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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53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53화

<div class="viewer_text" style="font-size: 18px; line-height: 28px; color: rgb(0, 0, 0); font-family: Gothic;"><p>253화. 검성 우형승 (3)</p><p>&nbsp;</p><p>“재미없어. 그냥 가려고?”</p><p>“검성은 갔나?”</p><p>적운상이 일부로 화제를 돌렸다.</p><p>“아니. 아마 옆방에서 이화 년과 재미보고 있을걸. 그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꼭 한 번씩 하거든.”</p><p>기녀가 하는 말에 적운상이 피식 웃었다.</p><p>“웃는 모습이 참 멋져. 딱 내 취향인데 말이야.”</p><p>“고맙군.”</p><p>적운상은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태룡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태룡도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p><p>술에 취해 칼을 어디에 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무인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p><p>적운상은 머리를 긁적이며 태룡도를 가지고 방을 나왔다. 시원한 아침바람이 숙취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조금 맑게 해주는 느낌이었다.</p><p>“후욱…….”</p><p>호흡을 가다듬은 적운상이 태룡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풍뢰십삼식이었다. 태룡도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칼바람이 세차게 일며 훙훙 거리는 소리가 났다.</p><p>금안뇌정신공으로 몸속에 남아있던 취기를 밀어내며 계속 풍뢰십삼식을 펼쳤다. 그러자 찐득거리는 땀이 죽죽 흘러내렸다. 어젯밤에 소화시키지 못한 술이 땀으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p><p>“멋지군.”</p><p>박수소리와 함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나왔는지 우형승과 함께 몇몇 기녀들이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적운상은 취기를 몰아내느라 너무 집중을 해서 그들이 그렇게 나와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p><p>“그게 형산파의 무공인가?”</p><p>“그렇소. 풍뢰십삼식이라고 하오.”</p><p>“어울리는 이름이야. 취기가 좀 빠졌으면 씻고 같이 식사나 하지. 나는 좀 더 땀을 빼야 할 것 같아.”</p><p>우형승이 씨익 웃으면서 말하고는 옆에 있던 기녀의 엉덩이를 잡아당기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취기를 몰아내기 위해서 땀을 빼는 방법은 적운상처럼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를 안는 것이었다.</p><p>* * *</p><p>&nbsp;</p><p>사흘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적운상은 계속 그 기루에서 묵었다. 우형승 때문이었다.</p><p>우형승은 지난 사흘 동안 낮에는 자고 밤에는 기녀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거기에 장단을 맞추느라 적운상은 피곤이 많이 겹쳐 있는 상태였다. 만약 우형승에게 인간적인 끈끈한 정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진즉 떠났을 것이다.</p><p>더구나 우형승은 적운상과 만난 첫날 술자리에서 검을 버렸다고 했다. 적운상이 보기에 그건 사실이었다. 무공이 상승의 경지에 오를수록 그간 해온 수련 때문에 하루라도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지를 못한다.</p><p>적운상도 아침수련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우형승은 사흘 동안 단 한 번도 검을 잡지 않았다. 무인으로서의 날카로운 기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p><p>그의 말대로 검을 버린 것이 분명했다.</p><p>하루가 더 지나자 적운상은 떠나기로 마음먹고 우형승에게 심검의 경지를 넘어선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다. 우형승은 기억을 더듬어 순순히 그들의 이름을 가르쳐줬다.</p><p>몇 명 되지도 않는데 대부분이 이름만 대도 알아주는 명문정파 사람들이었다. 임옥군은 무림맹의 손에 의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검을 겨눠야 할지도 모르는데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p><p>그래서 고진명이라는 사람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그는 중원인이 아니었다. 대륙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p><p>우형승이 그를 본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그것도 딱 한 번이었다. 그 당시 그는 정처 없이 떠돌았었다. 지금은 어쩌면 자신의 나라도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p><p>더구나 무공은 심검의 경지를 넘어섰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명성은 전혀 없었다. 개방이나 정보를 취급하는 자들을 통해 찾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p><p>적운상은 난감했다. 그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사제인 박노엽은 지금 무림맹에서 사부인 임옥군의 죽음에 대해 캐고 있었다. 형산파는 문을 걸어 잠그고 언제라도 맞서기 위해서 힘을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p><p>혹시라도 무슨 일이 터진다면 형산파는 아직 그걸 감당할 만한 힘이 없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서 힘이 되어줘야 했다.</p><p>그런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아다니자니 망설여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고 마냥 이곳에 눌러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p><p>기루의 후원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기녀 하나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p><p>“아! 여기 계셨군요.”</p><p>“무슨 일이오?”</p><p>“기루 앞에 거지들이 잔뜩 몰려왔어요.”</p><p>개방이었다. 그렇다면 적운상이 아니라 우형승을 찾아온 것일 테다.</p><p>“우 형님은 어디 있소?”</p><p>사흘 동안 같이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뒹굴다보니 어느새 우형승과 적운상은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p><p>“자고 있어요. 이화가 깨우러 갔는데 안 오는 걸 보니 아마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p><p>기녀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적운상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어젯밤 적운상은 우형승에게 떠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자 우형승은 이별주를 나누자며 평소보다 더 과음을 했다.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그래서였다.</p><p>“일단 형님을 계속 깨우시오. 밖에는 내가 나가보지.”