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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7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70화

170화. 싸움의 시작 (3)

 

그때 큰 배가 지척에 다다르자 거기에 타고 있던 사내들이 적운상이 타고 있는 배로 갈고리를 던져서 걸었다. 그리고 그걸 잡아당기자 배가 쑥쑥 끌려갔다.

“어어…….”

사람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적운상은 배 위에서 갈고리를 잡아당기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혈마승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목적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적운상이 객잔에서 봤던 여인을 봤다. 그녀 옆에 있는 두 명의 젊은 사내와 노인이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배를 보고 있었다.

‘저들을 노리는 거로군.’

적운상은 괜한 일에 끼어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모른 체하려고 했는데 여인 곁에 있던 사내 하나가 적운상에게 다가왔다.

“혹시 전에 우리를 구해줬던 형산일검 적 대협 아니십니까?”

적운상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젊은 사내는 그때 도움을 청했던 바로 그 사내였다.

“맞소.”

“아까 싸우는 모습이 어쩐지 눈에 익다 싶었습니다. 이런 우연이 또 있군요. 그래서 말인데…….”

“도와줄 생각 없소.”

그가 말하기도 전에 적운상이 먼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사내가 실망한 표정을 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게냐? 어서 이쪽으로 오너라.”

면사를 쓴 여인 곁에 있던 노인이 소리쳐 그를 불렀다.

“실례했습니다.”

젊은 사내가 포권을 취하고 몸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 큰 배와 적운상이 타고 있는 배가 완전히 밀착됐다. 그러자 갈고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사내들 뒤쪽에서 십여 명의 사내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노인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대성상단의 팔대고수 중 한 명인 곽록번이었다.

“하하하하. 반갑소! 상 대협! 이런 곳에서 비각대협(飛脚大俠)이라 불리는 그대를 볼 줄은 몰랐소이다.”

“흥! 누가 짖나 했더니 대성상단에서 기르는 개였군.”

“흐하하하. 맞소이다. 나는 대성상단에서 기르는 개올시다. 그 개한테 오늘 한 번 물려보시구려!”

곽록번은 욕을 먹었는데도 호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노인은 도발이 먹히지 않자 인상을 찌푸렸다.

“올라오시겠소? 아니면 우리가 내려갈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리로 올라오는 것이 좋지 않겠소?”

“자신 있으면 내려오너라!”

위로 올라가면 적들이 우글우글하다. 그런 곳에서 싸우느니 이곳에서 상대하는 것이 훨씬 이로웠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겠지만 자신들의 생사가 달렸는데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여인을 지켜야 했기에 더욱이 그랬다.

“이런 이런… 많은 사람들이 대협이라 부르기를 마다 않는 그대가 어찌 그런 행동을 하려 한단 말이오? 좁은 곳에서 싸우면 조금은 낫다고 생각하나 보군. 좋소. 그럼 내려가리다! 가라! 가서 여자를 끌고 와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여덟 명이 몸을 날려 밑으로 내려왔다. 그들의 흉흉한 기세로 봐서 모두 고수들이 분명했다.

“하앗!”

여덟 명 중 네 명이 먼저 덤벼들었다. 여인을 중심으로 젊은 사내 세 명과 노인이 앞으로 막고 있었기 때문에 네 명 이상 덤벼들 수가 없었다. 노인이 노린 것도 이런 이점이었다.

쉬익! 챙챙!

젊은 사내들 세 명은 무공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셋이서 덤벼드는 한 명을 간신히 막아낼 정도였다. 그러나 노인은 그렇지 않았다.

노인이 몸을 살짝 공중으로 띄우는 순간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그에게 덤벼들었던 네 명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노인의 발이 그들의 머리를 쓸어 찼다.

빠악!

“컥!”

한 명이 미처 방어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남은 두 명은 얼결에 방어를 하기는 했지만 힘에서 밀려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네 명이 덤벼들었다.

