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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7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71화

271화. 귀환 (2)

 

적운상은 호북을 지나 호남으로 향했다. 일단은 형산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자신이 무림의 공적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이제 대놓고 돌아다니기에는 힘들었다. 눈에 뜨이지 않는 허름한 옷을 한 벌 구해서 갈아입고, 방갓을 구해 푹 눌러썼다. 그리고 태룡도는 천으로 칭칭 감아 어깨에 멨다. 거기에 목도리를 둘러 코와 입을 가렸다.

겨울의 끝자락이기는 했지만 아직 날이 추웠다. 그래서 그렇게 가려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말을 타고 계속 호남으로 향하던 적운상은 배를 타기로 했다. 육로를 이용하면 싫든 좋든 새로운 사람들과 접해야 했다. 하지만 배를 타면 그럴 일이 없었다.

선박장에서 호남으로 가는 배를 알아봤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는 이렇지 않은데 무슨 일이지 오늘은 배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호남상단 때문이란다.

거기서 배를 모두 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둘러보니 일꾼들이 배에 짐을 싣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적운상은 뒷짐을 지고 서서 그들을 감독하고 있는 뚱뚱한 체구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저기…….”

“뭐요?”

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부르기에 돌아보니 초라한 행색의 사내였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배가 없더군요. 일을 도와드릴 테니 호남까지만 좀 태워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적운상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사내가 적운상을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딱 잘라 말했다.

“안 되오.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일꾼이라도 태울 수가 없소.”

“그러지 마시고 부탁 좀 드립니다. 무사가 되겠다고 고향 떠나온 지 벌써 삼 년째입니다. 형들과 누이동생들이 걱정돼서 돌아가는 길입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거기에는 은자가 두 개 있었다. 뚱뚱한 체구의 사내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험! 그런 사연이 있었군. 고향이 어디요?”

“형양(衡陽)입니다.”

“호오… 그럼 혹시 호왕문 출신인가?”

“하하. 한때 잠시지만 몸을 담았었지요.”

“그랬군. 나는 형양 옆에 있는 안인(安仁) 사람이라네. 내 매제도 한때 호왕문에서 칼 좀 썼었지. 알고 보니 남이 아니었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좋네. 자네라서 되는 거야. 가서 짐 좀 나르다가 배가 출발하면 올라타게.”

“헛!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적운상이 깍듯하게 인사를 하자 뚱뚱한 체구의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나르면서 적운상은 옛날일이 생각났다. 새외를 돌며 고생을 하다가 형산파로 돌아갈 때도 이렇게 배가 없어서 일을 해주고 얻어 탔었다. 다만 그때는 구혁상과 함께였지만 지금은 혼자였다.

한 시진 정도 지나자 짐이 모두 배에 실렸다.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다. 적운상은 그녀를 보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상관보의 상관보연이었다.

한때 대사형인 막정위와 사귀다가 사이가 틀어졌다고 들었다. 지금 막정위는 금검문의 홍은령과 사귀고 있었다.

상관보연은 적운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갔다. 적운상이 이곳에서 그런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배에 실은 짐의 확인이 끝나자 잠시 후, 천천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운상은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멀어지는 선박장을 봤다.

“자네 배를 처음 타는구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배를 타게 해준 그 뚱뚱한 사내였다.

“네? 아. 예. 하하.”

“그렇게 앉아 있다가 배가 흔들리면 물에 빠져. 그러니 안쪽으로 와서 앉게.”

적운상 같은 고수가 겨우 배의 흔들림에 물에 빠질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웃으면서 그가 시키는 대로 짐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곳에는 아까 같이 짐을 나르던 일꾼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한 방에 해치웠지.”

“호오… 대단한데.”

“역시 인걸이야.”

이야기는 호쾌하게 생긴 젊은 사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칼을 좀 쓰는 듯,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혹시 무적일검이라고 아십니까?”

인걸이라고 불린 사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한마디씩 했다. 이곳에 있는 일꾼들은 모두 호남출신이었다. 혹시 물건을 강탈하려는 자들이 있을까 봐 일꾼이라도 타지 사람들은 잘 쓰지를 않았다. 그래서 형산파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뭐? 아! 형산파의 그 고수 말이지?”

“소림사고 무당파고 전부 꺾었다던데.”

“정말 대단하지. 형산파가 있는 남악(南岳)이 바로 우리 옆 동네인데 말이야.”

“거기가 그렇게 살기 좋아졌다지? 예전에는 거 뭐냐? 금벽 뭐시기 하는 나쁜 놈들 때문에 엉망이었잖아.”

“내 처남이 거기 사는데 무공도 공짜로 가르쳐준 대잖아. 그거 배웠더니 허리 아픈 게 싹 다 나았다잖아.”

“당연하죠. 에헴! 제가 바로 그 형산파라고요.”

“오오… 그랬나?”

“에구, 저놈 또 자랑질이네. 그래.”

그가 저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지루한 뱃길이었다. 저런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었다.

“어허! 아저씨들이 잘 모르나 본데, 금안뇌정신공이라고 아실랑가 모르겠네. 그게 보통은 이성(二成)까지만 익힐 수가 있다고요. 하지만 저는 재능을 인정받아서 삼성(三成)까지 익혔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풍뢰십삼식은 열세 가지 초식을 모두 전수받았죠. 게다가 말입니다. 무적일검이라 불리는 적 사형과 말도 나누어봤죠.”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은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적운상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는커녕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금안뇌정신공을 삼성까지 성취했다니, 웃음이 나왔다.

