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18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18화
118화. 천마총 (3)
“음… 그렇게 소문이 났으니 다른 문파에서도 끼어들 거요. 가까운 사천이나 호북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거요.”
운학이 심각하니 입을 열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천마총에 대한 소문이 그렇게 퍼졌으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무당파에 알릴 생각인가요?”
백수연의 물음에 운학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알리지 않아도 아마 사형들이 먼저 달려올 것이오.”
“사형이라면…….”
“무당십걸이오.”
운학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적운상은 상인연합모임에서 만났던 운해가 생각났다. 운학과는 달리 염소수염에 찢어진 눈이 상당히 사악해 보였었다.
“혹시 운해라고 아나?”
“운해 사형을 아시오?”
“전에 한 번 만났었지.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더군.”
“하하. 모두들 사형의 외모 때문에 오해를 하지요. 하지만 심성은 굉장히 착한 사람입니다. 개미 한 마리조차 쉽게 죽이지 못하죠.”
“무공은 어떻죠? 그 사람도 운학진인처럼 그렇게 강한가요?”
흥미를 느낀 백수연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운학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오. 나는 사형의 십 초식도 받아내지 못하오.”
“어머, 그렇게 강해요?”
“하하하. 당연하지요.”
운학이 조금 멋쩍어하면서 대답을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사자왕이 관심을 보였다.
“언제 한번 겨뤄보고 싶군.”
“훗! 당신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순간 사자왕과 운학의 눈이 맞부딪쳤다. 금방이라도 서로 간에 무기를 뽑아 들고 휘두를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서 한바탕했군.’
안 봐도 뻔했다. 사자왕의 성격상 운학의 실력을 보고 그냥 놔뒀을 리가 없다.
“싸우려면 나가서 해.”
적운상의 한마디에 사자왕과 운학이 씨익 웃으면서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혁무한이 코웃음을 치면서 화제를 돌렸다.
“본대에서 누가 오는지는 몰라도 좋은 목적은 아닐 거야. 굳이 그 자식들하고 같이 어울릴 필요가 있을까?”
“네가 말한 그 자식들 중에는 통천문 사람들도 있어.”
“그, 그거야 뭐…….”
“언제 도착하는 거야?”
백수연이 묻는 말에 적운상이 술잔을 채우면서 대답했다.
“몰라. 때 되면 오겠지.”
“그때까지 여기에 있자고?”
“그건 아니고.”
말을 하며 적운상의 시선이 객잔의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백수연과 혁무한의 시선도 그리로 향했다.
“어! 살아 있었네.”
“훗! 그러게요. 이쪽이에요!”
혁무한과 백수연이 뜻밖이라는 듯이 말하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객잔 입구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며 다가갔다.
“모두 무사했군요. 백 소저는 꼭 무사할 줄 알고 있었습니다.”
연씨세가의 연동헌이 백수연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옆에는 양가장의 양추위와 장가촌의 장용권이 있었다.
“정말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모릅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세 사람은 그때 객잔에서 혈마승들과 싸움이 나자 제일 먼저 몸을 피했다. 객잔의 뒷문을 통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었다.
그 후로 마을 외곽의 객잔에 방을 잡고 꼭꼭 숨어 있었다. 그러다 답답함에 밖으로 나왔다가 천마총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이에 그리로 한번 가볼 생각으로 구괴산으로 가다가 우연찮게 이 객잔에 들른 것이다.
“혹시 신검문의 이 공자를 보지 못했나요?”
백수연이 묻는 말에 세 사람이 서로를 봤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때는 워낙에 경황이 없어서…….”
“필시 무사할 겁니다. 백 소저.”
백수연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이곳으로 오면서 사자왕과 운학에게도 물어봤지만 두 사람도 이은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자리에 앉지.”
적운상의 말에 세 사람이 의자를 당겨서 앉으려다가 사자왕이 눈을 부릅뜨자 들었던 의자를 그냥 놓고 거기에 앉았다.
“하하하. 우리는 그냥 이쪽에 앉겠소.”
“이야기들 나누시오.”
