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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3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39화

239화. 십대의 대주 (2)

 

“조금 늦었군.”

의외로 부드러운 어투였다. 단주들은 그게 좀 의외였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조금 늦었습니다.”

머리회전이 빠른 정어중이 재빨리 핑계를 댔다. 적운상이 먼저 그 말을 했으니 이쪽에서 인정을 하면 더 이상 추궁을 할 수 없으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벌은 받아야겠지.”

적운상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손목을 살살 돌리고 목을 좌우로 꺾으면서 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단주들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혼자서 자신들을 상대하겠다는 건가?

혹시 자신들이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랐다.

“우리는 아직 당신을 대주로 인정한 것이 아니오.”

낙제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그런 거야 내 알 바 아니야. 너희들이 인정한다고 대주가 되나? 대주를 정하는 건 궁주다. 따지고 싶으면 그 사람한테 가서 따져.”

상당히 오만불손한 말투였다. 호천마궁에는 궁주인 조황인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듣자니 궁주님에게 대들었다가 죽다 살아났다던데,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어째 하는 모양새를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손을 쓰겠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소.”

“마음대로 해라. 대신에……. 죽어도 원망은 하지 말라.”

순간 적운상의 눈빛이 바뀌자 주위로 뜨거운 기운이 확 번져나갔다. 뜨끈뜨끈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그것은 살기였다.

처음 받아보는 엄청난 살기에 단주들이 잔뜩 긴장하면서 칼을 뽑아 들었다.

“흥! 이런 식으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을 줄 아시오?”

“어림 없…….”

말을 하던 정어중이 재빨리 칼을 들었다. 그러나 이미 코앞까지 접근한 적운상은 어느새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우직!

“크아아아악!”

정어중이 비명을 지르면서 옆으로 확 날아갔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단주들이 당황을 했다. 조장들은 그제야 무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적운상이 그들에게 달려들자 모두들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너무나 압도적인 기세였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그렇게 움직여버렸다.

쾅!

“크아아악!”

“아아아악!”

적운상의 주먹에 맞은 대원들이 뒤로 휙휙 나가떨어졌다. 조장이고 조원이고 큰 차이가 없었다. 적운상의 일격을 막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보다 못한 세 명의 단주들이 일제히 적운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웅!

일단주인 낙제성이 휘두르는 칼을 옆으로 피하자 곧바로 삼단주인 우화린이 칼을 찔러왔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을 피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먼저 뛰어올라 있던 사단주 오진학이 힘껏 칼을 내려쳤다. 뛰어난 합공이기는 했지만 이단주인 정어중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적운상은 내려쳐오는 오진학의 칼의 옆면을 장으로 후려쳤다. 그러자 오진학이 몸까지 휘청거리면서 옆으로 딸려 갔다. 적운상이 그런 오진학의 몸을 잡아당겨서 밑으로 깔았다.

낙제성과 우화린은 적운상이 떨어질 곳에 미리 가서 칼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진학이 그렇게 먼저 떨어지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바람에 오진학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고, 그를 잡고 있던 적운상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놈!”

낙제성이 기합을 내지르며 칼을 휘둘러갔다. 그러자 적운상이 칼을 휘둘러오는 그의 손을 옆으로 밀어내면서 어깨로 그의 어깨를 들이받았다.

쾅!

“크아아악!”

낙제성이 비명을 지르면서 어깨를 잡고 비틀거렸다. 그사이에 적운상은 뒤에서 덤벼드는 우화린의 팔을 비틀면서 그녀의 옷을 확 찢어버렸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천생 그녀도 여자였다. 속옷이 드러나면서 속살까지 다 보이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양팔로 가슴을 감쌌다. 그렇게 허점을 내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적운상이 아니었다.

적운상이 사정없이 그녀의 다리를 후려차자 그녀의 몸이 그 자리에서 붕 떠오르다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쿵!

“꺄아아악!”

순식간에 단주들을 모두 해치운 적운상이 이제는 조장들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겁을 먹은 조장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그 앞을 막아섰던 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일다경(一茶頃) 정도가 흐르자 백 명 정도가 쓰러졌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두세 명씩 나가떨어지면서 땅을 뒹굴었다. 그제야 단주들과 조장들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들은 적운상이 자신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저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는 짓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적운상은 굴복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는 저렇게 손을 쓸 리가 없었다. 그는 마치 자신들을 이대로 모두 끝장내려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대주들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자신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물론 저렇게 힘으로 꺾으려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손에 사정을 뒀었다. 자신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자신들은 대주로 여기지 않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부하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날뛰고 있는 적운상은 그렇지 않았다. 손을 쓰는 데 일체의 망설임이 없었다. 손속이 너무 과했다. 더구나 싸울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까지도 땅에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겁을 먹은 대원 하나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잘못했습니다! 대주님! 살려주십시오!”

처음으로 적운상의 주먹이 멈췄다. 그리고 그를 놔둔 채 다른 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걸 보고 대원들은 순간적으로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들 무기를 던지고 넙죽 땅에 엎드려서 빌었다.

“살려주십시오! 대주님!”

한 번 그렇게 숙이기 시작하자 마치 파도가 밀려가듯이 일제히 숙였다. 그리고 종내에는 아무도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구경을 온 다른 대의 대원들조차도 얼결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고 있었다.

적운상은 홀로 오롯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봤다. 그러다 단주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죽일 듯이 적운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들을 무시하면서 내공을 실어 크게 소리쳤다.