금안뇌정신공은 이성까지 익히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삼성의 경지에 오르려면 적어도 오 년에서 칠 년 정도는 꾸준히 수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나 말투로 봐서 형산파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정식제자가 아니고 그저 남악현에 이사 와서 사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형산파는 마을 사람들에게 금안뇌정신공과 풍뢰십삼식은 그냥 가르쳐주고 있었다. 물론 금안뇌정신공은 이성의 성취 이상은 힘들었고, 풍뢰십삼식은 도법으로만 가르쳐줬다.

그 모든 게 박노엽이 추진했던 인근 마을의 형산파화였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자 적운상은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박노엽은 그리 죽을 사람이 아니었다. 좀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할 사람이었다.

“허허. 고향에 가니까 감회가 새롭나?”

“네. 오랜만에 돌아가니 그렇군요.”

“다 그런 법이지.”

뚱뚱한 체구의 사내가 그 마음 다 이해한다는 듯이 적운상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그때였다. 자칭 형산파라는 방인걸이라는 젊은이가 버럭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뭐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아니… 나는 그냥 들은 걸 말했을 뿐이라고.”

방인걸은 어지간히 흥분을 했는지 상대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적 사형의 별호가 뭔지 아십니까? 무적일검입니다. 무적일검! 소림사나 무당파, 그리고 화산파도 적 사형 앞에서는 설설 긴단 말입니다. 자식들이 무공으로 안 되니까 그런 꽁수를 쓰는 거라고요!”

“아, 누가 뭐라 했나? 그냥 들은 걸 이야기한 걸 가지고 왜 그러나?”

“쳇!”

그제야 방인걸은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적운상은 그의 우상이었다. 그런 적운상이 무림의 공적이라니, 사람을 마구 죽이는 살인마라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적운상을 시기하는 자들이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무지한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소문이 들려오면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뭐가 어찌 되었건 자신들과는 큰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림의 일에 왈가왈부해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칫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 불상사를 당하기 일쑤였다.

“방금 뭐라고 그랬나?”

인상이 날카로운 자가 방인걸을 향해 물었다. 그는 도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소매에 매화가 수놓아져 있었다. 화산파의 도사였던 것이다. 같이 있는 네 명의 사내들 중 두 명이 그와 같은 화산파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공동파의 도사들이었다.

“그만둡시다.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양민 같소.”

공동파의 도사 하나가 그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코웃음을 쳤다.

“방금 듣지 않았소? 그가 스스로 형산파라고 하는 것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형산파가 아니라고 말해라.”

화산파의 도사가 방인걸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 기세가 대단해서 방인걸은 저도 모르게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옆에 있던 다른 일꾼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말해라. 형산파가 맞나?”

“마, 맞다! 나는 형산파다!”

“들었소? 스스로 인정을 하잖소.”

화산파의 도사가 그를 말렸던 공동파의 도사를 보며 비릿하니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형산파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알려오지 않았소. 어르신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그들은 적운상의 행적을 쫓기 위해 파견된 자들 중 일부였다. 이번에 무림맹에서 그렇게 파견된 사람들은 이백 명 가까이 됐다. 그들에게 내려진 지시는 어디까지나 적운상의 행적만 쫓는 것이었다. 위치가 파악되면 그걸로 임무는 끝이었다.

위에서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적운상의 무서움을 알기에 그리 지시를 내린 것이다.

“흥! 문인이 제대로 행동하지 못했으면 사문에서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 않소? 형산파에서는 보나마나 그를 파문하겠지. 그 외에는 살길이 없을 테니까.”

“아무튼 일을 벌이지 마시오.”

“그건 내가 결정하오. 방금 저자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았소. 사문이 무시를 당했는데 어찌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양민이라면 참으려 했으나 스스로 형산파임을 자처하지 않소?”

“음…….”

공동파의 도사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방인걸은 무공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자였다. 아마 어깨에 힘을 좀 주려고 그리 허풍을 떤 것 같았는데 하필 이 자리에 화산파의 도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말대로 방인걸이 형산파가 아니라고 했으면 계속 말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저리 스스로 무림인이라고 인정을 했으니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검은 뽑지 않으마. 삼 초식을 양보하겠다. 네놈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라. 하지만 화산파를 무시한 대가로 팔 하나는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방인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떨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양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정신을 차리고 기합을 넣은 것이다.

“좋다! 해보자! 난 형산파의 방인걸이다. 나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주마. 적 사형은 최고다. 화산파건 무당파건 적 사형한테는 발가락의 떼만큼도 못할 뿐이다.”

“큭큭. 좋구나. 아주 좋아. 방금 네가 놀린 입 덕분에 너는 팔 하나에 평생 앉은뱅이로 지내야 할 거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것이 나 방인걸이다.”

솔직히 방인걸은 너무나 무서웠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며 목숨을 구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알량한 자존심이 그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할 말 다하고 죽으라고 시키고 있었다.

“입 다 놀렸으면 어서 덤벼라.”

“흥! 도망이나 가지 마라!”

방인걸이 크게 소리치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풍뢰십삼식의 초식을 펼쳤다. 그는 풍뢰십삼식 중 겨우 세 개의 초식만 익혔다. 그런데 칼도 없이 맨손으로 그걸 펼치니 위력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화산파의 도사가 방인걸을 비웃으며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그게 뭐냐? 형산파의 무공은 계집들의 춤과 다를 바가 없구나. 네가 그리 대단하다는 적운상도 그런 무공을 익혔을 테니 참으로 볼만 하겠다.”

“이익!”

방인걸은 화산파의 도사가 적운상을 비웃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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