예전과는 완전히 달리 세 사람은 조심스러웠다. 사자왕이 객잔에서 혈마승들을 상대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때의 사자왕은 혈마승들보다 오히려 더 무서웠었다. 같은 편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혁무한이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말해봐.”
“그냥 여기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일단 구괴산 기슭에 가서 상황이나 보고 오자고. 혹시 알아? 운 좋게 천마총을 우리가 찾아낼지.”
옆에서 혁무한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 사람의 귀가 쫑긋해졌다.
“음… 그도 그렇군. 그럼 내일 아침 그리로 가보지.”
* * *
아침이 되자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적운상이었다. 그는 옷을 입고 나자 세수를 하고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풍뢰십삼식과 낙연검법을 단도로 완벽하게 섞어서 펼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틈틈이 수련을 해야만 했다. 간간이 변초가 섞여 나오는 것도 의식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변초를 쓰고 오히려 당할 수도 있었다.
쉬쉬쉬쉭!
“끄응. 시끄러워!”
아직 잠이 깨지 않아서 침상에서 꼬물거리던 혁무한이 짜증을 냈다. 그러건 말건 적운상은 묵묵히 계속 단도를 휘둘렀다.
“아, 정말!”
참다못한 혁무한이 베개를 집어 던졌다.
파가가각!
적운상의 단도가 빠르게 사선으로 긋고 지나가자 베개가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쉬이이익!
“헉!”
혁무한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적운상이 갑자기 면상에 대고 단도를 휘둘러왔기 때문이다.
사각!
급히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무슨 짓이야!”
혁무한이 발끈해서 소리치는데 적운상이 다시 공격을 해왔다.
“이익!”
쉬익! 탁탁탁!
혁무한이 단도를 휘둘러오는 적운상의 손목을 쳐내면서 안은 자세에서 발을 내질렀다. 그걸 피해서 적운상이 뒤로 물러나자 침상에서 팔딱 일어나서 주먹을 뻗어갔다.
“해보자 이거지!”
타타타탁! 팍! 팍!
적운상과 혁무한의 손이 빠르게 오가면서 손목이 부딪쳤다. 뻗어내고 막고, 밀어내고 쳐내면서 공방이 펼쳐졌다. 그러다 적운상이 발까지 쓰기 시작하자 혁무한의 발도 거기에 맞서 나갔다. 밟고, 차고, 튕겨내고, 걸며 툭탁거렸다.
타타타탁!
“흐압!”
쾅!
혁무한이 힘으로 밀어붙이자 적운상이 뒤로 밀리면서 벽에 등을 부딪쳤다. 그 상태에서 적운상의 손이 움직이자 그를 밀어붙이고 있던 혁무한의 손이 튕겨져 나갔다. 그러자 적운상이 상체를 숙여서 혁무한을 들어 올려 밀고 갔다.
“으아아아!”
쾅!
창문이 부서져 나가면서 혁무한이 밖으로 떨어질 뻔했다. 제때에 양팔을 펼쳐서 버티었기에 다행이었다.
“이 자식이!”
혁무한이 상체를 확 당겨서 적운상에게 박치기를 했다. 어지간히 화가 났던지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팔로 막았음에도 뒤로 밀려나갔다.
그걸 보고 혁무한이 온몸을 날려 적운상을 부둥켜안고 밀었다. 그러자 뒷걸음질을 치던 적운상이 방문을 부수며 혁무한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쾅!
“무슨 일이에요!”
방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백수연과 연동헌, 등이 무기를 뽑아 들고 나오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상황파악이 안 된다는 듯이 아미를 살짝 찡그리다가 물었다.
“혹시… 무공연습?”
“백 소저… 아, 글쎄 이 자식이…….”
혁무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적운상이 위에 타고 있던 혁무한의 뒷목을 잡아당기며 옆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
“아, 정말!”
혁무한이 짜증을 내면서 팔로 공격을 막았다. 그러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오오. 뭐야? 아침부터 재미있겠는걸.”
사자왕이 눈을 빛내면서 다가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칼을 뽑아 들고 휘둘렀다.
“으아아악! 잠깐! 잠깐!”
적우상을 밀어내던 혁무한이 그걸 보고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런다고 이미 휘둘러진 칼이 멈출 리가 없었다.
