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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4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49화

149화. 준비 (1)

 

형산파는 한동안 분주했다. 죽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고 적들의 시체도 처리했다. 부상자들은 치료를 받고 부서진 건물은 수리를 했다. 그러느라 칠대세력의 무사들과 형산파의 사람들은 서로 친분이 돈독해졌다.

문주들은 그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살피는 한편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일을 상의했다.

금마도의 출현은 그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혈마사에게 당한 피해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들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금마도가 나타났으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혈마사처럼 금마도 역시 너무나 감춰진 것이 많았다. 어떤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지 난감했다. 몇몇 사람들은 정의회를 다시 조직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한가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적운상이었다.

조사묘에서 나온 적운상은 한동안 뒹굴뒹굴거리면서 생활했다. 이 년이나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탕탕!

“적 오라버니!”

백리난수였다. 보나마나 밥을 가져왔을 것이다. 적운상이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먹기를 꺼려하자 그녀는 벌써 며칠째 저렇게 음식을 가져오고 있었다.

“들어와.”

방 안으로 들어온 백리난수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방 안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으… 냄새.”

적운상은 그녀가 들어왔는데도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그냥 누워 있었다.

“식사하세요.”

백리난수가 가져온 바구니를 탁자에 올려놓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적운상이 그런 백리난수를 힐끗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너, 강해졌구나.”

“네?”

뜬금없이 하는 말에 백리난수가 뭔 말인가 싶어서 적운상을 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씨익 웃으면서 탁자로 갔다. 백리난수는 적운상이 더 이상 별말 하지 않자 계속 옷을 치웠다.

‘설마 눈치를 챈 건가? 아니야. 그건 아무도 모르고 있어.’

백리난수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모르는 척 옷을 잘 개서 한쪽에 놓았다. 그리고 적운상의 옆에 와서 앉았다.

“맛있어요?”

“응.”

그러나 적운상이 먹는 모습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만 젓가락질을 하는 것이 먹고 싶지 않아서 깨작거리는 것 같았다.

조사묘에 있을 때 하루에 한 끼만 먹던 적운상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맛난 음식도 그런 식으로 먹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든 것이다.

“금검문에서 홍은령이라는 아가씨가 온다던데요.”

“그래?”

“네. 그녀가 적 오라버니와 혼인할 여자라면서요?”

“사부님이 그렇게 정했지.”

“오라버니는 마음에 없고요?”

“음…….”

음식을 오물거리면서 잠시 생각하던 적운상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한 성질 하지만 그리 나쁜 여자는 아니야.”

“마음에 든다는 뜻이네요.”

“싫지는 않아.”

“그럼 나는요?”

적운상이 백리난수를 봤다. 백리난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도 좋아.”

“피이…….”

백리난수가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나하고 그녀하고 누가 더 좋아요?”

“음… 글쎄?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럼 수연 언니하고 저하고 누가 더 좋아요?”

“그것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럼 주 소저하고 저하고 누가 더 좋아요?”

주양악 이야기가 나오자 음식을 집던 적운상의 젓가락이 멈칫했다.

“아! 미, 미안해요. 나는 그냥…….”

“아니야. 괜찮아.”

적운상이 계속 식사를 했다. 분위기가 어색해서 백리난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자 적운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는 좋은 여자야.”

“훗! 알고 있어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백리난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로 좋은 여자가 아니란 것을.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야.”

“아니요. 적 오라버니보다 더 좋은 사람은 못 만날 거예요. 볼 거 안 볼 거 다 봐놓고 설마 이제 와서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죠?”

백리난수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러자 적운상이 난처한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건…….”

“흥! 남자들은 다 저렇다니까. 빨리 씻고 나와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뭐? 누가?”

“누구긴요? 그날 이후로 이렇게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잖아요. 모두들 오라버니를 보고 싶어 해요. 얼굴 한번 보여줘야죠.”

“알았어. 금방 나갈게.”

“그래요. 그럼.”

백리난수가 밖으로 나가자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양악 생각만으로도 벅찬데 백리난수에 백수연, 거기다 홍은령까지 오고 있다니, 그야말로 여복이 터졌다고 할 수 있었다. 적운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적운상이 밖으로 나가자 그를 본 사람들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조사묘에서 봤을 때와는 사람이 완전히 달랐다. 수염을 깔끔하게 밀고 깨끗한 옷에 백운검을 차고 있으니 누가 봐도 태가 났다.

“적 동생.”

백수연이 생긋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녀를 보는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했다. 늘 대충대충 입고 다니던 그녀가 오늘은 웬일인지 화사하게 차려입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언제 나오나 했어.”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그래?”

백수연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다른 때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형부!”

“뭐?”

백묘묘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형부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 몰랐어요? 아버지가 지금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밤낮으로 임 대협을 닦달하고 있는데.”

“뭐?”

적운상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백태정은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적운상을 잡기로 마음먹자 곧바로 임옥군에게 가서 혼사를 의논했다. 임옥군이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난처해하며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 소식을 들은 홍문형이 발끈해서 백태정에게 가서 따지자 임옥군의 입장이 더욱이 난처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임옥군의 처소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얘는 참, 형부라니…….”

백수연이 부끄러운 듯 말했지만 싫지 않은 듯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백리난수가 다가왔다.

“나오셨네요. 오라버니. 풋! 아까하고 너무 다르네요. 진즉 그렇게 깔끔하게 하면 얼마나 좋아요.”

“조사묘에서만 지냈더니 안 씻는 게 습관이 돼서.”

“나쁜 습관은 고쳐야죠.”

백수연에 이어 백리난수까지 옆에 와서 서자 그야말로 양손의 꽃이었다. 한쪽에서 수련하던 사람들과 건물을 수리하던 사람들, 그리고 한담을 나누던 사람들까지 모두 부러운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적 공자.”

