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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6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65화

265화. 드디어 얻다 (3)

 

사흘이 지났을 때 적운상은 눈을 떴다. 그 사흘 동안 우형승이 걱정으로 인해 살이 쏙 빠져버렸다.

“이제 정신이 드냐?”

“형… 님…….”

목이 건조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우형승이 물을 떠다가 입으로 조금 흘려 넣어줬다.

“말하지 마. 너 이대로 죽는 줄 알고 십년감수했다. 도대체 뭘 한 거야? 뭘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된 거야? 모용가주는 어디서 벽력탄을 구해다 터트린 것이 아니냐고 나를 들들 볶았다.”

우형승이 투덜대며 하는 말에 적운상이 미소를 지었다.

“웃냐? 그래, 웃어라. 모르는 게 속 편하지. 내상이 심해. 기혈이 엉켰다. 죽지 않은 게 다행이야.”

적운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 습니다.”

“알면 빨리 나아서 좋은 술이나 구해와.”

적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형승은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적운상을 내려다보다가 쉬라며 이불을 끌어올려주고는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적운상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주화입마로 인해 기혈이 뒤엉키며 뇌기가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려는 순간, 적운상은 억지로 모든 뇌기를 쏟아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거나, 아니면 머리에 충격을 받고 미쳐서 날뛰었을 것이다. 다행히 뇌기가 모두 밀려나갔다. 그러면서 그때의 그 느낌이 찾아왔다.

사부인 임옥군을 구하기 위해서 그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했을 때의 그 느낌, 세상은 정지해 있고 오로지 혼자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바로 그 느낌이었다.

그때 적운상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뇌기를 쏟아내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런데도 확연하게 느꼈었다.

이제는 알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 되었는지를 알았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려고 했기 때문에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터져 나오는 뇌기에 몸을 맡겨야 했다. 그야말로 섬전이다. 벼락이 번쩍하고 떨어지는 그 속도였다. 그랬기에 주위의 모든 것이 한순간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운이 좋았다.

* * *

 

적운상은 다시 움직이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모용세가에서 내상에 좋은 약을 받아먹었기에 그 정도지 안 그랬으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안 적운상은 모용백중을 찾아가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

그러자 모용백중이 모용혜의 부탁으로 그런 거라면서 크게 마음 쓰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말하는 투로 봐서는 그게 아니었다. 모용혜와 연결을 시키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사실 적운상 정도 되면 모용세가에서도 탐을 낼만 했다. 젊은 나이에 무공의 성취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외모도 괜찮았다. 성격도 가볍지 않고 진중했으며 무엇보다 사문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비슷한 세력가끼리 사돈을 맺으면 좋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때에 따라 사돈끼리 힘겨루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약한 곳이 좋다. 그래야 뜻대로 휘두를 수가 있는 것이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닙니다.”

“모용가주가 네 회복을 축하할 겸 술 한잔 하자고 하던데 갈 거지?”

“가야겠죠.”

“그렇게 탐탁지 않은 얼굴 하지 마라. 널 위해서 여는 연회잖아.”

“그래서 그런 겁니다.”

“부담 되냐?”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죠.”

“넌 너무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게 탈이야. 목적이야 어쨌든 준다는 건 일단 다 받아. 그리고 입 닦으면 그만이지.”

“배탈 날까 봐 그러죠.”

“걱정 말게. 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멀쩡하잖아.”

“말을 말죠. 그래서 형님이 별종인 겁니다.”

“뭐야?”

눈을 부라리는 우형승을 뒤로하고 적운상은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맞은편에서 웬 노인이 오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인상이 상당히 좋은 노인이었지만 적운상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먼저 아는 척을 하기에 적운상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스치고 지나가자 이상하게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래?”

“아닙니다.”

뒤쫓아 온 우형승이 묻는 말에 적운상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멀어져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 * *

 

“정말 괜찮겠어?”

“물론입니다.”

“다쳐도 난 모른다.”

“형님이 조심해야 할 겁니다.”

“하… 뭐야? 그 자신감은?”

