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5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53화
153화. 혈마사를 찾아서 (3)
쿵!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운산이 고개를 돌려보니 적운상이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셔서 정신을 잃은 것이다.
“적 오라버니.”
백리난수가 적운상을 흔들어 깨웠지만 소용없었다.
“어쩌죠?”
“어쩌긴, 방에 가서 재워야지. 두 분 도사님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죄송합니다. 사형이 워낙에 술을 좋아해서…….”
“아니에요.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백수연이 점소이를 불러서 방을 잡고 적운상을 그리로 옮기자 백리난수가 옆에서 도왔다.
“후우… 적 오라버니가 이렇게 많이 마시는 건 처음 봐요.”
“그러게. 그나저나 여기서 다 같이 자야겠네.”
“네?”
“방이 없어서 여기도 간신히 잡은 거야. 왜? 싫어?”
“아니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백리난수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 동생은 대범하면서도 가끔 보면 굉장히 소극적일 때가 있더라. 정 그러면 가까운 곳의 객잔으로 가. 적 동생은 내가 돌볼 테니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함께 있을게요.”
“그래. 그럼.”
백수연이 옷을 벗고 적운상 옆에 누웠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적운상과 운산이 권하는 술을 조금 마셨더니 볼이 빨개질 정도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하암… 동생은 저 옆에서 자. 적 동생은 곯아떨어졌으니까 이상한 짓 못할 거야. 걱정 말고 자.”
“네? 네.”
백리난수가 조금 망설이다가 그냥 옷을 입은 채로 적운상의 옆에 누웠다. 한 침상에 그렇게 세 명이 눕자 자리가 굉장히 좁아서 바짝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백리난수의 얼굴이 더욱이 붉어졌다.
“음…….”
적운상이 잠결에 몸을 뒤척이자 백리난수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겁먹지 마. 좋아하는 사람인데 뭘 그래?”
“네…….”
백리난수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적운상이 알게 되면 그녀를 경멸하게 될지도 몰랐다.
* * *
다음 날 눈을 뜬 적운상은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파왔다. 대낮부터 술을 들이부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으…….”
일어나 앉아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꾹꾹 누르던 적운상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짚었다가 뭔가 물컹하는 감촉이 느껴지자 시선을 내려 그곳을 봤다.
“…….”
적운상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의 손이 잡고 있는 건 백리난수의 가슴이었다. 백리난수가 왜 옆에서 자고 있는 걸까?
“음…….”
백리난수가 몸을 뒤척이자 적운상이 재빨리 손을 뗐다. 그러다 뒤로 손을 짚었는데 거기서도 물컹하는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적운상이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백수연이 누워 있었다. 그것도 속옷차림으로.
“…….”
적운상은 백수연의 가슴에서 손을 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건 운산과 운청을 만난 것, 그리고 진탕 술을 마신 것이 다였다.
‘너무 많이 마셨어.’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다 그제야 아직도 백수연의 가슴에 손을 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백수연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언제 깼는지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적운상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백 누이… 이, 이건 그러니까…….”
“괜찮아.”
살포시 웃으면서 말하는 백수연의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적운상은 심장이 두근거리며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백수연의 얼굴을 만지려다가 멈칫했다.
“일단 손 좀 놔줘.”
“훗! 안 넘어오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누이하고 난수가 여기서 자고 있는 거야?”
“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 술 취한 널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가서 잘 수도 없잖아. 그래서 같이 잔 거야.”
“실수했군.”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기대고 싶을 땐 언제든지 기대.”
“후우… 좀 씻고 올게.”
“그래.”
적운상이 일어나서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백수연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는 척 그만해도 돼.”
“알고 있었어요?”
백리난수가 누운 채로 몸을 돌리며 물었다.
“응. 왠지 깨어 있을 것 같더라고. 우리도 나가서 씻자.”
“네.”
백리난수가 조금 무안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직도 따라오는데.”
백수연이 뒤를 힐끗 보며 말했다. 적운상은 백수연, 백리난수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객잔을 나왔다. 그런데 언제 따라붙었는지 운산과 운청이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
“아무래도 저렇게 계속 따라올 것 같은데, 그냥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아?”
