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4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9화
249화. 새로운 각오 (2)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초사영이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적운상에게 물었다. 적운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잖아!”
“흐아아앙!”
나연란과 나연오가 임옥군의 시체를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양악과 박노엽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너만 멀쩡한 거냐? 사부님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초사영이 악을 쓰면서 적운상을 후려쳤다. 그러자 적운상의 몸이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일어나! 네가 죽었어도 사부님을 살렸어야지! 그랬어야지!”
초사영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적운상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반항은커녕 그대로 맞으면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초사영은 그런 적운상을 사정없이 팼다.
“이제 그만… 하거라…….”
침상에 누워 있던 도지림이 간신히 목소리를 내서 말했다.
“사숙조님! 그만 해요! 초 사형!”
주약악이 크게 소리치자 초사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구나. 운상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무력한… 탓에…….”
“아닙니다. 이 녀석 잘못입니다. 이 녀석이 호천마궁에만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혼자 잘난 맛에 돌아다니니까 그런 겁니다. 우리들이 얼마나 걱정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사부님이 얼마나, 얼마나……. 크흑…….”
초사영이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제자들 중에서 가장 임옥군을 위하고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초사영이었다. 당연히 그의 슬픔이 가장 컸다.
사실 그도 적운상 때문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면 스스로 견딜 수가 없었다.
“운상이도… 죽을 뻔했었다……. 끄으……. 너희들은…….”
“사숙조님! 말하지 마세요. 그냥 계세요.”
주양악이 도지림을 붙잡고 소리쳤다. 도지림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임옥군이 죽자 그 충격과 슬픔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웠다. 이곳까지는 간신히 버텼지만 거기까지였다.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모두… 들어라…….”
“사숙조님! 돌아가시면 안 돼요! 사숙조님!”
주양악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런 주양악의 머리를 도지림이 힘없이 한 번 쓰다듬었다.
“형산파의 명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너희들이……. 너희들이 훨씬 중요하다……. 사영아…….”
“네, 사숙조님.”
“운상아…….”
“네.”
“모두를 부탁…한다……. 자명이도…….”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주양악의 머리에 올려져 있던 손이 뚝 떨어졌다.
“사숙조님!”
“사숙조님!”
“흐아아아아앙!”
방 안에 슬픔이 가득했다. 임옥군에 이어 도지림마저 그렇게 죽자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 백수연도 그들의 슬픔에 동화되어 눈물이 나왔다.
* * *
“사과는 하지 않는다.”
임옥군의 유골을 담은 작은 단지를 안고 초사영이 그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형.”
“그런 말도 하지 마라. 네 잘못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난… 널 용서할 수가 없다.”
“그만 해요, 초 사형. 적 사형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적 사형도 사형만큼이나 힘들다고!”
보다 못한 주양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나서지 마!”
“적 사형…….”
지금껏 적운상은 무공을 가르쳐줄 때 말고는 이렇게 그녀에게 소리를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주양악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백수연이 그녀를 달래기 위해 뒤따라나갔다.
“초 사형.”
“됐어. 아무 말도 하지 마. 하아…….”
초사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운상은 그 뒤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주위 사람을 찍어 누르는 것 같은 박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이 정말 정도련 사람들이었냐?”
“네.”
“호천마궁에서 기습을 해오자 생각대로 네가 배신을 했다고 생각했겠지. 결국 네가 사부님을 돌아가시게 한 거다.”
적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초사영의 질책을 듣고만 있었다. 차라리 초사영이 저리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초 사형.”
박노엽이 조심스럽게 초사영을 불렀다.
“왜?”
“어쩌면, 처음부터 모두 계획된 걸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저도 지금에 와서야 알 것 같습니다. 무림맹에서는 정도련을 반가워하지 않았었습니다. 군소문파들을 밑에 두기를 원했지 같은 위치에서 대하기를 바라지 않았었죠.”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정도련을 이리로 보낸 겁니다. 아마 적 사형이 호천마궁의 대주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걸 이용해서 사부님을 죽이고 정도련을 다시 흩어버리기로 계획한 겁니다.”
“억측이다. 적 사제가 호천마궁에 간 건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도 와서 이야기할 때까지는 몰랐잖아.”
“억측이 아닙니다, 적 사형. 이번에 정도련을 습격한 사람들 중 적 사형의 부하들이 섞여 있었습니까?”
“아니. 없었다.”
“음……. 그건 좀 이상하군요. 완벽한 혼란을 주고 적 사형을 이용하려면 그 방법이 더 좋은데 말이죠.”
“사실 나는 그들보다 더 빨리 왔다. 호천마궁에서도 내가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렇군요. 거기서 조금 어긋났군요. 그들이 같이 왔었다면 아마 우리들은 빼도 박도 못했을 겁니다. 정리하자면 두 가지 경우입니다. 호천마궁의 세작이 무림맹에 있거나 아니면 무림맹의 세작이 호천마궁에 있거나. 어쨌든 무림맹에서는 적 사형이 호천마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정도련을 이리로 보낸 겁니다. 서로 부딪치게 할 목적이었겠죠. 적 사형과 부하들이 이곳을 치면 사부님의 입장은 당연히 곤란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죽어도 타당성이 생깁니다. 적 사형이 배신해서 죽였다는.”
거기까지 말한 박노엽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아……. 아마 이번에 정도련의 수뇌들은 대부분이 죽었을 겁니다. 호천마궁의 손에서 살아남았어도 무림맹에 포섭당한 사람들에게 모두 당했을 겁니다. 사부님처럼요.”
