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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82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82화

182화. 모인 사람들 (4)

 

쉬쉬쉬쉬쉭! 챙! 카가각! 챙!

검과 도가 계속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그때마다 운산과 금정신은 자리를 바꿔가며 무기를 휘둘렀다. 두 사람 다 무상지검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라 한 치의 틈도 없었다. 공방이 물 흐르듯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당십걸과 도왕이라는 명성이 왜 그리 널리 알려졌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우와아…….”

주양악도 두 사람의 싸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크게 감탄을 했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에? 음…….”

주양악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운학의 사형이라는 사람.”

도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주양악이 그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계속 몰아붙이고 있잖아.”

“하아…….”

적운상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아니야?”

“저건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발악을 하고 있는 거야.”

“에? 그런 거야?”

“그래. 자세히 봐봐. 보기엔 몰아붙이는 것 같지만 실속이 하나도 없잖아. 검이 모두 막히면서 겉돌고 있어.”

“음…….”

주양악이 실눈을 뜨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적운상의 말대로였다. 얼핏 보기에는 운산이 우세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펼치고 있는 검법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운산이 지금 펼치고 있는 양의검법은 무당파의 무공 중에서 가장 변화가 극심했다. 검을 한 번 내지르더라도 그 안에 몇 번이나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얼핏 보면 금정신을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적운상의 말대로 효과적인 공격은 전부 미리 차단당하고 있었다.

“어? 정말 그러네. 그럼 저 사람이 지는 거야?”

주양악의 말에 적운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때렸다.

“아야! 왜?”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지. 운산에게 맞서고 있는 자의 도법을 자세히 봐.”

“음…….”

주양악이 이번에도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유심히 봤다. 하지만 뭘 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잘 모르겠어.”

“다시 잘 봐봐. 그의 도법에는 결점이 있어. 그걸 알아내면 네가 원하는 것 하나를 들어줄게.”

“정말?”

“그래.”

“아무거나?”

“응.”

“음…….”

주양악이 다시 두 사람의 싸움에 시선을 꽂았다. 그러나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네가 운산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상대해봐. 머릿속으로 너라면 어떻게 할지 그리는 거야.”

적운상이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자 주양악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아! 알았다. 찌르기가 없구나.”

“그래. 잘 찾아냈어.”

적운상이 잘했다는 듯이 주양악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그럼 운산이 이기는 거야?”

“아니. 어떤 싸움이든 끝이 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승부를 장담 못해. 아주 작은 것으로 인해 승부가 갈리기도 하거든. 그때그때의 심리상태나 주변상황 등 모든 것이 작용하지. 네가 찾아낸 것처럼 지금 저자의 도법에는 찌르기가 없어. 하지만 그가 일부러 쓰지 않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운산은 그걸 계속 마음에 담고 싸워야 하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아! 그렇구나. 그럼 누가 이기는지 사형도 모르는 거네?”

주양악이 그렇게 물으며 적운상을 힐끗 봤다. 그러나 적운상은 마치 어떻게 될지 다 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형.”

“계속 집중해서 봐.”

“흐음…….”

주양악이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알면 가르쳐줄 것이지 혼자서 다 안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운산과 금정신의 몸이 한 번 겹쳐지는가 싶더니 두 사람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쳇! 아직도 반 초식인가?”

운산이 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반 초식이었다. 딱 반 초식 차이로 또 패한 것이다. 거기에는 아까 적운상이 말한 것처럼 심리적인 것이 컸다.

금정신이 펼치는 무상반월도법은 찌르기가 절초였다. 그걸 금정신이 아끼고 아끼다가 마지막에 쓴 것이다. 운산은 금정신이 언제 절초를 펼칠까 기다리다 맞받아치기는 했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사형은 그 성격을 고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저 사람을 이기지 못할 겁니다.”

운청이 하는 말에 운산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냐?”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됐어.”

운산이 신경질적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분명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패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게 운산이 물러났는데도 금정신은 칼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적운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애초에 금정신은 운산보다는 적운상을 더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사형. 저 사람이 쳐다보는데.”

“알고 있어.”

적운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적운상이 천천히 금정신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금정신이 희미하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나도 왼손을 쓰지 않겠네.”

같은 조건에서 비무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고 적운상이 피식 웃었다.

“그럴 필요 없소. 어차피 왼손을 쓰게 될 테니까.”