백수연과 백리난수만큼은 아니어도 미모가 뛰어난 남예가 다가가자 사람들은 이제 부럽다 못해 화가 났다.

‘제길! 나도 오늘부터 미친 듯이 무공만 수련하련다.’

‘부럽군. 니미럴.’

‘하아… 아주 꽃밭이구만. 꽃밭이야.’

생각들은 그랬지만 내색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적운상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

은서린이 적운상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달려왔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은서린은 여전히 나이에 비해 몸이 어린아이처럼 작았다.

“으챠! 이 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하나도 안 컸구나.”

“내, 내려 줘요. 나 이제 안 어려요.”

“어?”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는 은서린을 보면서 적운상이 약간 당황을 했다.

“미안.”

적운상이 은서린을 내려놓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일어난 거예요?”

“그래.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있어?”

“수련이요. 같이 가요. 사형이 봐주면 모두들 좋아할 거예요.”

“그래. 가보자.”

“빨리 가요.”

은서린이 앞장서서 가고 적운상이 그 뒤를 따라가자 백수연과 백리난수, 그리고 남예도 함께 갔다.

그렇게 연무장에 가보니 형산파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칠대세력의 무사들도 같이 땀을 흘리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

“뭐야? 사람들이 많네.”

“네. 모두들 사형을 보고 가슴이 활활 타올랐데요.”

“풉!”

은서린이 하는 말에 백리난수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 사형이다!”

“사형!”

“오, 적 대협이군.”

사람들이 적운상을 보자 모두 수련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왔구나.”

“대사형.”

“그래. 마침 잘 왔다. 자자. 모두들 조금씩 뒤로 물러섭시다. 그래야 적 사제한테 뭔가 하나 얻어갈 수 있지 않겠소?”

막정위의 말에 사람들이 뒤로 우르르 물러섰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배움에 목말라 있지. 나를 포함해서.”

“대사형도 참.”

“질문 있습니다!”

장동오였다. 그가 큰 소리로 외치자 사람들이 모두 그를 봤다.

“물어봐.”

“적 사형은 어떻게 그렇게 강한 겁니까?”

“뭐?”

“하하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장동오도 뻘쭘하니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강한 이유? 노력했기 때문이지.”

“얼마나 노력하면 되는 겁니까?”

금검문의 무사가 물어왔다.

“먹고 자고 싸는 시간만 빼고 검을 휘두르면 되오. 난 그걸 오 년 동안 했을 때 무상지검의 경지에 올랐었소.”

“그게 정말입니까? 그 정도 노력은 누구나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양가장의 무사가 질문을 했다. 어느새 사람들이 질문하면 적운상이 대답을 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렇지 않소.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오. 하루에 몇 시진을 수련하는지. 정말 먹고 자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고 검을 휘두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오.”

“음…….”

생각해 보니 그랬다. 하루의 수련 시간은 정말 많아 봐야 두 시진에서 세 시진 정도였다. 나름 폐관수련을 한다면서 어딘가에 틀어박혀 수련을 해도 하루에 네 시진 이상의 수련은 힘들었다. 다른 것이 힘든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계속 수련만 하는 것이 힘든 것이다. 노력하는 것이 지겹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도 노력만 하면 적 대협처럼 강해질 수 있단 말입니까? 상승의 무공을 익히거나 영약을 먹지 않아도 정말 가능한 겁니까?”

“나는 영약은커녕 그 비슷한 풀뿌리도 먹어본 적이 없소. 영약이라고 먹어본 것은 인삼탕이 다요.”

“하하하하.”

적운상의 말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인삼탕이 귀한 음식이기는 하지만 돈만 조금 있으면 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상승의 무공은 분명 빠른 길을 제시하오. 그러나 어차피 목적지는 같소. 둘러간다 해도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빠르게 갈 수 있소.”

“이해가 안 갑니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적 대협은 재능이 뛰어나서 그렇게 강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랄 수가 있겠군. 그러나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오? 예전에 일검무적이라 불렸던 고수가 있었소. 그분은 평생을 오로지 내려치는 한 동작만 익혔다고 하오. 그 결과 그 일 초식을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소. 그분의 별호가 천하제일 일검무적이었소. 재미있지 않소? 그럼 내가 한 번 묻겠소. 당신들은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소? 밥 먹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젓가락질을 하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 수백, 수천, 아니 수만 번의 젓가락질을 했기 때문이오. 무공을 펼칠 때도 젓가락질을 하듯이 그렇게 할 수 있소?”

“음…….”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무공이 쉽게 늘지 않는 이유를 항상 환경적인 탓을 해왔다.

내공을 증진시켜 주는 영약, 상승의 무공, 좋은 사부, 등, 그러한 것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강해지지 못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적운상은 지금 그걸 완전히 뒤엎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갈 듯하면서도 선뜻 와 닿지가 않았다.

연무장에서 적운상이 그렇게 사람들과 무론을 나누고 있자 여기저기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그리로 몰려들었다.

“적 대협이 무공을 가르쳐준데.”

“뭐? 어딘데?”

“연무장이라더군.”

“가자. 그런 건 빨리 말해줘야지!”

건물을 고치던 사람들과 한담을 나누던 사람들, 그리고 여자에게 수작을 걸던 사람들까지 모두가 우르르 몰려갔다.

“이게 무슨 일들인가?”

이존의가 묻는 말에 달려가던 사내가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적 대협이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 합니다.”

“뭐라? 비전?”

“네. 그래서 모두들 연무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존의는 호기심이 일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뭔 놈의 비전이란 말인가?

잠깐 사이에 말이 와전되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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