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9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92화
92화. 배신자 (2)
타탁! 파각!
“크아아악!”
사내 하나가 비명을 지르면서 팔을 움켜잡았다. 적운상의 단도가 그의 팔을 베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주춤거리는 그의 턱을 좌측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그러자 그의 머리가 확 돌아가면서 옆으로 밀려가 담벼락에 부딪쳤다.
콰아아앙!
“놈!”
후웅!
뒤에서 이는 칼바람 소리에 적운상은 뒤로 몸을 날려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그가 내려친 칼이 아니라 팔에 어깨가 걸렸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것이다.
적운상은 그 상태에서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잡고 밀어붙였다. 그러자 그가 뒤로 밀리면서 뒤에 있던 사람들까지 밀렸다. 좁은 골목길이라서 세 명만 나란히 서도 지나갈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것이 적운상한테는 오히려 이점이었다. 이들의 무공은 담 위에서 지켜보는 자가 자신만만해할 정도로 뛰어났다. 만약 넓은 곳에서 겨뤘다면 상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골목이라서 앞뒤로, 그것도 겨우 두 명씩만 덤빌 수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용이했다.
적운상은 사내의 허리를 잡고 밀어붙이다가 단도로 그의 허벅지를 베었다. 그리고 옆구리를 찍고 몸을 돌려 뒤에서 짧은 두 개의 박도를 휘둘러오는 사내의 공격을 옆으로 쳐냈다.
따다당! 땅!
적운상의 단도와 사내의 박도가 정신없이 부딪쳤다. 그때 그 사내의 머리 위로 한 명이 날아올라 단검 여덟 개를 동시에 던졌다.
적운상은 앞에서 휘둘러오는 박도를 휘두르는 사내를 상대하느라 그걸 피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다가는 단검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야 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적운상은 한 군데 베일 것을 각오하고 무리하게 뒤로 몸을 빼며 회전시켰다. 그러자 두 개의 박도가 교차되면서 팔과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뜨끔하며 불에 지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적운상은 들고 있던 단도를 공중에 떠 있는 사내를 향해 던졌다. 동시에 백운검을 뽑아서 날아오는 여덟 개의 단검을 쳐냈다.
따다다다당!
여덟 개 중 다섯 개는 쳐냈지만 세 개는 쳐내지 못했다. 그 중 두 개는 팔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고 하나는 얼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쉬쉬쉬쉬쉿!
적운상이 빠르게 백운검을 휘두르며 낙연검법을 펼쳤다. 상대를 베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허공에 대고 휘두른 것이다. 그러자 그 기세에 사내들이 멈칫하며 덤벼들지 못했다.
그걸 보고 담장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사내가 의외라는 듯이 탄성을 냈다.
“호오…….”
겨우 차 한 잔 마실 시간에 일곱 명이나 당했다. 게다가 흐름이 이쪽으로 넘어오려고 하자 저런 식으로 중간에 끊어버렸다.
아마 적운상이 저렇게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잠시나마 그가 밀린 그 흐름을 타고 사내들이 앞뒤에서 폭풍과 같이 몰아쳤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맥을 끊어놓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적운상의 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밖이었다. 어쩌면 오늘 끌고 온 저들이 모두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운상은 방금 단검이 스치고 지나가며 얼굴에 남긴 상처의 피를 무표정하니 손으로 닦아냈다. 팔과 다리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깊게 베이지는 않았지만 오래 끌면 불리했다.
적운상은 들고 있던 백운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땅에 박혀 있는 단검 두 개를 주워들었다. 좁은 곳이라 백운검보다는 단검이 훨씬 나았다.
“후우… 시간 없으니까 빨리 끝내지.”
사내들이 살기를 피우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적운상은 양손을 흔들며 가볍게 몇 번 풀었다. 그러다 갑자기 앞에 있는 사내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두 개의 단검을 휘둘러갔다.
땅! 파각!
“크아아악!”
적운상의 단검에 어깨를 찍힌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 옆에 있던 사내가 박도를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먼저였다. 왼손에 있는 단검으로 그의 팔을 감으며 오른손에 있는 단검으로 겨드랑이를 베어 올렸다. 그리고 목을 베며 그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몸을 바짝 낮춰 그 뒤에 있는 사내를 향해 단검을 휘둘러갔다.
쨍!
사내가 얼결에 적운상의 단검을 막아냈다. 그러자 적운상이 힘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그가 뒤로 밀리자 어쩔 수 없이 뒤에 있던 사내들도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그렇게 밀어붙이던 적운상은 뒤에서 두 명이 박도를 휘둘러오자 금안뇌정신공을 끌어올려 단검에 흘려 넣었다.
빠지지직!
“크윽!”