후우우우웅!
탕!
사자왕이 방금까지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쳤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안고 동시에 옆으로 몸을 굴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흐하하하! 좋았어!”
“아니 잠깐!”
“타핫!”
백수연은 바보들이 엉켜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멍하니 할 말을 잊었다.
* * *
“어째 너무 조용한걸.”
구괴산을 오르며 혁무한이 중얼거렸다. 그의 왼쪽 눈에는 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아침에 적운상에게 당한 상처였다.
“강한 놈들이 몰려왔으면 좋겠군.”
사자왕이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는 왼쪽 어깨가 욱신거렸다. 혁무한이 기를 쓰고 꺾으려고 든 후유증이었다.
“괜찮아?”
백수연이 적운상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무표정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혁무한과 사자왕에게 깔리는 바람에 허리가 지끈거렸다.
‘무식한 놈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단도를 어떻게 좀 더 잘 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았다. 일단은 단도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동안 적운상은 사자도 아니면 백운검만 휘둘러왔다. 단도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단도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무기든 일단 손에 익어야 잘 쓸 수가 있다.
“그게 도움이 돼?”
적운상이 하는 것을 보면서 백수연이 물었다. 적운상은 아침에 객잔을 나선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단도를 바로 잡았다가 빙글 돌려서 거꾸로 잡았다가 다시 바로 잡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응.”
“무기는 길수록 유리한 거 아니야?”
맞는 말이었다. 무기를 안 든 사람보다는 무기를 든 사람이 유리하고, 짧은 무기를 쓰는 사람보다는 긴 무기를 쓰는 사람이 유리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응. 그래도 이상하게 단도가 끌려.”
적운상의 말에 백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적운상이 계속 돌려 잡는 것을 연습하고 있는 단도와 같은 것을 그녀도 가지고 있다. 그 생각을 하자 왠지 흐뭇했다.
“여기인 것 같은데.”
앞장서서 가던 염동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바짝 긴장하며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바스락거리던 수풀에서 사내들 서너 명이 나타났다. 인상이 험악한 것이 좋은 자들 같아 보이지 않았다. 천마총을 찾기 위해서 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적운상 일행을 한 번 쓱 보더니 그냥 제 갈 길을 갔다.
“뭐, 뭐지?”
“쓸데없는 싸움은 피하려는 것 같군요.”
운학의 말대로였다. 천마총을 찾은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굳이 무기를 휘두르며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 만나도 별일 없이 지나치고들 있었다.
적운상 일행은 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 하지만 모두들 별 관심 없이 한 번씩 쳐다만 보고 지나쳐갔다.
“산기슭이라고 해도 어딘지 알 수가 있나?”
“그러게 말이야.”
장용권이 하는 말에 양추위가 맞장구를 쳤다.
“천마총이라고 하면 무덤이잖아. 그러니까 무덤같이 생긴 걸 찾으면 되지 않을까?”
“아니지. 자네 같으면 보물을 그렇게 쉽게 보이는 곳에 숨겨놓겠어? 아마도 어딘가의 동굴에 있을 거야.”
“음… 맞아.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
“그럼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숨겨진 동굴을 찾으면 되겠군.”
연동헌이 정리를 하자 장용권과 양추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니까 예를 들면 저렇게 벼랑이 솟아 있고, 주위에 수풀이 우거졌으면서 눈에 잘 안 띄는 곳.”
말을 하던 양추위가 가리킨 곳을 보니 정말 그의 말대로였다. 우뚝 솟아 있는 산기슭 아래 수풀이 잔뜩 우거져 있었다.
“가볼까?”
“그러지.”
그곳까지 가서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쳇! 그럼 그렇지.”
연동헌이 혀를 차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서 잠시 쉬지.”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적운상의 말에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그렇게 쉬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는 건 천마총의 위치를 누군가가 찾았다는 뜻이었다. 연동헌과 장용권, 양추위가 가장 먼저 그리로 몸을 날렸다. 그걸 보고 혁무한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객잔에서 싸울 때 저렇게 좀 움직이지는.”
“풋! 우리도 어서 가봐요.”
백수연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