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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2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27화

127화. 뜻하지 않은 입맞춤 (2)

 

주양악은 정신이 몽롱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밝은 빛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따뜻한 감촉이 몸에서 계속 느껴졌다. 너무나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그때 주양악의 몸이 둥실 떠오르면서 위로 빨려 올라갔다. 그러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황금꽃이었다. 모두 세 송이였는데 그 아름다움이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황금꽃을 화룡 한 마리가 감싸 안았다. 화룡은 주양악의 주위를 맴돌다가 황금꽃을 감싸듯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지독한 쾌감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몸이 한순간에 탁 트이면서 화룡과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사저! 정신이 들어요?”

“괜찮으냐?”

“여, 여기가 어디죠?”

“흐아아아앙! 사저!”

은서린이 주양악의 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양악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은서린과 함께 들어왔었던 깜깜한 동굴 안이었다. 그런데도 주위의 모든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있는 구혁상과 백묘묘의 얼굴까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주양악이 앉아서 운기행공을 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났다. 그러다 정신을 잃고 또다시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덩굴을 엮어서 줄을 다 만든 구혁상과 백묘묘가 동굴로 내려온 것이다.

“흐아아아앙! 사저. 무사했군요. 흐아앙앙.”

“울지 마. 서린아.”

“흐으윽… 사저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훗! 무사하잖아.”

“응. 흐윽…….”

눈물콧물 다 짜내던 은서린이 등을 다독여주는 주양악을 봤다.

“그런데 사저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아요.”

“응? 그래? 난 모르겠는걸.”

아니었다. 구혁상과 백묘묘가 보기에도 전과는 뭔가가 달라 보였다.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달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뭘 먹은 거냐?”

“둥근 경단 같은 거였어요.”

“후우… 어쨌든 무사하니 다행이다. 덕분에 기연을 얻은 것 같구나.”

“기연이요?”

“그래.”

주양악이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리 와보아라.”

구혁상이 주양악의 완맥을 짚었다.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단순히 맥을 짚었을 뿐인데도 이 정도이니, 제대로 운기를 해서 내공을 끌어올린다면 어느 정도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역시…….”

“왜 그러세요?”

“몸이 어떠냐? 전과 다르지 않으냐?”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조금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해요.”

“이상하군.”

“왜요? 뭐가 이상해요?”

“내 생각에 너는 벌모세수를 거쳐 생사현관이 타통되고 환골탈태까지 했다.”

“네?”

주양악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구혁상을 봤다.

“사실이다. 서린이가 말한 것과 지금 네 맥을 짚었을 때의 느낌으로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뭔가가 아닌 것 같구나.”

“뭐가요?”

“그걸 모르겠다. 나도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음…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꾸나. 그것보다 믿을 수 없게도 여기가 천마의 무덤인 것 같구나.”

“에에?”

“정말이요?”

주양악과 은서린이 놀라서 서로를 봤다. 장난으로 여기가 천마총이 아니냐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사실일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 저기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마 천마일 것이다. 서린이 네가 가지고 있던 성화신공은 배화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그, 그럼…….”

은서린이 당황한 얼굴로 주양악을 봤다. 주양악에게 성화신공의 구결을 불러줬기 때문이다.

“양악이가 뭘 먹었는지는 몰라도 아마 배화교의 보물이었을 것이다. 서린이 네가 성화신공을 알려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양악이가 크게 잘못됐을 수도 있었다.”

“훗! 고마워. 사매.”

“아니에요. 그때는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사숙조님 말대로 여기가 천마총이라면 너무나 볼품이 없네요.”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 있는 성화신공이 강호에 나가면 아마 커다란 환란이 일 것이다. 네가 먹은 영약도 그랬을 테지. 그리고 이걸 한번 보아라.”

구혁상이 은은하게 녹색이 나는 지팡이를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건 은서린과 주양악이 구혁상에게 주려고 챙겨뒀던 지팡이였다.

“그게 왜요? 사숙조님 드리려고 우리가 챙겨놓은 건데.”

“허허! 누굴 죽이려는 게냐? 이 물건이 뭔지 아느냐?”

“그게 뭔데요?”

“이 지팡이는 소림사의 신물인 녹옥불장(綠玉佛杖)이다.”

“아!”

“에에엑! 정말이에요?”

주양악과 은서린은 물론이고 백묘묘까지 경악을 했다.

“이게 여기에 있는 걸 보면 아마 저 사람이 소림사의 고승이었던 것 같구나.”

구혁상이 횃불로 한쪽을 가리키자 붉은 가사였던 것 같은 옷을 걸치고 있는 해골이 보였다.

“저희는 전혀 몰랐어요.”

“그 외에도 도사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을 거다. 무당파나 화산파의 고승들이었을 가능성이 커.”

“천마한테 당해서 죽은 건가요?”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천마가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거 아니었어요? 해골이 제일 멀쩡하잖아요.”

“그렇지 않다. 이쪽으로 와보아라.”

“네.”

구혁상이 한쪽으로 가자 그곳에도 해골이 하나 있었다.

“내가 살펴보니 이 사람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던 사람인 것 같구나.”

“천마가 아니고요?”

“그래. 경황이 없어서 너희들이 잘 보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 사람이 누구죠?”

