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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9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93화

93화. 배신자 (3)

 

통천문으로 옮겨진 적운상과 혁무한은 나란히 누워서 치료를 받았다. 혁무한은 상처가 심해서 한동안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적운상은 박도에 베인 상처는 물론이고 내상까지 심해서 삼 일 동안이나 정신을 잃고 있다가 간신히 깨어났다.

은서린이 밤낮으로 두 사람을 간호했다. 소식을 들은 주양악도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는데도 이곳으로 와서 적운상을 돌봤다.

사자왕은 자신하고 겨뤄야 하는데 어떤 놈한테 이렇게 당했냐며 방방 뛰었다. 덕분에 도자명과 사람들이 그를 말리느라고 진땀을 빼야 했다.

“제기랄…….”

혁무한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너무나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듣는 사람한테는 곤욕이었다. 더구나 최대한 안정을 취하면서 내상을 치료해야 하는 적운상한테는 더욱이 그랬다. 참다못한 적운상이 한마디 했다.

“시끄러. 입 좀 다물어.”

“네놈이나 닥쳐!”

“당한 놈이 바보지.”

“뭐야?”

“그렇게 억울하면 시끄럽게 궁상떨지 말고 빨리 나을 생각이나 해.”

“뭐? 궁상?”

그때 문이 열리면서 은서린이 들어왔다. 그러자 혁무한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를 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왔구나.”

“네. 혹시 두 사람 또 싸우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니야. 싸우기는. 내가 이 자식하고 왜 싸우겠어.”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적운상은 억지로 팔을 움직여 침대 옆의 탁자에 놓여 있는 사과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 손목 힘을 이용해서 혁무한에게 던졌다. 사과는 정확히 날아가서 혁무한의 머리에 맞았다.

탁!

“너 이 자식…….”

혁무한은 오른쪽 가슴을 다쳐서 그쪽 팔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왼팔도 높이 들어 올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 좀 하세요. 사형도 어린애처럼 왜 그래요?”

두 사람은 처음에 삼사일간은 괜찮은 것 같더니 그 이후부터는 이렇게 계속 툭탁거렸다. 그것을 은서린도 알고 있었기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들며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은서린, 지금 네가 나를 가르치려는 거냐?”

“너 이 자식! 왜 린 매한테 그래? 죽을래?”

“시끄럽군.”

적운상이 다시 사과를 하나 집어서 던졌다. 그러자 혁무한이 대책 없이 또 맞고는 화를 냈다.

“적운상! 너 내가 몸만 움직이게 되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아!”

“내가 먼저 움직일걸.”

“닥쳐!”

“그만들 좀 해요!”

그때 은서린이 소리를 빽 지르자 두 사람이 입을 다물고 그녀를 봤다.

“두 사람 한 번만 더 떠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은서린이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하자 두 사람은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은서린은 어제 두 사람이 툭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자 옆에서 시중을 들며 편의를 봐주는 노복들을 다 내보냈다. 그리고 옆에 앉아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처음에 두 사람은 은서린이 왜 그러나 싶었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았다. 두 사람은 부상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생리적인 현상은 해결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도와주던 노복이 나가고 안 들어오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은서린이 보는 앞에서 이불에다 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아니야. 린 매. 이제 조용히 할게.”

혁무한이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너 요즘 수련은 하고 있는 거냐? 여기에 계속 붙어 있으면 어떻게 해?”

“걱정 말아요. 매일 하고 있으니까. 아 참. 도 사숙조님의 포목점이 팔렸대요.”

“그거 잘됐군. 그럼 먼저 돌아가시라고 해.”

“그러잖아도 그렇게 하신대요. 초 사형하고 먼저 돌아간다고 했어요.”

“너는 왜 안 따라갔어?”

“사형이 이 꼴인데 어딜 가요? 아직 주 사저도 상처가 다 낫지 않았잖아요.”

“양악이는 어디 갔어?”

“인삼탕을 끓여 온다고 했어요.”

“큭!”

적운상은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첫날 눈을 떴을 때 주양악이 해준 음식을 먹고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었다.

제 딴에는 신경을 써서 만든다고 만들어서 가져온 거였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러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섰지만, 왠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은서린은 주양악 이야기가 나오자 적운상이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녀는 형산파를 떠나 이곳으로 오는 동안 이미 눈치를 챘었다.

적운상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주양악을 좋아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그것을 처음 눈치 챘을 때 은서린은 남몰래 한참이나 울었었다.

홍은령과 이어지는 것은 사부인 임옥군이 정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지만, 주양악에 관한 건 그렇지가 않았다.

적운상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자신이 아니라 주양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그녀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마음이 여려서 주양악을 미워하지도 못했다.

잠시 적운상을 빤히 쳐다보던 은서린은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혁무한이 미소를 지으면서 따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은서린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적운상의 마음을 확인하고 괴로워하던 그녀가 잠시나마 그걸 잊을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혁무한에게 납치되어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은서린은 그때가 매우 즐거웠었다. 그때만큼은 적운상에 대한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은서린은 그게 딱히 혁무한에게 어떤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여겼었다. 그러다 혁무한과 적운상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다급하게 뛰어나간 순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다쳐서 엉망인 채로 실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적운상보다는 혁무한에게 먼저 시선이 갔다. 왜 그런지는 그녀도 몰랐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에게 먼저 시선이 갔다.

