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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8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87화

187화. 사투(死鬪) (1)

 

“으음…….”

제갈호월은 뭔가 무거운 것이 가슴을 누르는 답답한 느낌에 눈을 떴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으로 만져보니 그게 뭔지 단번에 짐작이 됐다. 주양악의 다리였다. 옆에서 같이 자던 주양악이 잠결에 다리를 올린 것이다.

제갈호월이 일어나서 주양악의 다리를 옆으로 밀어놓았다. 주양악은 쌔근쌔근 깊이 잠이 들어서 누가 업어 가도 모를 것 같았다.

구보세가와의 관계를 정리한 지 벌써 십여 일이나 지났다. 지금 있는 곳은 호남에 근접해 있는 마을의 작은 객잔이었다. 내일 배를 타면 호북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제갈호월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호북을 떠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이곳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자 얼굴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상처가 많이 아물기는 했지만 아직 다 나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고, 수치스러운 일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뿌듯했다.

“훗!”

제갈호월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한밤중에 일어나서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미친 것은 아닌지 오해를 했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다. 제갈호월은 재빨리 누워서 자는 척을 했다.

‘누구지?’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몰래 방으로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좋은 뜻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니었다.

제갈호월은 단검을 옷과 함께 놓아둔 것이 후회가 됐다. 항상 잘 때도 지니고 잤었는데, 이제는 괜찮다는 생각에 거기다 놓아둔 것이다.

‘어쩌지? 강도면 어떻게 하지?’

제갈호월은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서 자고 있는 주양악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하지만 주양악은 일어나기는커녕 몸을 뒤척이며 제갈호월을 발로 밀어냈다.

‘안 돼. 일어나! 사저!’

제갈호월이 필사적으로 주양악을 깨우고 있는데 그가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제갈호월은 그가 더 가까이 오면 소리를 꽥 지를 생각을 했다. 그때 그의 얼굴이 쑥 머리 위로 지나갔다. 적운상이었다.

‘사형?’

제갈호월은 놀라서 크게 떴던 눈을 재빨리 다시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적운상은 주양악을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일어날 리가 없다. 이럴 때는 깨우는 방법이 있었다.

파직!

“꺄…… 읍!”

적운상이 흘려보낸 뇌기에 주양악이 깜짝 놀라서 소리치며 일어나다가 다시 눕혀졌다. 적운상이 그녀의 입을 막고 잡아 눌렀기 때문이다. 주양악의 눈이 커다래졌다.

“쉿! 조용히 해.”

적운상이 주양악의 입에서 손을 떼며 속삭였다.

“사형. 무슨 일이야? 혹시…… 하러 온 거야? 미쳤어? 안 돼. 나 아파서 싫단 말이야. 그리고 옆에 호월 언니도 있잖아.”

주양악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속삭이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어이가 없었다. 자는 척을 하던 제갈호월은 얼굴이 빨개졌다. 두 사람 사이가 심상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깊은 관계일 줄은 몰랐다.

적운상이 가볍게 주양악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아야! 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옷 입고 짐 챙겨.”

“왜?”

“적이다. 수가 꽤 많아.”

“적? 누군데?”

“일단 움직여. 제갈 사매도 자는 척 그만하고.”

적운상이 하는 말에 제갈호월이 이불을 끌어당겨 눈만 내놓으며 물었다.

“알고 있었어요?”

“한밤중에 혼자 웃고 그러지 마.”

‘그것도 봤구나.’

제갈호월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빨리 움직여.”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이 창가로 가서 밖을 봤다. 누군가가 빠르게 움직였다가 사라졌다.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은 살수들밖에 없었다.

‘대성상단에서 살수들을 고용했군.’

적운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구보지성을 놔두면 형산파에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서 손을 쓰자니 며칠 전에 왕대곡이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왕대곡이 말하기를 최근 적운상 말고도 살행을 하며 다니는 자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적운상과 마찬가지로 호북에 있는 혈마사를 찾아다니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문제는 그가 혈마승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되면 누구든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죽인다는 데 있었다.

