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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8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86화

286화. 폭풍전야 (2)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객으로 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바람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화를 내며 쫓아 보내도 그때뿐이었다.

잠시 후에 눈치를 보며 또다시 몰려왔다. 모두 무공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니 당연했다. 그들 대부분이 적운상과의 비무에서 패해 이리로 왔다가 눌러앉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무공을 비교하고 심지어 가르쳐주기까지 하면서 발전을 도모했다. 그러니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하나만 얻는다 해도, 그것은 웬만한 비급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 그런 열정으로 사람들이 눈을 빛내면서 달라붙으니 그들도 계속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몇몇 사람의 자세를 보고 지적을 해줬는데, 그게 실수였다. 그 후부터는 눈치를 보며 물러나있던 사람들까지도 우르르 몰려와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그렇게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는 형산파에 머물고 있는 식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운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차라리 안 듣느니만 못했다.

자꾸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적운상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적운상에 대한 첫인상은 예의 없고 무례하고, 무공만 믿고 까부는 놈이었다. 거기에 사람 속을 박박 긁어대는 상당히 버르장머리 없는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혀 달랐다. 사람들에게 적운상은 영웅이고, 인의와 협의를 아는 대협이었다. 특히 혈마사를 상대했던 이야기와 대성상단의 고수들과 구보세가를 쓸어버릴 때의 일, 그리고 소림사에서 열렸던 무림대회의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 열을 올리며 떠들어댔다.

처음에는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부정을 했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자신들이 너무 편협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신들은 앞으로 무림의 거목이 될 인재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결코 옳은 일이 아니었다.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그렇게 형산파에서 지낸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막정위가 일부러 소문을 내게 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무림맹과의 불화 때문에 호남무림의 모든 문파들이 형산파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 소문은 금방 호남문파들의 정보망에 걸렸다.

그들은 무당파와 화산파에서 적운상을 처리하기 위해서 그들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에 의하면 며칠째 형산파에 객으로 묵고 있다고 한다. 그 점이 이상했다.

적운상을 처리하기 위해서 왔으면 그렇게 며칠씩 묵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이들은 무림맹에서 적운상의 능력을 인정하고 막정위의 장문인 취임식에 그들을 보냄으로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 이상했다.

상대는 무당파와 화산파였다. 그들이 화해를 할 생각이라면 그저 무림맹의 고위인사 몇 명만 와도 되는 일이었다. 굳이 은거한 고수들을 불러내서 보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온 사람들이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아니던가?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 온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들은 형산파로 가야 했다.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는 형산파에 가보면 알 일이었다. 사실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형산파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회에서 그들의 얼굴을 보고 친분을 쌓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혹여 그들이 적운상과 싸운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그런 초절정의 고수들이 싸우는 것은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었다.

* * *

 

“이쪽으로 오세요.”

“거기 잠깐만요! 명단을 작성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어요!”

아침부터 은서린의 지시 하에 패악룡과 흑곰, 장동오 등이 정문에서 손님들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림맹의 눈치를 보며 청첩장을 받고도 오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왔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를 해놓았기에 이 정도지 안 그랬으면 정말 난감했을 것이다.

“쳇! 오랄 때는 안 오고, 이제 와서 이렇게 모여드니…….”

장동오는 살짝 짜증이 났다. 지금 오는 사람들 전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그런 사람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 도 사형.”

정문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는 도자명과 강은영을 보고 장동오가 그쪽으로 달려갔다.

“바쁘구나.”

“네. 은 사저가 제일 고생하고 있어요.”

“은영이 너도 가서 서린이를 도와줘.”

“네. 사형.”

강은영이 대답을 하고 방문객의 명단을 적고 있는 은서린에게로 달려갔다.

“안에도 바쁘죠?”

“정신없다. 잠시 시간이 나서 와본 거야.”

“내일은 더하겠죠?”

