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17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71화
171화. 혈로 (1)
그녀의 이름은 제갈호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하게 아름다워서 사내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마력이 있었다.
사람을 끌어들여 뭐든지 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불행을 가져다줬다.
제갈세가는 호북제일세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곳이었다. 무당파가 지척에 있는 융중산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세인들이 호북의 구름 위에는 무당이 있고, 구름 아래에는 제갈이 있다고 할 정도였다. 무당파와 같이 놓고 볼 정도로 제갈세가의 세가 대단했던 것이다.
그런 제갈세가와 맞선다는 건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상인들에게나 그렇지 이성을 잃은 미친놈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제갈호월만을 원했다. 제갈호월을 보고 미쳐서, 그녀를 탐하고 싶은 마음에 제갈세가를 적으로 돌렸다. 물론 처음에야 그런 자들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제갈호월에게 침을 흘린 자들은 모두 거기에 합당한 응징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갈호월을 두고 호북제일미(湖北第一美)라 부르면서도 가시꽃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제갈호월의 가시에 찔린 사람은 모두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의 나이 겨우 열두 살 때부터 그 같은 일이 빈번하더니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 무려 칠 년간이나 계속됐다. 그러자 제갈세가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제갈호월을 얻고자 하는 자들 중에는 무공이 뛰어나거나 세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수두룩했다. 그들을 그 긴 세월 동안 막아내다 보니 아무리 제갈세가라 해도 힘이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성상단의 단주가 찾아왔다.
구보지성!
호북제일상단인 대성상단을 가지고 있고, 구보세가의 가주로 무공이나 인품, 능력,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아들과 제갈호월을 짝지어주기를 원했다.
제갈세가에서는 흔쾌히 응했다. 구보지성과 사돈을 맺는다면 약해진 세가의 힘을 다시 강하게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아들과 제갈호월이 혼인을 하고 나자 뭐라도 전부 줄 것 같던 구보지성은 얼굴을 싹 바꾸고 제갈세가를 외면했다. 괘씸했지만 제갈세가에서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딸 가진 부모의 입장이 그래서 서러운 것이다.
구보세가로 간 제갈호월은 처음부터 불행했다. 그의 남편은 그렇게 원해서 제갈호월을 얻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제갈호월은 그에게 과분한 상대였다. 그의 그릇은 아버지인 구보지성과 달리 너무나 작았다.
그는 제갈호월을 수시로 의심했다. 어딜 가나 사내들의 시선을 끄는 제갈호월을 보면서 의처증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그러다 끝내는 제갈호월을 가둬버렸다. 어쩌다 종복 하나가 그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죽였다.
제갈호월은 계속 후원에 갇혀서 살았다. 몇 년간 그녀가 대한 사람은 오로지 시비 한 명과 그녀의 남편뿐이었다.
그러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그녀의 시아버지인 구보지성이 찾아온 것이다. 구보지성은 강제로 그녀를 안았다.
사실 구보지성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그녀를 달라고 하면 제갈세가에서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을 내세운 것이다.
구보지성은 아들에게 질투를 느꼈다. 그러나 세인들의 눈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칫 그가 이룬 것이 모두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다 아들이 그녀를 후원에 가둬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을 기회라 여긴 구보지성은 기다렸다. 몇 년이나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녀를 찾아가서 안은 것이다. 갇혀 있으니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하든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 믿고 벌인 일이었다. 구보지성이 제갈세가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제갈세가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들의 도움을 고마워했다.
제갈호월은 칠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를 탐했다. 그러면서 점점 미쳐갔다.
그녀의 남편이 없을 때는 구보지성이 찾아왔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제갈호월은 죽을 결심을 했다.
그때 정말 우연찮게, 아주 우연찮게 그곳을 나갈 기회가 생겼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의 시비가 죽음을 각오하고 그녀를 밖으로 빼돌린 것이다. 시비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돈을 주고 다섯 명 고용했다.
제갈호월은 막상 밖으로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 * *
제갈호월이 매혹적인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그러다 면사를 걷어냈다. 흔히들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을 가리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한다. 나라를 망하게 만들 정도의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제갈호월이 그랬다.
그녀를 보는 순간 적운상도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렸다. 아마 그가 심검의 경지에 올라 있지 않았더라면, 백수연과 백리난수와 함께 지내면서 미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더 크게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녀의 아름다움은 매력적이었다.
