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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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23화
123화. 천마총의 진정한 보물 (3)
삼 장로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인적문과 적운상이 나누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저놈이 왜 손을 잡고 싸우려 하지 않는 거지? 어쨌든 다행이로군.’
저들이 손을 잡고 덤볐다면 남아 있는 혈마승들 중 적어도 세 명은 죽었을 것이다. 깡그리 다 죽고 그 자신도 목숨을 위협받았겠지만 삼 장로는 그저 그렇게만 여겼다. 적운상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 팔 장로가 적운상의 손에 죽기는 했지만 시체를 보니 정당하게 겨뤄서 죽은 것 같지가 않았었다. 그래서 적운상이 얼마나 강한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삼 장로가 힐끗 뒤를 봤다. 호수가 넓기는 했지만 길은 한 곳뿐이었다.
“가자.”
삼 장로가 먼저 몸을 날리자 혈마승들이 뒤를 경계하면서 몸을 날렸다. 그러다 혈마승 한 명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물에 빠지고 말았다. 바위에 이끼가 끼어 있어 미끄러웠던 것이다.
“잡아!”
다른 혈마승이 손을 내밀었다. 물에 빠진 혈마승이 그 손을 잡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뭐야? 왜 그래?”
“무슨 일이냐?”
“으아아아악!”
“빨리 잡아! 빨리!”
조금만 팔을 뻗으면 되건만 물에 빠진 혈마승은 그 손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뭐, 뭐지, 저게…….”
혁무한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적운상을 봤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적운상은 답을 알고 있을 거라는 듯이 그를 봤다.
적운상은 그들의 시선을 싹 무시하며 아까 혈부사괴가 빠졌던 곳을 봤다. 그들 네 명이 모두 혈마승들에게 당해 즉사한 것이 아니었다. 두 명은 죽지 않고 중상만 입었었다. 그런데도 물에 빠진 이후로는 잠잠했다. 시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알고 있었던 거냐?”
당연히 몰랐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적운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랬구나. 어쩐지 저들과 손을 잡고 싸우는 것을 거절하더라니 이유가 있었군.”
혁무한의 말에 모두들 적운상을 존경의 눈초리로 봤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다가 물에 빠졌더라면 혈부사괴나 방금 죽은 혈마승과 같은 꼴이 됐을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운학만은 아니었다. 그만은 적운상이 미리 알고 그런 것이 아니라 경공을 못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운학이 자신은 다 알고 있다는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이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아까처럼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풋!”
운학은 어울리지 않는 저런 적운상의 행동이 귀엽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친근감이 갔다. 덕분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적운상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도 사람이군.’
삼 장로를 비롯한 혈마승들이 모두 호수를 건너가자 적운상이 힐끗 백염쌍노를 봤다. 때마침 그들도 적운상 일행을 보자 서로 눈이 마주쳤다.
“먼저 가십시오.”
“허허. 우리가 양보하겠네. 먼저 가게나.”
서로 뒤를 공격당할까 봐 자연스레 견제를 했다. 호수를 건너다가 뒤에서 공격당해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운학.”
“말하시오. 적 공자.”
“나는 방법을 찾아서 나중에 갈 테니 먼저 가시오.”
“하지만…….”
“누군가 남아서 저들이 뒤를 공격하는 걸 막아야 하오.”
“음… 알겠소.”
“다른 사람들을 부탁하오.”
“그러리다.”
운학이 승낙을 하며 다른 사람을 향해 말했다.
“내가 먼저 가면서 발을 디딜 곳을 확인하겠소. 그러니 내가 밟은 곳을 똑같이 밟고 오시오.”
운학은 말을 디딜 곳을 신중하게 살펴본 후에 몸을 날렸다. 그렇게 운학이 완전히 건너가자 다른 사람들이 하나씩 뒤를 따라 호수를 건넜다.
“빨리 와야 해.”
백수연이 하는 말에 적운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녀를 끝으로 모두 호수를 건넜다. 그러자 백염쌍노가 적운상을 봤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대로 서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자네는 안 가나?”
