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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1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14화

114화. 노도사의 점괘 (2)

 

“후오오옷!”

뚱뚱한 혈마승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순간 진웅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혈마승이 부딪쳤던 담장의 지붕에 크게 부딪쳤다. 혈마승이 백룡창을 잡아들어서 메쳐버린 것이다.

“커헉!”

진웅이 피를 토해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충격이 적지 않았다. 설마 저렇게 무식하게 힘을 쓸 줄은 완전히 예상외였다. 그 같은 괴력에 상음지가 주춤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만약 혈마승이 진웅을 들어 올릴 때 공격했더라면 그대로 끝장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상음지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다.

“끄으…….”

혈마승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어깨에서부터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크게 베여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까 상음지는 기회를 놓쳤지만 백수연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금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혈마승이 흥분을 해서 진웅을 내던지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백수연의 검은 예기가 가득한 보검이다. 혈마승의 뚱뚱한 몸을 가차 없이 갈랐다.

쿵!

뚱뚱한 혈마승의 몸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진웅! 괜찮아?”

“진 소협!”

백수연과 상음지가 급히 진웅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폈다. 내상을 입고 오른쪽 팔이 부러졌다.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두 사람이 우왕좌왕했다.

“내가 하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적운상이었다. 그 뒤를 보니 혁무한이 그쪽에 있는 담장에 기대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와 싸우던 혈마승은 그 앞에 쓰러져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싸움이 끝난 것이다.

적운상은 능숙한 솜씨로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옷을 찢어서 지혈을 하고 어긋난 뼈를 순식간에 맞췄다. 그리고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잘라내서 팔에 대고 찢은 옷을 칭칭 감았다.

그 과정을 모두 보고 있던 백수연은 뭔가 모르게 흐뭇했다. 적운상은 여러모로 능력이 많은 사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상음지도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생각에 적운상은 잘생기기는 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풍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왠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적운상이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생각보다 부드러운 사람인 것 같았다. 이에 그동안 약간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괜찮은 건가?”

혁무한이 다가오면서 묻는 말에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당분간은 움직이기 힘들 거야.”

“일단 의원을 찾아야겠군.”

“그래야 할 거야.”

적운상이 진웅을 안아 들었다. 상처가 욱신거리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인상이 찡그려졌다.

“혁 공자가 안아요.”

“뭐?”

백수연이 하는 말에 혁무한이 그녀를 쳐다봤다.

“이 사람도 다쳤어. 아직 완전히 상처가 나은 것도 아니고.”

“나도 멀쩡한 게 아니…….”

“조금이라도 멀쩡한 당신이 힘을 써야죠.”

“아니, 그래도…….”

혁무한이 다시 뭐라고 하려는데 적운상이 진웅을 그에게 넘겼다.

“가지.”

“뭐 이런…….”

“호호. 수고 좀 하세요. 혁 공자.”

“쳇!”

결국 혁무한이 진웅을 안고 옮겨야 했다.

* * *

 

의원(醫院)에서 진웅이 치료를 받는 동안 적운상도 상처를 치료했다. 방 밖으로 나와 안뜰에서 잠시 서 있는데 혁무한이 왔다.

“이제 어쩌지?”

“글쎄.”

“그동안 혈마승들을 쫓으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봤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어.”

“그래도 몇 명은 살아 있을 거야.”

“흐음… 하긴, 사자왕이나 운학도 살아 있을 텐데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으니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이 있겠지.”

“본대에는 연락했어?”

“아니.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된 걸 알고는 있을 거야.”

“또 추적대를 파견하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면 희생만 커질 뿐이야. 일단 본대에 연락을 해야겠군.”

“어떻게?”

“서찰을 보내지.”

보통은 전서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서찰이라니…….

“어차피 진웅은 상처를 치료하려면 시간이 걸려. 그러니 이참에 돌려보내는 게 나아.”

“그렇군.”

혁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혈마승들의 꼬리는 어디까지 밟은 거야?”

“그게 아주 웃기더군.”

“뭐가?”

“놈들이 이번에 나온 이유가 있어.”

적운상이 계속 말하라는 눈으로 혁무한을 쳐다봤다. 그러자 혁무한이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천마총(天魔塚)이라고 들어봤어?”

“배화교(拜火敎)의 교주였던 천마(天魔)의 무덤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거라면 신강에 있을 때 들어봤어.”

배화교는 한때 신강에서 크게 성행했었다. 불을 숭배하는 종교 단체로 그 뿌리가 페르시아에 있었다. 인간이 겪는 모든 번뇌를 성스러운 불로 태울 수 있다는 교리에 근거해서, 선한 이들의 영혼은 더욱 깨끗하게 만들고 악한 이들의 영혼은 태워서 소멸시켜 버린다고 믿었다.

그 배화교의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교주가 바로 천마였다. 그는 절대적인 지배력으로 교를 순식간에 장악하고 이 년도 되지 않아 세력을 두 배 이상 불렸다.

이에 모두가 성스러운 불을 품고 태어난 자라고 여겼지만, 절대적인 자리를 굳히느라 많은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신(神)이 아닌 마(魔)로 불렸고, 천마 자신도 그러기를 원했다.

