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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6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64화

64화. 비무 (1)

 

치이이익!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물에 담그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백구환은 물에 담갔던 쇠를 꺼내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다시 담금질을 시작했다.

“할아버지.”

백수연이 부르는데도 백구환은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담금질만 했다.

“전에 말한 사람을 데려왔어요.”

그제야 백구환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백수연과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조금 잘생긴 얼굴에 묘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젊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적운상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네? 네.”

백수연이 의외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지금까지 백구환은 누가 왔다고 해서 자신이 하던 일을 중간에 이렇게 놔두고 만난 적이 없었다. 보통은 일을 마친 후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 급할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대화를 하곤 했었다.

“수연이 너는 가서 차라도 내오너라. 우리는 저쪽으로 가지.”

백구환이 대장간 밖의 정자를 가리켰다. 돌로 된 탁자와 의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모두 자리를 잡자 상관지곡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음, 누군가?”

“상관보의 상관지곡이라고 합니다.”

백구환은 말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그러고는 적운상을 봤다.

“자네로구먼.”

“적운상입니다.”

적운상은 그저 이름만 말했을 뿐 예를 갖추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백구환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자네의 칼을 봤네.”

“언제쯤 가능한 겁니까? 날 좀 세워달라고 했더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군요.”

“허허. 그랬나?”

백구환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때 시비에게 차를 내오라고 시킨 백수연이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웃으실 때도 있으시네요.”

“너희들이 마음에 드는 짓만 한다면 언제든 이리 웃을 게다.”

“그 말은 손녀인 저보다 저 사람이 더 마음에 든다는 말인가요?”

“네가 사내였다면 아니었겠지.”

“또 그 말씀이네요.”

백구환은 손자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아들인 백태정은 다방면으로 능력이 뛰어났지만 후사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딸만 둘이었던 것이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데릴사위를 생각하고 있었고, 백구환도 그걸 인정한 상태였다.

“후후. 적운상이라고 했나? 물어볼 게 있네만.”

“물어보십시오.”

“사자왕을 만났나?”

순간 백구환과 적운상의 눈이 강하게 부딪쳤다.

“네.”

“어떻게 그를 이겼지?”

“운이 좋았습니다.”

“운만으로 신강의 사자왕을 이겼단 말을 누가 믿겠나?”

“사실입니다. 그날 사자왕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열이 심했었죠.”

“그런데도 자네하고 겨뤘단 말인가?”

“나중에 겨루자고 했더니, 약속을 깨기 싫다고 그냥 하자고 하더군요.”

“음, 어쩌면 자네를 우습게보고 그랬을지도 모르겠군.”

그때 시비가 차를 내오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그러자 모두 아쉬움을 느끼며 빨리 적운상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특히 주양악이나 은서린은 적운상의 과거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거라 관심이 많았다. 평상시의 적운상은 틈만 나면 수련을 시키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이에 그의 과거에 대한 것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몇 초식을 겨뤘나?”

백구환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물었다.

“반나절을 겨뤘습니다.”

“꽤 시간이 걸렸군.”

보통 고수 간의 대결은 짧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서로 간에 실력 차이가 많이 나건 비슷하건 마찬가지였다.

고수는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칼을 뽑았다 하면 몇 초식만에 승부가 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누구랑 누가 삼박 사일 동안 싸웠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 때가 있다. 그렇게 오래 싸우면 싫든 좋든 간에 같은 초식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되는데, 고수가 그 초식의 허점을 못 잡아낼 리가 없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칼을 휘둘러 본 사람들은 그런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런 소문은 대개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이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였다. 승부가 갈린 이후에 서로의 무공을 비교하며 며칠씩 논검(論劒)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잘못 알고 그렇게 소문이 나기도 했다.

어쨌든 사자왕은 신강에서 알아주는 고수였다. 그런 사자왕을 이겼으니 적운상도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나절이나 싸웠다고 하니, 상당히 장시간 동안 싸운 것이었다.

서로 가진 무공을 밑바닥까지 다 보여줬다는 뜻이다.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 저는 사자왕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었죠. 그래서 시간을 끌며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습니다.”

“허! 반나절 동안이나 그리했단 말인가?”

“네.”

“훗! 그 사람 꽤나 울화가 치밀었겠다.”

주양악이 그때의 상황이 짐작된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사형하고 싸우면 울화통이 터져서 오래 못 버티거든요. 그런데 반나절씩이나 버티었다니 대단한 거죠. 아까 그 사람도 꽤나 버텼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무리하다가 죽었잖아요.”

