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3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36화
136화. 새로운 경지로 (2)
꿀꺽!
“주 소저가 저리 강했었습니까?”
“나도 모르겠다.”
강한 사람만 보면 사족을 못 쓰면서 달려드는 사자왕도 지금만큼은 몸을 사렸다. 저 압도적인 힘을 보니 호승심이고 뭐고 내세울 게 없었다. 나서는 순간 거품 물며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럼 뼈 한두 개 부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폐인이 되거나 그대로 훅 가는 거다.
“저… 저게 도대체…….”
“맙소사…….”
혁무한과 같이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을 공격하던 혈마승들은 주양악한테 덤벼들었다가 모두 피를 뿜으며 쓰러진 지 오래였다.
“아하하하.”
주양악이 신이 나서 웃음을 터트렸다. 혈마승들에게는 그 모습이 악녀같이 보였다. 더없이 사악하게 보였다. 그들의 교리에 죽음은 해탈이라 했다. 하지만 저런 죽음은 사양이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
가마 근처에 있던 이 호법이 주양악을 피해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혈마승들을 크게 나무랐다. 그러면서 몸을 날려 주양악이 휘두르는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우측 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콰아아아아앙!
“크윽!”
이 호법의 발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이 호법은 괜히 나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계속 밀리다가는 뒤로 튕겨져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그때 삼 호법이 날아와서 힘을 보탰다.
“하압!”
콰아아아아앙!
삼 호법이 두 손바닥을 쭉 뻗어내서 아름드리나무를 쳤다. 그러자 휘둘러지던 아름드리나무가 멈췄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삼 호법과 이 호법이 힘을 합치고 있는데도 아름드리나무를 밀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멈추게 한 것만으로도 힘에 버거웠다.
보다 못한 일 호법까지 나섰다. 그는 이 호법과 삼 호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양손바닥을 쭉 밀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드드드득!
세 명의 호법이 크게 놀랐다. 일 호법이 힘을 보탰을 때 그들은 나무가 뒤로 튕겨져 나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튕겨나가기는커녕 지금과 같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건 주양악의 힘이 세 사람이 힘을 합친 것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타핫!”
“흐압!”
“싸랏!”
세 명의 호법이 크게 기합을 지르면서 내공을 더 끌어올렸다. 주양악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콰드드드드득! 콰아앙!
“헉!”
“피해라!”
“이런!”
나무가 완전히 부러졌다. 그러면서 세 명의 호법이 밀어낸 부분은 앞으로 날아갔지만 주양악이 잡고 있는 아랫부분은 그대로 휘둘러졌다. 문제는 잔가지였다. 잔가지가 호법들의 몸을 사납게 긁고 지나갔던 것이다.
주양악은 그렇게 휘두른 아름드리나무를 일 호법에게 힘껏 던졌다. 그러자 일 호법이 양손으로 원으로 그리다가 뻗어냈다.
텅!
“커헉!”
일 호법은 손목이 빠개지는 줄 알았다. 어깨가 탈골 되는 느낌이었다. 나무를 받아낸 상태 그대로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갔다.
이 호법과 삼 호법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면서 양발로 아름드리나무를 옆으로 찼다.
콰아아아아아앙!
아름드리나무가 옆으로 휑하니 날아갔다. 그걸 보고 세 명의 호법들이 경악을 했다. 하필 나무가 날아가는 곳에 혈불의 가마가 있었다.
그때 가마가 크게 한 번 출렁이면서 거대한 덩치의 노인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가마를 메고 있던 열여섯 명의 혈마승들이 버티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덩치가 거대한 노인은 가마를 향해 날아오는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우측 손바닥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나무가 으스러지면서 땅에 박혔다. 노인이 그 위에 올라서자 주위에 있던 혈마승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뒤늦게 책을 챙겨서 동굴에서 나오던 혈마승들도 마찬가지였다. 노인을 보고 모두들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급히 절을 했다.
입고 있는 붉은 승복과 가사는 반짝반짝하니 윤이 나고, 하얀 수염을 마치 사자처럼 기른 노인!
그가 바로 혈불이라 불리며 모든 혈마승들을 거느리는 자였다.
“혈불을 뵙습니다.”
“혈불을 뵙습니다.”
“극락왕생!”
