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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1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1화

211화. 이씨세가 (3)

 

며칠이 지났다. 이씨세가는 평온하기만 했다. 뭔가 껄끄러운 느낌에 이씨세가를 의심하던 초사영과 박노엽은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자 단순한 기우였음을 인정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긴장을 늦췄다.

“사부님.”

“그래.”

초사영이 오자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임옥군과 도지림이 그를 봤다.

“운상이가 많이 늦는 것 같습니다.”

“그렇잖아도 그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시일을 보내면 제날짜에 소림사에 도착하지 못할 게다. 그래서 이삼 일 정도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소림사로 출발할 계획이다. 어차피 운상이도 그리 올 것이니 거기서 만나도 되겠지.”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걱정 말거라. 호천마궁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운상이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게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제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그래라.”

초사영이 방을 나가자 임옥군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제자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놓고는 자네가 걱정하고 있는 겐가?”

도지림이 하는 말에 임옥군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게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운상이를 도우러 갔을 텐데 아무것도 못하고 이러고 있어야 하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때론 나서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일 수도 있네. 자네는 형산파의 장문인이야. 장문인이 나서면 문파 간의 싸움으로 번지지. 운상이와 호천마궁의 싸움이 아니라 형산파와 호천마궁의 싸움이 되어버려. 그럼 형산파는 끝장일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정말 장문인이라는 직책이 힘이 드는군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운상이를 믿게. 호천마궁에서 우리들에게 뭔가 손을 써오지 않는 것을 보면 운상이가 잘 하고 있는 게야. 그리고 요즘 어딜 가나 사람들이 운상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그만큼 관심을 많이 받고 있으니 혹여 운상이가 그놈들에게 당했다면 소문이 들려올 걸세. 하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무사하다는 증거지. 마음을 편하게 가지게나.”

“사숙님의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그보다 이 가주의 딸이 사영이를 보는 눈이 심상찮더군.”

“저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에 품는 연정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 해도 또 모르는 일일세. 그리고 이씨세가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가주도 호인이고 말이야.”

“음……. 그도 그렇지만 당사자들의 의중도 중요하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림사에 갔다가 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들러서 이 가주의 의중을 떠보게나.”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조만간 막정위가 홍은령과 혼인을 한다. 적운상에게는 백수연과 주양악이 있었다. 이제 초사영만 제짝을 찾으면 된다.

임옥군은 초사영과 이청청을 생각하면서 적운상에 대한 걱정을 잊고자 했다.

다음 날 임옥군은 이충인을 만나서 이삼 일 내로 떠날 것이라 이야기를 하고 왔다. 이충인은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돌아오는 길에도 꼭 들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 다음 날이 되어도 적운상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이에 모두들 떠날 준비를 했다.

그날 밤, 이포영이 세가의 무사들 십여 명과 함께 다급하니 임옥군에게로 왔다.

“임 대협.”

“무슨 일인가?”

건물을 에워싸는 무사들을 보며 임옥군이 이포영에게 물었다.

“소씨세가에서 쳐들어왔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임옥군은 이충인에게서 소씨세가와 이씨세가의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세세한 사정이야 모르지만 두 가문은 그간 계속 소소한 다툼이 있어왔다.

“밖으로 모셔야 하지만 그들이 세가를 완전히 포위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일단 제가 안내하는 곳으로 몸을 피하십시오.”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여기서 신세를 진 것이 적지 않으니 미약하나마 우리도 힘을 보태겠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씨세가는 약하지 않습니다. 아버님과 형님이 움직이고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이 다치면 저희는 앞으로 얼굴을 들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잠시만 따라주십시오.”

“음……. 알겠네. 그럼 그리하지. 하지만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포영이 앞장서자 임옥군이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제자들이 모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이포영이 임옥군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와 함께 온 무사들이 그들에게도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쪽입니다.”

이포영은 후원 깊숙한 곳에 있는 건물로 모두를 안내했다. 멀리서 간간이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잠시 계십시오. 불편하시더라도 절대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건물 안은 집기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창문도 없었다. 보통 이런 곳은 비밀연공실로 사용한다. 실제로도 그곳은 이씨세가의 직계들만 사용할 수 있는 연공실이었다.

“알겠네.”

“그럼.”

이포영이 가고 나자 문이 닫혔다.

“별일 없으면 좋으련만…….”

임옥군이 걱정스럽게 하는 말하자 초사영이 옆으로 다가왔다.

