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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47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47화

247화. 진실 (3)

 

경공을 펼쳐서 싸움이 한창인 곳에 도착한 임옥군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호천마궁의 무인들과 정도련의 무인들이 한데 엉켜서 죽고 죽이고 있었다. 살이 베이고 뼈가 부러지며 피가 튀어 올랐다.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크게 울렸고, 간간이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

“련주!”

기골이 장대한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임옥군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는 정도련에 속해 있는 문주 중 한 명이었다.

“어찌 된 일이오?”

“보다시피 놈들이 기습을 해왔소. 어디에 숨어 있다가 저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소.”

“상황은 어떻소?”

“제때에 대응을 못 해서 백여 명이 그대로 당하고 말았소. 지금 이대로는 필패요.”

“먼저 가서 퇴로를 확보해 주시오. 나는 그때까지 사람들을 이끌고 버티겠소.”

“알겠소.”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임옥군이 시킨 대로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임옥군은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보세가가 이곳에 있는데도 무림맹이 굳이 정도련을 보낸 것은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되려 무너져버리면 오히려 호천마궁이 기선을 제압한 꼴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어느 쪽이 이기든 본보기를 위해 과하게 손을 쓸 것이 분명했다. 이미 정도련은 호천마궁의 지부를 공격할 때 그렇게 했었다. 살려달라고 하는 자들까지도 가차 없이 베어버렸었다.

‘운상이가 모두를 데리고 잘 빠져나가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하며 임옥군은 검을 뽑아 들고 아수라장으로 뛰어들었다.

* * *

 

적운상은 우화린과 함께 소란이 이는 곳으로 향하다가 마주오던 초사영 일행과 만났다.

“초 사형.”

“큰일이다. 호천마궁에서 쳐들어왔다.”

“알고 있습니다.”

“사부님께서 그리로 가셨다. 빨리 가자.”

초사영은 마음이 급한지 곧바로 그리로 가려고 했다. 적운상이 그런 초사영의 어깨를 잡았다.

“잠시만요.”

“왜?”

“사형은 지금 사제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십시오.”

“뭐? 그게 무슨 말이냐?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사부님이 혼자 가셨다고.”

“제가 가겠습니다.”

“너 혼자보다는 다 같이 가는 것이 낫다.”

“호천마궁은 이번에 작심을 하고 왔습니다. 아마 사부님도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할 겁니다. 게다가 연오와 연란이도 있습니다. 다 같이 가면 자칫 모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제야 초사영은 임옥군이 왜 자신들더러 적운상에게 가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자신들을 위험에서 멀어지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양악이가 모두와 함께 이곳을 벗어나라. 나는 운상이와 함께 사부님에게 가겠다.”

“에? 싫어. 나도 같이 갈래.”

주양악이 당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키면 좀 들어.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

“아니긴! 솔직히 내가 무공이 더 세니까 내가 가야지.”

“그만들 두어라.”

도지림이 나서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 사부가 그리한 데는 필시 이유가 있을 터, 그런데도 여기서 옥신각신하면 어쩌자는 게냐?”

“죄송합니다, 사숙조님.”

“사영이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라. 양악이한테 어찌 맡기려고 그러느냐?”

“하지만 사숙조님.”

“어허!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느냐? 네가 이제 머리가 좀 컸다고 나를 우습게보는구나.”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시끄럽다. 그게 아니라면 말을 들어야 할 게 아니냐?”

도지림의 목청이 높아지자 초사영은 감히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도지림은 그들이 큰 이후에 왔기 때문에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임옥군이 항상 도지림의 고마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들을 위해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실상 그들을 키운 건 임옥군이었지만, 그 돈을 댄 건 도지림이었다. 그러니 그를 업신여기며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도지림은 사숙조였다. 그런 그가 저리 화를 내니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어서 가거라. 장문사질은 나와 운상이가 가서 데리고 가겠다. 내가 죽더라도 장문사질만큼은 무사히 보낼 테니 걱정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이곳을 나가면 천불산(天佛山) 입구에서 보자꾸나.”

“네. 가자.”

초사영이 사형제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나자 도지림이 적운상을 봤다.

“가자.”

“네, 사숙조님.”

* * *

 

챙챙! 쉬익!

“크아아악!”

임옥군은 달려드는 상대의 가슴을 꿰뚫은 검을 빼내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정도련 사람들보다 호천마궁 사람들이 더 많았다. 처음부터 머릿수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었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전멸이었다.

지금쯤 퇴로가 확보되었을 터, 이쯤에서 물러나도 될 것 같았다.

“후퇴하라! 별채로 물러난다!”

임옥군이 내공을 실어서 크게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모두들 살았다는 표정으로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호천마궁 사람들이 그 뒤로 바짝 따라붙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어딜 가느냐?”

따앙!

“웃!”

얼결에 상대의 공격을 막은 임옥군은 팔이 찌르르하니 울려서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자들과는 격이 달랐다. 임옥군이 칼을 휘둘러온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얼굴이 길쭉하니 말상이었고, 몸은 삐쩍 말랐다. 쭉 찢어진 눈에서는 흉광(兇光)이 쏟아져 나왔고, 손에 든 투박한 대두도는 몇 명이나 죽였는지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누구요?”

