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1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10화
210화. 이씨세가 (2)
“이 자식들이!”
“흐앗!”
챙챙챙챙!
대로에서 싸움이 났다.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 대여섯 명이 한 여자와 그녀의 호위무사로 보이는 두 명의 사내들을 에워싸고 주먹을 휘둘러댔다.
두 명의 호위무사는 여자를 보호하면서 사내들을 가볍게 처리했다. 그걸 보고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을 하던 행인들이 박수를 쳤다.
시비를 먼저 건 건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었다. 게다가 호위무사들이 보호하던 여자는 이씨세가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인 이청청이었다.
이씨세가는 곧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곤 했다. 그래서 가주인 이충인은 인자검(仁者劍)이라 불리며 인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이청청은 코웃음을 한 번 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방금 와서 시비를 건 자들은 소씨세가 사람들이다. 소씨세가는 최근에 이곳에 와서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었다.
그러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건 당연히 이씨세가였다. 소씨세가는 이씨세가를 밀어내기보다는 흡수하려고 했다. 그 첫 단계로 이청청을 원하고 있었다. 혼인을 빌미로 수작을 걸려는 것이다.
이청청은 대로를 따라 걷다가 귀엽게 생긴 남매가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열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매는 길가에서 파는 물건 때문에 싸우고 있었다.
“이거 가지고 싶단 말이야.”
“안 돼.”
“내가 사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내가 오빠니까 안 돼.”
“까불래? 누가 오빠라는 거야?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면서!”
“아버지가 일다경 차이도 안 난다고 그랬잖아. 그러면서 누님 노릇하려는 거야? 그러려면 애처럼 떼를 쓰지 말든가.”
“뭐야? 너 말 다 했어?”
“내가 없는 말 한 것도 아닌데 뭐.”
나연오가 무시하듯이 말을 하자 나연란이 발을 들어 정강이를 찼다.
“아야! 이게…….”
나연오가 욱해서 주먹을 말아 쥐고 들어 올리는 순간 누군가 그 손을 잡았다.
“안 돼. 여자를 때리려고 하면. 그건 사내가 할 짓이 아니지?”
“누구세요?”
“지나가던 사람.”
“피이…….”
나연오가 재미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 나연란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싫어! 너 나 때리려고 했던 거 적 사형한테 다 이를 거야.”
나연란의 말에 나연오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적운상은 그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인 나한중이나 사부인 임옥군보다 더 우러러보며 동경을 했다.
“그건 누나가 자꾸…….”
나연오가 나연란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 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여기 있었군. 잡아.”
“잡기는 뭘 잡아!”
“비켜라!”
“이 자식들이!”
두 명의 호위무사가 그들과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둘이서 십여 명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금방 제압당해 흠씬 두들겨 맞았다.
“무슨 짓이야? 당신들 소씨세가 사람들이지? 그만두지 못해!”
이청청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사내 하나가 그녀의 팔을 꽉 잡으며 윽박을 질렀다.
“조용히 안 해!”
“놔! 아프단 말이야! 놔!”
“가만히 안 있어!”
사내가 소리를 버럭 지를 때였다. 갑자기 사타구니에서 지독한 통증이 왔다.
“커헉!”
사내가 몸을 웅크리며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턱이 덜컥 들리더니 그대로 의식이 끊어졌다.
“뭐야? 이 꼬맹이들이!”
이청청을 잡고 있던 사내를 쓰러트린 건 나연란이었다. 나연란은 어렸을 때 나한중이 밤마다 몰래 진기도인(眞氣導引)을 해준 덕에 내공이 고강했다. 그래서 주먹에 실린 힘이 웬만한 성인보다 훨씬 강했다.
“하앗!”
나연란이 기합을 지르며 앞에 있는 사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사내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리를 잡고 깡충거렸다. 그걸 보고 나연오가 자리에 앉으며 그의 다리를 후려 차자 보기 좋게 넘어졌다.
“크윽! 이것들이 정말…….”
“도망가요!”
나연오가 소리치다가 뒤에서 사내 하나가 발길질을 하자 그대로 맞고 앞으로 엎어졌다.
“연오야!”
나연란이 나연오를 감싸기 위해 달려가려고 하자 사내들 두 명이 주먹을 휘둘렀다. 아직 어린데도 인정사정없었다.
“안 돼요!”
이청청이 달려들어 나연란을 품에 안고 감쌌다. 그러자 사내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쳇! 그러니까 순순히 따라왔으면 됐잖아!”
“빨리 데리고 가자.”
사내가 이청청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러다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눈앞에 발이 하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빠악!
“컥!”
사내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이어서 가슴을 후려치는 쌍장에 피를 토하면서 나가떨어졌다.
“아! 초 사형!”
나연란이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초사영은 무표정하니 주먹을 휘둘러오는 사내의 팔을 잡아서 꺾었다.
우드득!
“크아아악!”