“물이 무섭군요.”
“허! 먼저 가게. 절대로 뒤에서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지.”
“그냥 있으렵니다.”
“음…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자네도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상관없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건너고 싶으면 건너십시오.”
그 말이 마치 건너기만 하면 뒤에서 너희를 공격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고집이 센 친구로군.”
인적문이 옆에 있는 사노군과 시선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백염쌍노라 불리며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생활해 왔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사노군과 인적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적운상을 향해 날아왔다.
적운상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당황하지 않고 백운검을 뽑아 들었다.
따당! 땅!
백염쌍노가 사용하는 무기는 두 개의 반월도(半月刀)였다. 반월도는 월륜을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인데, 자루가 원을 가로지르게 되어 있어서 그것을 잡고 찌르거나 휘두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예전에 통천문의 장로였다가 배신을 한 임진숭이 쓰던 자오원앙월과 쓰임이나 모양이 비슷한 무기였다.
적운상은 두 사람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계속 거리를 두고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장소가 좁아서 여의치가 않았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호수를 마주 보며 싸우려고 했다.
백염쌍노도 같은 생각이라서 가급적 호수를 등지려 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다가 자칫 발이 미끄러져 빠지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쉬쉬쉬쉿!
따당! 땅!
적운상은 계속 낙연검법만 펼쳤다. 그런데도 백염쌍노는 적운상을 어떻게 하지 못했다. 더구나 싸울수록 답답함에 자꾸 틈을 보였다. 연륜만큼의 경험이 없었다면 벌써 당해도 당했을 것이다.
‘뭐 이런 놈이 있단 말인가?’
보통은 같은 초식을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 금방 초식의 약점이 드러나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는 특히 그게 더했다.
그래서 같은 초식을 펼치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초식을 펼쳐야 한다면 극한까지 변형시킨 변초를 썼다.
그런데 적운상은 꺼릴 것이 없다는 듯이 몇 번이나 같은 초식을 사용했다. 적운상이 싸우는 방식은 틀에 딱 박혀 있었다. 노리는 부위에 따라 맞서는 초식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초식의 허점을 파악하고 공격해 들어가면 금방 다른 초식으로 맞받아쳤다. 그 초식의 허점을 노려도 마찬가지였다.
인적문이 사노군을 봤다. 그러면서 적운상의 머리를 노리고 공격했다. 적운상이 청룡파미(靑龍擺尾)란 초식으로 막아냈다. 검을 흔들어 털어내듯이 공격을 막으면서 반격을 하는 초식이었다.
인적문이 이번에는 다른 초식을 펼쳤다. 하지만 여전히 노리는 곳은 머리였다. 적운상은 이번에도 청룡파미를 펼쳤다. 그러자 사노군이 인적문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적문은 이번에도 머리를 노릴 것이다. 사노군은 이미 몇 번이나 청룡파미를 봤고, 그 허점도 파악을 했다.
인적문이 적운상을 공격해 가면 사노군은 무조건 청룡파미의 허점을 공격해 갈 생각이었다. 이렇게 동시에 공격해 가면 적운상도 어떻게 하지 못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때 변초를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적운상은 풍뢰십삼식을 단도 하나로 연습하다가 낙연검법을 펼치자 자연스럽게 변초가 나왔었다. 익숙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손에 익숙한 백운검을 쥐고 수천 번도 더 연습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휘두를 수 있는 낙연검법을 펼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운상은 백염쌍노와 싸우면서 계속 그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이제 시험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것이 그를 살렸다.
쉬쉬쉬쉭!
“헉!”
“이런!”
파각! 땅!
“크윽!”
“웃!”
한차례 서로의 무기가 서로 부딪치자 백염쌍노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적운상은 그 자리에 서서 백운검을 늘어트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적운상은 방금 변초를 썼다.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간단했다. 초식을 쓰는 순간 억지로 몸을 트는 것이다. 상황에 맞건 맞지 않건 상관이 없었다.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초식이 나가듯이 억지로 그렇게 몸을 틀자 변초가 나왔다. 그 결과 옆구리를 크게 베일 뻔했는데도 오히려 인적문의 팔을 베고, 사노군을 뒤로 밀어냈다.
