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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7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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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아! 형산파 72화

72화. 혁무한 (3)

 

혁무한이 말을 끝내는 순간 움직였다. 목표는 백묘묘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녀가 가장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앗!”

백묘묘는 설마 자신을 먼저 노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다급하게 쌍검을 휘둘렀지만 어느새 바짝 접근한 혁무한이 왼손으로 그녀의 양팔을 쳐냈다.

“아악!”

가볍게 맞은 것 같은데도 양쪽 팔이 마비가 되면서 두 개의 중검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혁무한이 그녀의 마혈을 짚었다.

“혁무한!”

이은성의 검이 그의 등을 노리고 찔러갔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이렇게 뒤에서 공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인으로서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혁무한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에 그런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쉬쉬쉬쉿!

혁무한이 몸을 이동해서 백묘묘의 옆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의 등을 노리고 검을 찔렀던 이은성이 놀라서 급히 검을 거뒀다. 안 그러면 백묘묘가 다치기 때문이었다.

그사이에 혁무한이 낮게 앉아 몸을 회전시키면서 이은성의 다리를 쓸어 찼다.

촤아아아악!

혁무한의 발이 땅에서 원을 그리자 빗물이 위로 튀어 올랐다. 이은성이 뒤로 물러나며 그의 발차기를 피하기는 했지만 빗물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다.

이은성이 내기를 끌어올려 이어질 혁무한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혁무한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그는 진웅을 공격해 가고 있었다.

“흐랴아앗!”

진웅이 크게 기합을 지르며 적룡창으로 혁무한을 후려쳤다. 내기가 제대로 실린 공격이었다.

철혈보의 가전절기인 육합신창(六合神槍)은 위력에 치우친 창법이었다. 그 육합신창을 진웅은 어렸을 때부터 십여 년을 넘게 익혀왔다.

거기다 적룡창은 천응방주인 백태정이 직접 만든 창으로 창대가 모두 쇠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위력이 굉장했다.

진웅은 당연히 혁무한이 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혁무한은 놀랍게도 그가 휘둘러오는 적룡창을 좌측 손바닥 하나로 막아냈다.

퍼엉!

“크윽!”

순간 진웅은 적룡창을 놓칠 뻔했다. 그만큼 튕겨져 나오는 충격이 대단했다. 그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어느새 혁무한이 그에게 바짝 접근해 있었다.

퍼엉!

“크헉!”

혁무한의 우측 손바닥이 진웅의 가슴을 쳤다. 그러자 진웅이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나갔다.

“진웅!”

이은성이 급히 몸을 날려 진웅을 받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진웅은 이미 빗물이 고여 있는 땅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면서 나가떨어졌다.

백묘묘가 당하고 이어서 진웅도 당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은성까지 세 사람이 혁무한을 상대로 펼친 초식은 십여 초식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두 명이 쓰러진 것이다. 백묘묘나 진웅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호남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제법 알아주는 실력이었다.

“후후. 역시나 그렇게 움직일 줄 알았지.”

혁무한이 미소를 지으면서 정자를 봤다. 어느새 적운상이 은서린을 안고 있었다.

혁무한은 그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은성과 백묘묘, 진웅을 상대하면 적운상은 당장에 합세하지 않고 은서린에게로 먼저 갈 거라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았다.

만약 처음부터 적운상이 이은성과 함께 협공을 했다면 혁무한으로서도 이렇게 쉽게 백묘묘와 진웅을 제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뜻대로는 되지 않아. 그 혈도를 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혁무한이 적운상을 향해 말했다. 적운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말대로였다. 그는 혁무한이 짚은 마혈을 풀 수가 없었다. 혈을 짚은 방법이 워낙에 독특했고, 무엇보다 혁무한의 내공이 적운상보다 강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지키고 있어.”

적운상이 주양악을 향해 나직이 말하고 품에서 단도를 뽑아 들었다.

쏴아아아아아!

빗줄기가 더 심해졌다. 거기에 더해 조금씩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은성과 적운상이 혁무한을 사이에 두고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도 혁무한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뭐 해? 어서 덤벼봐.”

혁무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은성과 적운상이 그를 공격해 갔다.

쉬쉬쉬쉿!

