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4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44화
144화. 이 년 후 (3)
“아! 연 가주셨구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나는 양상조요.”
창을 들고 수염을 길게 기른 사내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양가장의 가주로 창법이 굉장히 뛰어났다. 관과도 연줄이 많이 닿아 있었다.
“양가장의 양 가주시군요. 반갑습니다.”
“철혈보의 진서문이오.”
눈이 부리부리한 사내였다. 한때 적운상과 친분을 나눴던 진웅의 아버지이자 철혈보의 보주가 바로 그였다.
“반갑습니다.”
“신검문의 이태산이오.”
이태산은 신검문의 문주로 이은성의 아버지였다.
“반갑습니다.”
“천응방의 백태정이라고 하오. 딸아이가 신세를 지고 있는데 그간 한 번도 찾아오지 못하다가 이리 왔소이다.”
백태정 옆에는 한 소녀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서 있었다. 임옥군은 그녀가 백묘묘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지만 모른 체했다.
“하하하. 신세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통천문의 혁강운이라고 합니다. 무한이가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오, 혁 공자의 형님이구려. 아니오. 폐라니, 전혀 그렇지 않소.”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에 일일이 답례를 한 임옥군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모두 호남에서는 명성이 쟁쟁한 곳에서 오셨군요. 크게 대접해 드릴 것은 없으나 불편함 없이 지내다 가시도록 하십시오. 형산의 경치가 뛰어나니 두루두루 둘러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흥! 당신 눈에는 우리가 산이나 둘러보러 온 것으로 보이시오?”
장팔방은 생긴 것만큼이나 성질이 괄괄했다. 처음부터 그는 형산파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성질이 그래도 저리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 당신과 나는 오늘까지 일면식조차 없지 않았소? 그런데 연락도 없이 찾아와 사람을 이리 대하다니 당혹스럽구려. 혹시 본 문의 제자들이 장가촌에 누가 갈 행동을 했소?”
“그건 아니오.”
“나는 여러 영웅호걸을 사귀는 것을 마다하지 않소. 허나 그건 서로 예를 다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요. 내가 이렇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당신이 대단해서가 아니오. 장가촌의 명성이 대단하기 때문이오.”
“뭐라! 감히!”
탕!
장팔방이 옆에 있던 작은 탁자를 내려치자 탁자의 다리가 부서져나가면서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그 위에 있던 찻잔이 깨지고 차가 쏟아졌다.
“쯧쯧. 아까운 찻잔이 깨졌구려.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끼는 찻잔이었거늘.”
“흥! 이깟 찻잔쯤 물어주리다.”
“방금 한 말 잊지 마시오. 혹여 그냥 간다면 장가촌까지 찾아가서 받아내겠소.”
“어디 그럴 실력이 있나 한번 보자!”
장팔방이 큰소리를 치며 임옥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임옥군이 장팔방의 양손을 돌려 잡아 옆으로 밀어내면서 양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장팔방은 계속 임옥군을 무시하고 있다가 이같이 절묘한 수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사실 그는 일부러 임옥군과 손을 섞으려고 그리 무례하게 굴었었다. 일단 임옥군의 기를 좀 꺾어놓고 이야기를 하면 편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임옥군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임옥군도 장팔방에게 본때를 좀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이 형산파를 무시하지 못할 테고 그럼 이야기하기가 훨씬 수월하리라 여긴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가능했다. 그간 임옥군은 은서린이 가져온 비급을 밤낮으로 수련했었다.
탁탁!
임옥군이 뻗어낸 쌍장을 장팔방이 팔을 휘돌려 옆으로 흘려냈다. 그러나 임옥군은 그 상태에서 다시 팔을 돌려 장팔방의 가슴을 노리고 쌍장을 뻗었다.
“헛!”
장팔방이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몸을 틀었다. 그 사이에 임옥군은 교묘하게 발을 뻗어 그의 발을 걸었다. 장팔방은 쌍장을 피하느라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발이 걸려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때 임옥군이 바짝 다가와 비틀거리는 장팔방을 잡았다.
“괜찮으시오? 바닥이 미끄러워 실수를 했나 보오.”
“흥!”
장팔방이 임옥군을 잠시 노려보다가 손을 털어내고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임옥군의 무공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크게 놀랐다.