적운상이 그렇게 변초를 쓰고도 생각에 잠긴 이유는 방금 어떻게 몸을 틀었는지를 기억해 내기 위해서였다.
백염쌍노는 적운상과는 달리 당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적운상이 계속 같은 초식을 쓴 것은 지금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미끼를 던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영악한 놈 같으니라고.’
‘심계가 보통이 아니군. 싸움 경험도 많아.’
쉽게 상대할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백염쌍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들은 적운상과 백여 초식 가까이 겨뤘다. 그런데도 승패가 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몰랐다. 거기다 그렇게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미 혈마승들과 적운상 일행이 호수를 건너간 상태였다. 그들이 벌써 천마의 보물을 찾아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적운상에게 발이 묶여 호수를 건너지 못하고 있으니 애가 탈 수밖에.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죽립을 눌러쓴 여인이 다가왔다.
“쌍노. 두 사람이 먼저 호수를 건너세요. 제가 저자를 상대하겠어요.”
“아가씨.”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인적문이 그녀를 불렀다.
“어서 가요. 더 늦으면 그들이 먼저 보물을 찾아낼 수도 있어요. 내 걱정은 말아요. 저자를 처리한 후에 따라갈게요.”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백리난수, 백리세가의 하나 남은 핏줄이었다. 죽어버린 백리세가의 가주이자 그녀의 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입은 백염쌍노는 그녀를 마치 친손녀처럼 키웠다.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면서 몸에 좋다는 영약을 구해다 먹였고, 가진 무공을 모두 전수해 줬다. 실전감각과 경험을 키워주기 위해 비무는 물론이요, 일부러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서 혼자 힘으로 이겨내게 했다.
그 결과, 이제 약관의 나이건만 그녀는 백염쌍노가 협공을 해도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러니 아마 상대가 적운상이 아니라면 그녀의 말대로 했을 것이다.
백리난수가 강하기는 하지만 적운상은 더 강했다. 거기다 경험도 풍부했다. 적운상은 한 번도 물을 등지고 싸우지 않았다.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언제든지 물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싸웠다. 그건 적운상 자신에게도 부담이 되지만 백염쌍노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백리난수가 합세를 하지 못했다. 장소가 좁아서 끼어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놀라운 건 그런 상황에서 적운상은 제 실력을 모두 냈다는 것이다.
“아가씨, 이자는 강합니다. 아가씨 혼자서 상대할 자가 아닙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가세요. 일단 먼저 호수를 건너요. 그럼 내게 방법이 있어요.”
백리난수가 자신 있게 말하자 인적문이 사노군을 봤다. 그러자 사노군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 여기서 적운상과 계속 싸운다고 해서 뭔가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무공도 뛰어나고 경험도 풍부하지만 심계도 깊은 백리난수였다. 그녀에게 뭔가 방법이 있다니 믿어볼 생각이었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라!”
인적문이 크게 소리치면서 반월도를 사납게 휘둘러갔다. 그러자 사노군이 경공을 펼쳐 호수로 몸을 날렸다.
적운상이 인적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사이에 백리난수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노군 대신 두 개의 반월도로 적운상을 공격해 갔다.
따당! 땅!
“가요!”
백리난수가 휘두르는 두 개의 반월도가 적운상의 하체를 공격해 갔다. 좁은 장소이니 그런 식으로 발을 묶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인적문을 쫓아가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뒤에서 백리난수의 공격을 받아야만 한다.
인적문이 몸을 날려 호수의 수면에 올라와 있는 바위를 디디고 다시 날아올랐다. 그걸 확인한 백리난수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적운상이 한 걸음을 따라 들어오면서 백운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백리난수가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도 몸을 옆으로 한 바퀴 돌려 그 공격을 피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