청초하고 가녀린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같이 불안 불안해서 남자라면 누구나 꽉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제갈호월이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적운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때 내가 나선 것은 내 일행이 다칠 뻔해서 화가 났기 때문이오. 당신들을 도와주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소.”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기왕에 그때 도와주셨으니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도와주지 않으시면 저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하나 죽는 거야 대수로울 것이 없지만, 그러면 저를 돕다가 죽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그럽니다. 부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갈호월의 애절한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모두들 빨리 도와주라는 눈빛으로 적운상을 봤다.
“대가가 뭐요?”
“원하시는 것은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제갈호월이 고개를 들어 적운상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삶에 대한 고단함이 들어 있었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으나 그러지를 못하는 애처로움이었다.
“약속 잊지 마시오.”
적운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곽록번에게 다가갔다. 곽록번은 제갈호월이 적운상에게 무릎을 꿇으며 부탁하는 걸 모두 보고 있었다.
“괜히 나섰다가 목숨…….”
곽록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적운상의 단도가 어느새 그의 목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기습은 아니었다. 곽록번이 적운상을 낮춰 보고 있다가 당한 공격이었다.
곽록번은 고개를 뒤로 젖혀 간신히 적운상의 공격을 피했다. 그 순간 왼쪽 다리가 뜨끔했다. 적운상의 단도에 베인 것이다.
“하앗!”
곽록번이 기합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우선 달라붙어 있는 적운상을 밀어내서 거리를 둘 셈이었다. 그러나 적운상은 물러나지 않았다. 곽록번의 검을 옆으로 쳐내면서 오히려 더 바짝 붙었다.
‘이 자식이…….’
곽록번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방금 아차 했으면 가슴을 찍힐 뻔했다. 그것을 간신히 피하자 이번에는 목이었다.
적운상은 그렇게 급소를 노리면서 계속 팔과 다리를 베었다. 곽록번은 급소를 피하느라 얕은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간신히 기회를 잡아서 뒤로 물러났을 때는 그의 팔은 세 번이나 베였고, 다리도 두 번이나 베여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살이 베였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네놈 보통이 아니구나. 누구냐?”
“이쯤에서 물러나라. 죽이기 싫다.”
“감히 대성상단의 일에 끼어들고 무사할 성싶으냐?”
“전에도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있었지. 낫을 휘두르던 놈이었는데…….”
“헛! 설마 그럼 네가 고안동을 꺾었다던 그자냐?”
“이름은 모르고, 그자가 낫을 쓴다면 나한테 패한 게 맞아.”
“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여유가 가득하던 곽록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객잔에서 있었던 일은 고안동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고안동이 말하기를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수라고 했다. 다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없다면서 고안동은 그렇게 말했었다.
방금 겪어보니 정말로 그랬다.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때 뒤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상곡우였다. 그는 가슴이 함몰되고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상대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장창인은 역시 한쪽 다리를 절룩이고 있었고, 호상태는 팔 하나가 덜렁거렸다.
“퉤! 지독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호상태가 거칠게 말을 뱉어냈다. 제갈호월이 상곡우에게 다가갔다. 그런데도 곽록번은 물론이고 장창인이나 호상태도 그녀를 말릴 생각을 못했다. 그녀는 지금 면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얼굴이 완전히 드러난 그녀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잠깐 봤을 뿐인데도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숙부님.”
“하악… 하악… 미안하구나… 더 이상은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
“아니요. 그간 너무 고마웠어요.”
“하악… 하악…….”
그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적운상이 와서 상곡우의 상태를 살폈다.
“움직이지 마시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늑골을 밀어 올렸다.
“크아악!”
상곡우가 비명을 지르면서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적운상은 몇 번이나 그렇게 뼈를 밀어냈다.
“후우… 당장에 죽지는 않을 거요.”
“끄으…….”
적운상은 상곡우의 다리뼈도 맞춰주려고 했다. 그러나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네놈,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죽고 싶지 않으면…….”
호상태가 눈을 번뜩이면서 말하다가 곽록번이 제지하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봤다.
“잠시 기다려.”
곽록번이 호상태에게 말하고는 적운상을 봤다.
“나는 대성상단의 곽록번이라고 하오. 이쯤에서 물러나 주시오.”
곽록번이 하는 말에 호상태와 장창인이 놀란 눈으로 그를 봤다. 그가 누구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부탁을 받았고, 승낙을 했다. 물러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들이야. 지금 물러난다면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겠다. 하지만 싸우겠다면 나는 최대한 빨리 당신들을 죽일 거야.”