“별일 없을 겁니다. 당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우리를 이렇게 대피시키지 않고 도움을 청했을 겁니다. 이포영도 그렇게 이야기했잖습니까?”

“맞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부님.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나가서 도와주면 되잖아요.”

주양악이 생긋 웃으면서 하는 말에 임옥군이 그제야 얼굴을 풀었다. 예전에야 주양악이 사고만 치고 다녀서 미덥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혈마사에 있는 동안 나름 느낀 것이 있었던지 성격이 많이 차분해졌다. 가끔 그 무지막지한 괴력이 두렵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듬직했다.

“아닙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박노엽이 하는 말에 모두가 그를 봤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임옥군이 묻자 박노엽이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박노엽이 그렇게 말하고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가 않았다.

탕탕!

“밖에 누구 없소?”

탕탕!

“무슨 짓이냐?”

초사영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는 박노엽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박노엽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초사영을 봤다.

“생각한 대로입니다. 갇혔습니다.”

“뭐?”

초사영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그러자 박노엽이 재빨리 그를 말렸다.

“왜 말리는 거야?”

“우리가 눈치챘다는 것을 저들이 알면 안 됩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갇혔다면 어떻게 해서든 나가야지.”

“잠시 진정하거라, 사영아. 노엽이에게서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들어보자.”

“네, 사부님.”

모두의 시선이 박노엽에게 모였다. 그러자 박노엽이 호흡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올 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씨세가에서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초 사형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그랬지.”

초사영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보니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긴장을 풀었었는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믿을 수가 없구나. 이 가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밖에서 문이 잠긴 건 사실이다만 우리의 안전을 생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으냐?”

“사부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씨세가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만 이곳으로 피신시킨 걸까요? 정말 소씨세가에서 공격을 해왔고, 식객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면 다 같이 이곳으로 왔어야 정상입니다.”

“음…….”

박노엽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이 가주가 우리에게 그럴 이유가 없지 않으냐?”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 가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으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이 소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의심스러운 건 장남인 이유고와 차남인 이포영입니다.”

“노엽이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사부님. 저도 이포영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운상이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군.”

도지림이 불쑥 끼어들어 하는 말에 모두들 그를 봤다.

“맞습니다. 사실 적 사형과 연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우리는 이씨세가 사람들과 모두 초면입니다. 적 사형 말고는 저들이 우리를 적대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여기서 나가요.”

주양악은 모두가 이렇게 된 것이 적운상 탓이라는 말에 약간 화가 났다. 하지만 사부님이나 사형제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가 없어서 팔을 걷어붙이면서 문을 부수어버리려고 했다.

“사저! 잠깐 기다리세요.”

“왜?”

“그렇게 무작정 나갈 일이 아닙니다.”

“그럼 어쩌자고?”

“일단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다리기는 뭘 기다려? 우리를 속여놓고 웃고 있을 텐데. 그 낯짝에 한 방 먹여줄 거야!”

주양악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뒤로 당겼다가 힘껏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드드드드드!

문이 부수어질 듯이 우그러들면서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자 모두들 불안한 얼굴로 저도 모르게 천장을 올려다봤다.

“제법 단단하잖아.”

주양악은 내공을 잔뜩 끌어올려서 주먹에 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힘껏 문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육중한 철문이 찌그러지면서 튕겨나갔다. 그런 주양악의 괴력에 모두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가요, 사부님.”

“응? 그, 그래. 그러자꾸나. 그런데 말이다.”

“왜요?”

“험! 함부로 힘쓰고 그러지 마라.”

“지금은 쓸 때잖아요.”

“허, 그건 그렇구나. 좋다! 가보자! 가서 부딪쳐보면 진실이 나오겠지.”

임옥군이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밖으로 나오자 무기를 뽑아 들고 있는 이씨세가의 무사들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 삼십 명 정도는 되었는데 풍기는 기세를 보아하니 그냥 보내줄 것 같지가 않았다.

“물러나라! 이 가주를 만나겠다.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다시 들어가십시오. 나오시면 위험합니다.”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가?”

임옥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무사들이 서로 눈짓을 했다. 그들은 문이 부서지며 튕겨져 나올 때부터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다시 들어가십시오.”

“안 들어가면 어쩔 텐가? 힘으로 해볼 텐가?”

“어쩔 수 없군요.”

이씨세가의 무사들이 포위를 좁혀왔다. 임옥군이 눈에 힘을 주며 그들을 노려봤다.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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