모과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백구환이 무슨 말인지 몰라 백수연을 봤다. 그러자 백수연이 아까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음……. 그런 일이 있었나? 통천문에서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텐데 어쩔 생각인가?”

“별 생각 없습니다.”

적운상이 앞에 있는 차를 후루룩거리면서 말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백구환은 잠시 멍하니 적운상을 봤다. 뭘 믿고 저렇게 대담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호남제일의 세력일세. 마음만 먹으면 자네는 물론이고 자네의 사문까지 한순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네.”

“제 사숙조님이 항상 말하기를, 협(俠)과 의(義)가 없는 칼질은 사파의 살귀(殺鬼)들이 휘두르는 칼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칼을 휘두른 적이 없습니다.”

“…….”

순간 백구환은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저렇게 자신 있게 협의를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적운상의 말은 상대가 통천문인데도 상관없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했다는 뜻이었다. 대담하면서도 신념이 강하다는 증거였다.

‘음…….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튀어나온 게지. 허허. 잔잔했던 호남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겠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한다. 그럼 평화로운 시기의 영웅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못한다. 열등감에 시기하고 질투하고,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 봐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하지만 달리 뛰어나다 하겠는가?

온갖 시련을 거치고 벽을 넘어서며 그들을 꺾어 누르면, 어느 순간 시기와 질투는 선망과 존경으로 바뀐다. 그리고 우상시하게 된다. 그렇게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자왕이 스스로 자네에게 칼을 맡긴 게로군.”

백구환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원래대로 돌렸다.

“아닙니다.”

“응?”

“그가 맡긴 게 아닙니다. 제가 빼앗아 온 겁니다. 그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반나절이나 저랑 겨뤘습니다. 마지막에는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습니다.”

고수는 하루나 이틀 정도는 물 한 모금 안 마시고도 칼을 휘두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그렇지 겨우 반나절 만에 그리됐다니, 적운상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제 칼은 부러져서 반 토막이 난 상태였습니다. 그걸 던졌는데 사자왕이 피하다가 발이 미끄러졌죠. 그러면서 거기에 있던 바위에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정신을 잃고 있기에 사자도를 가져온 겁니다. 모양도 멋있고, 잘 드는 칼이라 여겼거든요. 그리고 사자왕을 이겼다는 증거도 필요했고요. 덕분에 한동안은 편했습니다. 그 전에는 실력도 안 되면서 덤벼드는 놈들이 많았는데, 사자도를 보여주면 알아서 기더군요.”

백구환은 기가 막혔다. 백수연에게 적운상이 약관 정도 되어 보인다고 들었을 때, 도대체 그 나이에 어떻게 사자왕을 이겼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설마 저런 식으로 싸웠을 줄이야.

“크큭. 하하하하.”

갑자기 백구환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보통은 저렇게 이겨도 숨기고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런데 적운상은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사실을 말했다.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호탕하다고 해야 할지.

백수연은 백구환이 이렇게까지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상관지곡이 그런 백수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럼 서장의 장검운사는 어떻게 이겼나? 설마 그의 검도 빼앗아 온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백운검은 그가 저한테 준 겁니다.”

“호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와 처음 비무를 했을 때, 삼 초식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계속 도전을 했구먼.”

“그렇습니다. 달포를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싸웠습니다.”

“장검운사가 용케도 도전을 계속 받아줬군.”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독에 중독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 쯧쯧.”

백구환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마지막 비무에서 그는 저한테 가슴을 베이고도 웃었습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훌륭하다고 하면서 제게 백운검을 맡겼습니다.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음…….”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백구환이 입을 다물었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랬군. 그때가 언제였는가?”

“한 삼사 년 정도 된 것 같군요.”

“허!”

백구환이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삼사 년 전이라면 적운상의 나이가 열대여섯 살 정도였을 터. 그런데도 사자왕을 그렇게 꺾고 장검운사까지 이겼단 말인가?

“자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군.”

“지난 일이니까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사실 그때의 일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후. 그렇겠지. 어떤가? 좀 더 여기서 머무는 게. 저녁때 같이 술이라도 한잔하세.”

“좋죠. 어차피 그러려고 했습니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백수연을 봤다. 그러자 백수연은 그제야 적운상이 내건 조건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실은 적 공자가 이리로 오는 조건으로 본 방의 고수들과 비무를 하기로 했어요.”