금정신은 적운상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한 번 내뱉은 말이었다. 왼손을 쓰지 않을 생각으로 허리춤을 잡았다.

“오시오. 빨리 끝내고 가야 하니까.”

적운상이 백운검을 뽑아서 까딱거리며 말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금정신은 냉정을 유지하며 적운상과의 거리를 천천히 좁혔다.

사람들은 또다시 볼거리가 생기자 흥미를 갖고 눈을 빛냈다. 방금 본 비무의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어떤 비무가 펼쳐질지 잔뜩 기대가 됐다.

쉭!

기다리던 적운상이 먼저 백운검을 뻗었다. 단순한 찌르기였다. 그런데도 금정신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적운상은 금정신이 거리 안에 들어오자 망설이지 않고 검을 뻗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금정신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음…….”

금정신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적운상이 한 건 단순한 찌르기였다. 그런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검이 찔러 들어오면 여러 가지로 대처할 수가 있다. 피하거나 막거나, 아니면 동시에 공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뭔가를 하면 적운상의 검이 목을 뚫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물러나는 것뿐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다시 좁혀졌다. 금정신이 앞발을 조금 내밀며 디디다가 적운상을 향해 짓쳐들었다. 그의 도가 크게 움직이며 바람 소리가 났다.

훙훙훙훙!

금정신은 연속으로 네 번이나 칼을 휘둘렀다. 칼이 만들어내는 둥근 원이 꼬리를 물며 그려졌다. 그러나 적운상이 검을 뻗는 순간 그는 아까같이 뒤로 몸을 피했다.

금정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단하군. 이대로라면 방법이 없다.’

방금 금정신은 위력과 변화로 적운상의 찌르기에 맞서려고 했었다. 그러나 또다시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일도(一刀)!

단 한 번의 휘두름에 모든 것을 싣는 것이다. 그러자면 왼손을 써야 했다. 그가 절초로 숨겨둔 찌르기는 한 손만으로는 펼칠 수가 없다. 그제야 금정신은 아까 적운상이 한 말이 이해가 갔다. 적운상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왼손을 쓰게 될 거라고 했던 것이다.

왼손을 쓴다면 한 번 해볼 만했다. 이긴다는 자신은 없었지만 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왼손을 쓰지 않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

‘후우…… 나의 패배로군.’

금정신은 칼을 거뒀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눈을 했다. 왜 갑자기 칼을 거둔단 말인가?

금정신이 한 일이라고는 겨우 서너 번의 칼질이 다였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칼을 거두니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에 금정신이 한 말이었다.

“내가 졌네. 나중에 다시 한 번 겨루고 싶군.”

뭐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정신이 왜 졌다고 하는 것일까?

“저 역시 그러고 싶군요.”

적운상이 백운검을 거뒀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해 있는 장내의 사람들을 한 번 쓸어 본 후에 주양악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운산이 모두에게 포권을 했다.

“저도 이만 가보렵니다.”

운산이 후다닥 적운상을 쫓아가자 운청도 급히 포권을 하고는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왜 자네가 패했다고 한 건가?”

구보지성이 못마땅한 얼굴로 금정신에게 물었다. 패배한 사람에게 왜 졌냐고 묻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걸 구보지성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옆에 앉아 있는 제갈무양에게 물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제갈무양이 굳은 얼굴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서 말을 걸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금정신에게 직접 물은 것이다.

“그를 상대하려면 두 손을 모두 써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무 전에 이미 한 손만을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패배를 인정한 겁니다. 제가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음…….”

구보지성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만약 다음에 다시 겨룬다면 그를 이길 수 있겠나?”

금정신이 고개를 저었다.

“장담하지 못합니다.”

“허…….”

구보지성이 혀를 찼다. 금정신은 타고난 무인이었다.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껏 부당한 방법으로 상대를 이기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적운상이 한쪽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한쪽 손을 쓰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지만 금정신의 실력이 뒤처져서 그런 것은 아니라 여겼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지 않은가?

어이없어하던 구보지성은 문득 제갈호월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까지 옆에 있었건만 어디로 갔단 말인가?

‘혹시…….’

구보지성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어딘가로 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제갈 가주, 호월이는 어디에 있소?”

구보지성이 묻는 말에 제갈무양도 그제야 제갈호월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글쎄요. 잠시 자리를 비운 거겠지요.”

제갈무양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구보지성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제갈호월은 적운상과 주양악을 뒤쫓아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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