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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18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189화

189화. 사투(死鬪) (3)

 

적운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겁을 먹었다지만 이렇게 쉽게 배를 포기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배의 중간이 날아가면서 배가 두 조각이 나버렸다. 수적들이 배를 포기하면서 폭약을 터트린 것이다. 그제야 적운상은 수적들이 왜 모두 다급하게 강물로 몸을 날렸는지 이해가 갔다.

적운상이 다급하니 그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러자 방금까지 그가 있던 곳에서 폭음이 울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공중에 있던 적운상이 폭발의 여파로 인해 앞으로 확 날아갔다. 그 바람에 원래 타고 있던 배까지 한 번에 날아가 갑판 위를 굴렀다.

쿠웅!

“크윽!”

다쳤던 어깨와 함께 갑판에 부딪친 등에서 충격이 왔다. 그때 운산과 운청이 맡았던 오른쪽 배에서도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곳에 있던 수적들도 폭약을 터트리고 모두 도망을 간 것이다.

적운상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주양악이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사형! 괜찮아?”

“응. 괜찮아.”

적운상이 걱정 말라는 듯이 대답했지만 주양악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폭발로 인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상처를 치료해야 해.”

“나중에. 지금은 그러고 있을 틈이 없어. 곧 배가 가라앉을 거야.”

“에? 정말?”

“그래. 그게 수적들 수법이야. 왕 대협. 배가 가라앉으면 끝장입니다. 아마 물속에도 적들이 있을 겁니다.”

“음…… 여기서 강가까지는 거리가 멀어 자맥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무리네.”

맞는 말이었다. 더구나 물속의 적들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무공이 뛰어나도 물속에서의 싸움은 별개였다. 가진 무공을 충분히 발휘할 수가 없었다.

적운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왕대곡에게 말했다.

“왕 대협, 돛대를 잘라서 그걸 잡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속에 있는 적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돛대를 잡고 싸우면 해볼 만할 겁니다.”

“알겠네.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왕대곡이 가까이 있는 돛대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검을 휘둘렀다.

피슉!

짧은 파공음과 함께 두꺼운 돛대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러자 옆으로 쓰러지면서 돛대의 윗부분이 강물에 빠졌다.

촤아아아악!

그렇게 돛대를 잘라서 쓰러트리기는 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왕대곡 혼자서는 돛대를 쳐서 날릴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돛대가 너무나 컸다.

그때 마침 운산과 운청이 엉망인 모습으로 날아왔다. 머리는 산발이고 옷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헉헉…… 제기랄! 죽는 줄 알았네.”

운산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운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형, 그런 천박한 말투는 좀 자제하세요.”

“너는 이 와중에도 잔소리냐?”

“잘됐군. 자네들도 이리 와서 돕게나.”

왕대곡이 소리치자 운산과 운청이 가까이 다가왔다.

“뭘 하려는 겁니까?”

“배가 가라앉고 있네. 그래서 이걸 강물에 띄워 강가까지 갈 생각일세.”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큰 걸 잡고 갈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적운상의 말로는 물속에도 적들이 있을 거라 하더군.”

“음…….”

그렇다면 돛대 정도는 되어야 뭐라도 해볼 수가 있었다. 작은 것에 매달려 있다가는 물에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순식간에 당한다.

“알겠습니다. 돕겠습니다.”

“좋네. 그럼 내가 셋을 셀 테니, 그때 함께 돛대를 쳐서 날리세나.”

“알겠습니다.”

운산이 대답하고는 마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운청도 옆에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나, 둘…… 셋!”

왕대곡이 내공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크게 소리치며 쌍장을 힘껏 내갈겼다. 옆에 있던 운산과 운청도 내공을 쏟아 부으며 돛대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돛대가 세 사람의 장력에 의해 앞으로 밀려가면서 배의 기물들이 마구 부서졌다. 그러나 돛대는 반 정도만 밀려갔을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하세나!”

“알겠습니다.”

왕대곡의 말에 운산과 운청이 크게 대답하며 돛대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때 주양악이 그들보다 앞서 나가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후끈한 기운이 확 풍겨 나왔다.

“헛!”

“무슨…….”

콰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엉!

주양악이 내지른 쌍장에 돛대가 확 튕겨나가며 완전히 강물로 빠졌다. 그 바람에 강물이 배 위에까지 높이 솟아올랐다가 쏟아져 내렸다.

촤아아아아아!

“허…….”

왕대곡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단순히 내공만 놓고 따지자면 왕대곡조차도 몇 수나 접어야 할 것 같았다. 방금 세 사람이 힘을 합쳐 간신히 움직인 돛대를 주양악은 혼자서 저렇게 움직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세 사람의 힘과 그녀의 힘이 엇비슷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세 사람이 누구던가?

한 명은 벽로검객이라 불리며 천하에 명성이 자자했고, 두 사람은 무당십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굉장한 내공이군. 저 정도면 소림사의 방장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

왕대곡이 보기에는 그랬다. 무림에서 내공의 중후함을 논할 때면 꼭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소림사의 방장인 구정대사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손가락 하나로 두께가 한 자나 되고, 높이는 삼 장이나 되는 담을 무너트릴 수가 있다고 한다.

왕대곡의 생각으로는 주양악이 마음만 먹으면 그보다 더 대단할 것 같았다.

“가요!”

주양악이 환하게 웃으면서 손짓하자 모두가 돛대 위로 몸을 날렸다.

“앞쪽으로!”

적운상의 말에 모두들 돛대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제갈호월은 무공이 약했기 때문에 주양악이 안고 움직였다. 그렇게 모두 앞쪽으로 가고 있는데 물속에서 수십여 개의 작살이 튀어나왔다. 적운상의 예상대로 물속에도 적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딜!”