“극락왕생!”
혈불이 모습을 드러내고 모든 혈마승들이 그를 향해 절을 하자 모두가 아연한 모습으로 혈불을 봤다.
* * *
“오랜만이구나. 천마여.”
혈불이 입을 열자 조용하니 은은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누가 천마라는 거죠?”
주양악이 도끼눈을 뜨고 혈불을 봤다.
“나는 이번이 네 번째 환생이지만 그대는 세 번째 환생이겠군.”
“환생?”
“그렇다. 천마여. 전생을 떠올려보라. 그대는 전생에 천마였다.”
“말도 안 돼요. 전생을 어떻게 기억하죠? 게다가 천마라니요!”
“음…….”
혈불이 잠시 입을 닫고 눈을 감았다. 주양악은 그런 혈불을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천마의 환생이라니, 그런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천마와 나는 수백 년 동안 사귀어온 친우다. 처음은 둘 다 남자였으나, 환생을 하면서 내가 여자였을 때도 있었고, 지금과 같이 네가 여자였을 때도 있었다.”
“믿을 수 없어요.”
“네가 가진 힘은 천마의 힘이다. 몇 번의 환생을 거쳐도 그것만은 변치 않지. 아니면 네가 어떻게 천마의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단순한 기연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요. 우연찮게 얻은 거예요.”
주양악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마의 힘을 얻었다는 건 천마총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굴 안에서 주양악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껏 그 고생을 하면서 돌아다닌 동굴이 천마총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 저…….”
사람들이 주양악을 보는 눈이 이상하자 구혁상이 답답함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했으니, 여기를 벗어난다 해도 이후의 일이 문제였다.
많은 무림인들이 천마의 보물을 노리고 주양악을 노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우연이 아니다. 모든 것이 인연이자 숙명이다. 전생의 네가 이번 생에 환생해서 다시 힘을 얻기 위한 안배였다.”
“믿을 수 없어요.”
“천마의 이야기를 아느냐?”
“알아요.”
“천마가 왜 평생을 바쳐서 일한 배화교를 떠나 이 먼 곳까지 왔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권력싸움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전생의 천마가 가진 힘은 지금의 너보다 배는 더 강했다. 그런 천마가 무엇을 두려워했다고 생각하느냐? 권력싸움? 그건 배화교에서 천마에게 버림받은 자신들을 위한 핑계거리로 둘러댄 것뿐이다.”
혈불이 이야기하는 것은 흡인력이 있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쏙 빠져들게 했다.
“천마는 이번 생에 너로 환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이곳에 와서 뼈를 묻었지. 주위를 보아라. 저 많은 사람들이 천마의 보물을 찾다가 저리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못하고 오로지 너만이 찾아냈다. 기연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그것이 네 운이었기 때문에 천마총을 네가 찾아낸 것이다. 이래도 부정을 할 테냐?”
“나… 나는…….”
주양악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너는 천마의 환생이다. 친우여.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 네가 지낼 곳을 마련해 놓았다. 조금 있으면 이번 내 생이 끝난다. 마지막은 그대와 함께하고 싶구나.”
“그, 그럴 순 없어요. 나한테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아직도 깨닫지 못했는가? 나와 함께 가자. 그곳에 모든 부귀영화가 있다. 나는 그대를 찾기 위해 수십 년에 한 번씩 이곳으로 왔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배반할 셈인가?”
“음…….”
사람들은 혈불의 이야기가 왠지 설득력 있게 들렸다. 수십 년마다 한 번씩 혈마사가 나타난 이유도 그럴듯했다.
“나는 가지 않아요.”
“가야 한다. 네가 환생한 사실을 배화교에서 알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너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흥! 그들이 온다 해도 날 당할 순 없을걸요.”
“네 힘은… 약하다.”
“약하지 않아요.”
“그럼 보여주지. 네 힘이 얼마나 약한지를.”
혈불의 그 커다란 거구가 둥실 떠오르더니 가볍게 땅으로 내려섰다. 그 같은 뛰어난 신법에 모두들 감탄을 했다.
“오라!”
“조심하는 게 좋을걸요.”
주양악이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단전에서 화룡의 기운이 후끈하니 일어나며 몸 밖으로 타고 돌았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모두들 깜짝 놀랐다.