장팔방은 장가촌의 촌장이 직접 보낸 인물이다. 그만큼 촌장이 믿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장팔방이 몇 수 만에 저리 당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대로 계속 싸웠다면 임옥군은 절대로 장팔방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번은 장팔방이 임옥군을 깔보고 있었고, 마침 임옥군이 초식의 교묘함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우위를 보인 것이다. 무공은 장팔방이 임옥군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러한 것을 알 리가 없었다.
“하하하. 이거 형산파가 벽촌의 작은 문파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잠룡이었구려.”
연씨세가의 가주 연협성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하자 임옥군이 손을 저었다.
“당치도 않습니다. 잠룡이라니요. 하하하.”
“오늘 우리가 이렇게 온 것은 한 가지 일을 알아보기 위함이오.”
“무슨 일이기에 이리 명성이 쟁쟁한 분들이 직접 오셨습니까? 이거 듣기도 전에 긴장이 되는군요.”
“약 이 년 전에 혈마사가 나타나 호남의 많은 문파들이 손을 잡고 그들을 척결하고자 했던 일은 임 장문인도 알고 있을 거요.”
“그렇지요.”
“그 와중에 혈마사가 천마총을 찾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도 알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천마총을 찾고자 사람들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혹여 혈마사의 손에 천마총이 들어가면 어떤 악행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라서 서둘러 대응을 했소. 그 와중에 본가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여러 문파의 제자들이 수없이 죽임을 당했소.”
“음… 제 사숙께서도 혈마사의 못된 놈들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유감이오.”
연협성이 포권을 취하자 임옥군이 마주 예를 취했다.
“아닙니다. 악인을 상대하다 그리 되셨으니 부끄럽지 않은 죽음이었습니다.”
“맞소.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마사가 결국 천마총을 찾아냈다고 하더이다.”
“그렇습니까? 저는 이런 벽촌에 있어서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군요.”
“한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혈마사가 천마총의 보물을 찾아내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찾아냈었다고 하더군.”
“그가 누굽니까?”
“방금 임 장문인이 말한 사람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임 장문인의 사숙이라는 바로 그 사람이오.”
“그런…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연협성이 살짝 코웃음을 치면서 시치미를 떼는 임옥군을 봤다.
“그 사람 말고도 또 있다고 하더이다.”
“그게 누구입니까?”
“형산파의 제자인 주양악과 은서린이오.”
“응?”
임옥군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뭔가 잘못 안 것이 아니오? 양악이는 혈마사 놈들에게 끌려갔소이다. 서린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일체 없었소.”
“그렇다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군. 하나는 은서린이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경우고, 또 하나는 당신이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숨기는 경우요.”
순간 연협성과 임옥군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연씨세가에 교활한 자들이 많다더니, 정말 그렇군.’
“그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물어보시오.”
“본 문의 제자들이 천마총을 발견해 냈다는 걸 어떻게 알았소? 단지 뜬소문만 듣고 이리 찾아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만.”
임옥군이 묻는 말에 연협성이 천응방의 방주인 백태정과 그 옆에 있는 백묘묘를 봤다. 그러자 백태정이 못마땅한 눈을 하며 말했다.
“끝까지 숨길 참이오?”
“숨기다니 무엇을 숨긴단 말이오?”
“천마총이 발견되었을 당시 그 자리에는 우리 딸아이도 같이 있지 않았소.”
“딸아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요?”
“흥! 둘째인 묘묘를 말하는 거요.”
“그럼 그 소저의 말만 듣고 이리 몰려왔단 말이오?”
“그 이상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소!”
“그것 참 이상하군요. 만약 백 소저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째서 다른 분들과 함께 왔소?”
모두가 임옥군이 하는 말뜻을 금방 이해했다. 천마총에 대한 사실을 알았다면 임옥군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찾아왔어야 정상이었다.
“음… 솔직히 말하리다. 사실 얼마 전부터 장사 일대에 괴상한 소문이 돌았었소.”
“어떤 소문이오?”
“형산파와 천응방에서 천마총을 찾아냈다는 소문이오.”
“그런…….”
“처음에는 모두들 뜬소문이라 여겼소. 나도 그렇게 여겼으나 혹시나 해서 묘묘에게 물어보니 뭔가를 숨기는 눈치였소. 그래서 닦달을 해보니 그제야 진실을 말하더군. 나는 이 일을 가볍게 여길 수가 없었소. 그래서 각 문파에 도움을 청해 모두가 이리 온 것이오.”
“흐음… 그랬군요. 그럼 여러분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연히 천마총의 보물이 정말 있는지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정말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기 위해서요.”