내일이 막정위의 혼인식 겸 취임식이었다. 하루 전날이 이런데 당일 날이 어떨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훤했다. 아마 뒷간 갈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

“아마 그럴걸.”

“후우… 사람들이 많이 와서 좋기는 한데, 왠지 불안해요.”

장동오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도자명도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안해하면 장동오가 더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

“그렇겠죠?”

“응. 뭐가 걱정이야? 나는 가봐야겠다. 계속 수고해.”

“네. 사형. 사형도 고생하세요.”

“그래.”

도자명은 장동오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 후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객방은 이미 거의 꽉 찬 상태였다. 이대로 사람들이 계속 온다면 자신들의 숙소까지 내줘야 할지도 몰랐다.

“여기서 뭐해?”

누가 등을 두드리기에 돌아보니 주양악이었다. 주양악의 내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이렇게 가까이 접근해도 모를 때가 많았다. 자주 겪었던 일이라 도자명은 놀라지 않고 침착하니 말했다.

“뭐하긴? 밖에 나가서 서린이랑 동오가 잘하고 있나 보고 오는 길이야.”

“천응방에서는 아직도 안 왔어?”

“응.”

이미 호남의 칠대세력은 모두 와 있었다. 원릉금검문에서는 당연히 가주와 식구들이 모두 미리 와 있었다. 소양 연씨세가에서는 가주인 연협성이 차남인 연석강과 함께 왔고, 악양 양가장에는 문주인 양상조가 호위무사들을 대동하고 왔다.

형양 호왕문에서는 문주 삼형제가 모두 왔고, 통천문에서도 새롭게 문주가 된 혁강운이 쟁쟁한 고수들과 함께 왔다. 그리고 장가촌에서는 산적같이 수염을 기른 부촌장 장팔방이 왔고, 백검회에서는 철혈보의 보주와 신검문의 문주가 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천응방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무슨 일이 있나?”

“조금 늦는 걸 거야. 별일이야 있으려고.”

“철혈보하고 신검문에서는 사람이 왔지?”

“응. 아까 신검문의 소문주를 봤어. 이은성 말이야.”

“알았어.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다. 수고해.”

주양악이 뒷짐을 지고 깡충거리면서 가는 걸 보고 도자명이 작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적운상을 제외하면 무공이 제일 강한데도 사형제들 중에서 항상 제일 걱정이 됐다.

“이 공자!”

주양악이 부르는 소리에 이은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진즉에 도착했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그곳에 서 있었다.

“주 소저, 오랜만이구려.”

“네. 잘 지냈나요?”

“하하. 사실 그리 잘 지내지는 못했습니다.”

“왜요?”

신검문의 문주이자 이은성의 아버지인 이태산은 적운상이 백수연을 낚아채(?) 가버리자 한동안 기분이 상해서 신검문 사람들을 마구 족쳤었다. 당연히 제일 많이 당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은성이었다.

덕분에 그는 밤낮으로 이태산의 대련상대를 하다가 이대로는 죽겠다 싶어서 폐관수련을 한다는 핑계로 도망쳤다. 그러다 서너 달 전에 폐관수련을 끝내고 나온 것이다.

“그냥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흐음… 혹시 수연 언니랑 같이 오지 않았나요?”

“백 소저 말입니까?”

“네.”

“아마 오지 못할 겁니다.”

“어째서요?”

“할아버님의 병세가 위중하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가망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 일 때문에 천응방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모든 활동을 중지한 상태입니다.”

“아! 그랬군요. 전혀 몰랐어요.”

“저도 며칠 전에야 알았습니다.”

“사형한테도 이야기해줘야겠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알겠습니다.”