나날이 세를 불려가던 배화교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천마가 너무 뛰어나다 보니 그 뒤를 이을 사람이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권력싸움은 천마가 늙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지자 더욱이 심해졌다.

교주 자리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고 암투가 일었다. 천마가 말려보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뒤를 이을 사람만 있었어도 어떻게 할 수 있으련만.

결국 보다 못한 천마는 배화교를 떠났다. 교주의 신물인 성화봉(聖火棒)과 교주만 익힐 수 있는 성화신공(聖火神功), 그리고 수많은 금은보화까지 가지고 잠적해버렸다.

그러자 교주 자리를 놓고 권력싸움을 하던 사람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고 딱 그 짝이 났다. 뒤늦게 후회하며 천마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배화교는 천마를 찾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천마가 가져간 것들을 찾고 있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천마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했을 리는 없었다.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천마총!

천마의 무덤. 그곳에 있는 것을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되리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지금은 배화교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천마총을 찾고 있었다.

“혈마사에서 찾고 있는 게 그 천마총이야.”

“그럼 혈마사가 배화교와 관계가 있는 건가? 무공이 전혀 다르던데.”

혈마사의 무공이 패도적이기는 했지만 중원무공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신강의 무공과는 달랐다.

“그건 모르겠어.”

“그런데 천마총을 왜 이곳에서 찾는 거지? 신강에서 찾지 않고.”

“천마가 여기 와서 죽었나 보지 뭐. 사실 호남뿐만이 아니야. 다른 지방에서도 가끔 천마총이 나타나서 피바람이 한바탕씩 불었었잖아. 하지만 이렇게 혈마사가 움직인 걸 보면 이번에는 진짜일 수도 있어.”

“흐음… 그렇단 말이지.”

적운상은 흥미가 일었다. 다른 건 다 떠나서 금은보화가 끌렸다. 뭐가 얼마나 있을지는 몰랐지만 형산파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놈들은 오십 명씩 움직이는데 주기적으로 사람을 보내서 한 번씩 모이고 있어. 아마 그렇게 정보를 교환하는 것 같아.”

“장소를 알아?”

“당연히 모르지. 마지막으로 그들을 본 곳이 마을 밖의 관제묘(關帝廟)에서야.”

관제묘란 삼국시대의 영웅인 관우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었다. 중원 어디에나 있어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군.”

적운상의 말에 혁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뭐가 생각났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물었다.

“백 소저하고는 어떻게 된 거야? 상당히 친근하게 굴던데. 혹시 벌써 눕힌 거야?”

“뭐?”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적운상이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이 그런 이야기를 할 만큼 나와 친했었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한때는 적이라 여기며 죽이려고도 했었지만 다 지난 일이었다. 지금은 동료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역지우(莫逆之友) 같은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별일 없었어.”

“에이, 그러지 말고 말해봐. 백 소저 예쁘잖아. 옆에서 보니까 널 마음에 두고 있는 거 같던데, 뭐 어때? 서로 마음이 맞으면 확 눕히는 거지.”

“혁무한.”

“응?”

“서린이한테 그러면 죽는다.”

순간 미간을 찔러오는 살기에 혁무한이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하하. 그냥 농담한 거야. 농담.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백 소저 같은 사람이 너 같은 놈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있냐? 더구나 이은성하고 혼사가 오가고 있는데.”

“알면 됐다.”

적운상이 몸을 돌려서 가자 혁무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자식. 서린이 얘기만 나오면 적당히라는 게 없군. 훗!”

그런 적운상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혁무한이었다.

* * *

 

적운상은 의원에서 하루를 더 머물면서 진웅의 상태를 지켜봤다. 부러진 오른팔은 제때에 응급처치를 잘해서 괜찮았지만 내상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상음지가 같이 가기로 했다.

“걱정 마. 난 괜찮아.”

누운 채로 마차에 옮겨 실린 진웅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혁무한이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전혀 안 괜찮아 보여.”

“다른 사람들은? 혹시 찾은 사람 있어?”

진웅은 이은성이 제일 걱정됐다. 오랜 친우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아직.”

“그래…….”

“상 소저, 형님을 잘 부탁합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상음지가 마차에 오르면서 대답했다.

“진웅. 은성이는 걱정하지 말고 빨리 낫기나 해. 알았어?”

“훗! 네. 누님.”

백수연이 하는 말에 진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옆에 있는 적운상을 힐끗 보더니 백수연을 빤히 쳐다봤다.

“왜?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네. 잠시 귀 좀…….”

무슨 얘기인가 싶어서 백수연이 몸을 숙여서 진웅에게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진웅이 나직이 속삭였다.

“적 형을 잡으려면 확 해버려요. 아니면 방법이 없을 거예요.”

직설적으로 하는 말에 백수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는 마당에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이게 까불고 있어.”

아프지 않게 진웅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백수연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적 형, 면목 없소. 뒤를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믿겠소.”

“상 소저.”

“네?”

“이걸 혁 문주님께 전해 주시오.”

적운상이 서찰을 내밀자 상음지가 그걸 받아서 품에 넣었다.

“꼭 전할게요.”

“이제 출발하시오.”

마차가 천천히 의원을 벗어났다.

“괜찮겠지?”

혹시나 혈마승들이 나타날까 봐 걱정하는 백수연의 말에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우리도 슬슬 움직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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