임옥군이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물었다. 상대는 고수였다. 섣불리 몸을 뺐다가는 그대로 목이 날아가고 만다. 되든 안 되든 싸우면서 틈을 만들어야 했다.

“호천마궁에는 열 명의 대주가 있지. 나는 네 번째다. 사람들은 냉혈도(冷血刀) 한복이라고 부르지.”

호천마궁의 인물들이 워낙에 알려지지가 않아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아까 적운상은 십대의 대주라고 했었다. 그러니 적운상과 같은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임옥군은 극도로 긴장을 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 해도 제자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적운상이 있었다.

“나는 형산파의 임옥군이오.”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움직인 거니까.”

“운상이도 알고 있소?”

“물론이지. 같잖은 놈이 십대의 대주가 되었다더군.”

한복의 대답에 임옥군은 적운상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확인을 하게 되자 적지 않게 마음이 놓였다.

“오시오. 최선을 다하겠소.”

“흥.”

쉬이이익! 따앙!

“큭!”

한복의 공격을 간신히 막은 임옥군이 다급하니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한복이 단숨에 그 거리를 다시 좁혔다.

따앙!

임옥군은 그의 공격에 실린 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에 맞받아치는 척하면서 검을 비틀어 그 힘을 흘려버렸다. 그리고 반격을 하려는 찰나, 흘린 그의 대두도가 어느새 밑에서 위로 비스듬히 몸을 베어오고 있었다.

따앙!

가까스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임옥군은 한복의 힘에 밀려 옆으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갔다. 그러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한복을 봤는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헛!”

위였다. 임옥군을 날려 보낸 한복은 곧바로 뛰어올라 있었다. 서서 휘두르는 공격도 막아내기가 힘들었었다. 그런데 저렇게 위에서 떨어지면서 내려치는 공격을 막으면 검이 부러지고 만다. 그렇다고 피하자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임옥군은 검을 들어 올려 그의 대두도를 막아냈다. 그러면서 동시에 좌장을 쭉 뻗어 올렸다.

파가각! 콰앙!

“크윽!”

“헛!”

두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임옥군은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한복의 대두도를 검으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힘이 부족해서 오른쪽 어깨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당할 거 같이 죽자는 마음으로 뻗어 올린 좌장이 한복의 팔꿈치를 때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깨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 그대로 몸이 갈라졌을 수도 있었다.

한복은 스스로 방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운상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들은 것은 많았다. 궁주인 조황인에게 덤벼들고도 살아남을 정도로 강했고, 그래서 이례 없는 파격적인 인사조치가 이뤄줬다고 했었다. 소궁주인 조비도 그를 극히 아낀다고 들었다.

당연히 그런 적운상을 길러낸 자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아까 부하들을 상대하는 임옥군을 보곤 실망을 금치 못했다. 완전히 기대 이하였다. 그 바람에 방심을 했고, 대가는 왼쪽 팔이었다.

팔꿈치를 장에 맞을 때 급히 틀기는 했지만 장력을 완전히 흘리지는 못했다. 팔이 얼얼하니 감각이 없었다. 만약 오른팔이었다면 그대로 대두도를 놓쳤을 것이다.

“망할!”

한복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대두도를 들어 임옥군을 완전히 끝장내려고 했다.

하지만 임옥군은 이미 몸을 돌려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저리 도망갈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한복이 다급하게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서라!”

임옥군은 오른쪽 어깨가 엉망이 되어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다시 한복과 붙는다면 끝장이었다.

무인으로서 도망을 친다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개죽음을 당하느니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하지만 살길이 없었다. 한복을 상대하느라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주위에는 온통 적들밖에 없었다.

“비켜라!”

퍼퍼퍼펑!

임옥군이 이를 악물고 명옥심공을 끌어올려 좌장을 휘둘렀다. 그러자 앞을 막고 있던 자가 가슴을 얻어맞고 뒤로 날아갔다. 이어서 그 뒤에 있던 자를 향해 발을 내지르며 목을 잡고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달려가려는데 어느새 뒤따라온 한복이 대두도를 휘둘러왔다.

파가각!

“크윽!”

등을 베인 임옥군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임옥군은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면서 왼손으로 땅에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서 한복에게 던졌다. 한복이 그걸 칼로 쳐내느라 잠시 주춤하자 그사이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놈!”

한복은 몸을 날려 임옥군의 뒤를 쫓다가 품에서 수리검을 꺼내서 날렸다.

쉬익! 팍!

“크악!”

수리검은 임옥군의 등에 정확히 꽂혔다. 그 바람에 달려가던 임옥군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땅을 몇 바퀴 굴렀다.

한복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임옥군을 향해 떨어져 내리면서 힘껏 대두도를 내려쳤다.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던 임옥군은 그 공격을 어떻게 피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떨어지는 대두도를 보던 임옥군은 그간 살아온 인생이 한순간에 펼쳐졌다. 그렇게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여기는 순간이었다.

“사부님!”

낯익은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찌릿한 뇌기가 느껴졌다.

떠엉!

“크헉!”

한복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대두도를 내려칠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적운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단 일격으로 그를 삼 장 높이까지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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