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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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129화
혈하-第 129 章 금화동부의 안배
그들은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내력이 단 한 점도 모이지 않았다.
취취는 새카맣게 질린 얼굴로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사군보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좋아요?]
취취의 눈동자에는 불안과 초조가 가득했다.
사군보는 담 속을 수영해 바닥까지 내려가면서 취취의 오른손을 잡았다.
불안해하는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사군보는 전음을 보냈다.
[버티고 버텨 봐요.]
세상 천지에 불가해한 것들이 많다.
보통 연못에 지나지 않건만, 물속에 들어온 순간 내공을 일으킬 수 없는 연못.
그 어떤 자라 해도 연못에 들어오는 순간 평범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무서운 연못.
거기에 살갗이 갈라지고 피가 얼 정도의 냉기.
믿을 거라고는 인내.
오직 참고 견디는 것뿐이다.
‘이것은 시험이다.’
인간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시련의 시험.
사군보는 취취의 손을 꽉 쥔 채 한 손으로 물을 헤치며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무심담으로 빠져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속도가 더할수록 그들은 더욱 전신이 쪼개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러길 1각 여……
‘앗! 저건!’
사군보의 눈에 연못 바닥에 드리워진 커다란 동산이 보였다.
원래는 지상에 있었던 것이 지각변동이나, 또는 자연의 재앙으로 인해 연못 속에 잠긴 듯 동산의 크기는 매우 컸다.
그 동산 밑 부분에 뚜렷하게 보이는 금빛 문이 있었다.
물속임에도 찬란한 금광을 빛내고 있는 문.
금화동부(金華洞府).
그들은 문 앞까지 헤엄쳐갔다.
[이걸 어떻게 열죠?]
취취는 힘겨운 눈으로 문을 살폈다.
사군보 역시 숨을 멈춘 채 손바닥으로 문을 만지며 살폈다.
문은 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좌우로 열리는 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꽉 닫혀 있었다.
‘끙차!’
힘껏 밀어봤지만 요지부동.
사군보는 취취를 돌아보았다.
[혹시 곡주에게 동부로 들어가는 방법을 듣지 못했어요?]
[몰라요.]
[그럴 리 없는데.]
금란곡의 유지가 담긴 곳이다.
잠시 생각하던 사군보는 취취에게 손짓을 했다.
[금란곡의 무공으로 문을 한 번 쳐 봐요.]
[무공으로요?]
[네. 금란의 제자라는 것을 증빙한다? 뭐 그런 의미라고나 할까? 잘 될지 모르지만 이대로 더 있을 수 없어요. 뭐라도 시도해 봐야지.]
[그런데 내공이 안 모아지잖아요.]
[아! 그러네.]
이 방법도 아니란 말인가?
사군보는 밑져야 본전이란 식으로 손바닥을 문에 붙이고 내공을 끌어 올려 보았다.
‘앗! 모인다!’
그러나 곧,
튕-
뽀글뽀글.
휘류류륭-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공할 반탄력에 사군보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쑥 밀리는 몸.
‘내 내공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사군보는 다시 문 앞까지 헤엄쳐 와서는 취취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해봐요.]
그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취취는 조금 전 사군보가 한 행동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즉시 손바닥을 문에 밀착시켰다.
그런 직후 빙하냉류공의 구결을 떠올렸다.
순간이다.
그그그긍.
꽉 닫혀 있든 금화동부의 문이 좌우로 열리면서.
콰우우우웅!
거창한 흡인력이 안에서부터 당겨졌다.
‘헉!’
물과 함께 열리는 문틈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는 취취.
‘낭자!’
사군보는 급히 취취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몸은 열리는 문틈으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촤아앗-
작은 연못이 파랑을 일으킨다.
두 사람은 연못 위로 고개를 들며 올라왔다.
“후악! 후악!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헉! 후아! 저, 저도요.”
입을 한껏 벌린 채 사군보와 취취는 숨을 들이마셨다.
금화동부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은 거친 물길을 따라 이곳까지 흘러 왔다.
잠시 숨을 고른 두 사람은 연못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앗! 여긴!”
“흠……동산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연못 주변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느낌상 거리상 그들이 있는 연못은 무심담 바닥에 잠겨 있던 동산 안이다.
즉, 금화동부의 입구를 따라 헤엄쳐 들어오면 이곳 연못에 이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요, 이 연못은 동산 속에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동산 속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변의 광경은 뛰어났다.
파릇파릇한 풀이 자라 있었고, 나무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빛도 있다.
어떻게 물속에 있는 동산인데 빛이 있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절벽 같은 벽과 꽉 막힌 천정 곳곳에 야광주 같은 보석이 수 없이 박혀 있었다.
빛은 보광이었다.
“신기해요? 숨도 쉬어 줘요. 분명 여기 물속에서 본 그 동산 속 맞죠?”
“그러게……”
공기도 청량했다.
사군보는 두리번거리다 먼저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일단 연못 밖으로 나가지요.”
“같이 가요.”
두 사람은 곧 연못 밖으로 나왔다.
“아! 이거 어째.”
취취의 얼굴이 붉어졌다.
축축하게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거동하기 불편했다.
뿐만 아니라 몸의 굴곡도 여실하게 드러나 무척 야하고 선정적이었다.
“큼! 큼!”
크게 기침을 한 사군보는 진기를 운영해보았다.
진기는 원활하게 이끌어졌다.