사내가 비명을 지르자 초사영이 그의 다리를 차서 넘어트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사내의 팔목을 잡아서 당기다가 그대로 꺾어버렸다.
꽈득!
“으아아아악!”
초사영은 무표정하니 사내들의 손목과 팔을 꺾었다. 그렇게 일곱 명이 당하자 남은 사내들이 주춤거리면서 더 이상 덤벼들지 못했다. 사람의 팔을 꺾으면서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잔인함에 그들은 치가 떨렸다.
사실 초사영은 성격이 냉정하기는 하지만 잔인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는 나름대로 상대를 배려해서 팔만 꺾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두 죽여 버렸을 것이다.
그걸 모르고 그들은 초사영이 잔인하다 여기고 있었다.
“더 꺾어줄까?”
초사영이 냉정하게 하는 말에 남은 사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주춤거렸다.
“모두 데리고 가라. 완전히 병신을 만들어놓기 전에.”
“아, 알겠소.”
사내들은 동료들을 부축해서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괜찮으냐?”
“응. 고마워요, 초 사형.”
“고마워요.”
나연오와 나연란이 초사영에게 매달리며 미소를 지었다. 나연오는 몇 대 맞는 바람에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초사영이 그걸 닦아주면서 인상을 살짝 썼다.
“너무 무모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너희들이 잘못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겠냐?”
“네.”
나연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그러자 초사영이 그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잘했다. 물러서지 않고 맞선 용기는 칭찬받을 만해.”
“헤헤.”
“저, 저기…….”
초사영이 돌아보자 이청청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
“됐소. 일행이 있어서 가봐야 하오.”
“그, 그분들도 함께 가도 돼요!”
이청청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초사영이 살짝 인상을 쓰며 그녀를 봤다. 그러자 이청청이 마구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고마워서요. 그리고……. 둘째 오라버니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오시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
초사영은 이청청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자 어제 만난 이포영이 생각났다. 생김새도 닮았고 분위기도 닮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사영이 물었다.
“혹시 이씨세가 사람이오?”
“네. 맞아요. 세가가 가까우니까 함께 가요.”
“흠…….”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싶었다.
“사부님에게 여쭤보고 가겠소.”
“그럼 같이 가요. 제가 사부님에게 말해 볼게요!”
이청청이 기뻐하는 표정으로 말하고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단 저 두 사람부터 부축을 합시다.”
초사영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청청의 호위무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 * *
이씨세가의 객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가주인 이충인의 후덕한 인심 때문이었다. 오는 사람 안 말리고 가는 사람 붙잡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임옥군 일행이 오자 이충인은 직접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이청청에게 미리 연락을 받아서 거하게 대접을 할 준비도 해놓은 상태였다. 이포영이 백수연과 주양악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충인이라고 합니다. 딸아이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임옥군이라고 합니다.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왔습니다.”
“아닙니다. 응당 대접해 드려야지요. 어서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자 객청이 꽉 찼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러다가 임옥군이 형산파라는 것을 알고는 이충인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최근 무적일검의 명성을 귀가 따갑게 듣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 훌륭한 제자를 키워놓았으니 원이 없겠습니다.”
“하하하.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은 녀석입니다.”
임옥군은 이충인이 적운상을 알아주고 형산파를 알아주자 기분이 좋았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부족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임 대협을 보니 꼭 한 번 그를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군요.”
“그렇잖아도 운상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이리로 올 테니 그때 다시 한 번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번거롭게 움직이지 마시고 계속 여기서 머무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닙니다. 초면에 어찌 그런 폐를 끼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폐라니요. 그래만 준다면 오히려 제가 영광이지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리 말해 주니 마음이 약해지는군요.”
“그럼 그리 알고 방을 준비해 놓으라고 일러놓겠습니다.”
“허허, 이거 참……. 그럼 며칠 신세를 지겠습니다.”
임옥군이 감사의 뜻으로 포권을 취하자 이충인도 급히 예를 갖췄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분위기가 익자 자연스럽게 술이 오고갔다. 임옥군은 이충인의 환대에 기분이 좋아서 취기가 돌 정도로 술을 마셨다. 젊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어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늦게 술자리가 파하자 모두들 방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박노엽이 슬쩍 초사영을 불렀다.
“초 사형.”
“응?”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모르겠습니다.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었어. 이포영을 만났을 때는 찜찜한 느낌이 들더라. 인위적으로 우리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려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청청 소저하고 이 가주님을 보니까 그게 이 집안사람들의 성격인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이 사람들하고 원한 진 일도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다. 모두에게 그렇게 말해 놓으마.”
“네. 그럼 쉬십시오.”
“그래.”
그들이 가고 나자 한쪽에 있는 건물 모퉁이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보였다. 이충인의 장남인 이유고와 차남인 이포영이었다.
“눈치가 빠르군요.”
이포영이 하는 말에 이유고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떠날 생각은 하지 못할 거다. 적운상이 올 때까지는 무슨 수를 쓰든 붙잡아둬야 해.”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