그 일로 인해 적운상은 피해를 본 문파사람들에게 완전히 오해를 받고 있었다. 모두들 적운상이 범인이라 여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성상단까지 뒤집어 놓으면 운산이나 운청의 말대로 무당파가 나설지도 몰랐다. 그러면 골치가 아파진다.

생각 끝에 적운상은 일단 형산파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다행이라면 운산과 운청, 그리고 왕대곡이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였다면 저 많은 살수들로부터 주양악과 제갈호월을 지키기가 벅찼을 것이다.

“사형. 다 챙겼어.”

“그래. 그럼 이제…….”

말을 하던 적운상이 다급하게 주양악의 옆에 있던 제갈호월을 확 당겨서 품에 안았다. 제갈호월은 갑자기 그렇게 적운상의 품에 안기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걸 보고 주양악이 놀라서 소리를 쳤다.

“사형! 왜 갑자기…….”

주양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뭔가가 창문을 뚫고 날아왔다.

“피해!”

적운상이 주양악의 머리를 잡아서 누르며 몸을 낮췄다.

파파파파팍!

암기였다. 창날같이 생긴 암기 십여 개가 날아와서 연이어 벽에 박혔다. 그것과 동시에 문을 부수며 복면을 쓴 세 명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적운상은 품에 안고 있던 제갈호월을 주양악에게 밀었다. 그리고 품에서 단도를 꺼내 앞에 있던 사내의 어깨를 내려 긋고 얼굴을 후려쳤다.

빠아악!

“컥!”

사내가 옆으로 확 날아가서 벽에 부딪쳤다. 이어서 또 한 명이 적운상이 뻗어낸 좌장에 가슴이 찍혀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튕겨나갔다. 남은 사내가 적운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적운상은 단도로 가볍게 막아서 돌려 누르며 좌장으로 그의 턱을 올려쳤다.

뻐억!

“크헉!”

사내의 몸이 붕 떠올라 천장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조심해요!”

제갈호월의 외침에 적운상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주양악이 방 안에 있던 탁자를 들어서 창문으로 들어오려던 두 사람을 쳐서 날리는 것이 보였다.

“이쪽으로 나와!”

적운상이 소리치며 먼저 방을 나오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양쪽에서 검이 쭉 뻗어왔다.

쉬익!

적운상은 우측에서 검을 뻗어온 사내의 팔을 힘껏 잡아당겨서 좌측에서 검을 뻗어온 사내에게 밀었다. 그러자 검이 좌측에 있던 사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크윽…….”

어이없게 동료를 죽이게 되자 사내가 눈을 부릅뜨고 적운상을 노려봤다. 그 순간 그의 목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적운상이 단도로 목을 그어버린 것이다.

좁은 복도의 양쪽에서 복면을 쓴 사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생각보다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힐끗 아래를 보니 운산과 운청, 그리고 왕대곡도 살수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 왕대곡이 적운상이 나온 것을 보고는 가까이 있던 탁자를 밟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층의 난간을 발로 차서 그 반탄력으로 적운상이 있는 곳으로 왔다.

“괜찮은가?”

“아직까지는요. 이쪽은 제가 맡죠.”

적운상이 소리치면서 좌측에 있는 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그러자 왕대곡이 그 반대편의 적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그렇게 양쪽에 있는 살수들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방에서 제갈호월과 주양악이 나왔다.

“뛰어!”

주양악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려는 자들을 향해 들고 있던 탁자를 던지고는 제갈호월을 안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걸 보고 적운상과 왕대곡이 놀란 눈을 했다.

주양악과 제갈호월이 위험할까봐 양쪽으로 길을 뚫었던 것인데 두 사람은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적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뛰어든 것이다.

“주양악!”

적운상이 다급하게 주양악을 불렀지만 이미 늦었다. 주양악과 제갈호월은 적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이고 말았다.

“저 바보가 정말…….”

적운상이 난간을 잡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왕대곡도 같이 뛰어내렸다.

