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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7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70화

270화. 귀환 (1)

 

적운상이 무림맹에서 보낸 백호단의 고수들을 죽인사건은 무림맹의 수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점창파의 장로가 죽었고, 화산파의 매화검수가 세 명, 소림사의 십팔나한이 네 명, 그리고 각 문파에서 보낸 고수들이 삼십 명이나 넘게 싸늘한 시체가 됐다.

살아서 돌아온 건 오로지 운산과 운청뿐이었다. 두 사람은 무림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곧바로 무당산으로 내뺐다. 그 바람에 한동안은 그들마저 적운상의 손에 당한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뒤늦게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는 무림맹으로 강제송환 되었다.

넓은 대청.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앉아있지만 조용하기만 했다. 묵직한 분위기 속에 모두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두 명의 젊은 도사들이 서있었다.

“그러게 제가 그냥 거기서 죽자고 했잖습니까?”

“시끄러워. 그냥 도망 다니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지.”

“무림맹이 바보입니까? 도대체 사형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가끔 의문이 듭니다.”

“지금까지 같이 도망 다녀놓고 왜 이래? 나한테 다 씌우려는 거냐?”

운산과 운청이 제들 딴에는 안 들리게 속삭인다고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 모두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림맹의 수뇌들이었다. 소림사와 무당파, 화산파를 비롯한 쟁쟁한 문파와 세가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굉장히 심각한 일이었다. 천하의 무당십걸이 동료들을 놔두고 내뺐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될 일이란 말인가?

그 사실을 접한 무당파의 장로는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었다. 저 두 놈을 보낼 때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더라니, 그 예감이 딱 맞아떨어졌다. 차라리 같이 죽어버리지는.

무당의 체면이 저 두 사람으로 인해 땅에 떨어졌다. 그걸 어떻게 회복할지 앞날이 막막했다.

“조용히 해라!”

무당파의 장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운산과 운청이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아…….”

무당파의 장로는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를 생각하자 한숨부터 나왔다. 저들이 무슨 말을 하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이지는 않아도 저들의 무공을 폐하거나 손 하나쯤은 잘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다른 문파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그걸 저들도 알 텐데 저리 태연할 수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총명한 놈들이라 생각했건만, 어찌 이리 큰 사고를 터트렸단 말인가?

“그때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말하여라.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너희의 목을 칠 것이다.”

“헛! 사숙님! 간신히 생환해서 온 저희에게 너무 과한 말씀을 하십니다. 다독여 주시지는 못할망정…….”

“이놈아!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 되느냐!”

쾅!

지금은 수십 년의 수행도 필요가 없었다. 흥분한 무당파의 장로가 탁자를 내려치며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운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허허. 너무 그리 흥분하지 마시오. 어쨌든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두 분 시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우리는 지금까지 두 사람도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소.”

소림사의 장로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무당파의 장로를 말리고는 운산과 운청을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희가 보고 겪은 것을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대신에 부탁이 있습니다.”

“뭐야? 지금 너희가 부탁을 할 입장이냐?”

무당파의 장로가 다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사실 그가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자신이 더 나서서 혼을 내야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를 못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조금이라도 두 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사숙님. 그리 화를 내십시오. 솔직히 저희는 잘못한 바가 없습니다.”

“이놈들이 그래도!”

“그만!”

화산파의 장로가 표독스럽게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마른체격에 깐깐하게 생긴 초로의 노인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하거라. 부탁은 그 다음이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운산은 그때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첫 번째 충격은 점창파의 장로인 구화로가 박노엽에게 한 짓이었다.

구화로는 결벽증에 가깝게 곧은 면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렇게 과한 짓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걸 이해하는 건 점창파를 대표해서 온 장로뿐이었다. 그는 구화로의 사제였다.

평소에 구화로가 어떤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일에 그가 책임자로 나서는 것을 극구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은 그를 적극 추천했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점창파의 장로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저 한탄만 나왔다. 그러다 운산이 적운상의 한마디에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운산이 한 짓은 구화로가 한 짓만큼이나 한심했다. 무당십걸이 어떻게 검 한 번 부딪쳐볼 생각을 않고 도망쳤단 말인가?