“하……. 그랬단 말이지. 그런데도 우린 전혀 몰랐다 이거지? 제기랄!”
초사영이 분한 듯이 소리쳤다.
“초 사형,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뭐가? 나는 소림이고 무당이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다행이라면 명분은 있다는 겁니다.”
“무슨 명분?”
“이번에 기습을 해온 자들 중에 적 사형의 부하들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발뺌하면 그만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형산파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하긴, 정도련을 해체시킨 시점에서 그들은 목적을 달성한 거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
“일단은 형산파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서 힘을 길러야 합니다.”
“흥! 그래서 어느 세월에 그들에게 복수를 해?”
“사실상 그들에게 복수는 불가능합니다.”
“뭐?”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그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됩니다. 이번에 그들이 개입했단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입니다. 게다가 사부님과 사숙조님을 공격했던 자들은 적 사형에 의해 모두 죽었습니다. 거기서 이 사건은 끝난 겁니다. 혹여 증거를 잡았다고 해도 우리가 무슨 수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습니까? 그들 모두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속아서 명령을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아낸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제기랄!”
쾅!
초사영이 분한 마음에 벽을 후려쳤다. 그런 그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너무나 분한 나머지 아픔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노엽이 너는 똑똑하니까, 방법을 알 거 아니냐? 우리가 사부님의 복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네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겠다. 그러니 사부님의 복수를 하게 해줘라.”
초사영이 간절히 말하다가 갑자기 박노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사형!”
“어서 일어나십시오.”
“이렇게 부탁한다, 노엽아.”
“이러지 마십시오, 사형. 저도 누구보다 그놈들에게 되갚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어서 일어나십시오.”
그제야 초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박노엽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적운상의 손을 잡아서 그 위에 겹쳤다. 초사영이 박노엽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적운상을 봤다.
“뭉쳐야 합니다.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없으면 복수는 불가능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초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방법을 말해봐라.”
“우선은 형산파로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가서 사부님과 사숙조님의 죽음을 알려야죠.”
“그래야겠지.”
“그 일은 초 사형이 맡아주셔야 합니다.”
“뭐? 그럼 너는?”
“저는 이 길로 무림맹으로 갈 겁니다.”
“너…….”
“걱정 마십시오. 그들은 저 하나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곳에서 저는 정보를 모아보겠습니다.”
“너무 위험하다. 차라리 내가 가마.”
“안 됩니다. 초 사형은 얼굴도 많이 알려졌고, 무공이 뛰어나서 경계를 많이 받을 겁니다. 게다가 거기 가서는 무공보다는 머리를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제가 제격입니다. 초 사형은 아까 말한 대로 형산파로 돌아가 주십시오. 대사형 혼자서는 힘듭니다. 나 사숙님이 계시지만 초 사형도 있어주세요. 거기서 힘을 키워야 합니다. 예전에 적 사형이 했던 것처럼 모두를 이끌어주십시오. 대사형은 그러지 못합니다. 대사형은 이제 장문인의 자리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관대하게 보여야 합니다. 그러니 그 일을 할 사람은 사형밖에 없습니다. 엄하게 다뤄서 모두의 실력을 끌어올려 주십시오.”
“알았다. 당장에 그게 필요한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그리고 적 사형도 할 일이 있습니다.”
“말해.”
적운상이 박노엽을 봤다. 임옥군과 도지림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가 있었다.
단신으로 소림사로 쳐들어가라면 가고 무당파를 쓸어버리라고 하면 그럴 작정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악귀가 되어 날뛸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박노엽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사형은 수련을 떠나십시오.”
“무슨 뜻이냐?”
“지금 형산파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사형입니다. 소림과 무당파의 고수들과 싸울 수 있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사형이 유일 합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저번에 심검의 벽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죠. 그 벽을 허물고 오십시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심검의 경지보다 더 높은 경지가 없을 수도 있어.”
“아니요. 있습니다.”
“뭐?”
적운상은 박노엽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그도 나름 노력을 하고는 있었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아무래도 무공하고는 맞지가 않아서 진보가 많이 더디었다. 그런 박노엽이 저리 자신 있게 이야기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 사형. 적 사형은 지금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다. 강호에는 나보다 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겁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이 사형보다 높은 경지에 올랐다는 거 아닙니까?”
적운상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왜 그런 단순한 이치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제가 무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학문에 대해서는 조금 압니다. 글을 읽다 막히면 보통은 거기에 대한 자료를 구해서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먼저 터득한 선현들을 찾아가는 겁니다. 무공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사형은 새외에서 수많은 고수들과 싸워서 그렇게 강해졌다고 했었죠? 이제는 여기서 찾아다니세요.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이들을 만나보면 뭔가 얻는 게 있을 겁니다. 그래서 사형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그때는 그만큼 더 쉽게 복수를 할 수가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합니다.”
적운상은 방금 박노엽이 한 말을 곰곰이 되새기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초사영을 봤다.
“사형, 그래도 될까요?”
“뭘 묻는 거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네가 더 강해져서 올 때까지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적어도 무상지검의 경지에는 오르겠다. 가서 심검의 경지를 뛰어넘지 못하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 와도 받아주지 않을 거다.”
“사형…….”
초사영이 적운상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가장 중요해. 네가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거 같다. 꼭 이뤄서 돌아와라.”
“네, 사형. 그럴 겁니다.”
적운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주양악과 백수연이 들어왔다.
“진즉에 그러지!”
사실 주양악은 백수연과 한참 전에 돌아왔지만 방에 들어오기가 좀 그래서 밖에서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이렇게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