살수들이 두 사람이 내려서지 못하게 마구 검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주양악이 탁자를 하나 잡아서 힘껏 던지자 그것에 맞고 살수들이 우르르 나가떨어졌다. 그 같은 괴력에 왕대곡이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주양악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탁자를 집어서 휘두르자 살수들이 우왕좌왕하며 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두어 명이 날아오는 탁자를 부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콰직! 콰앙!

“크악!”

“컥!”

검을 휘두른 살수들은 뜻한 대로 탁자를 부쉈다. 하지만 그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탁자에 얻어맞고 뒤로 삼 장이나 튕겨나가 벽에 부딪치며 피를 토해냈다.

그렇게 손에 있던 탁자가 모두 부서지자 주양악이 두리번거리며 다른 탁자를 찾았다. 그러자 살수들이 화들짝 놀라며 가까이 있던 탁자를 모두 부숴버렸다.

“흥!”

주양악이 그걸 보고 코웃음을 쳤다. 휘두를 수 있는 건 탁자만이 아니었다.

주양악이 한쪽에 있는 기둥으로 몸을 날렸다. 이층의 복도를 받치고 있는 기둥이었다. 그걸 보고 살수들이 ‘설마’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걸 뽑아서 휘두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설마가 맞았다.

주양악이 그 기둥을 향해 발을 한 번 내지르자 맥없이 부러져 나갔다. 그리고 그걸 양팔로 잡아당기자 이층복도가 내려앉으면서 기둥이 뽑혀져 나왔다.

그 같은 괴력에 살수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가녀린 여자가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주양악이 그들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살수들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후우우우웅!

주양악이 기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살수들이 놀라서 재빨리 몸을 피했다. 하지만 기둥에 맞고 튕겨져 날아가는 자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피를 토하고 객잔의 벽을 부수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주양악은 마치 막대기를 휘두르듯이 그 큰 기둥을 너무나 가볍게 휘둘렀다. 보통은 그렇게 큰 무기(?)를 휘두르면 동작이 커서 허점이 많이 드러난다. 지금 주양악도 그랬지만 살수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드러난 허점을 공격하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피하기에 바빴다.

근처에 있던 살수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도망치자 주양악이 그들을 따라가며 기둥을 휘둘렀다. 살벌한 바람 소리가 일며 그들을 위협했다.

운산은 한창 살수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서늘한 바람 소리와 함께 세찬 풍압이 밀려오자 깜짝 놀라서 몸을 날렸다.

후우우웅!

“헉!”

공중에서 몸을 돌린 운산이 주양악을 보고는 놀라서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지금껏 적지 않게 싸움을 해온 그였다. 하지만 저렇게 기둥을 뽑아서 싸우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방금 조금만 늦었더라면 살수들과 함께 떡이 되어 날아갔을 것이다.

후우우웅! 콰아아아앙!

주양악이 휘두른 기둥이 다른 기둥을 후려치자 그대로 부러져나갔다. 그러면서 객잔이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신이 난 주양악이 기둥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실수로 그걸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기둥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서 그쪽에 있던 살수들을 날려버리고 벽에 박혔다.

콰아아아아앙!

객잔이 다시 한 차례 흔들렸다. 그러자 이층의 복도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콰지직! 쿠르릉! 콰아앙!

살수들은 객잔이 무너질 것 같자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객잔은 무너지지 않았다.

“괜찮은 건가?”

운산이 불안한 얼굴로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설마 기둥 몇 개 뽑았다고 해서 무너지기야 하겠어요?”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때 아까 무너졌던 이층의 복도에서 삐거덕하며 소리가 나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객잔 밖으로 몸을 날렸다.

“피해!”

그렇게 빠져나갈 때 살수들이 공격을 했다면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살수들은 객잔 밖으로 나오면서 그대로 모두 철수를 한 상태였다. 더 싸워도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무너진다니까 그러네.”

제일 마지막으로 주양악이 나오면서 말했다. 그때 객잔의 한쪽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걸 보고 모두들 주양악의 괴력에 몸서리를 치며 제때에 피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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