열양지공을 떠올린 그는 열기로 옷을 말림과 동시.
“돌아 봐요.”
취취의 몸을 돌린 후 장풍으로 따뜻한 열기를 뿜어내 그녀의 옷을 말려 주었다.
“아! 고마워요.”
취취는 아직 그만한 내공이 없어서 직접 삼매진화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의 자상함에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감돌았다.
이윽고 옷을 말린 사군보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일단 안으로 들어왔으니 유지가 있는 곳을 찾아봅시다.”
“네, 공자님.”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못가에 한 채의 돌 궁전이 지어져 있었다.
“혹시 저기 아닐까요?”
“가 봅시다.”
돌 궁전은 문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대청 같은 공간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각각 문이 하나씩 있었다.
나무문은 닫혀 있었다.
“어디부터 들어가 볼까요?”
“음……일단 오른쪽을 열어봅시다.”
삐걱.
오랫동안 방치한 듯 나무문은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 여긴……”
“보고 같죠?”
“그래요. 뭔가를 모아둔 곳이네요.”
방안에는 좌우로 긴 서가가 있었다.
좌측 서가에는 차곡차곡 철로 만든 함이 놓여 있었고, 오른쪽 서가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첫눈에 봐도 창고다.
“다른 방을 봅시다.”
“네.”
두 사람은 반대편 문을 열었다.
삐걱.
방이 열리자 두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토해졌다.
“여기……”
“연공실이네.”
그렇다.
왼쪽 방은 명상을 하거나 무공을 수련하는 연공실이었다.
“앗! 저기 뭔가가 있어요.”
취취가 벽에 놓인 서랍장으로 달려갔다.
2단으로 된 나무서랍장이다.
먼저 당도한 취취는 맨 위의 서랍을 열려고 서랍 고리를 잡아 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 돼서 삭았나? 끙차!”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힘을 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금화동부 첫 관문을 열 때처럼 금란곡 내공도 운영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내가 해보죠.”
사군보 역시 마찬가지다.
“허! 내공으로 안 열린다고?”
뭔가 다른 기관장치가 있나 서랍장을 살피고 연공실 전체를 뒤졌지만 기관 장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안이 더 궁금해졌다.
“내가 다시 열어 볼게요.”
취취가 눈에 힘을 주고 서랍 고리를 잡을 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사군보가 말했다.
“같이 열어 봅시다.”
“같이 요?”
“이곳은 옥인을 위한 연공실이고, 옥인을 돕기 위해 금란곡의 여 제자가 함께 입동하게 되어 있다면……또 이곳은 음양봉……교묘하게도 옥인이 될 남자와 여 제자, 남과여……음양의 배치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듯하네요. 그럼 같이 열어 봐요.”
두 사람은 각각 고리의 한쪽씩 잡았다.
기대에 찬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은 천천히 서랍을 잡아 당겼다.
스르르…… 컹!
매우 묵직한 음향을 내며 천천히 서랍이 빠져나왔다.
“아! 정말 그러네요!”
“허~ 무엇이 이렇게 힘들담.”
취취는 기뻐 손뼉을 치고, 사군보는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음과 양을 이용한 기관이라니.
오묘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금란곡 선조의 장난이 심하다고 할까?
“여기 뭐가 있어요!”
취취가 눈을 빛냈다.
사군보는 얼른 서랍 속의 내용물을 보았다.
서신이 한 장 놓여 있었다.
그 서신 밑에는 세 권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책의 좌우에는 약병 하나와 동그스름한 취록색 옥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사군보는 급히 서찰을 펼쳤다.
-연자들은 음향석함을 열며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음양석함은 말 그대로 남녀가 함께 손을 잡아야 열리는 것으로 이는 금란의 유지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안배한 것이다.
옥인과 여 제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금화동부의 안배다.
만약 남자나 여자 혼자서 이걸 열려 했다면 이 음양석함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군보와 취취는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
너무나 교묘한 안배였다.
만약 사군보가 혼자 뛰어들었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중고혼이 되었을 것이다.
-세 권의 책은 금란의 염원인 유리금강을 이루기 위한 이론이 적혀있다.
연자들은 우선 묘권(妙卷)과 음양천도권(陰陽天道卷)을 먼저 보아야만 한다.
그런 다음 빙정을 형성하는 유리금강을 운용하여라.
옥인에 도전하는 연자는 빙정의 기운을 이기기 힘들면 그 즉시 금란의 제자에게 옥인개정대법을 펼쳐 빙정의 한기를 이겨내기 바란다.
사군보는 이내 세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한 권은 아주 얇은 게 몇 장밖에 되지 않았다.
책의 제목은 묘(妙)였다.
그는 다음 책을 보았다.
그곳에는 음양천도(陰陽天道)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마지막 권은 유리비전(琉璃秘傳)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는 책을 놓고 약병을 집어 들었다.
자색 병에는 깨알 같은 글씨 석 자가 적혀 있었다.
-음양선단(陰陽仙丹)
그는 약병을 놓고 취록 색 둥그스름한 옥대를 집어 들었다.
두 가지 음향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쩌저저정……
차르르릉……
“어엇!”
사군보는 의외의 사태에 자신도 모르게 취록 색 옥대에서 손을 뗐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이상하군, 내 손이 닿자마자 옥대가 울림을 내다니?’
“공자,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다시 잡아 보세요.”
“그게 좋겠군.”
사군보는 조심스럽게 취록 색 옥대를 잡았다.
스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