노인이 그들이 휘둘러오는 칼을 향해 발을 차올렸다. 그러면 발이 잘리고 만다. 그러나 노인의 발은 휘둘러오는 칼과 함께 사람까지 날려버렸다.

떠엉!

“끄억!”

뒤로 튕겨진 사내가 주르륵 미끄러졌다. 이어서 두 명이 더 나가떨어졌다. 굉장히 위력적인 발차기였다. 방어가 소용없으니 무조건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소가 좁아서 그게 여의치가 않았다.

빠악!

몸을 휘돌리며 차낸 발길질에 목을 맞은 사내가 강물로 떨어졌다.

풍덩!

잠깐 사이에 여덟 명이 모두 당했다. 그런데도 배 위에 있던 사내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차피 저렇게 당하리라 예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부하들을 내보낸 건 노인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비각대협 상곡우.

그는 호북 동북지방에서 약간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었다.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퇴법(腿法)이 대단하고, 의로운 일을 많이 해 사람들이 대협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어떠냐? 창인. 네 상대로는 딱이구나.”

곽록번이 옆에 있는 피부가 까무잡잡한 젊은 사내를 보며 말했다. 그 역시 곽록번과 마찬가지로 대성상단의 팔대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름은 장창인. 어렸을 때 남만에서 자랐기 때문에 피부가 조금 검었다. 무공은 굉장히 뛰어나서 곽록번도 한 수 접어줄 정도였다.

장창인이 가볍게 몸을 날려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상곡우가 그를 노려보며 조심스럽게 오른쪽 다리를 뒤로 뺐다. 언제라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상대의 머리를 부숴버릴 수 있는 자세였다.

장창인이 한 걸음을 내딛는다 싶었는데 급격하게 상곡우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떠엉!

상곡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상곡우는 충분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창인이 가까이 오자 망설이지 않고 발길질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창인 역시 발을 뻗어 찬 것이다.

두 사람의 발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그러자 동시에 두 사람의 발이 튕겨졌다. 상곡우가 몸을 돌리며 장창인의 머리를 노리고 발을 쓸었다.

떠엉!

이번에도 장창인은 상곡우의 발차기를 맞받아 찼다.

“흠!”

상곡우가 낮게 숨을 내뱉으며 연속으로 발길질을 했다. 장창인의 양쪽 옆구리와 머리를 노리고 상곡우의 발이 무수하게 뻗어나갔다.

그같이 몰아치는 발차기에 사람들은 장창인이 금방 쓰러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놀랍게도 장창인은 상곡우가 차오는 발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모두 맞받아 찼다.

타타타타타탁!

두 사람의 발이 끊임없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상곡우는 비각이라고까지 불리는 자신의 발차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장창인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약간의 두려움이 들었다. 아까 곽록번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부하들을 희생시켰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서서 정면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떠엉!

“크윽!”

돌려차기를 해서 장창인의 정강이와 맞부딪쳤던 상곡우가 신음소리를 냈다. 정강이에서 지독한 통증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상곡우는 방금 부딪친 발을 절뚝이면서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났다.

“어르신!”

사내들이 상곡우를 걱정하며 도와주려고 하자 그가 손을 들어 말렸다. 지금 저들이 합세해봐야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었다.

“대단하군. 역시 대단해. 그럼 우리도 나서지.”

곽록번이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는 호상태라는 사람이었는데 팔대고수는 아니었으나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두 사람이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상곡우의 얼굴표정이 굳었다. 앞에 있는 장창인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건만 고수가 두 명이나 더 나타났으니 오늘 잘못하면 여기서 수장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상곡우가 뒤에 있는 여인을 힐끗 봤다. 그녀는 상곡우의 질녀였다. 오랜만에 찾아와서 도움을 청해왔을 때 상곡우는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녀를 도와주겠노라 했다. 그녀의 처지가 너무나 불쌍했기 때문이다.

