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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0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07화

107화. 악전고투(惡戰苦鬪) (1)

 

파각!

“크아아악!”

적운상에게 겨드랑이를 베인 혈마승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적운상은 그의 팔을 잡아 꺾으며 앞을 가렸다. 하지만 혈마승들은 망설임 없이 그를 베었다. 그러면서 적운상까지 베려고 했다.

‘이 자식들…….’

난감했다. 적운상은 혼자서 다수와 싸울 때면 항상 적을 잡아서 방패로 삼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방패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혈마승들은 동료고 뭐고 없었다. 방해가 되면 무조건 베어 버렸다. 그들에게 죽음은 해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동료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쉬쉭! 쉭!

옆에서 혈마승 두 명이 혈도를 휘둘러왔다. 적운상이 그들의 공격을 단도로 막아내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그쪽에 있던 혈마승 하나가 혈도로 적운상의 목을 베려고 했다.

적운상이 혈도를 뻗어오는 그의 팔을 한쪽 손으로 걷어 올리면서 단도로 가슴을 찍었다. 그러느라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등이 뜨끔했다. 뒤에서 혈마승 하나가 휘두른 혈도에 당한 것이다.

통증이 심했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잠시라도 멈췄다가는 그대로 끝이었다.

적운상은 가슴을 찍었던 혈마승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그의 가슴을 찍었다.

“크아악!”

혈마승이 피를 토해내며 뒤로 밀리다가 넘어졌다. 적운상이 그 위를 구르며 몸을 일으키는데 이번에는 왼쪽 옆구리에서 불에 지진 것 같은 통증이 왔다.

혈마승 하나가 그의 옆구리에 혈도를 쑤셔 넣고 있었다. 적운상이 팔로 그의 팔을 꺾어 올렸다.

우드득!

“끄아아악!”

끔찍한 소리가 나며 혈마승의 팔이 도저히 꺾어질 수 없는 각도로 부러졌다. 그 상태에서 적운상은 그를 놓지 않고 질질 끌며 뒤로 이동했다. 그러다 옆으로 확 끌어당겨 앞을 가렸다.

퍼퍼퍼퍽!

몇몇 혈마승들이 기회를 보다가 적운상에게 날린 혈도가 그 혈마승의 몸에 꽂혔다.

“흐아아앗!”

혈마승 하나가 크게 일갈하며 양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적운상은 잡고 있던 혈마승을 당겨서 그 공격을 막았다.

우드득!

“커헉!”

가슴을 맞은 혈마승이 피를 뿜어내며 뒤로 밀렸다. 당연히 그를 잡고 있던 적운상도 뒤로 튕겨졌다. 양손바닥을 뻗어 공격했던 혈마승은 처음부터 두 사람을 날려버릴 생각으로 전력을 다했다.

“큭!”

방패가 됐던 혈마승은 가슴이 완전히 함몰되었다. 함께 뒤로 튕겨졌던 적운상은 무려 삼 장이나 날아가서 그쪽에 있던 기루의 문을 부수고 안에 처박혔다.

등에서 엄청난 충격이 왔다. 땅을 구르면서 머리도 부딪쳤는지 어질어질했다.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킨 적운상은 좀 더 좁은 곳에서 싸우기 위해 안으로 이동했다. 적을 방패로 사용할 수 없다면 지형지물을 이용해야 했다.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이렇게 기루 안으로 튕겨진 것이 그에게는 다행이었다.

“……!”

안쪽으로 들어가던 적운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처참한 광경에 저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손님이었던 것 같은 남자들이 처참하게 난도질당해 죽어 있었다. 기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다.

모두 발가벗겨져서 마치 며칠이나 굶은 것 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돌아가면서 겁탈을 당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 중 어린 여자아이의 시신이 눈에 띄었다. 이제 열두어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런데도 기녀들과 마찬가지로 엉망인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이곳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아이 같았다.

분노가 치솟았다. 누구라도 이런 광경을 봤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곳으로 오면서 혈마승들이 하는 짓거리가 패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인간이 못할 짓도 서슴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쓰레기들이었다. 살아 있어봤자 세상에 해가 되는 놈들이었다.

