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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8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85화

85화. 재대결 (1)

 

혁무한은 도자명이 은서린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사자왕과 싸우다가 어이없이 패하고 말았다. 사자왕은 그가 평상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대였다.

이에 오십 초식을 갓 넘겼을 때는 이미 사자왕의 칼이 목에 와 있었다.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힌 혁무한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런데 사자왕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자왕은 혁무한과 겨루면서 그의 숨어 있는 힘을 간파하고, 전력을 다해 다시 한 번 겨루기를 원했다.

하지만 혁무한은 사자왕과 그렇게 싸울 이유가 없었다. 혁무한은 마음이 급했다. 빨리 은서린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갈 곳이라고는 뻔했다. 적운상밖에 없었다. 이에 한시라도 빨리 장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자왕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칼질을 해대니 짜증이 났다.

혁무한의 무공이 뛰어났기에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혁무한은 끝까지 사자왕을 상대하지 않았다. 도망치듯이 장사까지 왔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소?”

혁무한이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사자왕이 떡하니 앉아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렇게 객잔 안까지 따라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그는 한 번도 돈을 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밥 먹다가도 몇 번이나 칼을 휘둘러 난장판을 만들곤 했다. 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중원 요리는 맛있군. 하지만 너무 기름진 게 흠이야. 담백한 맛이 부족해.”

동문서답(東問西答)이었다. 혁무한이 그를 어쩌지 못하면서도 짜증이 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저거였다. 사자왕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오로지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자기만의 생각이 딱 굳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적운상을 찾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적운상은 이곳 장사에 있소. 그러니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말고 그를 찾아가시오.”

“크크크. 그런 거짓말에 내가 속을 것 같은가? 적운상이 있는 곳을 그렇게 쉽게 가르쳐줄 리가 없잖아.”

사자왕이 유일하게 제대로 말대답을 하는 화제가 바로 적운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오. 오히려 적대관계에 있소. 그런데 왜 그를 감싸겠소.”

“흥! 난 안 속는다. 그런 말로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마라. 어서 밥이나 먹어. 먹고 나서 다시 한 번 겨루자.”

혁무한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건 사자왕이 원하는 바였다.

“왜? 한 번 붙을까?”

“됐소.”

퉁명스럽게 대답한 혁무한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슬쩍 창밖을 바라봤다. 이곳은 삼층이었다. 혁무한은 사자왕을 떼어버릴 생각으로 일부러 이곳으로 왔다. 무공은 사자왕이 혁무한보다 높을지도 모르나 경공은 아니었다. 혁무한은 여기까지 오면서 그것을 알아챘다.

마침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사내 세 명이 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모두 허리에 칼을 차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림인들이 분명했다.

혁무한은 그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너는 동추가 아니냐? 적운상은 어디에 있느냐?”

“뭐?”

사내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혁무한을 봤다. 사자왕도 적운상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혁무한이 탁자를 발로 차올렸다.

쾅!

“헛!”

탁자가 뒤집어지면서 그 위에 있던 요리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것을 피해 사자왕이 급히 뒤로 피하는 사이에 혁무한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이놈! 어딜 가느냐!”

사자왕이 크게 소리치며 혁무한을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혁무한 때문에 요리를 온몸에 뒤집어쓴 사내들이 그 앞을 막아서며 칼을 뽑아 들었다.

“이 자식! 한패렷다!”

“이래놓고 어딜 가려고!”

“비켜라!”

사자왕이 그들을 무시하며 밀치고 가려 했다. 그러자 사내들이 사자왕을 향해 칼을 휘둘러왔다.

“비켜!”

따악!

우측에서 칼을 휘둘러오던 사내가 사자왕의 커다란 손에 따귀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뒤이어 그 옆에 있던 사내는 손등에 따귀를 맞았고, 마지막 한 명은 직격으로 얼굴을 맞아 몸이 그 자리에서 한 바퀴나 돌며 엎어졌다.

한순간에 세 명을 해치운 사자왕이 급히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혁무한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쥐새끼 같은 놈…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다.”

사자왕이 이를 빠드득 갈며 혁무한이 사라진 곳과는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혁무한이 그쪽으로 갔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 * *

 

객잔을 나온 혁무한은 곧바로 나루터로 향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사자왕이 따라온다 해도 어쩌지 못하리라 여겼다.

나루터에는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혁무한은 그 뒤에 가서 줄을 섰다. 마침 강 맞은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을 태운 나룻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쪽을 보던 혁무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적운상…….”

적운상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이은성과 진웅, 백묘묘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혁강운까지 같이 타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혁무한은 일단 저들을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운상이 은서린과 만났다면 저들과 함께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아직 은서린을 만나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혁무한은 일단 은서린부터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었다. 하필 백묘묘가 그를 알아본 것이다.

“어! 저기 혁무한이 있어요!”

백묘묘의 외침에 모두가 그쪽을 봤다. 그러자 혁무한이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나려는 것이 보였다.

나룻배는 아직 나루터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거리가 제법 되는데도 혁강운과 이은성은 동시에 몸을 날렸다. 뒤이어 진웅과 백묘묘가 나루터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경공을 할 줄 모르는 적운상은 끝까지 배에 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급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저 주먹만 움켜쥘 뿐이었다.

“무한아!”

“혁무한!”

혁무한은 혁강운과 이은성이 따라붙자 재빨리 경공을 펼쳤다. 혁강운은 혁무한을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쳤다.

“아버님이 위독하시다!”

앞으로 내달리던 혁무한이 멈칫했다. 그러다 곧 혁강운이 거짓말을 한다고 여겼다. 통천문에서 유일하게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인 혁세명이었다. 더구나 혁무한이 며칠 전에 그를 봤을 때는 멀쩡했었다.