</p><p>“네. 알았어요.”</p><p>기녀가 후다닥 달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적운상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기루의 정문으로 향했다.</p><p>* * *</p><p>&nbsp;</p><p>적운상은 인상을 팍 썼다. 아까 기녀가 거지들이 잔뜩 몰려왔다고 하기에 많아봐야 십여 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건 못 잡아도 이, 삼백 명은 될 것 같았다.</p><p>기루 앞의 좁은 골목에 거지들로 꽉 찼다. 지붕 위와 담벼락 위에도 우글우글했다. 근처의 기루에 있던 사람들이 궁금증을 품고 나왔다가 거지들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자 쏙 들어가 버렸다.</p><p>“무슨 일들이오?”</p><p>적운상이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덩치가 좋고 인상이 조금 험악하게 생긴 거지가 앞으로 나왔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p><p>“검견(劍犬)이 여기 있나?”</p><p>검견이란 우형승의 별호인 검성을 비꼬아서 하는 말이었다. 적운상은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불쑥 물었다.</p><p>“왜 그를 찾으시오?”</p><p>“네가 알 바 아니다. 그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만 알려준 후에 꺼져라.”</p><p>“그는 안에 있소.”</p><p>적운상의 말에 덩치 좋은 그 거지가 뒤에 있던 늙은 거지를 봤다. 늙은 거지는 뒷짐을 지고 미간을 살짝 좁히고 있는 모습이 여간 깐깐해 보이지 않았다.</p><p>개방의 일곱 장로 중 한 명인 소걸개가 바로 그였다. 생긴 대로 성격이 깐깐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무공이 뛰어나고 일처리가 확실했다.</p><p>“무한자와 공로에게 가서 준비하라고 일러라.”</p><p>무한자와 공로도 소걸개와 마찬가지로 개방의 일곱 장로들이었다. 그들은 기루의 후문을 맡았다. 두 사람 다 소걸개보다 나이가 적고 개방에 들어온 시기도 늦어서 소걸개에게 부림을 당하고 있었다.</p><p>“알겠습니다. 뭐해? 가서 빨리 알리고 와.”</p><p>덩치 큰 거지가 옆에 있던 젊은 거지를 보며 소리치자 그가 찔끔하더니 후다닥 달려갔다.</p><p>“들어가자.”</p><p>소걸개의 말에 덩치가 큰 거지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이 문을 막고 서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덩치 큰 거지가 적운상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p><p>“비켜.”</p><p>“이곳은 기루다. 낮 장사는 하지 않아. 거지는 받지도 않고.”</p><p>지금까지 반 존대를 하던 적운상이 말을 낮췄다. 방금 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형승을 치러 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p><p>“해보겠다는 거냐?”</p><p>덩치 큰 거지가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도 적운상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며 문에 어깨를 기댔다. 그런 자세로는 상대의 공격에 반응하기가 어려웠다.</p><p>그만큼 덩치 큰 거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덩치 큰 거지도 그걸 알아채고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 있던 소걸개가 그를 말렸다.</p><p>“그만둬라!”</p><p>“네…….”</p><p>거지가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소걸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적운상을 노려봤다.</p><p>“무적일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호천마궁은 물론이고 무림맹에서도 네놈을 찾더구나.”</p><p>“그래서?”</p><p>“조용히 물러나라. 네놈과는 원한 진 일이 없으니 지금 물러난다면 보내주겠다.”</p><p>“지금 우 형님을 치려는 거 아닌가?”</p><p>“맞다.”</p><p>“그럼 나와 무관하지 않군.”</p><p>“네가 우형승과 만난 게 겨우 사흘이라는 걸 알고 있다.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라. 마지막 경고다.”</p><p>“몇 명이지? 한 삼백 명 정도 되나? 그 정도면 조금 부족할 것 같은데.”</p><p>적운상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며 태룡도의 자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p><p>“흥! 삼백 명이 아니라 팔백 명이다. 네놈이 대단해서 팔백 명을 모두 죽인다고 해도 내일이면 또 팔백 명이 올 거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개방의 영역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살아남지 못한다.”</p><p>“계집처럼 쫑알쫑알 말이 많군. 시끄러우니까 할 거면 빨리 해. 개방이 아무리 대단해도 한 천 명 정도 베어 넘기면 알아서 기겠지.”</p><p>“이런 빌어먹을 자…….”</p><p>덩치 큰 사내가 욕을 하다가 그 자리에서 붕 뜨더니 두 바퀴나 돌며 머리부터 땅으로 떨어졌다.</p><p>쿠웅!</p><p>“내가 시끄럽다고 했지.”</p><p>소걸개의 눈이 커졌다. 방금 적운상이 펼친 수법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서 덩치 큰 거지가 저리 요란하게 쓰러졌는데도 그랬다.</p><p>적운상이 움직인다 싶었는데 이미 덩치 큰 거지의 몸이 빙글 돌고 있었다. 소걸개의 눈에는 그런 적운상의 움직임이 흐릿하게만 보였다.</p><p>“이 자식이!”</p><p>“다리를 분질러서 개처럼 끌고 다닐 테다!”</p><p>“고자 같은 새끼가 감히!”</p><p>“지 어미 배 갈라 나온 독사 같은 놈이!”</p><p>거지들이 선뜻 덤벼들지는 못하고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삼대 조상까지 욕하는,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러운 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웬만한 욕은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가 있었지만 사부인 임옥군을 욕하는 것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p><p>“닥쳐!”</p><p>후우우우웅!</p><p>듣다 못한 적운상이 태룡도를 뽑음과 동시에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앞에 있던 거지들이 깜짝 놀라며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세찬 칼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쓸어 날렸다.</p><p>웅! 웅! 웅!</p><p>휘두른 태룡도가 작게 진동을 하면서 울음소리를 냈다.</p><p>“헉! 칼이 운다!”</p><p>“저, 저런…….”</p><p>그들이 거지들이기는 했지만 모두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칼이 저렇게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높은 경지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p><p>“어디에서 욕지거리인가? 스스로 칼 든 무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입으로만 떠들어대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없는가? 만날 비루먹고 다니면서 그마저도 버렸다면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라!”</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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