이번에는 무당파의 장로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그간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워놓았건만 다 헛일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운산의 말을 듣고는 그런 생각을 싹 접었다.

“제가 그 자리를 피한 것은 어디까지나 사제를 위해서였습니다.”

“…….”

운청의 표정이 바뀌었다. 뜬금없이 그게 뭔 말일까?

“여기 계신 분들은 적운상, 그자에 대해서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저와 사제는 그가 혈마사의 못된 중들을 죽이고 다닐 때 몰래 따라다니면서 뒤처리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적운상은 천 명 가까이 되는 혈마승을 베었습니다. 그러면서 단 한 차례도 손에 망설임을 둔 적이 없습니다. 적이라 생각되면 그는 누구든 벱니다. 소림사건 무당파건 그에게는 모두 똑같습니다.

게다가 그의 눈빛을 대했을 때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눈빛만 마주쳤는데도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당십걸입니다. 지금까지 무당파를 대표해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자 사제가 걱정되었습니다. 압니다. 같이 죽는 것이 최선이었음을. 하지만 전 그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제의 마혈을 짚고 도망쳤습니다.”

“음…….”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여기저기서 얕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운산이 계속 말을 했다.

“사제를 안전한 곳에 내려놓고는 다시 돌아갔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제를 살리고자 했던 마음에 한 일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나와는 달라서 재능이 많습니다. 제 그늘에 가려서 아직 그걸 모두 펼쳐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개죽음 당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개죽음이라니!”

“아이들 삼십 명이 우르르 떼 지어서 칼 든 어른한테 덤비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게 개죽음이 아니면 뭡니까?”

“허!”

“제가 겁을 먹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냉정히 생각해보십시오. 결과가 그렇잖습니까? 제가 사제를 내려놓고 그곳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일각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모두 죽었습니다. 상흔을 살펴봤습니다. 모두 일검이었습니다. 두 번의 칼질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소림사의 십팔나한이나 화산파의 매화검수도 모두 일검에 죽었습니다. 사체를 확인하셨으니 아실 것 아닙니까?”

“음…….”

운산의 말은 사실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들은 모두 일검에 죽었다. 그 흔적을 봤을 때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베인 상처가 너무나 깔끔했다. 어떻게 칼을 휘두르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그때는 모두 비통함조차 잊고 자신들의 무공과 비교를 했었다.

무림대회 때 적운상이 보여준 베기도 대단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들에게 이런 상처를 낼 수가 없었다. 무공이 한 단계, 아니 적어도 두어 단계는 더 올라섰다.

“그들을 묻어줄까 하다가 직접 보시라고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가면서 가까운 문파에 연락을 해서 사정을 알리고 무림맹에 연락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운산의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돌아온 제자들의 주검을 앞에 뒀을 때는 분노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분노가 조금 식자 그들의 몸에 난 상흔이 눈에 들어왔고, 크게 감탄을 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자신들이 누구던가?

강호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문파와 세가의 명숙들이었다. 적운상이 강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운산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들이 자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운상은 두려움이 일 정도로 강했다. 생각해 보면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혼자서 그런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아니, 무당파나 소림사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일검에, 그것도 겨우 일각도 되지 않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사태가 심각했다.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한 것은 아닌지, 모두 얼굴이 어두웠다.

“그건 그렇다 치고, 허면 왜 곧바로 네가 무림맹으로 오지 않았느냐? 어째서 무당파로 간 것이냐?”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화산파의 장로가 조금은 풀린 얼굴로 물었다.

“그게, 오해가 있습니다.”

“무슨 오해?”

“저희는 무당파로 간 것이 아닙니다. 적운상을 뒤쫓은 겁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이들이 서로를 보며 의문을 표시했다.

“저는 무당십걸입니다. 잠시 사제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다고는 하나, 뒤돌아가서 동료들의 시체를 봤을 때는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그래서 적운상을 뒤쫓았습니다. 그의 위치라도 알아두면 무림맹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습니다. 예전에 그가 혈마사를 칠 때 미행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무당파로 갔느냐?”

“방금 말했잖습니까? 무당파로 간 것이 아니라 적운상을 쫓아간 것이라고.”

“허면…….”

