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5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50화
250화. 인연 따라
적운상은 피곤한 몸으로 자리에 와서 누웠다. 심검의 경지를 넘어선다? 말이 쉽지 실제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상지검의 경지조차도 평생 근처도 못 가보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심검의 경지도 아니고 그 이상의 경지라면 말해 봐야 입만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사부님의 복수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아…….”
한숨을 푹 쉬며 눈을 감았다. 이제 내일이면 모두들 돌아간다. 초사영은 모두를 데리고 형산파로 가고 박노엽은 무림맹으로 간다. 그리고 자신은 심검의 경지를 넘어서기 위해 어딘가로 가야 했다.
그때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적운상이 몸을 일으켰다.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이미 백수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안 자고 있었지?”
“응. 무슨 일이야, 이 밤에.”
백수연은 아무 말도 않고 적운상이 있는 침상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왜?”
적운상이 물었지만 백수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적운상을 봤다.
적운상은 그녀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빛도 그랬다. 평소의 그녀는 조금 차갑고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시선이었다. 그런 미모에 호남에서는 알아주는 천응방의 장녀이니 자신도 모르게 그런 습관이 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시선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이한 열정이 느껴졌다.
“백 누이.”
“누이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적운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백수연이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적운상이 눈을 크게 떴다.
백수연은 적운상의 목을 꽉 안고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뒤로 넘어트렸다. 그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자 백수연이 다시 입을 맞추려고 했다.
“잠깐, 백 누이. 잠깐.”
“안 돼. 그럴 수 없어.”
적운상은 난감했다. 정식으로 혼인을 할 때까지는 그녀의 순결을 지켜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먼저 덤벼오니 참을 수가 없었다. 백수연이 누구던가?
호남제일미(湖南第一美)라고까지 불리는 여자였다. 그런 미인이 이러는데 어느 누가 참을 수 있을까?
적운상은 위에 타고 있는 백수연을 안아서 옆으로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백수연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후회 안 하지?”
“바보. 누가 후회를 해?”
눈을 살짝 흘기면서 말하는 백수연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적운상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그녀가 거기에 응해왔다.
이어서 적운상은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갔다. 그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애무를 하자 그녀의 입에서 작게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적운상은 마치 부서질세라 조심조심하면서 그녀를 안았다.
백수연은 처음이라 고통이 있었지만 적운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오래전부터 바래왔던 일이었다. 그 아픔조차도.
두 사람이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동안 방문 밖에는 주양악이 쭈그리고 앉아서 푸념을 하고 있었다.
“하아……. 너무해. 나한테 할 때는 저렇게 안 했으면서.”
주양악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그동안 적운상이 호천마궁에 가 있느라 보지 못했는데 내일이면 또 멀리 떠난다. 그래서 같이 술도 한잔하고 오랜만에 안아주려고 왔는데, 백수연에게 선수를 빼앗겨버린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주양악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칫!”
주양악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언젠가는 두 사람이 그럴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걸 확인하고 나자 마음이 아팠다. 결국 싱숭생숭 잠이 오지 않아서 적운상과 같이 마시려고 가져간 술을 혼자서 다 마셔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말았다.
“음…….”
한창 자고 있는데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에서 뭔가 꼬물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떴다. 그러자 적운상의 얼굴이 보였다.
‘꿈인가?’
주양악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슴에서 계속 느껴지는 감촉은 꿈이 아니었다.
“사형?”
“이제 깼어?”
“지금 뭐하는 거야?”
“알면서 뭘 물어봐?”
“수연 언니는 어떻게 하고?”
“나보고 가보라고 하던데.”
“뭐? 야이, 바보야!”
주양악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적운상이 그녀의 머리에 턱을 부딪쳤다.
“큭! 뭐야? 갑자기!”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빨리 돌아가지 못해?”
“뭐?”
“사형이 지금 여기 와 있으면 수연 언니는 뭐가 돼?”
적운상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백수연이 내일이면 떠나니까 주양악에게도 가보라고 해서 온 것이었다.
“빨리 가!”
“알았어. 하지만 할 일은 하고 가야지.”
“뭐? 읍!”
적운상은 주양악에게 입을 맞추며 침상으로 다시 쓰러트렸다. 그러자 주양악이 처음에는 반항을 했지만 곧 힘이 스르륵 풀려버렸다.
다음 날 아침.
박노엽은 웬일로 적운상이 늦잠을 자는지 궁금했다. 적운상은 항상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수련을 했었다. 지금도 조금 이른 아침이기는 했지만 적운상이 한창 연공을 할 시간이었다.