적운상의 단검을 박도로 막고 있던 사내가 몸을 한차례 떨었다. 그 바람에 손이 밑으로 처지면서 단검을 막고 있던 박도가 밑으로 내려왔다. 그 기회를 놓칠 적운상이 아니었다.
그의 쇄골에 단검을 박아 넣고 발로 힘껏 밀어 찼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뒤에서 휘둘러오는 박도를 쳐냈다.
따당! 땅! 파각!
“크윽!”
적운상이 옆구리를 얇게 베였다. 하지만 상대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한 명은 어깨를 찍혔고 한 명은 목을 베였다. 적운상은 어깨와 팔로 그 두 사람을 뒤로 날려 보내고 그 사이에 다시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사내들을 상대했다.
적운상은 계속 그런 식으로 상대를 벰과 동시에 밀어붙여서 뒤에 있는 사내들까지 견제를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반대쪽에 있는 사내들을 상대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다시 뒤에 있는 사내들을 상대했다.
“허! 거참…….”
담장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내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혀를 찼다. 처음에는 단순히 적운상의 무공이 뛰어나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적운상은 무공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싸울 줄을 알았다. 수많은 아수라장을 겪어야만 보일 수 있는 그런 노련함이 있었다.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골치 아픈 상대였다.
지금과 같은 경우 그가 양쪽을 동시에 상대하려고 했다면 벌써 중상을 입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적운상은 저런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한쪽만 상대했다. 더구나 부상을 입자, 망설이지 않고 살을 내주며 뼈를 끊고 있었다. 사내들의 무공이 만만찮다는 것을 알고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적운상을 이대로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이 나는 놈이었다.
그때 골목 한쪽에서 혁무한과 원덕인이 나타났다. 혁무한은 적운상이 싸우는 쪽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몸을 띄워 담을 한 번 차고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단숨에 거기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사내와의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러갔다.
“헛!”
따앙!
혁무한의 검이 튕겨 나왔다. 사내의 손에는 자모원앙월(子母鴛鴦鉞)이 들려 있었다. 자모원앙월은 두 개의 월아(月牙 : 초승달 모양처럼 생긴 칼날)가 반대로 겹쳐져 있고. 그 중 한쪽 월아의 중간에 천을 감아 잡고 쓰는 기형무기였다.
녹각도(鹿角刀), 계조월(鷄爪鉞)이라고도 하는데 걸고 베고 던지기에 유리한 무기였다.
그것을 보고 혁무한이 그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가 확실했다.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통통한 체구에 저런 무기를 쓰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혁소소에게 들은 바로 그자였다.
“임진숭!”
혁무한이 미친 듯이 소리치며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통천문의 절기인 진천무상검법을 펼치자 그 위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임진숭은 그의 검을 여유롭게 쳐냈다. 그리고 양손을 번갈아 가면서 뻗어내자 자모원앙월의 월아가 그의 목과 팔에 쑤셔 박히려고 했다.
그런데도 혁무한은 그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 공격을 무시하며 오로지 임진숭의 목만 꿰뚫으려고 했다.
“웃!”
공격을 해가던 임진숭이 재빨리 우측 손을 당겨 혁무한의 검을 막아냈다. 그러자 혁무한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검을 비틀었다. 그 와중에 임진숭의 왼손에 있던 자모원앙월이 그의 왼쪽 팔을 긁고 지나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혁무한은 방어는 완전히 도외시한 채 무조건 공격만 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어떻게 되든 임진숭을 죽이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파각!
“흡!”
어깨를 베인 임진숭이 놀라서 급히 뒤로 물러났다. 혁무한의 무공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임진숭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임진숭이 숨기고 있는 실력은 사자왕과 버금갈 정도였다.
하지만 혁무한이 저렇게 죽음을 각오하고 죽자 사자 덤벼드니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혁무한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자면 아무래도 팔 하나는 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틀림없이 밑에 있는 적운상이 끝내려 들 것이고, 그러면 끝장이었다. 혁무한과 같이 온 원덕인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여기서는 이만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어? 왜?”
따당! 땅! 땅!
혁무한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이설아가 자신 때문에 자살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따위 놈에게 능욕을 당하고 죽은 거라니,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파각! 파가각!
“크윽!”
“커헉!”
혁무한이 비틀거리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자모원앙월 하나가 박혀 있었다. 그가 이성을 잃는 순간 틈이 생기자 임진숭이 휘두르던 자모원앙월을 그냥 놓아버린 것이다. 그러자 휘둘러지던 힘에 의해 자모원앙월이 날아가 그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임진숭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혁무한이 가슴에 자모원앙월이 박히는 그 찰나에 검을 내질러 만든 상처였다.
“혁 공자!”
밑에서 싸우던 원덕인이 급히 몸을 날려 담을 차고 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혁무한의 앞을 막아서며 임진숭을 노려봤다.
“당신이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원덕인의 말에 임진숭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클클. 뭘 말이냐?”
