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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0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05화

105화. 첫 대결 (2)

 

객잔 안이 추적대로 인해 꽉 찼다. 적운상이 오자 모두들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찾았나?”

“없어. 봤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혁무한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찾고 있는데 꼬리가 밟힐 리가 없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 아침 일찍 이동할 거요.”

“언제까지 이러고 다녀야 하는 거요?”

“이런 식으로 정말 그들을 찾을 수 있는 거요?”

몇몇 사람들이 질문을 해왔다. 그러자 적운상이 웃으면서 말했다.

“달리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탐문하고 다녀야 한다니 썩 내키지가 않았다.

“없는 것 같으니 계속 이대로 석문현까지 훑고 갈 거요.”

적운상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안뜰로 갔다. 사람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로도 추적대는 꾸준히 이동하면서 여전히 마을마다 들러서 혈마사에 대해서 탐문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익양현(益陽縣)에 도착했을 때였다.

객잔을 잡아놓고 사람들을 내보낸 적운상은 느긋하게 대로로 나왔다. 그러자 백수연이 따라 나왔다.

“어디로 가는 거죠?”

적운상은 대답 없이 걷기만 했다. 백수연도 괜한 질문을 했다 싶어 그냥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그러면서 자꾸 적운상을 힐끗거렸다.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백수연은 이렇게 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바람이 살짝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렸다. 그녀가 손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데 적운상의 시선이 느껴졌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왜, 왜요?”

“아니오. 소면 좋아하오?”

“네?”

난데없이 왜 그런 걸 묻는 걸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적운상이 길가 한쪽에서 소면을 파는 수레로 갔기 때문이다.

“소면 둘.”

“잠시만 기다리시우.”

뚱뚱한 중년 여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금방 소면 두 개를 내놓았다. 적운상은 그걸 받아서 옆에 있는 나무 밑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소면 하나를 백수연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백수연이 웃으면서 받아 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소면을 먹기는 처음이었다. 어디를 가나 항상 사람들의 눈을 끄는 그녀였다. 더구나 천응방의 장녀라는 신분 때문에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맛있네요.”

“예전에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소. 잠깐 만났지만 이유 없이 끌리던 여자였소.”

적운상이 갑자기 과거의 여자 이야기를 꺼내자 백수연은 조금 당황이 됐다. 하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적 공자가 좋아할 정도면 아주 예쁜 여자였나 보죠?”

“아니오. 그냥 평범했소. 길가에서 저렇게 소면을 팔던 여자였소.”

“훗! 적 공자가 아직 혼자인 걸 보면 그녀와 헤어진 거네요. 왜 헤어졌어요?”

“죽었소.”

“아! 미, 미안해요.”

“아니오. 괜찮소.”

적운상은 잠시 말없이 소면만 먹었다. 그러다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는 흑도 무리들에게 끌려가서 비참하게 죽었소. 그 후로 결심한 것이 있소. 절대로 가볍게 여자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고.”

적운상이 고개를 돌려 백수연을 봤다. 백수연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적운상이 거절하기 위해 저런 말을 한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볍게 정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사귀려면 목숨을 걸 정도로!

그런 뜻으로 한 말일 수도 있었다.

“그거 안 먹을 거요?”

적운상이 그녀가 먹다가 만 소면을 보며 물었다.

“네? 네.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배가 부르네요.”

“그럼 내가 먹지.”

“아니요. 이건…….”

백수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적운상이 그녀의 손에서 소면을 빼앗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녀가 먹던 젓가락으로.

‘내가 먹던 건데…….’

그녀는 그 말을 꾹 눌러 삼켰다. 왜 자꾸 이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백수연은 이미 이은성과 혼담이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웃어른들이 결정을 내리면 거기에 따라야 했다. 그리고 사실 백수연도 이은성이 그리 싫지 않았다.

이은성은 인물도 괜찮고 무공도 뛰어났다. 거기다 성격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녀를 잘 따랐다.

하지만 적운상에게는 이은성에게서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이 자꾸 백수연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나이는 이은성이나 적운상 모두 백수연보다 아래였다. 이은성은 동생 같은 느낌이 조금 있었지만 적운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운상은 어렸을 때부터 세외를 떠돌며 고생을 많이 했다. 그에 비해 이은성은 신검문의 소문주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호를 받고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차이였지만 백수연 그걸 알지 못했다. 그저 적운상에게 더 끌린다고만 생각했고, 사실이 그랬다.

적운상은 백수연의 소면마저 다 먹자 그릇을 모아서 중년여인에게 가져다주고 돈을 건넸다.

“갑시다.”

“훗! 네.”

백수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였다. 웬 어린아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도망을 갔다. 그러다가 멈춰 서서 다시 이쪽을 빤히 쳐다봤다.

“뭐죠?”

백수연이 약간 기분 나쁜 듯이 물었다.

“따라오라는 뜻 같군. 가봅시다.”

적운상이 아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백수연도 뒤를 따라 같이 움직였다.

좁은 골목으로 계속 들어가자 홍등이 걸려 있는 집들이 나왔다. 기루(妓樓)가 늘어서 있는 곳, 유곽(遊廓)이었다.