저 어린아이가 뭘 알겠는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가?

“미친…….”

적운상의 눈에 살기가 일며 황금색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두 명 정도가 오갈 수 있는 복도였다. 앞뒤에서 협공한다고 해도 네 명만 상대하면 된다. 밀린다면 양쪽에 있는 방으로 피할 수도 있었다.

적운상이 몸을 돌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혈마승 두 명이 혈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적운상은 단도로 그 공격을 막아내면서 손을 뻗어 한 명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가 끌려오지 않으려고 버티자 안으로 파고들며 옆구리를 찍었다.

그리고 옆으로 잡아당겨 혈도를 휘두르려던 혈마승에게 밀었다. 그러자 혈마승이 부딪쳐 뒤로 밀리면서 복도의 벽과 적운상이 밀고 있는 혈마승 사이에 끼었다.

팍!

“크헉!”

적운상이 잡고 있던 혈마승의 쇄골을 단도로 찍었다. 이어서 좌측 손바닥으로 가슴을 가격했다.

퍼억! 파지지직!

“크아아악!”

앞에 있던 혈마승이 맞자 그 뒤에 있던 혈마승까지 비명을 질렀다. 뇌기가 몸을 타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리들 중 가장 앞에서 기회를 보던 혈마승 둘이 덤벼들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앞에 있던 혈마승을 그들에게 밀어버리고 그 뒤에 있던 혈마승의 어깨를 찍었다. 그리고 다리를 베면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에 덤벼들었던 혈마승 둘이 적운상이 밀어낸 혈마승을 밀치며 덤벼들었다.

챙챙! 파각! 파각!

“끄아아악!”

“으아아악!”

덤벼들었던 혈마승 두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한 명은 손목과 팔, 어깨, 그리고 목을 베였다. 또 한 명은 옆구리를 찔리고 가슴을 세 번이나 찍혔다.

그렇게 순식간에 네 명이나 당하자 혈마승들이 이제는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죽음을 해탈이라 여기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죽는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적운상이 그들을 노려보며 나직이 말했다.

“와라.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여주마.”

살기 가득한 말이었다. 온몸에서 뿜어지는 박력에 혈마승들이 여전히 주춤거렸다.

“뭣들 하는가? 해탈을 두려워하는 게냐?”

혈마승들의 뒤에서 분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붉은 승복에 붉은 가사를 두르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가 크게 소리치자 혈마승들이 움찔하더니 다시 적운상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뒤로 돌아가! 너희들은 창문을 통해서 방으로 들어가고. 포위해서 공격해라!”

노인의 지시에 혈마승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것을 잠시 보고 있던 노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가 머리를 쓸 줄 몰랐다. 그저 무공만 강한 멍청이들이었다.

노인이 적운상을 봤다.

“허!”

그 사이에 또 네 명이 당했다.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누군가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혈마승이 벌써 이십 명 넘게 당했다. 혈마승 열 명이면 웬만한 문파 하나쯤은 무너트릴 수가 있었다. 그런 혈마승들이 겨우 일각 만에 그렇게나 당했다.

‘무공도 뛰어나지만 경험이 많아. 싸울 줄을 아는 놈이야. 애송이라 여겼거늘 잠룡이었던가?’

추적대가 자신들을 찾아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마을에 들를 때마다 그렇게 뒤지고 다녔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그들 중 사자왕과 무당십걸이 끼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들 두 명 중 한 명이 추적대의 대장일 거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뜻밖에도 다른 사람이었다.

궁금증이 일었다. 사자왕과 무당십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누구일까?

누가 있어 그들을 부린단 말인가?

형산파라고 했다. 그가 알기로 형산파는 다 무너져가는 삼류문파였다. 호남일도 이존의를 삼 초식 만에 꺾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확인해 보니 약관의 젊은이였다. 이존의 정도면 혈마승 두 명이 상대해야 한다. 그런 그를 겨우 약관의 젊은이가, 그것도 삼 초식 만에 꺾었다?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소문은 그가 일검무적의 제자라는 것이다. 거기서 흥미가 일었다. 정말 일검무적의 제자라면 소문이 모두 진짜일 수도 있었다.