백수연에 대한 소식을 들은 주양악은 큰일이 생긴 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오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맨 앞에는 잘생긴 귀공자가 겨울인데도 한 손에 부채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오십여 명의 사내들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로 봐서는 모두 고강한 무공을 가진 것 같았다. 그래서 무공이 낮은 사람들은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 귀공자가 정문 앞에 멈춰 서자 뒤에 있던 부하 한 명이 나는 듯이 은서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몇 발 내디뎠을 뿐인데 오 장이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 뛰어난 경공신법에 사람들은 감탄을 했다. 일개 수하가 저 정도라면 부채를 들고 있는 귀공자의 무공은 어떠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서린에게 다가간 사내가 하는 말에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호천마궁의 소궁주님께서 오셨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지금 안에는 무림맹에서 보낸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있었다. 그런데 호천마궁이라니.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막정위의 취임식이 결코 조용히 끝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요. 소궁주님의 이름이 어떻게 되죠?”

은서린의 질문에 사내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내려다봤다. 호천마궁에서 소궁주가 왔다. 그거면 충분하거늘 이름을 대라니, 자신들이 누군지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은서린은 그런 사내의 눈빛을 오해하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이름이요. 그리고 몇 명인지도 말해 주세요. 방이 남아있는지 봐야 하거든요.”

“방금 듣지 않았나? 호천마궁의 소궁주님께서 직접 왔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묻잖아요.”

이 조그만 계집을 한 대 쳐버릴까 하고 사내는 순간 갈등했다. 그때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다가오자 그런 생각을 잠시 미뤄뒀다.

“무슨 일이야? 서린아.”

“주 사저. 아니요. 아무 일 아니에요. 그냥 이름 적고 있었어요.”

“그래.”

주양악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사내를 봤다. 사실 주양악은 방금 사내가 은서린을 향해서 내뿜은 살기를 느꼈었다. 바로 살기를 지우기는 했지만 그건 분명 살기였다.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니까 빨리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주양악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내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사내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주양악이 팔을 잡는 순간 마치 커다란 바위가 팔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급격하게 내공을 끌어올려 버티지 않았다면 그대로 팔이 빠졌을지도 몰랐다. 사내는 놀란 눈으로 주양악을 보면서 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버티느라 입을 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한줌의 호흡이라도 아껴서 내공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린 계집이 제법이로구나.”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주양악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거기에 서 있던 사내가 주양악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주양악이 은서린에게 살기를 뿜어냈던 사내의 팔을 잡고 내공을 운용한 것처럼, 그도 내공을 이용해서 주양악을 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그는 주양악이 동료를 핍박하는 것을 똑같이 되갚아줄 생각으로 그랬던 것인데, 그게 실수였다. 내공하면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양악이었다. 그들의 궁주인 조황인이 직접 온다고 해도 내공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그러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사내의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이 무슨…….’

사내는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주양악의 내공은 뜨거운 용암이 넘쳐흐르듯이 계속 밀려들어왔다. 자신의 미약한 내공으로는 그걸 밀어낼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거나, 심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사내 둘이 주양악에게 달라붙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자 왜 저러나 싶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무공이 강한 사람들만이 지금 저 세 사람이 내공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후. 그만 제 수하들을 놓아주시지요. 소저. 아직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무례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제 이름은 조비입니다. 같이 온 수하들은 정확히 오십이 명입니다.”

언제 다가왔는지 조비가 웃으면서 말하자 주양악이 그들을 누르던 내공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사내들이 비틀거리면서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났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지옥에 갔다 온 것처럼 핼쑥하니 창백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그제야 어찌 된 일인지 사태를 파악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양악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야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스무 살이나 되었음직한 여인이 호천마궁의 무사 두 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내공으로 눌러버렸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주 소저시죠? 듣던 대로 아름다우시군요.”

조비가 포권을 하면서 칭찬을 하자 주양악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조비같이 잘생긴 사람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하니 약간 부끄러웠던 것이다. 더구나 주양악은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 아니에요. 미안해요. 아까 살기가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하하. 아닙니다. 수하들을 잘 단속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따라오세요. 제가 안으로 안내할게요.”

“오히려 제가 부탁을 하려고 했습니다.”

“가요.”

주양악이 앞장서자 조비와 부하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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