백수연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야시시한 옷차림의 여인들이 길가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그랬다. 적운상은 그녀들을 본체만체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백수연은 그런 적운상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이런 여자들이 그의 눈에 차겠어.’

백수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적운상이 한쪽 기루로 들어갔다. 그러자 진한 화장을 한 여인 한 명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아! 뒤에 여자 분은… 호호. 뭐, 상관없겠죠. 하지만 다 같이 놀려면 조금 비싸답니다.”

기루라고 해서 꼭 남자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오는 경우도 있고, 가끔 저렇게 여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백수연이 얼굴을 붉히며 발끈해서 소리쳤다.

“어머, 호호. 죄송해요. 제가 잘 모르고 그랬어요. 따로 오신 거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여자가 좋아할 아이들도 많이 있으니까.”

“아니래도 그러네!”

백수연이 기녀와 실랑이를 벌리는 동안 적운상은 기루 안을 둘러봤다. 평범한 기루였다. 특별한 것이 없었다.

“물어볼 것이 있다.”

“호호. 뭐든지 물어보시어요.”

“중을 찾고 있다. 붉은 승복을 입고 다니는.”

순간 기녀가 겁먹은 눈빛을 했다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호호호호. 중은 절간에 가서 찾아야지 기루에서 찾으면 어떻게 해요? 이상한 분이시군요.”

“그렇군. 돌아가지.”

적운상이 기루를 나오자 백수연도 재빨리 뒤를 따라 나왔다. 그러다 적운상이 멈춰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멈춰 있…….”

물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찾던 혈마승들이 적운상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세 명이었다. 눈이 날카로워서 그런지 분위기가 사이했다.

그들은 백수연을 보자 욕정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백수연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몸을 떨었다.

적운상이 그들을 잠시 보다가 뒤쪽에 있는 기루들을 봤다. 그리고 힐끗 뒤를 봤다. 혈마승들은 곳곳에 있었다. 이 유곽 전체가 혈마승들의 본거지나 다름없었다.

혈마사의 괴상한 교리를 보자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인위적인 죽음에서 해탈을 찾고, 여자를 안으며 깨달음을 얻는다. 여자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곳, 죽여도 큰 탈이 없는 곳, 바로 유곽이었다.

적운상은 조금 섣불렀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자신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습을 보일 줄은 예상 밖이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시주에게 해탈을 주겠다. 저 여인을 넘겨라.”

“지랄.”

적운상이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백수연도 검을 뽑아 들었다.

“왔던 길을 기억하오?”

“아니요.”

백수연은 적운상의 등만 보며 무작정 따라왔다. 길을 기억할 리가 없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

“해봐.”

적운상이 기세를 피워 올리며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자 혈마승들이 서로에게 눈짓을 하다가 일시에 공격해 왔다.

타타타탁!

적운상이 그들의 주먹과 손바닥을 쳐내며 단도를 휘둘렀다. 빠르게 서로 간의 손이 부딪치며 엉켰다. 백수연은 네 사람의 손이 워낙에 빨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감히 끼어들어 적운상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강해.’

아무리 세 명이라지만 적운상과 평수를 이루고 있었다. 만약 다른 혈마승들의 무공도 저 정도라면 추적대가 도와주러 와도 전멸이었다. 사자왕과 운학이 온다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제법이군.’

적운상이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빠졌다. 그러자 혈마승 하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풀썩 주저앉아 적운상의 다리를 노리고 발로 원을 그렸다. 다른 한 명은 그대로 적운상에게 따라붙었고, 다른 한 명은 옆으로 돌아 적운상의 뒤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세 명이 앞에서 양손을 휘둘러올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눠서 공격해 온다면 틈이 생긴다.

적운상은 뇌기를 끌어올려 다리에 실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쿵! 파악!

적운상의 다리를 차서 넘어트리려던 혈마승의 발이 오히려 튕겨나갔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는 바람에 계속 뒤로 물러날 줄 알고 뒤로 돌아갔던 혈마승의 공격은 어이없이 빈 공간을 쳤다. 그리고 계속 적운상에게 따라붙으며 공격을 하던 혈마승은 겨드랑이를 베였다. 적운상이 한쪽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단도로 올려 그은 것이다.

“끄아아악!”

적운상은 비명을 지르는 혈마승을 돌려세웠다. 그러자 뒤에서 다시 공격을 해오던 혈마승의 주먹이 그를 쳤다.

“커헉!”

“헛!”

적운상이 잡고 있던 혈마승의 옆구리를 베면서 뒤를 공격했던 혈마승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가 끌려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이에 뒤로 돌아가며 겨드랑이를 베었다. 그리고 쇄골을 찍으며 앞으로 밀었다.

적운상의 다리를 공격했던 혈마승은 몸을 일으킬 사이도 없이 그들을 피해야 했다. 그러나 적운상의 공격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어느새 그의 앞에 나타난 적운상이 그의 어깨를 내려찍고 목을 베었다.

“컥!”

적운상은 백수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객잔으로 가서 모두를 불러오시오!”

만약 혈마승을 발견하면 싸우지 말고 무조건 객잔으로 와서 보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객잔에는 항시 사자왕과 운학이 대기 중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같이 가요!”

“나는 경공을 모르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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