우형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을 뽑았다. 적운상이 갑작스럽게 대련을 한 번 하자기에 몸이 완전히 다 나으면 하자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지만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픈 놈 패봐야 얻는 것이 없었다.

“그럼 가볍게 하자. 가볍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형승은 가볍게 할 생각이 없었다. 강하게 몰아붙여서 빨리 끝낼 마음에 강기를 뽑아냈다. 그걸 보고 적운상이 웃으면서 태룡도를 뽑아 들었다.

“오십시오.”

적운상의 편하게 선 자세로 말했다. 저번에 겨뤘을 때와 기세가 너무 달랐다. 그때는 마치 산이 밀고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허점 투성이였다. 그냥 찌르면 넘어갈 것 같았다.

“할 마음은 있는 거냐?”

“물론입니다.”

“그럼 안 봐줘.”

검을 고쳐 잡은 우형승이 적운상을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러다 깜짝 놀라서 몸을 뒤로 홱 돌렸다. 앞에 있던 적운상이 어느새 그의 뒤에 와있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몸을 돌리려는 우형승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우형승의 몸이 더 이상 돌지 못하고 멈췄다.

“너…….”

우형승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사실 적운상에게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는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크게 와 닿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 당하자 그게 얼마나 빠르고 대단한 건지 확 와 닿았다.

“깨달은 거냐?”

“운이 좋았습니다.”

“정말 벽을 넘어선 거냐?”

기뻐서 묻는 말에 적운상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형승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적운상을 부둥켜안았다.

“하하하하! 해냈구나! 해냈어!”

크게 웃으면 난리를 치던 우형승이 갑자기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소매로 눈물을 찍어냈다.

“제길… 왜 눈물이 나오지.”

“형님.”

“배가 아프다. 배가 아파. 도대체 어떻게 깨달은 거냐? 다시 한 번 해보자. 다시.”

우형승이 훌쩍 물러나서 다시 강기를 뽑아냈다. 그리고 적운상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적운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우형승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뒤에 있는 적운상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적운상이 손을 썼다면 그대로 당했을 것이다.

“하… 이거 정말 방법이 없구나.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아. 마치 공간을 이동해온 것 같아.”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이게 완전하지 않은 거냐?”

우형승이 놀라서 되물었다.

“네. 한두 번은 무리가 없지만 세 번 이상 펼치면 몸에 부담이 심합니다. 게다가 연속으로 하지도 못합니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 이 정도라면 단 한 번만으로도 충분해.”

“일대일 대결에서는 그렇겠지요.”

“음…….”

맞는 말이었다. 적이 항상 한 명인 것은 아니었다. 때에 따라 다수와 싸울 때도 많았다.

“강기에 대한 건 어떠냐? 발전이 좀 있냐?”

적운상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태룡도를 수평으로 들어올렸다.

빠지지지지직!

갑자기 태룡도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뇌기에 우형승이 깜짝 놀라며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콰콰콰콰콰쾅!

태룡도에서 흘러나온 뇌기로 인해 주위에 땅이 푹푹 파이며 폭음이 일었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던 우형승이 적운상을 보며 물었다.

“그게 뭐냐?”

“강기입니다.”

적운상이 익힌 건 금안뇌정신공이었다. 그래서 몸 안의 뇌기를 뽑아내자 저런 형태로 강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게 아니잖아. 몇 번이나 말해. 강기라는 것은 말이다…….”

우형승이 강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는데 적운상이 손을 들어 말렸다.

“이게 한계입니다. 제가 익힌 내공심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뇌기를 형님처럼 세심하게 다룬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형님도 전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랬지만…….”

“됐습니다. 이 정도라도 어딥니까? 겁주기용으로는 충분합니다.”

“어쨌든 축하한다. 이제 강호에서 너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허 참… 겨우 그 나이에 그런 경지라니…….”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 하지만 말이야, 강호에는 예측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아. 절대 자만하지 말게.”

“알고 있습니다. 자만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됐어. 오늘 저녁때는 진탕 마셔보자고.”

우형승이 적운상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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