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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2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25화

225화. 명성 (2)

 

“오셨습니까, 사부님?”

방에서 초사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적운상이 임옥군을 반겼다.

“그래.”

“표정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러냐? 도 사숙님은 어디에 계시냐?”

“연란이와 연오와 함께 잠시 나갔습니다.”

“그래. 사영이는 몸 좀 어떠냐?”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구나. 험! 운상아, 너는 잠시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네, 사부님.”

임옥군이 밖으로 나가자 적운상이 뒤따라 나갔다. 그러자 임옥군이 작은 정원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너도 옆에 앉거라.”

“네.”

적운상이 옆에 앉자 임옥군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맑구나.”

“사부님.”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아니다. 그저 이렇게 잠시 있고 싶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선뜻 말을 하지 않으니 적운상은 답답했다.

“사부님.”

“왜 그러느냐?”

“잠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호천마궁에 가는 거냐?”

적운상이 조금 놀란 눈을 했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안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갔다 오너라.”

“사부님, 사실 제가 거기에 가는 이유는…….”

“됐다.”

임옥군이 적운상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적운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운상아.”

“네. 사부님.”

“뭔가를 결정하려고 할 때 망설이지 말거라. 주위의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많단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신념대로 결정을 하면 일이 잘못되어도 후회를 하지 않는단다. 그만큼 노력을 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너도 그렇게 하거라. 너는 형산파에 할 만큼 했다.”

“사부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거였다. 갔다 오너라. 양악이와 백 소저는 걱정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정위와 은령이가 혼인하는 것을 못 볼 수도 있으니까, 염두에 두고 있거라.”

“네. 알겠습니다.”

“언제 갈 테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로 떠날까 합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라.”

“그럼 가서 준비를 하겠습니다.”

적운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는 모습을 임옥군은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이틀째 임옥군은 명성이 쟁쟁한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과 함께 무림의 일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발언권도 없고 그런 자리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주로 듣기만 했다.

그러다 호천마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무당파와 소림사는 그들의 전체적인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장시간에 걸쳐 설전이 오고간 결과 결국 그들을 치기로 결정이 났다. 거기에 형산파도 끼게 된 것이다.

갑자기 명성이 올라서 무작정 좋아할 일만은 아니란 것을 임옥군은 그때 깨달았다. 제자들과 함께 아무 상관도 없는 그런 싸움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빠지면 다른 문파들의 지탄을 받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안 나오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것이 그랬다.

‘이럴 땐 구 사숙이 그립군. 왜 그렇게 일찍 가셨는지.’

임옥군이 다시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날 적운상은 사형제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소림사를 떠났다. 조비가 그런 적운상을 보며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건가?”

“빨리 가도 뭐라 하는군.”

“나야 좋지만 왠지 의외라서.”

“그럼 다시 돌아갈까?”

“하하. 아닐세. 어서 가세나.”

“어디로 가지?”

“당연히 절강성으로 가야지. 그곳에 가면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네. 그러니 일을 빨리 끝내 놓고 함께 유람이나 하세나.”

“생각해 보지.”

적운상은 조비를 따라 안휘를 지나 절강성으로 향했다. 말을 타고 가다가 때에 따라선 배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가는 동안 적운상은 조비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조비는 정말 적운상을 친구로 생각하는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가끔씩 풀어놓았다.

덕분에 적운상은 그의 어머니가 일찍 죽었다는 것과 형제가 두 명 있고, 여동생이나 누나는 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비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 그 경쟁에서 이겨 형과 동생을 밀어내고 소궁주가 되었다는 것 등 여러 가지를 알게 됐다.

“저기가 항주일세. 처음 와보지? 정말 지랄같이 아름다운 곳이지.”

“그런가?”

“그래. 항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면 그 말이 딱 제격일세. 정말 지랄 같지.”

“멋진 표현이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일세. 저기서 배를 타야 하네.”

한적한 곳에 배가 달랑 한 척 서 있었다. 조비와 적운상이 그 배에 오르자 사공이 고개를 숙였다.

“가자.”

조비의 말에 사공은 별말 없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을 한참이나 가로지르면서 가자 섬이 하나 나왔다.

“내리게.”

조비가 먼저 내려서 앞장섰다. 그러자 근처에서 조비가 타고 오는 배를 보고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이 고개를 숙였다.

적운상은 그들을 보면서 기강이 잘 잡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비를 계속 따라가자 커다란 장원이 하나 나왔다.

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조비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조비는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어… 이제 오는 건가?”

조비와 조금 닮은 것 같지만 덩치는 훨씬 큰 사내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아는 체를 했다. 조비의 형인 조호산이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형님.”

“그래. 자주 안 보니 다행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무적일검이라는 애송이인가 보군.”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그는 내 친구입니다.”

“그래. 끼리끼리 논다고들 하니까. 호천마궁에 온 걸 환영하네. 죽지 말고 좋은 시간 보내기를 바라네.”

비꼬듯이 악담을 하는 조호산을 무시하면서 조비가 안으로 들어갔다. 조호산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계속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그런 조호산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뭐라 하지는 않았다.

긴 복도를 지나자 커다란 대청이 나왔다. 조비가 적운상에게 자리를 권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게. 가서 아버님께 이야기를 하고 올 테니까.”

“그러지.”