이은성의 검이 혁무한의 상체를 노리고 빠르게 찔러갔다. 적운상은 그의 다리를 발로 차면서 단도로 목을 찍으려고 했다.

혁무한이 상체를 뒤로 젖혀 이은성의 검을 피했다. 그리고 적운상의 단도를 손으로 쳐내면서 한쪽 발로 힘껏 땅을 찍었다.

텅!

하체를 쓸어가던 적운상의 발이 거기에 부딪치자 맥없이 튕겨 나왔다. 정강이가 얼얼했다.

“하앗!”

이은성이 제선검법을 펼쳤다. 그는 혁무한이 움직이기도 전에 동작을 미리 차단하면서 검을 찔러갔다. 이은성은 이미 몇 번의 깨달음을 통해 무공이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신검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였다.

“흥!”

혁무한은 움직임이 미리 봉쇄되는데도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는 적운상이 있었다.

쉬쉿!

적운상이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단도 하나로만 펼치는 풍뢰십삼식이었지만 무상지검에 오른 그의 동작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타타타타탁!

혁무한이 적운상이 공격해 오는 걸 양손으로 정신없이 쳐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손바닥이 맞부딪쳤다.

퍼엉!

“크윽!”

“흡!”

두 사람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적운상은 상대의 내공이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 저 정도의 내공이라면 호남일도 이존의보다 강했다.

손목이 얼얼하고 팔이 저려왔다.

혁무한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이렇게 서로 장력을 부딪치면 내공의 우위에 따라 뒤로 튕겨나가거나 내상을 입는다. 하지만 적운상과 장력을 부딪치자 짜릿한 기운이 갑자기 심장까지 파고들었다.

자신은 세 걸음을 밀렸지만 적운상은 여섯 걸음을 밀렸다. 내공의 우위가 확실한데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쉬쉿!

혁무한이 뒤로 밀리자 이때다 싶어 이은성의 검이 그의 하체를 베어갔다. 그러자 혁무한이 공중제비를 돌며 그를 뛰어넘었다. 적운상의 장력에 밀리는 와중에도 그렇게 피해낸 것이다.

쏴아아아아아아!

빗줄기가 더욱 두꺼워졌다. 마치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았다. 이은성과 적운상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혁무한도 그에 맞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이은성은 혁무한의 무공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혼자서 싸웠다면 벌써 제압당해도 제압당했을 것이다.

‘그동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확실히 예전에는 그가 혁강운보다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개망나니 짓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혹시, 일부러 그랬던 건가?’

이은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장래 유망했던 그가 왜 일부러 그런 짓을 하겠는가?

“내가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겠소. 그때 공격하시오.”

“그러지.”

이은성의 말에 적운상이 바로 대답을 했다.

사실 적운상은 이렇게 둘이 한 사람을 협공하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항상 혼자서 싸워왔었다. 상대가 강하건 약하건 늘 혼자서 상대했었다. 같이 다니던 구혁상이 함께 싸울 때는 상대가 다수였을 때뿐이었다.

그래서 이은성과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방금도 이은성 때문에 조심을 하느라 전력으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혁무한이 너무 강했다.

그는 사자도와 백운검을 가지고 몸 상태가 좋은 상태에서 겨룬다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 지금 적운상은 무기라고는 단도 하나뿐이었고, 삼노 허우생에게 당한 어깨의 상처도 그대로였다.

“타핫!”

이은성이 움직였다. 그는 제선검법을 극한까지 펼쳐서 혁무한의 움직임을 미리 차단했다. 만약 혁무한이 무리해서 움직이려 한다면 이은성의 검에 스스로 찔리는 꼴이었다.

그사이에 적운상이 혁무한과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타타타타탁!

혁무한과 적운상의 손이 정신없이 얽히며 부딪쳤다.

혁무한은 적운상이 휘둘러오는 단도를 쳐내는 틈틈이 반격을 해왔다. 이은성이 제선검법으로 움직임을 미리 막고 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서 공격하자 아까와는 달랐다. 혁무한은 금세 수세에 몰려 방어하기에만 급급해졌다.

“쳇!”

혁무한이 낮게 혀를 찼다. 그러면서 허리에 장식으로만 차고 있던 검을 처음으로 뽑았다.

채챙! 파각!

“크윽!”