‘월아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 다시 끌려가면 저 아이는 자결을 하겠지…….’

상곡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죽음을 각오한 눈이었다. 그걸 눈치 챈 곽록번이 미소를 띠면서 타이르듯이 말했다.

“상 대협, 우리가 굳이 이럴 필요가 있소? 뒤에 있는 소저만 이쪽으로 보내주시오. 그녀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지 않소. 집으로 돌려보내려는 것뿐이니 나쁜 일이 아니거늘, 어찌 그리 목숨을 걸고 막는단 말이오?”

“흥! 사람이 숨만 쉰다고 살아 있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행복에 겨워서 그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소. 결정을 하시오. 상 대협 혼자서 우리 셋을 당해낼 수는 없소. 그리고 우리를 어찌 이긴다 해도 제갈세가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곡우도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상곡우가 힐끔 적운상을 봤다. 아까 본 그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가 와서 한 명만 맡아줘도 어떻게 해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적운상은 상곡우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 그때 객잔에서 적운상이 나선 것은 어디까지나 백수연 때문이었다. 그는 관계도 없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일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압!”

싸움이 시작됐다. 장창인과 호상태가 상곡우를 협공했다. 장창인의 발이 상곡우를 위협하며 몰아갔다. 호상태는 철갑으로 된 장갑을 양쪽 손에 끼고 있었는데, 그 위력이 상곡우의 발차기만큼이나 대단했다.

주먹의 호상태, 발차기의 장창인!

그야말로 최고의 조합이었다.

타타탁! 팡!

상곡우는 두 사람의 공격에 계속 수비만 해야 했다. 전세를 어떻게 역전시킬 방법이 없었다. 있다면 둘 중 한 명이 그저 실수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상곡우와 싸우는 동안, 곽록번은 여인 곁에 있는 젊은 사내들을 공격해갔다.

챙! 파각!

“크윽!”

곽록번이 검을 휘두르자 젊은 사내 한 명이 삼 초식도 받아내지 못하고 가슴을 찔렸다.

“으아아아아!”

다른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동귀어진을 할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실력이 너무 차이가 났다. 죽음을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덤벼들었으나 일검에 목을 베이고 말았다.

이제 남은 사내는 한 명뿐이었다. 그는 적운상에게 부탁을 했었던 사내였다.

“걱정 마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주겠소.”

사내가 굳은 얼굴로 말하며 곽록번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챙!

“흐아아앗!”

사내의 검은 빈번히 곽록번의 검에 막혔다. 사내는 살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곽록번을 죽이고자 했다. 지금은 그 수밖에 없었다. 곽록번을 죽인다면 상곡우가 남은 두 명을 어떻게든 할 것이다. 그럼 여인은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런 사내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어느 순간 곽록번의 검이 그의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

푸욱!

“끄으…….”

사내가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곽록번의 검을 봤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그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도와주시오!”

사내가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 검을 놔라.”

곽록번이 힘을 주며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내가 죽기 전에 사력을 다해 붙잡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곽록번이 내공을 실어 검을 잡아당기자 사내의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가면서 가슴에서 검이 뽑혔다.

푸화아아악!

사내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솟았다. 사내가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손을 짚고 버티면서 적운상을 봤다.

“끄윽…….”

그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눈에서는 피눈물이 났다.

“도와주시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절규였다. 곽록번의 검이 그의 목을 벤 것이다.

곽록번이 힐끗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걸 보고 그가 코웃음을 한 번 쳤다.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여인이 천천히 움직였다. 곽록번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곽록번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옆으로 조금 물러섰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

‘어차피 도망갈 곳은 없다. 뭘 하든 내 손을 벗어날 수는 없어.’

여인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가 비켜준 것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방금 그녀를 지키다가 죽어간 사내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곽록번은 얼결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 예의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는 스스로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몰라 후회를 했다.

여인은 천천히 적운상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적운상 앞에 와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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