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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하마제 119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혈하마제 119화

혈하-第 119 章 대하교의 백호천왕

 

‘이런!’

사군보도 이 순간만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땅 속에만 제외하곤 그가 움직일 곳이라곤 아무 곳도 없었다.

땅 위는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짐승들이 가득했다.

하늘엔 독수리며, 온갖 새들이 빙글빙글 허공을 맴돌며 사군보를 노렸다.

새의 공격은 단순하다.

부리로 쪼거나 발톱으로 긁거나 잡는 게 다다.

하지만 물량공격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음!”

사군보는 무겁게 침음했다.

맹수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렇게 싸우노라면 그 자신의 내력이 고갈되어 위기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캬-오-!

크르릉-!

끼아악!

맹수들은 저마다 용맹을 자랑하듯 이빨을 드러내며 덮쳐왔다.

백호천왕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렀다.

삐이익-

그 소리가 천지를 뒤덮자 맹수와 새들이 사군보의 전신을 향해 일제히 공격했다.

사군보도 소홀하지 않고 묵혈사령신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다.

츠으으으으……

시커먼 흑무가 안개처럼 일어나더니 이내 사군보의 몸 주위를 가득 메웠다.

사방 10여 장이 온통 검은 구름에 감싸여지는 순간, 새들이 먼저 그가 만든 호신강막에 부딪쳤다.

이어 날쌘 늑대 무리가 뭉실뭉실 호신강기가 만든 흑무 안으로 몸을 날렸다.

꽝-꽝-꽈-앙!

꽈-꽈-꽈르릉-

지축이 뒤틀릴 정도로 굉음이 터졌다.

끄-아-악-!

캐-캐-캥-캑-!

피 보라가 허공을 물들이면서 햇볕을 반사시켰다.

그 아래엔 폭음과 함께 찢어져 떨어진 맹수들과 새의 살점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호신강막에 부딪쳐 튕겨 나가는 맹호와 이리, 독수리 등 갖은 짐승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백호천왕도 그 전경을 보고 치를 떨었다.

“으으……내 새끼들……내 귀여운 새끼들……끼아악!”

부들부들 떨던 백호천왕은 괴성을 내질렀다.

쾅! 쾅!

고릴라 인간이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백호천왕과 똑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검은 눈동자에 샛노란 살기가 일어난 고릴라 인간.

크앙!

두 팔을 벌리며 사군보를 덮쳐왔다.

고릴라 인간의 몸놀림은 전광석화,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크아앙-!

끼악!

웅크리고 있던 백호와 허공에 맴돌고 있던 거대한 독수리가 살아남아 있는 맹수, 맹조들을 이끌고 사군보를 공격했다.

사군보는 다시 묵혈사령신공을 끌어올렸다.

쾅!

캬-욱-! 캐캥-!

맹수들이 피를 뿌리며 산산이 찢겨져 나뒹굴었다.

그 안에 고릴라 인간 역시 고통스러운 괴성을 발하며 땅바닥을 데구르 굴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아앙-!

고릴라 인간은 더욱 흉포한 괴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더니 사군보를 향해 다시금 덮쳐들었다.

동시에,

삐익-!

백호천왕은 휘파람으로 짐승들을 조종을 했다.

이번에는 공격이 변했다.

그는 마치 바퀴가 돌아가듯 맹수들을 한꺼번에 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한 마리 맹수가 죽으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맹수를 채우고 죽으면 다시 자리를 채우며 사군보를 공격하게 했다.

고도의 차륜전법이다.

감정이 없는 짐승이다 보니 자연 두려움 따위나, 옆에 있던 짐승이 죽는 데에서 오는 분노와 공포를 느낄 리 만무했다.

그저 백호천왕이 내지르는 소리에 따라 충실하게 명을 수행하며 사군보를 공격할 뿐이다.

끼이아악-! 크르릉……

뀌우엉!

꽝! 꽈르르릉……꽈르르릉……!

시간이 지날수록 사군보는 자신의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등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묵혈사령신공이지만 수백 마리의 맹수들을 죽이는 가운데 그의 내공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 그의 몸을 감싸던 흑무도 점점 엷어졌다.

이때까지도 냉혹하게 지켜보고만 있던 백호천왕의 입가의 득의의 미소가 번졌다.

“놈! 많이 지쳤구나!‘

그는 사군보의 몸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꽈르르릉-!

그의 독문절장인 만수장이다.

묵중한 망치가 날아가듯, 그의 장력은 맹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사군보의 몸을 공격해 들었다.

펑!

최초 장력에 흑무가 가볍게 출렁했다.

펑! 펑!

두 번째 장력에 흑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강 수면의 파랑처럼 출렁였다.

펑! 펑! 펑!

거듭된 장력.

그것도 한쪽만 집중적으로 쳐 대는 장력에 결국 흑무의 호신강기 한 부분이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기를 반복한다.

사군보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그의 인내와 내력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만약 허점을 보인다면 그것으로 그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고수들 간의 싸움은 한 치의 허점이나 방심으로 승패가 가늠나기 때문이다.

사군보는 내공을 쥐어짜서 일갈을 터뜨렸다.

“타핫!”

그의 전신에 어린 흑무가 수십 개의 둥근 구체로 뭉쳐져서 폭사되어 날아갔다.

파-파-팍!

묵혈사령신공의 마기와 장력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꾸-웅-!

폭음이 일며 백호천왕은 내상을 입었는지 검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으욱!”

그 반면 사군보는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작은 부상조차 입은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역시 속이 울렁거리고 피가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고 있었다.

가벼운 내상의 기운이 여실한데,

그때였다.