확인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와서 함정을 팠다. 기루 몇 개를 차지하고 밤낮으로 여자들을 겁탈했다. 눈에 거슬리는 자들은 모두 죽였다.

그러다 추적대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걸 듣고 적운상을 유인했다. 그는 너무나 쉽게 걸려들었다.

의외였다. 싸우는 것을 잠시 지켜보니 분명 일검무적의 제자는 아니었다. 일검무적은 장검을 쓰지 저렇게 단도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했다. 어쩌면 오늘 데리고 온 혈마승 오십 명이 모두 전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다.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이었다.

챙챙! 파각!

“크아악!”

혈마승 둘이 비명을 질렀다. 노인의 명으로 뒤쪽으로 돌아서 온 혈마승들이었다. 좁은 복도라서 두 명 이상은 덤벼들지 못했다. 한꺼번에 덤벼들 수 있는 인원은 앞뒤 합해서 네 명뿐이었다.

하지만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 명을 상대할 때와는 달랐다. 그만큼 혈마승들은 강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창문을 통해서 양쪽 방에서도 혈마승들이 덤벼든다. 그럼 어떻게 손써보지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이 다수를 상대하기에 이롭기는 하지만 완전히 둘러싸인다면 끝이었다.

‘먼저 뚫는다!’

그 방법밖에 없었다. 적운상이 왼쪽에 있는 방문을 어깨로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창문으로 들어와 있던 혈마승 하나가 보였다. 그 혈마승이 적운상을 보고 다급하니 주먹을 휘둘러왔다.

타타탁! 파각!

“크아아악!”

적운상이 그의 팔을 베고 잡아서 꺾은 후에 목뒤를 찍었다. 그러는 사이에 창문으로 혈마승 하나가 또 넘어왔고, 복도에 있던 혈마승이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적운상이 한 손으로 의자를 잡아서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혈마승을 내려쳤다.

콰앙!

“웃!”

혈마승이 팔을 올려 막자 의자가 부서져 나갔다. 그 틈에 바짝 접근한 적운상이 그의 배를 찌르고 단도를 돌려 잡아 가슴을 찍으면서 힘껏 밀었다. 그러자 뒤이어 방으로 들어오려던 혈마승들이 부딪치며 뒤로 밀렸다.

“크윽!”

순간 다리와 팔이 뜨끔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혈마승에게 당한 것이다.

적운상은 옆에 장식되어 있던 도자기를 잡아서 그 혈마승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때 방문으로 혈마승 하나가 들어오며 혈도를 휘둘렀다.

챙! 파각! 파각!

“끄아악!”

적운상의 단도가 혈도를 막아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혈마승의 팔을 베고 허벅지를 찍었다. 적운상은 그 상태에서 팔로 그의 다리를 걸어서 들어 올리며 앞으로 한 바퀴 굴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혈마승이 휘두른 혈도가 아슬아슬하게 적운상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몸을 일으킨 적운상이 넘어트렸던 혈마승의 팔을 부러트리고 목에 단도를 쑤셔 넣었다.

“꺼억!”

몸을 바로 세우자 혈마승들이 주춤하며 잠시 공격을 멈췄다. 피를 뒤집어쓴 적운상의 모습은 살귀(殺鬼)나 다름없었다. 뿜어내는 박력과 살기가 순간이나마 혈마승들의 몸을 묶었다.

“하악… 하악…….”

숨이 많이 거칠었다. 몸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다행히 치명상은 모두 피했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느라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서 있기에도 버거웠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뒤는 막혔다. 창문과 방문으로는 혈마승들이 계속 들어왔다. 저들을 모두 죽이지 않는 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죽는 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자 문득 해맑게 웃던 주양악의 얼굴이 떠올랐다.

“훗!”

적운상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몸을 옭아매는 찐득한 살기가 약간이나마 떨쳐져나가는 것 같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놈이라도 더 죽인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면서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단도를 빙글 돌려서 역으로 잡고 자세를 취했다.

“후욱…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죽는다.”

혼잣말을 하듯이 나직이 중얼거린 적운상이 황금빛이 일렁거리는 눈을 빛내며 혈마승들을 향해 단도를 휘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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