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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9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95화

195화. 재회 (1)

 

다음 날 아침 적운상은 백수연을 데리고 모두와 함께 형산파로 향했다. 가면서 적운상은 살수에게 쫓기고 있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걸 듣고도 백수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운상이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살수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적운상은 형산이 있는 남악현(南岳縣)에 도착하자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형산파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운상아!”

멀리서 반갑게 적운상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둘째인 초사영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똑같이 생긴 십여 세의 소년과 소녀도 있었다. 나연란과 나연오였다. 적운상이 보낸 서찰을 받고 초상영이 마중을 나간다고 하자 둘이 따라온 것이다.

“초 사형!”

적운상이 말에서 내리자 초사영이 적운상을 부둥켜안았다.

“수고했다. 정말 수고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사형!”

나연란과 나연오가 적운상에게 달려들었다.

“요 녀석들,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히잉……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다.”

적운상이 두 사람을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사매.”

초사영이 주양악을 불렀다. 이 년 만의 재회였다.

“사형…….”

주양악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제야 돌아왔구나.”

“응.”

“잘 왔어.”

“응.”

초사영이 눈물을 흘리는 주양악의 손을 꼭 잡았다. 초사영의 눈에도 살짝 눈물이 맺혔다.

“정말 사저야?”

“정말?”

나연란과 나연오가 주양악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정말 주양악이라는 것을 알고는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앙! 사저!”

“왜 이제야 왔어!”

주양악도 쌍둥이를 안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걸 보고 있자니 모두들 코끝이 찡해졌다. 세 사람이 좀 진정을 하자 적운상이 운산과 운청, 그리고 제갈호월을 소개했다. 백수연은 예전에 형산파에서 이 년 동안 식객으로 지냈었기 때문에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가 오가자 초사영이 앞장서며 말했다.

“가자. 사부님이 기다리고 계셔.”

“네. 사형.”

마을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인사를 건네왔다. 용무가 없는데도 붙잡고 주절주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푸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걸 보고 운청과 운산은 상당히 의외였다. 어느 지역이든 무림문파가 있으면 그곳의 양민들은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따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두려워할 경우 그 문파가 사파이거나 흑도문파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따르는 경우는 명문정파였다.

하지만 이들은 두 가지 경우가 다 아니었다. 형산파의 제자들과 마을 사람들 간의 끈끈한 정이 느껴졌다. 그건 무당파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무당파는 산 밑에 있는 많은 마을에 수시로 도움을 줬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무당파의 도사들을 존경하고 따랐다. 동경하는 마음과 고마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주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존경이나 동경 같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친구나 가족을 대하는 것 같은 친근함이었다.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군요.”

운청의 말에 초사영이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형산파 사람들입니다.”

“네?”

운청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초사영을 쳐다봤다. 초사영이 설명을 해주려는데 한쪽에서 마을 사람들 몇 명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던 패악룡과 흑곰이 적운상을 알아보고 달려왔다.

“형님! 이제야 오셨군요!”

“그래. 별일 없었지?”

“별일이야 많았지요! 올라가 보면 아마 놀랄 겁니다.”

“모두들 좋아 보이는군.”

“하하하. 놀라지 마십시오. 마을 사람들이 이제 대부분 금안뇌정신공을 이 성까지 성취했습니다.”

“오…… 대단한걸. 네가 수고가 많았겠구나.”

“당연한 거죠. 어! 사저 아닙니까? 정말 무사했군요!”

패악룡이 주양악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옆에 있던 흑곰도 마찬가지였다.

“응. 여전하네.”

“아!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어서 올라가십시오. 사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희는 여기 일을 마치고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응. 천천히 와.”

패악룡과 흑곰이 가고 나자 운청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까 마을 사람들 모두가 형산파라고 한 이유가 저것 때문입니까?”

“뭘 말하는 겁니까?”

“형산파의 무공을 가르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 이유도 있죠. 하지만 다른 이유들이 더 많습니다.”

“음…….”

운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적운상이 형산에 가면 안전할 거라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는데 와보니 알 것 같았다. 마을 전체가 형산파라면 살수들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을 어떻게 피하겠는가?

‘이거 어쩌면 무당파에 버금갈지도 모르겠군. 질적인 면에서야 떨어지겠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니 유사시에는 더 큰 힘을 낼 수도 있겠어.’

운청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형산파는 더 이상 소문파가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호남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산을 올라 형산파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리고 모두들 주양악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떠들썩하자 식객으로 머물고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왔다가 적운상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동안 형산파의 식객은 기존보다 몇 배나 늘어나 있었다. 적운상이 비무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오 년 동안 형산파의 식객으로 지낼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운상에게 패한 자들은 모두 이곳에 와 있었다.

적운상이 대청으로 들어서자 임옥군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운상아!”

“사부님!”

“그래. 고생 많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아니야.”

“우선 절부터 받으십시오.”