“그렇습니다. 저와 사제가 이곳으로 붙들려오기 전까지 적운상은 무당파 인근에 있었습니다.”

무당파의 장로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하느냐?”

“말할 틈을 줘야 말이죠. 보자마자 혈을 짚어서 이리로 끌고 왔잖습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게냐? 중간에 네가 말하고자 하면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았느냐?”

“맞습니다.”

“그런데 왜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

“억울해서 그랬습니다.”

“뭐야?”

“저희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유야 어쨌건 우리가 살아있으니까 지금 이렇게 그때의 일을 세세하게 아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유 불문하고 죄인취급을 하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 중간에 그냥 도망쳐버릴까 하는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믿을 수 없다. 네가 적운상의 뒤를 쫓았다면 어째서 중간에 무림맹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

“무슨 소리입니까? 몇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연락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아닙니다. 가는 곳곳마다 표식을 남기고 전서구도 세 번이나 날렸습니다.”

앉아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봤다. 운산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게 사실이냐?”

“이제 와서 제가 거짓을 고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알았다. 너희 둘은 당분간 자중하고 있거라. 처분은 후에 내리겠다. 그리고 이번 일은 절대로 입을 다물거라.”

“알겠습니다.”

“나가봐라.”

“그럼.”

운산과 운청이 인사를 하고 대청을 나왔다. 그러자 앉아있던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오.”

“적운상의 정보가 중간에 차단되었다는 건 정보단에 호천마궁의 세작이 끼어있다는 뜻. 일단 그 일부터 해결해야 하겠군.”

“적운상은 어찌 할 생각이시오? 무당파에 가있다니 큰일이로군. 만약 그가 나쁜 마음을 먹고 무당파의 제자들을 하나씩 노린다면 피해가 굉장히 클 것이오.”

“그렇지는 않을 거라 보오. 그랬다면 무당파가 아니라 소림사로 먼저 왔을 것이오.”

“그도 그렇지만…….”

“문제는 그를 누가 처리하느냐는 거요.”

“흐음… 혹시 그분들이 아직도 살아 있소?”

화산파의 장로가 무당파의 장로를 보며 물었다.

“그분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요?”

“무당삼현(武當三玄), 그 어르신들 말이오.”

“오오. 그렇군. 그분들이라면…….”

무당삼현은 한때 무당파에서조차 전설로 불리던 사람들이었다. 수십 년 전 그들이 무당십걸로 활동할 당시에는 그들로 인해 무당파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었다. 심지어 소림사조차도 그들에게는 무조건 양보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후학들에게 맡기고 은거한 지 오래였다.

“음, 힘드오. 그분들은 이미 속세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으시오.”

“어떻게든 부탁을 해보시오. 그러면 화산파는 매화이로(梅花二老) 두 분께 부탁을 해보겠소.”

매화이로 역시 무당삼현과 마찬가지로 세상사를 등지고 속세에 은거한 기인들이었다. 화산파가 생긴 이래로 매화를 삼십 개까지 만개할 수 있는 인물들은 그들이 유일했다.

무당삼현과 같은 세대에 활동을 했었는데, 화산파를 벗어나는 일이 없어서 그 당시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노년에 후학들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보여준 매화이십사식의 검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여기에 있는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그때 지도를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그 일로 인해 한순간이나마 화산파의 명성이 소림, 무당과 비견될 정도로 높아졌었다.

“허! 그게 정말이오? 그분들까지 움직인다면야 안심이구려.”

“어떻게든 그분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일을 성사시켜 봅시다.”

“좋소. 되든 안 되든 해봅시다.”

그렇게 결정이 나자 무림맹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당파와 화산파로 전서구가 날았고, 적운상의 행적을 쫓기 위해 새롭게 백호단이 결성됐다. 그러느라 운산과 운청은 잠시 잊혀졌다.

며칠 후, 무림맹에서는 적운상을 무림공적으로 발표했다. 무림맹에 가입해 있는 문파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문파에도 연락이 갔다.

사실 그동안은 적운상이 호천마궁에 붙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림대회 때 보여준 무위와 임옥군의 인덕 때문이었다. 그래서 백호단도 호천마궁을 친다는 핑계를 대고 그를 치러 보냈었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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