내공이 정순해지면 무형의 기가 유형화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흐아아앗!”
주양악이 먼저 공격을 했다. 그녀는 특별한 초식 없이 단순히 주먹을 휘둘렀다. 내공의 힘만 믿고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혈불은 그걸 알면서도 순순히 응해줬다. 주양악이 휘두르는 주먹을 우측 손바닥으로 맞받아쳤다.
퍼어어어엉!
커다란 가죽 북이 터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주양악이 뒤로 휙 날아갔다. 혈불은 그저 두 걸음을 물러났을 뿐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만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혈불은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렇게 힘에서 밀려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뒤로 튕겨졌던 주양악이 공중에서 몸을 빙글 돌려 땅에 착지했다. 그럼과 동시에 다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혈불은 가만히 서서 그런 주양악을 응시했다. 정면으로 공격해 오던 주양악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혈불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퍼어어어어엉!
혈불의 좌측에서 소리가 울렸다. 주양악이 옆으로 돌아 그곳을 노리고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치잇!”
뒤로 튕겨나갔던 주양악이 다시 덤벼들었다. 그러나 혈불의 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혈불은 그녀와 부딪치는 힘에 의해 밀려날 때를 제외하고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틀거나 피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한 손만으로 주양악의 공격을 계속 맞받아쳤다.
그걸 보고 주양악은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한 방 먹이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혈불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쑥 파고들었다.
주양악은 지금까지 방어만 하던 혈불이 갑자기 공격을 해오자 당황하며 급히 양팔을 겹쳐서 막아냈다.
뻐어어어억! 콰득!
“꺄아악!”
주양악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삼 장을 날아가서 이 장 가까이 땅을 굴렀다. 주양악의 완벽한 패배였다.
주양악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피를 울컥 뱉어냈다. 내상을 심하게 입은 것이다. 그녀의 양팔은 부러져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애써 몸을 일으켰던 주양악이 다시 주저앉았다. 그런 주양악을 누군가가 부축했다. 주양악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그가 누군지를 확인했다.
“아! 사, 사형…….”
“저런 괴물을 상대로 그렇게 정직하게 싸우니 그 꼴이지. 그동안 배운 건 다 어떻게 한 거냐? 누가 너보고 힘만 믿고 그렇게 싸우라고 했어?”
적운상은 조용한 목소리로 주양악을 나무랐다. 주양악은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팔이 부러진 고통 때문에 이가 덜덜 떨려왔지만 적운상의 질책이 더 가슴 아팠다.
적운상의 말대로 그녀는 무식한 바보같이 싸웠다. 그동안 배운 초식이나 이론, 등은 모두 까맣게 잊고 오로지 내공만 믿고 날뛰었다.
갑자기 큰 힘을 얻게 되자 그 힘에 취해서 자신을 망각한 것이다.
“사숙조님, 양악이를 살펴주십시오.”
적운상의 말에 구혁상이 다가와 주양악을 부축했다.
“저자는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쩔 생각이냐?”
“훗! 붙어봐야죠.”
“운상아.”
구혁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적운상을 불렀다.
“걱정 마십시오. 지면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그보다 양악이를 부탁드립니다. 치료를 하고 기회를 봐서 이곳을 먼저 빠져나가십시오.”
“알았다. 그렇게 하마.”
구혁상이 그렇게 말하다가 적운상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오면서 파묻어두었던 무공비급과 보물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조심하거라.”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안심하라는 듯이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은 적운상이 혈불 앞으로 가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적운상은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내공도 바닥이었고, 혈마승들에게 몇 군데를 베인 상태였다. 몸이 정상이라고 해도 혈불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었다. 그 엄청난 힘을 보여주던 주양악도 저 꼴이 되지 않았던가?
“그대는 누구냐? 방해하는 자, 누구든 죽이겠다.”
히죽!
적운상이 웃었다. 혈불은 그런 적운상의 웃음이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다.
“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당연하지 않은가? 저 여자는 내 오랜 친우인 천마의 환생이다.”
“지랄! 그런 헛소리는 저기 있는 가짜 중들한테나 해. 저 여자는 말이야…….”
사람들은 적운상의 그 다음 말이 당연히 ‘사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을 깨고 적운상은 엄청난 발언을 했다.
“…내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