봐봐. 옆에 있는 동동루의 잡년들까지 모두 나왔어. 우리도 갈 거니까 빨리 옷 챙겨 입고 나와.”

“예? 우리가 가서 뭐 해요?”

“아, 몰라, 이년아. 아무튼 동동루 년들한테 질 수는 없잖아. 아 참! 나올 때 저번에 받은 칼 챙기고.”

“그거 얼마 전에 불쏘시개로 썼잖아요.”

“그럼 식칼이라도 들고 나와!”

“알았어요. 가면 되잖아요! 괜히 신경질이야. 아저씨, 다 들었죠? 오늘은 이만.”

여인이 침상에 발가벗고 있는 사내를 향해 눈을 한 번 찡긋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기녀들이 합세했다. 객잔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도 합세를 했다. 사람들은 계속 늘어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패악룡이 이끄는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 손에는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탈각대한테 받은 칼을 들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식칼이나 부지깽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형산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몇 명인지 짐작도 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산을 올랐다.

그것이 훗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형산파 전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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