그의 칼이 뽑히는 순간 적운상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팔과 다리를 베였기 때문이다. 목으로 들어오는 검을 단도로 쳐내는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적운상은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팔과 다리가 뜨끔하더니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저도 모르게 풀썩 무릎이 꺾였다.

이은성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 역시 팔과 다리를 베여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적운상이 당한 것과 똑같은 초식에 당한 것이다.

“사형!”

주양악이 놀라서 적운상을 크게 불렀다. 그녀는 지금까지 적운상이 저렇게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당당하고, 무너지지 않는 산과 같이 우뚝 서 있던 적운상이었다.

적운상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혁무한이 다가와서 마혈을 짚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서린이가 슬퍼하니 죽이지는 않으마.”

“끄으으으…….”

이은성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혁무한이 그런 이은성에게 다가가서 발로 턱을 걷어찼다. 그러자 몸이 파라락 돌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흥! 호남 최고의 후기지수 좋아하네. 퉤!”

침을 한 번 뱉은 후에 그는 은서린과 주양악이 있는 정자로 다가갔다.

주양악은 품에서 두 개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은서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가까이 오지 마!”

“비켜!”

혁무한이 기세를 뿜어내자 주양악이 주춤거리며 겁을 먹었다. 그녀는 지금껏 이런 살기 가득한 기세를 대한 적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간 적운상에게 무섭도록 단련이 된 그녀였다. 이를 악물고 두 개의 단검을 휘둘러 혁무한을 베어갔다.

쉬쉬쉬쉿!

“흥!”

타타타탁!

혁무한이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쳐내면서 마혈을 짚으려고 했다.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가 상체를 확 숙이면서 쌍검을 휘둘러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파각!

혁무한이 급히 피하기는 했지만 팔의 옷깃이 베였다. 하지만 주양악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의 옷깃을 벤 대가로 그녀는 얼굴을 제대로 얻어맞고 저만치 나가떨어져야만 했다.

“아악!”

주양악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밖에 있는 놈들보다 네가 낫구나.”

적운상이나 이은성조차도 그의 옷깃을 베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주양악에게 베인 것이다.

“이익!”

주양악이 몸을 일으켜서 다시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나 혁무한이 먼저 움직였다.

텅!

“컥!”

주양악은 혁무한에게 목이 잡힌 채 몸이 붕 떠올라 뒤에 있던 기둥에 등을 부딪쳤다. 혁무한이 여전히 주양악을 들어 올린 채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끄으윽!”

주양악이 양손에 들고 있던 쌍검을 휘둘러 혁무한의 팔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혁무한이 주먹으로 그녀의 배를 치자 힘이 쭉 빠지면서 단검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큭큭. 몸이 괜찮구나. 이대로 맛 좀 볼까?”

혁무한이 비릿한 웃음을 띠며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러다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은서린이 분한 듯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혁무한은 당황이 됐다. 자신도 모르게 포악하게 굴려고 했던 것이 후회됐다.

사실 그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혁세명이 그를 십 년 동안 가둬놓고 억지로 수련을 시키는 바람에 성격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적운상이 한 번씩 돌아버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음…….”

혁무한은 잡고 있던 주양악을 놓았다. 그리고 은서린에게 다가가서 혈도를 풀어줬다. 그러자 은서린이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화가 나서 내공이 잔뜩 실려 있었다.

퍼퍽! 퍽!

그녀의 주먹을 맞은 혁무한이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녀의 약한 내공으로는 혁무한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요혈을 노리고 친다면 다치게 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성을 잃고 휘두르는 주먹이라서 마구잡이였다.

혁무한은 울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그녀의 주먹을 고스란히 그대로 모두 맞았다. 마치 이설아가 자신을 질책하고 때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맞고 있으면 예전에 그녀에게 한 짓이 용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으윽……. 흑……. 나쁜 놈, 죽여 버릴 거야. 흑… 흐윽…….”

은서린은 혁무한을 때리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혈도가 눌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갓 움직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혁무한은 그런 은서린을 꼭 껴안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흐윽. 놔아. 놔…….”

혁무한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 꼭 껴안은 그대로 수혈을 눌러 잠재운 후에 빗속으로 몸을 날렸다. 적운상과 이은성은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했다.

두 사람 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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