“알고 있을 텐데요.”
“글쎄… 워낙 많은 일을 해놔서 말이지.”
“네놈이… 네놈이 설아를… 크윽…….”
혁무한은 너무나 분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그냥 눈물이 아니라 마치 피눈물이 흐르는 것같이 괴로웠다. 움켜쥔 주먹은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났다.
“그 계집 말이냐? 그때는 통천문의 힘이 커지면 안 되는 시기였다. 통천문이 신검문과 손을 잡으면 그걸 계기로 주위의 군소문파들이 너도나도 그러려고 했겠지. 그랬으면 지금의 백검회가 통천문의 밑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미리 손을 좀 쓴 것뿐이야.”
“음… 혹시 이번에 문주님이 중독된 것도 당신 짓이오?”
“그래. 내가 그랬지.”
임진숭이 하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물었던 것인데 정말 그럴 줄은 의외였다. 그동안 임진숭은 안 그런 척하면서도 통천문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왜 배신을 했단 말인가?
“적 공자를 죽이려는 이유는 뭐요?”
“저놈은 그 독의 치료방법을 알고 있다.”
임진숭은 적운상이 혁세명을 치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었다. 하지만 내공만으로 그 독을 치료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원래 의심이 많은 그였다. 이에 그것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만약 적운상이 정말 내공만으로 그 독을 치료한 거라면, 그의 문파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그의 사문까지 싹 쓸어버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운상만 죽이면 그만이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그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했으면서 왜 그런 짓을 한 거요?”
“내게 있어서 너희들은 그저 유희거리였다. 가지고 놀다가 재미가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그런 거였지.”
“개자식… 죽여 버리겠다.”
“큭큭. 네 실력으로는 무리야. 네 아비가 온다 해도 무리다.”
“꼭 그렇지도 않을걸.”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임진숭이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느새 사내들을 모두 해치운 적운상이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남의 일에 굳이 개입하고 싶진 않지만, 그쪽에서 먼저 건드렸으니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와봐. 끝을 봐야지.”
적운상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말하자 그를 빤히 쳐다보던 임진숭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큭큭.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아주 좋아. 클클.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시끄러운 개들이 냄새를 맡고 찾아오는군.”
뒤늦게 몰려드는 통천문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고 임진숭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한걸음에 거리를 좁히며 단검을 휘둘러갔다.
“가긴 어딜 가!”
“흥!”
따당! 땅!
임진숭이 하나 남은 자모원앙월로 적운상의 단검을 쳐냈다. 그러면서 한쪽 어깨를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쪽 손을 쭉 뻗어냈다.
적운상은 사실 한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아까 밑에서 여러 번이나 베이는 바람에 상처가 심했다. 팔이 멀쩡했다면 뻗어오는 임진숭의 손을 베어버리고 어깨를 찍거나 목을 베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다급하게 단검을 놓고 손을 당겨 그의 손바닥을 맞받아쳤다.
퍼엉! 파지지직!
“크윽!”
“흡!”
적운상이 뒤로 튕겨져 날아가 그쪽에 있던 집의 지붕을 부수고 밑으로 떨어졌다.
임진숭 역시 뒤로 쭉 튕겨져서 날아갔다. 그러다 그곳에 있던 집의 벽에 몸을 부딪치고 나서야 멈춰 섰다.
“커헉! 끄으윽…….”
임진숭은 온몸이 타들어가며 심장을 옥죄는 것 같은 고통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심장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원덕인이 어느새 그의 앞에 내려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헛!”
땅으로 내려서던 원덕인은 갑자기 옆에서 뭔가가 빠르게 날아오자 급히 상체를 뒤로 넘겨서 손을 땅에 대고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자리의 땅이 깊게 파이면서 귀를 때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짜악!
채찍이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통 흑색인 경장을 입고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적어도 삼 장은 될 법한 긴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원덕인이 뒤로 물러나자 앞으로 달려가면서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채찍이 임진숭의 몸을 감았고, 그녀가 몸을 날리자 그대로 딸려왔다.
원덕인이 급히 경공을 펼쳐서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앞까지 날아온 암기를 피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녀가 임진숭을 끌고 가면서 암기를 하나 던진 것이다.
원덕인은 그것을 잡을까 하다가 상체를 틀어서 피했다. 혹시라도 독이 묻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콰앙!
원덕인이 피한 암기가 뒤에 있던 아름드리나무에 박히자 나무가 뿌리째 흔들렸다.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그것을 보고 원덕인은 독이 있을까 싶어서였지만, 어쨌든 그것을 잡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잡아도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대로 몸이 뚫렸을 것이다.
“후우… 저런 여고수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임진숭을 쫓기에는 이미 늦었다. 어떻게 쫓아간다 해도 그 여고수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혁무한의 상처도 가볍지 않았다.
원덕인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혁무한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