박노엽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적운상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릴까 하다가 아직 자고 있으면 괜히 잠을 깨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침상 위에 반라의 여인 두 명이 적운상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헉!”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킨 박노엽은 재빨리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백수연이 살짝 고개를 들어 박노엽을 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정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예뻤다. 헝클어진 머리며 이불로 보일 듯 말 듯 가린 몸이 요염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백수연은 잠결에도 박노엽을 알아보고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입에 댔다. 조용히 하란 뜻이었다. 그런 백수연의 행동에 박노엽이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서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걸음을 옮겼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한 여인은 주양악이 분명했다. 왈가닥같이 굴어도 여자는 여자구나 싶었다.
“어! 박 사제다.”
나연오가 박노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자 나연란이 나연오의 손을 탁 치면서 나무랐다.
“사람한테 함부로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니야.”
“알았어.”
나연란과 나연오가 그러고 있는데 같이 있던 초사영이 박노엽을 보고 물었다.
“왜 거기 있어? 혹시 운상이 깨우러 간 거냐?”
“아, 그게……. 그러니까…….”
“빨리 가자. 내가 가서 깨울 거야!”
나연오가 후다닥 뛰어서 지나쳐 가려고 하자 박노엽이 재빨리 길을 막으면서 그를 안아 들었다.
“오? 왜? 나 적 사형 깨우러 갈 거야.”
“안 돼요, 나 사형.”
“왜 안 돼?”
“아무튼 지금은 안 돼요.”
“그러니까 왜?”
나연오가 발버둥을 치면서 자꾸 물었지만 박노엽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초사영이 물었다.
“왜 그래? 운상이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사형. 그게…….”
박노엽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백수연이 적운상의 방에서 나왔다. 그걸 보고 나연란과 나연오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수연 언니가 왜 저기서 나오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초사영이 박노엽이 나연오를 안아 든 것처럼 나연란을 번쩍 안아 들었다.
“어? 왜? 사형.”
“됐다.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리는데 방에서 또 한 명의 여인이 나왔다. 주양악이었다.
“하!”
“어! 주 사저다.”
“왜 주 사저도 저기서 나오지? 아항! 어제 적 사형이랑 같이 잤구나.”
아직 나이가 어려서 남녀가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나연란이었다. 그래서 말 그대로 같이 잠을 잤다고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박노엽이나 초사영은 아니었다.
“쓸데없는 말 말고 가자.”
박노엽과 초사영은 나연란과 나연오를 안은 채 도망치듯이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크윽……. 부럽다. 복도 많지 정말…….’
* * *
적운상은 모두와 헤어진 후에 우화린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이번 명령은 완수됐다고 말하고 대원들이 오면 모두 돌아가라고 했다. 같이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적운상은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제남을 벗어나 북상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갈 곳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은 무조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전에 방성이 이야기했던 검성 우형승이 생각났다.
일단 그부터 만나보기로 마음을 정한 적운상은 가까운 객잔으로 향했다. 객잔에 가서 물어보면 정보를 구해다 주는 사람을 알 수가 있었다.
마침 한쪽에 제법 커다란 객잔이 보였다. 그리로 가는데 길 곳곳에 거지가 보였다. 그들을 보자 적운상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하북은 유난히 거지가 많기로 유명했다. 개방이라는 문파 때문이었다. 개방은 거지들이 모여서 만든 문파였다. 당연히 질이 좋지는 않았다. 거지는 밑바닥 인생이다. 당연히 배운 것도 없고, 체면 같은 것은 따지지도 않았으며, 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들에게는 밥 굶지 않고 그저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모여서 문파를 세우고 행세를 하게 되었는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엄연히 개방이란 문파는 존재했고, 상위의 주요직에 앉아 있는 자들은 무공도 굉장히 강했다.
그 개방에서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정보를 사고파는 일이었다. 물론 일괄적이지는 않았다. 하오문이 체계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데 비해 개방은 그렇지 않았다.
밥 굶지 않고 등만 뜨뜻하면 되는 거지들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거지들이다 보니 구걸을 하면서 듣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웬만한 정보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적운상은 길가에 앉아 있는 거지들에게 향했다. 그들은 모두 세 명이었는데 길바닥이 마치 제집인 양 편하게 누워서 잡담을 하다가 적운상을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뭐요?”
“거지 처음 보쇼?”
“도움을 줄라면 알아서 거기 던져놓고 가고 아니면 그냥 가쇼.”