“사형!”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주양악이 방금 끓인 인삼탕을 들고 왔다. 그리고 적운상의 옆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사매도 여기 있었네. 사형은 뭐하고 있었어요?”

“네 이야기하고 있었어.”

“설마 욕하고 있었던 건 아니죠?”

“아니. 그거 나 주려고 끓였다면서?”

“누가 그래요? 굳이 사형 주려고 끓인 건 아니에요.”

“그럼 누구 주려고 끓인 건데?”

“그게 그러니까… 무, 문주님 주려고요. 이번에 비급도 줬잖아요. 아직 몸도 안 좋은 거 같아서 뭔가 대접해 드리려고요.”

말도 안 되는 뻔한 거짓말이었다.

“그래?”

“그렇다니까요. 이건 그, 그냥 남은 거예요 남은 거. 그런 거 묻지 말고 빨리 먹어요.”

주양악이 인삼탕을 한 수저 떠서 후후 불더니 적운상에게 먹여줬다.

“어때요?”

“맛있어.”

“정말?”

“응.”

“헤헤.”

적운상의 칭찬이 기뻤던지 주양악이 환하게 웃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혁무한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하, 어디 남은 인삼탕 없나? 보고 있는 사람 서러워서. 원…….”

“어, 없어요. 이게 다예요.”

주양악이 혹시라도 빼앗길까 봐 도끼눈을 뜨며 말하자 혁무한은 어이가 없었다.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건만 저런 반응을 보이니 괘씸한 생각마저도 들었다. 하지만 은서린이 하는 말에 금방 잊어버렸다.

“제가 끓여드릴게요.”

“어? 아니 난, 굳이 린 매 고생시키려는 게 아니라…….”

“훗! 알아요.”

은서린이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혁무한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주양악이 후후 불어주는 인삼탕을 다 먹은 적운상이 물었다.

“목의 상처는 어때?”

“거의 다 나았어요.”

“그래? 그럼 이제부터 수련해도 되겠구나.”

“에? 또 수련이요? 사형이 이런데 어떻게 수련해요?”

“괜찮아. 서린이도 같이 해.”

“네? 어떻게요?”

주양악과 은서린이 의문스런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혁무한을 보며 말했다.

“양악이와 서린이한테 명옥심법을 가르쳐줘.”

“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혁무한이 약간 놀란 얼굴로 적운상을 봤다.

“어차피 전해줄 거잖아. 그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

“비급 줬잖아. 그건 어떻게 하고?”

“그건 사형이 본 문으로 가져갔어. 가서 배우려면 시간 걸리잖아. 마침 기회도 좋고. 못 움직이니까 답답하지? 그러니까 두 사람한테 명옥심법을 가르쳐줘.”

“흐음…….”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적운상 말대로 이미 비급까지 줬고 나중에는 형산파로 가서 같이 연구를 해야 했다. 그러니 지금 알려준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었다.

더구나 은서린에게도 가르쳐주는 거니 오히려 반길 일이었다. 하지만 왠지 적운상의 말에 따른다는 것이 썩 내키지가 않았다.

“너희 둘은 금안뇌정신공으로 이미 기초가 잡힌 상태야. 금안뇌정신공은 뇌기를 받아들여도 될 정도로 몸을 강하게 해주니까 명옥심법을 익히는 속도가 빠를 거야. 앞으로 형산파가 알려지고 명성이 올라갈수록 적도 늘어날 거야. 지금과 같이 내가 이렇게 당할 수도 있어. 언제까지고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수는 없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스스로 강해져야 해. 시간이 있을 때, 아니 시간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스스로를 갈고닦아. 그래야 살 수 있어.”

“네. 사형. 혁 오라버니. 부탁드려요.”

은서린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혁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루하던 참이었어. 그럼 지금부터 구결을 말해 줄 테니까 암기해.”

그때부터 혁무한은 명옥심법의 구결을 주양악과 은서린에게 불러줬다. 두 사람은 정신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여 구결을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그건 적운상도 마찬가지였다. 적운상은 이미 금안뇌정신공을 완성했기 때문에 굳이 명옥심법을 익힐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알아둬서 해가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무공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혁무한은 주양악과 은서린이 암기할 때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구결을 말해줬다. 그러고 나서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주양악과 은서린은 그걸 들으면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었다. 그러느라 네 사람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느새 저녁때가 지나 늦은 밤이 되어 있었다.

“후우… 나머지는 내일 하자.”

“네. 고마워요.”

“두 분 모두 푹 쉬세요.”

주양악과 은서린이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그러자 혁무한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집중해서 가르치느라 몰랐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 말을 하니 자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옆을 힐끗 보니 적운상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혁무한은 명옥심법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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