적운상이 하는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그걸 가장 확실하게 느낀 사람은 방금 적운상과 겨뤄봤던 곽록번이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오. 이건 대성상단의 집안일이오. 그대가 끼면 그대의 사문에까지 해가 갈 수도 있소.”
적운상은 말없이 백운검을 뽑았다. 그러자 한순간 주위의 공기가 경직됐다. 그제야 호상태와 장창인은 곽록번이 왜 그렇게 저자세로 적운상을 설득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런 자가 있었던가?’
‘도대체 누구지?’
호상태와 장창인이 곽록번을 봤다. 두 사람은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저렇게 강한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무리였다. 가급적 싸움을 피하고 싶었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오.”
곽록번이 그 말을 남기고 배로 돌아갔다. 그러자 호상태와 장창인이 힐끗 적운상을 보고 몸을 날려 곽록번을 따라갔다.
그들이 가고 나자 적운상은 상곡우의 다리를 맞췄다. 그리고 부목을 대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말하지 말고 쉬십시오.”
적운상의 말에 상곡우가 눈을 감았다. 제갈호월이 그의 손을 꼭 잡고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배가 나루터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적운상은 조심스럽게 상곡우를 안았다.
“갑시다.”
적운상이 앞장서자 제갈호월과 삼 장로가 뒤를 따랐다. 적운상은 가까운 의원으로 갔다. 상곡우의 상처를 본 의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제때에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지만 장담은 못합니다.”
“최선을 다해주시오.”
적운상이 밖으로 나오자 제갈호월이 따라 나왔다.
“나는 남장까지 가오. 거기까지라면 함께 갑시다.”
“하지만…….”
“이곳에 남아도 나는 관여치 않겠소.”
“아닙니다. 그곳까지만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있으면 상곡우만 더 위험해질 뿐이었다. 다친 상태에서 홀로 놔두고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녀에게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적운상은 의원에게 돈을 배로 쥐여 주며 상곡우를 부탁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내 옆에 바짝 붙으시오.”
그녀는 적운상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도 지금까지 봐왔던 남자들처럼 자신을 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곧 그게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이 갑자기 적운상을 기습한 것이다. 적운상은 그의 팔을 잡아 꺾어 넘어트리면서 목을 부러트렸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걱정 마시오. 당신 때문이 아니니까.”
그 후로도 적운상은 수시로 암습을 받았다. 그러나 적운상은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능숙하게 대처를 했다. 남장현에 도착할 때까지 이틀에 한 번꼴로 암습과 기습을 받았으나 적운상은 눈도 한 번 깜짝이지 않고 상대를 모두 해치웠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갈호월은 그런 적운상의 능력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제갈세가에도 강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대성상단에도 있었다. 그러나 적운상처럼 저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적운상은 거침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유롭게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객잔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제갈호월이 물었다.
“뭘 말하는 거요?”
“당신은… 자유로워 보여요. 한없이 자유로운 사람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는지 부러워요. 저는 평생을 갇혀 살았어요.”
적운상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해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노력을 했소. 남들이 놀러 다니고 자고 먹을 때, 나는 그 시간조차도 아까워하며 노력을 했소.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오.”
“노력… 말인가요?”
“그렇소.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소.”
“저도 노력하면 될까요?”
“물론이오. 나는 어렸을 때 뚱보에다가 둔하기까지 해서 사형제들의 놀림만 받았었소.”
“훗! 왠지 믿어지지 않아요.”
제갈호월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적운상은 그런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웃으니 예쁘군.”
제갈호월은 자신이 방금 웃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너무 웃지 못해서 웃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웃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고마워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간 묻어둔 서러움이 이제야 터져 나왔다. 그녀는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적운상은 조용히 술잔만 비웠다. 삼 장로는 뻘쭘하니 앉아서 곤란한 얼굴을 했다.
“이제 여기서 헤어집시다.”
“네.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제갈세가까지 무사히 가기를 빌겠소.”
“훗! 그럴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예요.”
식사가 끝났다. 작별인사도 나눴다. 그런데도 그녀는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제갈호월이 몸을 움찔하면서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도 잠시 멈칫하며 그녀를 봤다.
“대가! 절 구해준 대가로 뭘 드리면 되죠? 그때 대가를 달라고 했잖아요.”
“제갈세가까지 무사히 가시오. 그게 대가요.”
적운상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삼 장로가 뒤를 따라 걸어나갔다.
제갈호월은 적운상이 한 말을 몇 번이나 되뇌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