크아앙-!

고릴라 인간이 눈알을 벌겋게 붉히며 흉폭한 기세로 사군보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앞뒤 가리지 않은 공격에 사군보는 절로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이 괴물 같은 놈하고 백호천왕이 어떤 사이인데 백호천왕이 당하자 마치 제 부모 당하듯 길길이 날뛴단 말인가?’

의혹을 가질 틈도 없었다.

사군보는 오른손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수평으로 뉘였다.

버언쩍-!

손 칼날에서 번갯불도 무색할 정도로 날카롭고 빠른 강기가 날아갔다.

혈륜수다.

손 칼날의 강기는 마치 산을 쪼개듯 고릴라 인간의 두개골을 정확히 일도양단해 들었다.

스앗-!

뼈와 살이 갈라지는 섬뜩한 피륙음과 함께 고릴라 인간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사군보의 강기는 고릴라 인간의 머리를 양 갈래로 쪼개고 가슴 명치어림까지 길게 찢어 내려와 있었다.

촤아악-!

수박이 갈라지듯 반으로 갈라지는 고릴라 인간의 쪼개진 몸뚱이에서 피분수가 뻗었다.

그런데, 반으로 갈라진 얼굴.

보기 흉할 정도로 쪼개진 고릴라 인간의 표정이 이상하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고릴라 인간의 눈길은 오른쪽 울울창창한 숲으로 향했다.

고릴라 인간이 사군보를 공격하는 그 순간, 백호는 부상을 입은 백호천왕을 등에 업고는 쏜살같이 숲 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고릴라 인간은 자신의 죽음으로 백호천왕이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이런 개 같은 경우가……!”

사군보는 어이가 없었다.

백호천왕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원흉 천황 송주행과 대하교에 대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고릴라 인간 때문에 결국 그를 놓치고 말았다.

한낱 미물이 보여준 의기에 그는 그만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백호천왕이 도망갔다.

고릴라 인간이 죽은 탓인지 살아 있던 맹수들도 새들도 모두 정신을 차리고 숲으로, 하늘로 도망갔다.

휘이잉……

바람이 장내를 휩쓸었다.

바람 속에 짐승들의 피비린가 물씬 번지고 사방은 온통 짐승들의 피와 시체로 가득했다.

그런데 돌연,

“우-욱!”

사군보가 검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그는 깊은 내상을 입었는지 얼굴이 파리했다.

숨소리도 거칠고 신형도 흔들리고 있었다.

“아아!”

그의 입에서 무겁고 힘겨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힘없이 떠진 동공에는 고통의 그림자가 짙은 음영으로 떠올랐다.

“우에-엑!”

그는 다시 피를 토했다.

그의 눈에 비친 하늘과 땅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내공이 거의 탈진에 이른 것이다.

아무도 없고 조용한 곳을 찾아 방해받지 않고 운기조식을 하지 않는 한 그의 지금 상태는 매우 위태로운 상태까지 간 것이다.

그는 발목에 쇳덩어리가 매달린 듯 무거운 발을 떼며 힘겹게 숲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이다.

“흐흐흐흐……”

소름이 오싹 끼치는 웃음이 그의 고막을 찢을 듯이 두드렸다.

‘헉!’

사군보는 이를 악물며 소리 나는 쪽을 주시했다.

허공을 가르며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흐흐…… 애송이, 난 네놈이 한낱 강호의 무명소졸인 줄 알았는데 백호천왕을 부상 입히고 그의 아들까지 죽일 줄이야……그러나……오늘 이 자리가 바로 네놈의 무덤이다!”

살기를 질겅 씹으며 나타난 사람은 바로 대하교 총관 강신웅이었다.

힐끔!

강신웅은 머리와 상체가 반으로 쪼개진 고릴라 인간의 시체를 바라보며 움찔했다.

‘저 괴물은 백호천왕의 친아들이나 진배없다. 백호천왕은 원숭이 중에 왕이며 맹수 중에 맹수라는 암컷 금모성성이와 수간까지 하면서 저 놈을 가졌다.’

그랬었구나.

어쩐지 고릴라 인간이 자기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백호천왕이 도망칠 수 있게 시간을 벌려 한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저놈은 만수지왕이며 웬만한 고수들과 싸워도 지지 않는 놈인데 그런 놈의 몸을 쪼개다니……’

강신웅은 두려운 마음으로 사군보를 보았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곧 사라졌다.

사군보는 서 있기조차 힘이 드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흐흐흐! 네놈도 역시 크게 당했군. 허긴 멀쩡하면 네놈은 사람이 아니지.”

백호천왕과 고릴라 인간, 그리고 수 많은 맹수들의 공격을 상상하며 진저리를 치는 강신웅이다.

비록 대하교의 사대천왕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물량공세에서는 탁월한 힘을 지닌 백호천왕은 대하교 전투력에서는 상위를 차지한다.

강신웅은 천천히 사군보에게 다가왔다.

“음!”

사군보는 내상을 입은 데다 지쳤기 때문에 아무래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사군보는 싸늘하게 웃었다.

“난 또 누군가 했더니 꽁지를 만 겁먹은 개새끼군.”

사군보는 강신웅을 싹 무시하며 외면해 버렸다.

그것은 강신웅의 분노를 자극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강신웅은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없는 사군보가 자기를 마치 동네 개가 왜 짖느냐는 듯 무시해 버리자 화가 났다.

“이, 쳐 죽일 놈! 감히 날 무시해!”

그는 몹시 분노한 눈길로 다가섰다.

하지만 곧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하~ 하마터면 네놈에게 속을 뻔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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