“본 문의 선배이시다.”

“네?”

“형산파 사람이라고요?”

“그래. 여기 벽에 적혀 있는 글을 봐라.”

그 해골이 기대있는 벽 뒤에는 뭔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이게 뭐죠?”

“무공비급 같아요.”

“맞다. 그것은 명옥심법이다.”

“네? 하지만 명옥심법은 둘째 사형이 찾아왔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그건 완벽한 명옥심법이 아니다. 부분적인 것을 가지고 복원을 한 것이지. 여기 있는 것이 온전한 명옥심법이다.”

“이게 왜 여기에 적혀 있는 거죠?”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형산파의 무공이 실전(失傳)되는 것을 걱정했던 것 같다. 여기에는 명옥심법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길 보거라. 이 뒷부분은 금안뇌정신공이다. 그리고 이쪽도 한번 보거라.”

구혁상이 횃불을 들어 안쪽 벽을 비췄다. 그러자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옆에는 글씨도 잔뜩 적혀 있었다.

“세상에나…….”

“저, 저게 뭐죠? 우리는 못 봤던 건데.”

그때 두 사람은 워낙에 경황이 없었고, 천마가 가지고 있던 서궤를 뒤지기에 바빠서 보지 못한 것이다.

“본 문의 낙연검법과 풍뢰십삼식의 원형이다. 거기다 여기에는 비마보도 있다. 그리고 이쪽에 있는 무공들은 아마도 소림과 무당의 무공 같구나. 비록 초식뿐이지만 분명하다. 내 생각에는 저기 있는 사람들이 썼던 무공 같구나.”

“그런데… 왜 사람이 두 명씩 그려져 있죠? 아! 파해법이군요.”

“그래. 초식의 파해법이다. 상대가 무상지검의 경지에 올랐다면 쓸모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파해법들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사숙조님…….”

말을 하면서 구혁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적운상을 만난 것만 해도 하늘이 내린 큰 복이라 여겼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실전된 무공들을 모두 찾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우와아… 그럼 우리가 제대로 보물을 찾아낸 거네요.”

주양악과 은서린이 크게 기뻐하면서 폴짝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구혁상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허허. 그렇다. 아주 큰일을 해냈구나.”

“훗! 축하드려요. 하지만 왠지 배가 아픈데요.”

“허허. 백 소저의 도움도 있었으니 사례는 충분히 하겠소.”

“정말이죠?”

“물론이오.”

네 사람이 서로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따당! 땅!

“헉헉!”

‘도대체가…….’

백리난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호흡이 너무나 가빠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반월도를 계속 휘둘러야 했다. 잠시라도 멈추면 적운상의 백운검이 어김없이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백리난수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싸웠었다. 하지만 적운상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적운상은 같은 초식을 틀에 박힌 듯이 사용했다. 그래서 금방 초식의 허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허점을 노리고 공격하면 금방 초식이 바뀌었다. 다시 그 초식의 허점을 노리고 공격하면 또 초식이 바뀌었다. 계속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백리난수는 적운상의 초식에 맞춰서 반월도를 휘두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적운상을 분석했다. 그러자 조금씩 적운상의 싸움방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몇 개의 초식으로 어떻게 자신의 복잡한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지 알아냈다. 적운상은 같은 초식을 쓰고 있었지만 그 응용이 굉장히 뛰어났다.

밑에서 위로 검을 그어 올리는 동작은 분명 하나의 동작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우면 하체를 공격하는 초식이 되고, 거리가 멀면 상체를 베어 올리는 초식이 된다.

하나의 초식이고 하나의 동작이지만 상황에 따라 쓰임은 여러 개였다. 보통은 그러지 못한다. 목을 베는 동작이면 목만 벤다. 상황에 따라 변초를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리는 곳은 목이었다. 목을 베려다가 팔을 베면 위력이 약해진다. 타점이 다르기 때문에 힘을 집중시키는 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적운상은 검을 휘두르는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곳이 목표였다. 힘을 집중하기 어려울 텐데도 적운상은 막힘이 없었다.

‘어떻게 저 틀을 부수지?’

백리난수는 방법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적운상의 틀에 박힌 초식은 완벽했다. 너무나 완벽해서 숨이 탁탁 막힐 지경이었다. 마치 무너지지 않는 철벽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방법이… 없어!’

그랬다. 백리난수의 실력으로는 그 철벽을 무너트릴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버티는 것뿐이었다.

따당! 땅! 땅!

“으윽!”

내력이 고갈되면서 힘이 약해지자 적운상의 백운검과 반월도가 부딪칠 때마다 백리난수가 뒤로 밀렸다. 그러다 발을 디딜 곳이 없어서 하마터면 그대로 물에 빠질 뻔했다.

“타핫!”

백리난수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을 휘돌리면서 적운상의 머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자리가 바뀌었다.

“헉헉!”

잠시나마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백리난수는 호흡을 가라앉히면서 적운상을 노려봤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지?’

방금 백리난수가 경공을 펼쳐서 날아올랐을 때 적운상이 같이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백리난수는 공중에서 뒤로 밀려 그대로 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럼 끝이었다. 물속에 빠진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혈부사괴는 시체조차 떠오르지 않았었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적운상은 날아올라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마치 경공을 못하는 사람처럼.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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