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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7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74화

174화. 인연의 끝 (2)

 

삼 장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앉아 있는 적운상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적운상은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 앉은 상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깼다.

“후욱…….”

숨을 내쉬자 뜨거운 입김이 나왔다. 적운상은 백운검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러나 천천히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온 힘을 다해 걷기만 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노을이 짙게 지고 있었다. 한쪽에 혈불이 타고 온 가마가 보였다. 적운상은 그리로 갔다. 왜 그리로 가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몰랐다. 그저 발이 그렇게 움직였다.

적운상이 가마의 문을 열었다. 순간 적운상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너무나 놀라서 크게 떠진 눈이 감기지가 않았다.

노을빛이 가마 안을 비췄다. 거기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그녀를 보던 적운상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다시 만나기를 얼마나 원했는지 모른다.

밤마다 그녀의 꿈을 몇 번이나 꿨는지 모른다.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미안해서, 단 하루도 편하게 잔 적이 없었다.

술이 없으면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미안하다…….”

적운상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이나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때마침 주양악이 눈을 떴다. 그녀는 혈불에게 수혈을 짚여서 지금껏 잠을 자고 있다가 이제야 깨어난 것이다.

‘누구지?’

주양악은 웬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울고 있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는 남자의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익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었다. 주양악이 알기로 그는 이렇게 눈물을 흘리거나 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걸까?

남자의 흐느낌 소리에 주양악의 가슴이 찡해왔다. 주양악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남자의 머리를 만졌다.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주양악의 손이 멈칫했다. 주양악은 놀라서 숨이 멈출 것 같았다. 가슴이 심하게 쿵쾅거리며 뛰었다.

지난 이 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늘 생각하며 늘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볼 수가 없었고, 만날 수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사형…….”

주양악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혔다가 또로록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으아아아아앙! 사형!”

주양악이 적운상에게 달려들며 꽉 껴안았다. 그 바람에 적운상의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흐아아아아앙! 정말 사형이지? 사형 맞지?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허어엉…….”

주양악은 울면서 적운상의 얼굴을 확인했다가 꽉 껴안으며 얼굴을 비비다가 다시 확인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적운상은 그런 주양악의 등을 가만히 토닥거려줬다. 그러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어? 사형! 왜 그래요? 사형! 사형!”

* * *

 

적운상은 뭔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에 답답함을 느꼈다.

“으…….”

신음소리를 내던 적운상이 눈을 떴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특히 왼팔의 통증이 지독했다.

“크윽… 헉헉…….”

적운상이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다 다시 눈을 번쩍 뜨고 가슴을 봤다. 거기에 주양악이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계속 가슴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적운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음… 하지 마요…….”

잠결에 중얼거리던 주양악이 눈을 떴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적운상을 봤다.

“하아… 꿈이 아니었구나.”

“응.”

적운상이 미소를 지으며 주양악을 봤다. 이 년 동안 그녀는 몰라보게 예뻐져 있었다. 예전에는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었다.

적운상은 그런 주양악을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건 주양악도 마찬가지였다. 적운상을 보고 있으니까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자꾸 뛰었다.

두 사람은 어색하니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주양악이 먼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거기에 있었던 거야?”

적운상은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년 전에… 널 그렇게 보내고 스스로가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이 년 동안 조사동에서 폐관수련을 했어. 강해져서… 누구보다 강해져서, 너를 되찾고 싶었어.”

“사형…….”

“그 후로 지금까지 널 계속 찾아다녔어.”

주양악이 적운상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적운상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눈에 선했다.

“나는… 나는… 흐윽… 나는 이제 사형이랑은 안 돼. 고맙고, 너무나 좋은데, 아직도 이렇게 좋은데…….”

주양악이 눈물을 흘리다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양악아!”

적운상이 그녀를 부르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지독한 통증에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헉헉… 제길!”

적운상은 분한 마음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너무나 화가 나서 가슴이 꽉 막혀왔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렇게 감정조절을 못하자 기혈이 역류하면서 피를 왈칵 쏟아냈다.

소란이 일기에 의원이 뭔 일인가 싶어 왔다가 그걸 보고 기겁을 했다. 그는 당장에 적운상에게 침을 놓고 약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주양악을 불러다가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사형… 미안해요.”

“아니야.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미안한 건 나야.”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나, 나가서 뭐 좀 만들어 올게.”

주양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런 주양악을 보면서 적운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운상은 그곳에서 십 일 정도를 머물며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자 조금 움직일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적운상과 주양악은 꼭 필요한 대화만 했다. 그래서 서너 마디만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양악아.”

밥을 먹다 말고 적운상이 주양악을 불렀다.

“왜요?”

“이제 몸이 많이 좋아졌어. 같이 형산파로 돌아가자.”

“네…….”

주양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형산파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사부님과 사형제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그게 두려웠다. 다른 곳도 아니고 혈마사에 이 년 동안이나 끌려가 있었다. 그러니 예전같이 대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그들을 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걱정하지 마. 모두들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응. 알아요.”

주양악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 * *

 

그날 밤, 적운상이 잠이 들려는데 누군가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주양악이었다.

“양악이야?”

적운상이 묻는 말에 주양악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왜 안 자고 왔어?”

“사형…….”

“응?”

적운상이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를 봤다. 그녀는 창을 등지고 서 있었다. 달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나 안아줘.”

“뭐?”

뜬금없는 말에 적운상이 멍한 눈으로 주양악을 바라봤다. 그러자 주양악이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적운상이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알아. 나 더럽혀졌다는 거. 하지만 나 미워하지 마. 내가 원해서 그런 거 아니잖아. 흐윽… 난 사형이랑… 사형이랑…….”

주양악이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꼈다. 적운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꼭 안았다.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사부님이나 사형제들 모두, 아무도 널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을 거야. 그럼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응… 하지만… 나 이런 몸이라서… 흐윽…….”

적운상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에 있는 주양악의 얼굴을 들어 올리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주양악의 눈이 커다래졌다.

길고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적운상은 그녀를 침상으로 눕혔다. 그리고 옷을 하나씩 벗겼다.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드러났다. 적운상이 넋을 잃고 빤히 쳐다보자 주양악이 손으로 가슴을 가리면서 다리를 오므렸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고개를 돌린 주양악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적운상이 그녀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추고 눈물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뺨과 이마에 계속 입을 맞췄다.

“사형… 미안.”

“괜찮아.”

적운상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췄다. 그러다 옷을 벗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응?”

순간 주양악이 의아한 얼굴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그녀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다시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살며시 허리를 밀어 넣었다.

“아야! 아! 아파! 아프다고! 뭐하는 거야?”

주양악이 갑자기 반항을 하면서 마구 소리쳤다. 적운상은 누가 들을까 봐 당황이 되어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읍! 읍!”

주양악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마구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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