“거참… 왜 그래야 하오?”
임옥군이 하는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봤다. 임옥군이 저리 뻔뻔하게 나올 줄은 예상 밖이었다.
“왜 그래야 하다니? 당연한 일이지 않소? 천마총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아시오?”
장팔방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건 모두들 보물을 욕심내다가 그리된 것이 아니오? 그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우리가 왜 한단 말이오?”
“허! 임 장문인. 그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소. 우리가 사리사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오. 천마총의 보물은 어느 한 문파가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혈마사가 다시 노리고 올 수도 있소?”
양가장의 가주 양상조가 그럴듯하게 말을 돌려서 했다. 그러나 임옥군이 그런 것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그 말 아니오? 희생이라면 본문에서도 있었소. 아까도 말했듯이 사숙께서 돌아가셨고, 제자가 끌려갔소. 그리고 천마총의 보물이 뭔지 알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당연한 것 아니오. 그 정도도 모르고 왔을까?”
“그럼 한번 말해보시오. 천마총의 보물이 무엇인지.”
“이미 백 소저에게 모든 것을 다 들었소. 더 이상 발뺌하지 마시오.”
임옥군이 백묘묘를 봤다. 그러자 백묘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소. 소저. 소저의 잘못이 아니오. 언젠가는 이리될 줄 알고 있었소. 좋소. 더 이상 나도 숨기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하겠소. 이미 백 소저에게 들었다고 하니 천마총의 보물이 뭔지는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오.”
임옥군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곧 다시 이었다.
“천마는 내단과 성화신공, 성화령, 그리고 약간의 금은보화를 남겼소. 그리고 본문의 선배였던 분이 남긴 무공과, 천마와 싸웠던 사람들이 남긴 것들이 다요. 그중 내단은 본문의 제자인 양악이가 먹었으나 혈마사 놈들에게 끌려가서 생사가 불분명하오.”
“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묘묘가 말한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문의 선배가 남긴 무공은 본문의 것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사람들이 그것에도 동의를 했다. 임옥군의 말대로 그건 형산파의 무공이었다. 자신들이 탐을 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런 삼류문파의 무공이라 무시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성화신공과 성화령, 그리고 천마와 싸웠던 사람들이 남긴 것은 모두 버렸소.”
“헉!”
“무슨…….”
“당치 않은 소리!”
“우리를 속일 생각이오?”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임옥군을 다그칠 기세였다. 그러나 임옥군은 침착하니 그들을 보며 계속 말했다.
“아니오. 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소. 당시에 나는 서린이에게 그 같은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소. 기쁘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소. 본문의 무공이야 상관없지만 다른 것들은 큰 환란을 불러올 물건들이었소. 성화신공이나 성화령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소. 선배고인이 남긴 것은 당시에 천마와 싸웠던 사람들이 사용한 무공의 파해법이었소.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
“파해법이라면…….”
“그렇소. 참고로 서린이가 가져온 물건 중에는 녹옥불장도 있었소.”
“음…….”
모두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이미 백묘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직접 들으니 와 닿는 느낌이 달랐다.
“내가 한번 묻겠소. 만약 여러분들이 나와 같은 처지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자신들이라도 그것을 모두 버렸을 것이다. 소림과 무당의 무공을 파해하는 무공이 나돈다면 어찌 되겠는가?
거기다 소림사 방장의 상징이라는 녹옥불장이라니?
임옥군의 말이 완전히 믿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럼 그것을 어디다 버렸단 말이오?”
“책은 모두 불태우고 무기는 형산 깊은 계곡에 던져버렸소.”
“음…….”
“우리가 임 장문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걸 입증할 증거가 있소?”
“지금의 내 대답이 증거요.”
“그게 무슨 말이오? 임 장문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어찌 믿을 수가 있소?”
“방금 말하지 않았소. 그리고 모두가 동감하고 있지 않소. 나는 소림이나 무당에서 찾아와도 똑같이 말할 것이오. 그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단 말이오?”
사람들은 모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임옥군의 말대로였다. 그의 말이 증거가 된다. 이런 벽촌에 있는 형산파가 감히 소림과 무당을 상대로 배짱을 부릴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씨도 남지 않고 멸문을 당한다.
소림이나 무당이 협을 중시해서 의로운 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아니다 싶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는 것이다.
“어쨌든 기왕에 이곳까지 왔으니 며칠 머물며 여독을 풀고 가시구려.”
임옥군이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