“나는, 십대의 대주 적운상이다. 누구든, 따르지 않으면 죽는다. 그게 싫거든 떠나라. 너희들이 없어도, 설령 나 혼자 남는다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떠난 놈들은 다시는 십대의 이름을 쓰지 마라. 아니면 나를 쓰러트리도록!”

쩌렁쩌렁 울리는 적운상의 말을 들으면서 모두들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몇몇 조장들을 단주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적운상이 그들을 봤다. 그리고 비웃듯이 말했다.

“약해빠진 것들이 죽은 자의 옷자락이나 붙잡고 있으니, 안 봐도 훤하군.”

“그분을 모욕하지 마라!”

낙제성이 소리치면서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운상이 한마디만 더 하면 목숨을 버린다 해도 그에게 덤벼들 생각이었다. 그건 다른 단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모욕한다고? 누가? 내가? 죽은 자를 모욕하고 있는 건 너희들이 아닌가? 너희들이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지 않으냐? 그가 이러라고 시키던가? 그렇다면 그는 대주로서의 자격이 없는 자다!”

“그 입 다물어라! 그분은 그런 분이 아니다!”

“허면!”

적운상이 크게 소리치자 그 기세에 낙제성이 움찔하면서 몸을 떨었다.

“나로 하여금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나.”

“…….”

낙제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런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저 그분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분보다 못한 자들을 대주로 모시기가 싫었던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그 행동이 그분을 욕먹게 하고 있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삼 일 후에 황보세가를 치러 간다. 떠날 놈들은 그 전에 모두 떠나고 같이 갈 놈들은 그날 아침에 이곳으로 모여라.”

적운상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떴다. 그러자 그때까지 꼼짝도 않고 엎드려 있던 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이제야 살았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때 소궁주인 조비가 오자 화들짝 놀라며 예의를 차렸다. 단주들도 조비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조비는 그들이 존경하는 동우량과 상당히 친분이 좋았었다. 그래서 동우량의 죽음을 자신들만큼이나 슬퍼했던 인물이었다.

“후우……. 원 성질하고는……. 내가 이럴 것 같아서 와본 건데, 한발 늦었군.”

“면목 없습니다.”

낙제성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다. 저들 중에는 다시는 칼을 잡지 못할 정도로 다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아닐세. 자네 잘못이 아닐세. 나야 다 이해하는 일이지만, 그는 안 그렇겠지. 그나저나 이 정도에 그치기를 다행이군. 그래도 부하들이라고 많이 봐줬어.”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봐주다니요?”

“몰랐나?”

“뭐를 말입니까?”

“적운상 그 친구가 제대로 자네들을 상대했다면 아마 모두 죽었을 걸세.”

낙제성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겨우 일다경 만에 이렇게 당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봐준 거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취임식 때 대청 하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걸 아직도 수리하고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가 칼을 뽑지 않았지?”

“그렇습니다.”

낙제성이 얼결에 대답했다.

“그의 별호가 뭔지 아나?”

“별호라면… 무적일검이라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아!”

별호는 보통 그 사람의 특징을 따서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무적일검이라 불린다면 검을 잘 쓴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가 검을 쓰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네. 하지만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쓰는 건 몇 번이나 봤었지. 자네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야. 그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다섯 개의 대대가 움직여야 하네.”

낙제성은 이제 뭐라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소, 소궁주님.”

우화린이 조비를 부르자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그녀는 대원 하나가 벗어준 상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럼 혹시 궁주님과 싸웠다는 소문도 사실인가요?”

“음……. 사실일세.”

“아!”

조비의 대답에 모두들 경악을 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궁주인 조황인과 싸우고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조황인이 누구던가? 현재 호천마궁의 고수들 중에서는 몇몇 사람만 빼고 그의 일 초식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 차차 겪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닐세. 다방면으로 대단하지. 오죽했으면 내가 그를 쫓아다니며 사귀려고 했겠는가. 그러니 자네들도 이제 그만 마음정리를 하고 그를 따르게. 분명 동 대주와는 다른 뛰어남으로 자네들을 이끌어줄 걸세.”

“음…….”

낙제성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다른 단주들도 얼굴이 침울했다.

“우리를… 용서해 줄까요?”

“물론일세. 아까 그가 말하지 않았나? 떠날 사람은 떠나고 함께할 사람만 오라고. 그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 아닐세. 오히려 산과 같이 크고 바다와 같이 넓은 사람이지.”

“하아…….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소궁주님.”

“아닐세.”

조비는 들고 있던 부채를 펼쳐서 살랑살랑 부채질을 했다.

‘볼수록 대단한 친구야.’

적운상은 단순하고 과감한 방법으로 이들을 굴복시켰다. 전대의 대주들은 알면서도 못하고, 오히려 당했었지만 적운상은 너무나 간단히 해냈다. 단순히 무공이 뛰어나서만은 아니었다.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다.

손을 과하게 쓴 건 어설프게 하면 겁을 먹지 않고 더 덤벼들기 때문이었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칼을 뽑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위에서 누가 뭐라고 하면 칼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항명하는 부하들을 조금 과하게 다룬 걸로 설명할 수가 있었다.

거기다 단주들을 단숨에 눌러버리는 기세와 언변도 대단했었다.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했다. 이러한 것을 볼 때마다 정말이지 적이 아니라는 것에 한 번씩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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