그러니 위독하다는 말이 사실일 리가 없었다. 혁무한은 혁강운의 말을 무시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혁강운의 외침에 그러지를 못했다.

“독에 중독되었단 말이다!”

혁강운이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게 정말이야?”

“그래. 네가 여기서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동안 독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고 계시다.”

“무, 무슨 독이야? 어떤 자식이 그런 거야?”

“최근 호남에 돌고 있는 그 독이다. 범인은 지금 찾고 있어.”

그 독에 대한 것은 혁무한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독에 중독된 사람은 마치 잠든 것처럼 며칠이나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죽는다. 범인은커녕 해독조차도 할 수가 없어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다.

“치잇…….”

혁무한이 분한 마음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혁강운이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같이 돌아가자.”

그때였다.

“위험해요!”

백묘묘의 외침에 혁무한과 혁강운, 이은성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공중에서 누군가가 칼을 뽑아 들고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역광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 사이에 공중에 떠 있던 사람이 떨어져 내리면서 칼을 내려쳤다.

후우우웅!

“웃!”

세 사람이 동시에 좌우로 흩어졌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칼을 휘둘렀던 이는 세 사람 중 혁무한을 쫓았다. 한걸음에 바짝 거리를 좁히며 칼을 횡으로 휘둘렀다.

“넌…….”

그제야 혁무한은 상대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적운상이었다. 혁무한이 다급하게 뒤로 뛰어오르자 발밑으로 적운상의 칼이 바람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후웅!

“이 자식!”

혁무한이 욕을 하며 공중에서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검을 뽑아 적운상의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적운상은 물러나지 않고 사자도로 힘껏 맞받아쳤다.

따앙! 빠지직!

“크윽…….”

혁무한은 손으로 파고드는 뇌기 때문에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더구나 적운상이 계속 밀고 들어오자 제대로 땅에 내려설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혁무한은 적운상의 어깨와 배를 노리고 발길질을 했다. 적운상이 그걸 팔로 막아내자 그 반탄력으로 혁무한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회전시켜서 일어났다. 기가 막힌 임기응변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적운상이었다. 그는 혁무한이 애써 벌린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사자도를 휘둘렀다. 내려찍는 발에 의해 땅이 파고들었고, 휘둘러지는 사자도에서는 뇌기가 일며 빠지직거렸다.

“웃!”

혁무한이 급히 상체를 뒤로 젖혀 피했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적운상의 사자도가 바로 앞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머리카락 몇 올이 뇌기에 의해 파직거리며 타버렸다.

혁무한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적운상의 무공은 초식은 단순하지만, 위력이 엄청났다. 마치 사자왕과 겨루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자왕은 칼과 함께 사람까지 날려버릴 정도로 무식하게 강했었는데, 적운상도 그에 못지않았다.

‘전과는 다르다!’

혁무한은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적운상은 며칠 전에 겨뤘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단순히 무기가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황금색으로 일렁이는 무심한 눈동자를 마주 대할 때마다 이상하게 기가 눌렸다. 뭔가 근본적인 것이 그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한다!’

“하앗!”

뒤로 물러나기만 하던 혁무한이 갑자기 앞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적운상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이어서 다리와 팔을 베어갔다. 며칠 전에 적운상을 쓰러트린 그 초식이었다.

“안 돼!”

이은성이 다급하게 외치며 검을 뽑아 들고 적운상과 혁무한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는 적운상이 혁무한과 겨루기 위해 수련하는 것을 봤었다. 적운상은 오로지 저 초식에 맞설 방법만을 밤낮으로 칼을 휘두르며 연습했었다. 그대로 놔둔다면 혁무한의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따앙! 빠지지직!

“크헉!”

세 사람의 검과 도가 한순간에 엉켰다. 이은성의 검이 혁무한의 목 앞에서 간신히 적운상의 사자도를 막았다. 하지만 검을 타고 뇌기가 파고들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혁무한의 검은 어느새 뽑아 든 적운상의 백운검에 의해 막혀 있었다.

혁무한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은성이 아니었다면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이 이렇게까지 강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구나 이은성이 자신을 구해준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을 하던 이은성이 왜 도움을 준 것일까?

“적 공자. 손에 사정을 두시오. 부탁이오.”

혁강운이 다가와서 포권을 하며 적운상에게 부탁했다. 솔직히 혁강운은 조금 의외였다. 혁무한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그였다.

적운상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간단하게 혁무한을 제압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혁무한은 혁강운이 자신 때문에 적운상에게 굽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 자신의 형은 절대로 저런 놈한테 굽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흐아아앗!”

혁무한이 목 앞에 겹쳐져 있는 적운상의 사자도와 이은성의 검을 좌측 손바닥으로 쳐올렸다. 그러면서 백운검에 막혀 있던 검을 비틀어서 적운상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멈춰!”

혁강운이 놀라서 검을 찔러가는 혁무한의 팔을 쳐 내렸다. 그러자 그 틈에 적운상이 백운검으로 혁무한의 목을 그어 올리려고 했다. 그걸 보고 이은성이 급히 적운상의 백운검을 쳐냈다.

“적 형!”

따앙! 파지직!

“크윽!”

이은성은 손으로 파고드는 뇌기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비켜!”

적운상과 혁무한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면서 적운상은 백운검으로 낙연검법을 펼쳐 이은성을 뒤로 서너 걸음이나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사이에 혁무한은 혁강운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어버렸다.

“흐아아앗!”

“하아아압!”

적운상과 혁무한이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검과 검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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