주양악이 다리를 노리고 찔러오는 작살을 발로 찼다. 그러자 작살이 튕겨져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날아갔다.

“발밑을 조심해!”

적운상이 소리치면서 자세를 낮춰 작살을 찔러오는 적들을 벴다.

파팟! 촤아악!

“끄윽…….”

적운상에게 베인 자들의 피가 금방 강물로 번졌다. 물속에 있는 적을 벤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검이 물에 부딪치는 순간 부력으로 인해 속도가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운상은 조사묘의 석벽에 한 자 이상이나 검을 쑤셔 박고도 휘두를 수가 있었다. 물의 부력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찔러오는 작살을 쳐내거나 막아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물속에 있는 적은 베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군.’

이렇게 계속 싸우다 보면 금방 지친다. 날씨가 추운데 몸까지 물에 젖은 상태였다. 체온이 내려가면 그만큼 움직임이 둔해진다.

적들은 그걸 아는지 물속에서 교모하게 움직이며 돛대가 강가 쪽으로 가지 못하게 흐름을 방해했다. 그리고 계속 작살을 찔러왔다. 시간을 끌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적운상은 어쩔 수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겨울의 물속이라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한 손으로 돛대를 잡았다. 물속에서는 움직임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그걸 지지대 삼아 움직일 생각이었다.

가까이 있던 수적 하나가 얼결에 작살을 찔러오다가 적운상이 뻗은 백운검에 가슴이 뚫렸다.

꾸륵!

적운상은 주위를 둘러봤다. 적어도 오십여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고 있어서 물속에서도 움직임이 빨랐다. 게다가 체온까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지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촤아아아아악!

세 명이 가까이 접근해오더니 작살을 찔러왔다. 적운상은 백운검을 휘둘러 작살을 모두 잘라냈다. 물속에서 제대로 검을 휘두르려면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자니 몸에 무리가 많이 갔다. 왕대곡에게 당했던 어깨의 상처와 아까 폭발로 인해 입었던 상처가 터지면서 피가 나왔다.

‘크윽…….’

적들은 적운상이 피를 흘리자 부상을 당했다는 걸 알고는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적운상은 섣불리 혼자 뛰어든 것이 조금 후회가 됐다. 그때였다.

첨벙!

물보라가 한차례 일면서 운산이 나타났다. 그 바람에 적들이 잠시 주춤했다. 운산은 그 와중에 한 명을 붙잡고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적운상이 운산에게 접근해 뒤로 잡아당겨 한 손으로 돛대를 잡게 했다. 그러자 운산이 단번에 그 뜻을 이해했다. 운산이 적운상과 똑같은 방법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적들이 작살을 찔러오면 돛대를 밀거나 잡아당기며 그것을 피해냈다. 그러면서 적들을 베었다. 이어서 운청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적운상과 운산이 싸우는 것을 보고는 돛대가 있는 쪽으로 와서 합류했다.

왕대곡은 주양악과 제갈호월을 지키기 위해 돛대 위에 남아 있었다. 그는 날아오는 작살을 쳐내면서 간간이 적들을 베었다. 그러고 있는데 물속에서 시뻘건 핏물이 번지면서 적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그걸 보고 제갈호월이 불안해하며 주양악한테 물었다.

“사형이 괜찮을까?”

“걱정 마요. 사형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안 죽고 살아서 올 사람이니까.”

“풋!”

주양악이 하는 말에 제갈호월은 상황이 이런데도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적들의 공격이 뜸해졌다. 그럴수록 피가 많이 번지며 적들의 시체도 많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자 잠시 후에 적운상과 운산, 운청이 돛대 위로 올라왔다.

“푸하!”

“헉헉!”

세 사람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익숙지 않은 물속에서 극심한 추위를 버텨내면서 장시간 싸웠으니, 무사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 적운상이 제일 심했다. 그는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무리를 했다. 여기저기 베여 꼴이 말이 아니었고, 추위로 인해 몸을 덜덜 떨면서 이까지 딱딱 부딪치고 있었다.

“사형!”

주양악이 적운상을 꽉 껴안았다. 몸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심장까지 얼어붙을 것 같았다.

화아아아악!

주양악이 내공을 운용해서 적운상의 몸을 데우기 시작했다. 꽉 안고 전신을 비비면서 화기를 일으켰다.

“괜찮아요. 사형.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마냥 강하게만 생각했었다. 적운상이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당연히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주양악이 그렇게 따뜻한 화기로 몸을 데워주자 적운상의 떨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피를 많이 흘렸고, 추위로 인해 체온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걸 정신력만으로 버티다가 긴장이 풀리자 잠이 든 것이다.

주양악은 적운상을 꼭 안고 놓지 않았다. 제갈호월이 주양악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을 거야.”

“응. 괜찮아요. 사형인걸요. 사형은 강해요.”

주양악이 말하면서 애써 미소를 짓자 제갈호월이 안쓰럽게 쳐다보며 다독여줬다.

그때 운기조식을 끝낸 운청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번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위험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이대로 물고기 밥이 되는 줄 알았다. 제기랄!”

운산도 운기조식을 끝내고 거칠게 투덜거렸다. 그만큼 물속에서의 싸움이 힘들었던 것이다.

“사형! 수행을 하는 사람이 말투가 왜 그럽니까?”

“아직도 잔소리냐?”

“잔소리가 아니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들끼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남 눈치를 뭐 하러 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제갈호월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두 분이 수고해주신 덕분에 살았어요. 제가 상처를 봐드릴게요.”

“아니 뭐…… 그렇게 대단한 상처는 아닌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운산은 재빨리 제갈호월에게 다친 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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