상당히 건방진 거지들이었다. 보통은 거지라고 하면 당연히 구걸을 생각한다. 그런데 저들은 오히려 할 테면 하고 말라면 마란 식이었다.
“요즘은 거지가 먹고 살 만한가 보군.”
“뭐야?”
적운상이 꼬아대는 말에 기분이 나빴던지 거지들이 발끈해서 인상을 썼다.
하지만 감히 적운상에게 덤벼들지는 못했다. 적운상의 몸에서 뿜어지는 박력 때문이었다. 어디서 사람 네댓 명은 해치우고 온 것 같은 박력에 은근히 기가 눌렸다.
하지만 거지근성이 있어서 죽을 때 죽더라도 할 말은 했다.
“볼일 없으면 꺼져라.”
“죽고 싶냐? 눈깔을 확 뒤집어줄까?”
“이런 개 후레자식을 봤나?”
그렇게 험악하게 입을 놀려대던 거지들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고개를 팍 숙이면서 말했다.
“방금 저희가 말한 건 모두 잊으셔도 됩니다.”
“하하. 공자님 같은 분을 못 알아보고 실례를 했습니다.”
그들이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적운상이 품에서 은자 두 개를 꺼냈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순식간에 그렇게 변하는 거지들을 보고 적운상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저쪽 황허루의 최고기녀인 월화의 속옷 색깔까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검성 우형승을 찾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 아나?”
적운상이 묻는 말에 거지들이 움찔 몸을 떨더니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 거지 하나가 재빨리 적운상의 손에서 은자를 가로챘다.
“운이 좋으십니다. 최근 성도(省都)인 석가장(石家莊)에서 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확실한가?”
“그거야 저희도 모르죠. 그냥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뿐이니까요. 정 궁금하시면 거기 가서 한 번 더 물어보면 될 겁니다.”
“그러지.”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뒤에서 적운상이 준 은자를 놓고 거지 셋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입에 걸레를 물고 사는지 나오는 말의 반 이상이 다 욕이었다.
적운상은 말을 사서 석가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 객잔 하나를 잡아서 짐을 풀었다. 당분간 그 객잔에 머물면서 우형승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객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그때 그 거지가 말한 대로 일단 근처의 거지들을 찾아보기로 정했다.
그때 거지들 십여 명이 어딘가로 우르르 몰려가면서 소리쳤다.
“붙었다! 빨리!”
“상대는 우형승이다!”
“빨리 뛰어!”
적운상이 그들을 봤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그들이 말한 우형승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컸다.
그들은 냇가가 흐르는 다리 위로 몰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거지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오가는 행인들은 거지들이 그렇게 모여 있자 겁을 먹고 다른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봤다.
적운상도 그들 틈에 끼어서 다리 위를 봤다. 거기에는 사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거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거지들은 그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흉흉한 분위기를 풍겨댔다.
‘저자가 우형승인가?’
적운상이 그런 생각을 하며 거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내를 유심히 봤다. 제법 잘생긴 얼굴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살짝 길러서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그 외에는 그리 특이한 점이 없었다. 청색의 무복에 흑색의 포를 걸치고 허리에는 낡은 싸구려 청강검이 달려 있는 정도였다.
“이 자식! 죽고 싶냐? 앙? 검성이라는 명성이 여기서도 통할 줄 알아?”
“말로 떠들지 말고 다리 하나 분지릅시다, 형님.”
“저런 놈은 다리 하나 가지고 안 되지. 발가벗겨서 거리를 한 바퀴 돌려야 한다고.”
“하하하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계집들 구경 좀 하라고 말이다.”
거지들이 비웃고 떠들며 욕을 해도 우형승의 얼굴에서는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협박을 해대는 거지들이 더 열을 받아서 목청을 높였다.
“이게 이제 말도 안 한다 이거지?”
“상갓집에 구걸하러 가서 뺨 맞고 올 놈입니다. 형님, 그냥 족칩시다.”
“맞습니다, 형님. 일단 손을 봐두고 나서 다시 욕을 합시다.”
아우성을 치던 거지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거지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어이, 검성. 뭐 할 말 없나?”
우형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았다.
“으아아악! 모두 물러나!”
“젠장! 놈이 뽑았다!”
“거리를 둬!”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듯이 입을 나불대던 거지들이 갑자기 뒤로 쫘악 물러섰다. 우형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검만 뽑았을 뿐인데도 그랬다.
적운상이 눈을 빛냈다. 검성 우형승. 과연 소문처럼 대단한지,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올랐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 우형승이 검을 휘둘렀다.
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