조비가 안으로 들어가자 적운상은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넓고 깔끔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은 벽에 족자라도 하나 걸어두기 마련이건만 그런 것도 없었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웬 소녀가 차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시비겠거니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는 차를 내려놓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옆에 계속 서 있었다. 그것도 적운상을 묘한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왜 그러지?”

“아니요. 비 오라버니와 함께 왔다고 해서요.”

“비 오라버니? 조비가 네 오라버니냐?”

“네.”

그제야 적운상은 소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다. 나이는 열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눈매가 조비와 닮은 것 같았다. 조금 새침한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이름이 뭐냐?”

“조완이요.”

“이름이 외자구나.”

“네. 비 오라버니하고 똑같죠.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조비를 좋아하냐?”

“네. 무지요.”

적운상은 조완을 보자 주양악이 생각났다. 어딘가 닮은 점이 있었다. 이에 적운상이 살짝 입가를 올리자 조완이 뚱한 얼굴로 물었다.

“왜 웃어요? 내가 비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것을 비웃는 건가요? 저는 나중에 비 오라버니의 신부가 될 거예요.”

“그래. 내가 응원하마.”

“정말요?”

적운상이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 조비가 돌아와서 조완을 보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러면서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조완이 먼저 조비에게 달려들며 꽉 껴안았다.

“오라버니!”

“하 참….”

조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적운상을 보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너 오라버니 친구한테 무례하게 군 건 아니지?”

“아니요. 절대로 안 그랬는걸요.”

“정말인가?”

조비가 적운상을 보면서 물었다. 적운상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군.”

“뭐야? 대답이 확실하지 않은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

“아! 물론 안 되지. 가세나. 아버님과 장로들이 기다리네.”

조비가 앞장서자 적운상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조완도 따라오려고 했다.

“넌 안 돼.”

“왜요?”

“중요한 자리야. 그러니까 여기 있어.”

“그럼 갔다 와서 나랑 놀아줄 거예요?”

“알았어.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려.”

“훗! 빨리 와요.”

“흠…….”

조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몸을 돌렸다.

“귀여운 누이동생인군.”

“말도 마. 감당이 안 되니까.”

“자네 처지가 이해가 되는군. 나도 저런 여자를 하나 알고 있거든.”

“주 소저 말인가? 음…….”

잠시 조완과 주양악을 비교하던 조비가 고개를 저었다. 오십 보 백 보였다.

복도가 끝나자 커다란 문이 나왔다. 그 앞에 있던 무사 두 명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정면에 있는 태사의에 풍채가 좋은 노인이 한 명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양쪽으로 여섯 명의 노인들이 서 있었다.

“데려왔습니다, 아버님.”

조비가 풍채가 좋은 노인을 향해 말했다. 그가 이곳 호천마궁의 궁주인 조황인이었다.

“음…….”

조황인이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적운상을 봤다. 그저 무심히 보는 눈이었지만 그의 시선에는 힘이 들어 있었다. 적운상이 무의식중에 나타내는 박력과 비슷했다.

“이름이 뭐냐?”

다짜고짜 하대였다.

“적운상이오.”

“놈! 혀가 짧구나. 궁주, 명령만 내리신다면 당장에 저놈의 혀를 뽑아버리겠습니다.”

좌측에 있던 노인 중 한 명이 발끈해서 조황인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조황인이 손을 저었다.

“됐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지?”

“호천마궁 아니오?”

“맞다. 이곳에서는 내가 법이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소?”

“당연히 있지. 네가 지금 있는 곳이 호천마궁이니까.”

“재미있군. 그럼 한번 붙어봅시다. 이곳에서 당신이 법이라면 나는 이걸로 살아가는 사람이오.”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조비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조황인을 봤다. 여섯 명의 장로들은 참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기세였다.

“저런 놈을 봤나?”

“네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그 알량한 실력으로 뭘 하겠다고?”

조황인은 재미있다는 눈으로 적운상을 봤다. 그러다 나직이 한마디 했다.

“그만.”

그 한마디에 흥분해서 떠들던 장로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기개가 있구나. 칼을 뽑았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 너는 뭘 걸 테냐?”

“당연한 걸 묻는군. 당연히 내 목숨이오.”

“좋다. 그럼 그 목숨 내가 가져가마.”

조황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태사의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장로들은 물론이고 조비까지 겁을 잔뜩 집어먹은 모습으로 몸을 떨었다.

* * *

 

쨍강!

“어?”

주양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히 있는데 왜 갑자기 찻잔이 깨졌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백수연이 물어보자 주양악이 깨진 찻잔을 가리켰다.

“이유도 없이 깨졌어요.”

“그래? 혹시 찻잔을 잡을 때 너무 힘을 준 건 아니고?”

“아니에요! 나는 평소에는 내공을 전혀 쓰지 않아요.”

“그런데 왜 멀쩡한 찻잔이 깨졌을까?”

백수연이 하는 말에 주양악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백수연이 손가락으로 주름 잡힌 그녀의 미간을 펴면서 물었다.

“왜? 뭘 그렇게 생각해?”

“혹시 사형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

“흐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운상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도 알잖아.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사람이 있다면 아마 운상이일걸.”

“킥! 그건 그래요. 하지만 왠지 불안해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같이 찻잔이나 사러 갈까?”

“좋아요!”

주양악은 방금까지 불안했던 생각을 애써 떨쳐버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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