“제 생각에도 그래요.”
백수연의 말에 백리난수가 찬성하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안 그래.”
“심통 부리는 애도 아니고 왜 그래?”
“뭐?”
적운상이 조금 어이없어하며 백수연을 봤다. 그러자 백수연이 귀엽다는 듯이 적운상을 봤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 그렇게 보이는 법이었다.
“그렇잖아.”
“맘대로 해. 나는 이대로 갈 테니까.”
“아아… 그래. 우리들은 그저 네 짐으로 따라다니는 것뿐이니까. 뭐든 네 결정에 따라야겠지.”
“누이! 계속 왜 그래? 내가 뭐 기분 나쁘게 한 거 있어?”
적운상이 살짝 인상을 쓰면서 묻자 백수연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아니야. 그런 거 없어.”
하는 말투나 행동을 보면 없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었다.
“하아…….”
여자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운상이 주양악에게 끌렸던 이유 중의 하나도 어쩌면 그녀의 성격이 남자 같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백수연은 익양에 도착할 때까지 그랬다. 그리고 구괴산을 오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뒤에서는 운산과 운청이 계속 따라왔다. 적운상은 양쪽 다 신경을 딱 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렇게 혈불과 싸웠던 동굴 앞에 도착하자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혈불을 따라가던 주양악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적운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때 죽은 사람들은 문파에서 모두 시체를 가져갔어. 남아 있다 해도 저 꼴이고.”
백수연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리난수가 그쪽을 보니 앙상한 해골이 몇 개 보였다. 산짐승들에게 뜯어 먹힌 것이다.
“동굴 안에도 들어가 볼 거야?”
“아니.”
적운상이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딱히 뭔가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년이나 지났는데 단서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적운상은 자리를 뜨지 않고 한참이나 그곳에 서 있었다. 그 동안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주위를 둘러봤다. 운산과 운청도 뭐가 있나 싶어서 같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 오라버니.”
백리난수가 걱정스럽게 적운상을 불렀다.
“응?”
적운상이 백리난수를 봤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가자.”
“어디로요?”
“그때 그들이 저쪽으로 갔잖아. 그리로 가보면 뭔가 나오겠지.”
적운상이 앞장서자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쪽은 절벽이었다.
“이제 어쩌죠?”
“글쎄.”
적운상이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운청이 다가왔다.
“내게 생각이 있습니다.”
“말해 보시오.”
“혹시 관추서라는 자를 아십니까?”
“처음 듣는 이름이오.”
적운상은 그랬지만 백리난수는 아니었다.
“아! 그렇군요. 그 사람이 있었군요.”
“아는 사람이야?”
“네. 관추서는 사람을 잘 찾기로 유명해요. 하오문 사람인데 듣기로는 그가 마음먹어서 못 찾은 사람이 없다고 해요.”
“전문추적꾼이군.”
새외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사람을 찾아줬다. 적운상이 소문을 듣고 고수를 찾고자 했을 때도 그들을 고용했었다. 그리고 반대로 적운상에게 패한 자들이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런 자들을 고용해서 뒤를 쫓아오기도 했었다.
“맞습니다. 그에게 혈마사를 찾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잖아요.”
백리난수가 난처한 듯이 말했다.
“인근의 하오문으로 가면 알려줄 겁니다.”
“아는 데가 있나요?”
운청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런 곳과는 연관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가까이하지 않았었습니다.”
“마을로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적운상이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고 걷기 시작하자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군요.”
운청이 하는 말에 운산이 수긍하며 말했다.
“그래. 너와는 성격이 다르지.”
“사형과도 다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지는 않으니까요.”
“뭐야?”
운산이 주먹을 말아 쥐고 한 대 때리려고 하자 운청이 재빨리 경공을 펼쳐서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함부로 폭력을 쓰지 않는 것도 다른 것 같습니다.”
“너 이 녀석! 거기 안 서!”
운산이 소리를 질렀지만 운청이 설 리가 없다. 맞을 걸 뻔히 아는데 왜 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