“응? 허허. 사자왕과 장검운사를 꺾은 그다. 나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 누가 겨룬단 말이냐?”

“뭔가 오해를 한 것 같군요.”

적운상의 말에 모두가 그를 봤다.

“비무를 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여기 제 사매들입니다.”

“에엑? 사형!”

“적 사형!”

주양악과 은서린이 놀라서 동시에 적운상을 불렀다.

“왜?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하고 겨뤄야 실력이 늘지.”

적운상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백수연이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주양악과 은서린 역시 인상을 팍 찡그리고 적운상을 봤다.

갑자기 왜 천응방과 비무를 하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 * *

 

적운상은 그곳에서 계속 백구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사이에 백수연이 나가서 비무를 할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거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형산파에서 상관보로 가다가 중간에 오해로 인해 한바탕 했던 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야아. 여기서 또 보는군요.”

철혈보의 진웅이 반가운 얼굴을 하며 다가왔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네.”

백수연의 동생인 백묘묘가 한쪽에 앉으며 말했다. 신검문의 이은성은 은서린을 보고 흠칫하며 놀란 눈을 하다가 곧 미소를 지었다.

“다시 보는구려.”

“네…….”

은서린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백구환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웬일들이냐, 여기는? 아직도 그렇게 몰려다니는 게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직 일이 해결되지 않았으니 힘을 모아야죠.”

진웅이 하는 말에 백구환이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어떻게 아는 거냐?”

“아, 며칠 전에 한 번 만났었습니다. 수상한 자들을 쫓고 있었는데,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한바탕 했었거든요.”

“오해?”

“네.”

진웅이 그때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백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었군.”

최근 호남에는 이상한 독에 중독되어 죽는 사람이 늘고 있었다. 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십여 일 정도 의식을 잃고 있다가 그대로 죽었다. 그 외의 특징은 일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저 잠을 잔다고만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죽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사인이 같을 뿐이었다. 일반 양민에서부터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중독되어 죽어갔다.

호남일도 이존의가 한동안 조사를 했던 사건도 바로 그 일이었다. 적운상이 만났던 독무곡의 곡지연 일행도 그 일 때문에 금검문에 왔다가 해독하지는 못하고 그냥 가지 않았던가?

백검회에도 독에 중독되어 죽은 이가 있었다. 무려 일곱 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범인을 찾기는커녕 해독조차도 못 하고 그저 죽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진웅 일행이 그날 밤, 적운상과 한바탕 하기 전에 쫓던 자들이 그 사건과 관계가 있었다. 한 달여를 끈질기게 조사한 결과 간신히 꼬리를 밟았었는데, 그렇게 놓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백검회는 물론이고 다른 칠대세력 모두 중독자들이 나타났지만 유일하게 통천문만큼은 중독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천문이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지만 주위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증이 없으니 어찌하지 못하겠지. 너희들도 함부로 나서지 말거라. 자칫 백검회에 화가 미칠 수도 있다.”

“혼자서 맞서는 자도 있는데요. 뭐.”

진웅이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적운상을 봤다. 사실 이들이 그냥 여기로 온 것은 아니었다. 적운상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번 보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진웅은 의외였다. 그때 잠시 겨뤄봐서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느끼기에 통천문의 광혈도를 일 초식에 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아까 오면서 적운상이 모과종까지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백수연의 호위무사에게 그때의 상황을 자세하게 물어보니, 서로 간에 싸움을 질질 끌다가 한순간에 끝났다고 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격하게 붙었다면 서너 초식 만에 끝났을 거란 뜻이다. 이에 진웅은 그때 적운상이 실력을 다 보인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비무를 한다죠? 누구랑 누가 하는 거예요?”

백묘묘가 묻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적운상에게 모였다. 그러자 적운상이 주양악을 봤다.

“먼저 해봐.”

주양악이 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 앞의 공터로 나갔다. 그러자 백수연이 함께 온 호위무사를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백묘묘가 먼저 나섰다.

“그때 싸웠던 여자네. 좋았어. 내가 할래.”

“묘묘야.”

백수연이 말리려고 했지만 백묘묘는 이미 주양악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다시 한 번 겨루고 싶었어요. 천응방의 백묘묘예요.”

백묘묘가 포권을 취하자 주양악도 같이 포권을 취했다.

“형산파의 주양악이에요.”

그렇게 예가 오가자 두 사람이 동시에 무기를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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