적운상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자 임옥군이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주양악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양악아…….”

“사부님!”

“네가 정말 무사했구나!”

임옥군이 주양악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일파의 장문인이 제자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임옥군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주양악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기뻤던 것이다.

적운상은 임옥군에게 운산과 운청을 소개하고 제갈호월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임옥군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제갈호월을 정식제자로 받아들였다.

모두들 사형제가 는 것을 기뻐하며 제갈호월을 반겨줬다. 제갈호월은 그런 따뜻한 환대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날 밤, 형산파에서 조촐하니 연회가 열렸다. 연회라고 해봤자 고기요리 몇 개에 싸구려 술이 다였지만, 사람이 중요하지 그런 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운산과 운청은 그 자리에 어울리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식객으로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쟁쟁한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놀랍군요.”

“뭐가?”

운산이 술을 벌컥벌컥 마시다가 운청을 봤다.

“앞으로 호남은 형산파에 의해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호북에 무당파가 있고 하남에 소림사가 있듯이 호남을 말할 땐 누구나 형산파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후후. 왜? 피가 끓냐? 너답지 않다.”

“저도 조금 변했나 봅니다.”

“적운상 탓이겠지.”

“사형은 많이 변했어요.”

“그것도 적운상 탓이다.”

운산이 미소를 지으면서 한쪽에서 사형제들과 해후를 나누며 웃고 있는 적운상을 봤다.

“곧 그의 명성이 천하에 울릴 거다. 뭐, 배는 아프지만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훗! 정말 많이 변했어요. 사형.”

“적운상 탓이라니까.”

밤이 깊었는데도 사람들은 계속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그러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주양악은 그제야 그곳을 빠져나와 형산파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겨우 이 년 만이건만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때? 돌아오니까.”

뒤에서 들려온 적운상의 목소리에 주양악이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너무 좋아.”

적운상이 뒤에서 주양악을 껴안았다.

“고생 많았어.”

“응.”

“……미안하다.”

“응.”

적운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양악은 자신을 안고 있는 적운상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형.”

“응.”

“좋아해.”

“응.”

“아주 많이.”

“응.”

주양악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적운상에게 입을 맞췄다. 아주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 * *

 

“그래서 살수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거냐?”

적운상에게 그간의 일을 모두 들은 임옥군이 물었다.

“네.”

“그럼 이곳으로 그들이 올지도 모르겠구나.”

“그렇습니다. 왕 대협에게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일이 해결된 것 같지 않습니다.”

“흐음…… 연락이 좀 늦어지는 걸 수도 있지. 게다가 호월이가 여기에 있는 이상 우리가 직접 가서 해결을 봐야 할 게다.”

“네. 금마도주와의 대결이 끝나면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그건 차후에 논의하고 일단 타지사람이 들어오면 감시를 하라고 마을사람들에게 일러놓아야겠구나. 그러니 너는 살수들을 걱정하지 말고 그와의 대결에만 신경을 쓰거라.”

“네. 알겠습니다.”

적운상이 임옥군과 대화를 끝내고 방을 나오자 밖에서 서성이던 어린 소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정암사에서 만났던 강은영이었다.

“사형.”

“왜?”

“헤헤.”

강은영이 다가와서 적운상에게 찰싹 매달렸다. 적운상은 그런 강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수련 안 해?”

“응. 지금은 괜찮아. 도 사형이 없어서 심심해.”

강은영이 말하는 도 사형이란 다섯째인 도자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강은영이 옥조진인의 손을 잡고 형산파로 왔을 때는 모두가 낯설고 대하기가 어려웠다. 산속에서 혼자서 숨어 살았으니 사람을 대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그녀를 챙겨준 것이 도자명이었다. 제 딴에는 사형 노릇한다고 그런 거였는데, 그게 강은영의 눈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지나친 참견이 관심이라 여기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은영이 가장 잘 따르는 사람이 바로 도자명이었다.

하지만 도자명은 지금 임옥군의 사제인 관대평을 찾으러 타지에 나가 있었다.

“연란이하고 연오는?”

“무공연습한대.”

“같이 해야지.”

“잘 모르겠는걸.”

“가자. 내가 가르쳐줄 테니까.”

“응.”

강은영의 손을 잡고 적운상이 연무장에 나타나자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던 막정위가 반겼다.

“왔구나.”

“네. 대사형.”

“모두들 열심이다. 반년 만에 실력이 부쩍 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요?”

적운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진지한 눈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좋군요.”

“온 김에 한 수 가르쳐줘야지. 어제부터 모두들 잔뜩 기대하고 있다.”

“대사형이 해도 충분하잖아요.”

“너답지 않게 왜 빼고 그래? 자자! 모두 그만!”

막정위가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치자 수련을 하던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고 주목했다. 적운상은 막정위가 목소리에 내공을 싣는 걸 보고 그의 내공이 크게 진보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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