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80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80화
280화. 호천마궁의 정예 (2)
혁무한은 아무리 찾아도 은서린이 보이지 않자 그녀가 산을 내려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을로 내려가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벌써 한 시진 가까이 찾아다니고 있는데도 찾을 수가 없자 문득 불안감이 스쳤다.
‘혹시…….’
그럴 리가 없었다. 이곳은 형산파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만약 은서린이 무슨 일을 당했다면 바로 형산파로 연락이 온다.
혁무한은 고개를 저으며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은서린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형산무관에 들러봤지만 그곳에도 없었다.
“걱정 마시오.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요.”
패악룡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혁무한은 무표정하니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함께 찾아봅시다. 어이, 흑곰. 애들 좀 풀어서 은 사저를 찾아봐.”
“네! 형님!”
관원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던 흑곰이 크게 대답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갑시다. 우리도 갈만한 곳을 찾아봅시다.”
“고맙소.”
“하하. 대신에 나중에 한 턱 내시오.”
“그러지.”
금방 찾을 줄 알았던 은서린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형산파로 되돌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로도 사람을 보내봤지만 오지 않았단다. 상황이 그러자 모두 점점 심각해졌다.
형산무관의 모든 관원들이 집집마다 들르며 탐문을 하고 다녔다. 그러는 중 형산파에서 적운상이 주양악과 함께 왔다.
“적 사형!”
“어떻게 된 거냐?”
“혁 공자가 은 사저를 찾는다기에 돕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납치됐군.”
“네?”
“양악이도 납치될 뻔했었다.”
적운상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패악룡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주양악을 봤다. 아니 어떤 바보들이 저 무서운 여자를 건드렸단 말인가?
듣지 않아도 주양악을 납치하려던 자들이 어떤 꼴이 됐을지 짐작이 됐다.
“뭐야? 왜 그런 얼굴로 봐?”
“아닙니다. 험험.”
주양악의 시선을 피하면서 헛기침을 몇 번 한 패악룡이 적운상을 봤다.
“어떤 놈들이 그런 짓을 한 걸까요?”
“아직은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수상한 자들을 보면 무조건 형산파로 알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너, 가서 빨리 흑곰에게 전해.”
패악룡이 옆에 있던 관원에게 말하자 그가 바로 대답을 하고 휑하니 달려갔다.
“마을에 비상을 걸까요?”
“소용없어. 마을 안에서 은밀히 서린이를 납치해 갈 정도면 보통이 아니야. 일단 이 상태로 계속 찾아.”
“네.”
“혁무한은?”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에게도 말을 전해. 모두 각별히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가자.”
패악룡이 같이 있던 관원들과 함께 뛰어갔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주양악이 옆에 있던 적운상을 향해 말했다.
“서린이가 무사할까?”
“그럴 거야. 그들의 목적은 나일 테니까.”
“그럼 무림맹에서 그런 거야?”
“아니야. 무림맹에서는 무당삼현과 화산이로를 보냈다고 했어. 명성이 있으니 그들이라면 정정당당히 와서 붙었을 거야.”
“그럼 누구 짓이야?”
“아마도…….”
호천마궁일 것이다. 그러나 적운상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형산파는 무림맹을 상대하는 일만 해도 벅찼다. 거기에 호천마궁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 모두 자포자기할 것이 분명했다. 무림맹과 호천마궁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림 전체를 상대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너는 형산파로 돌아가서 여기의 상황을 대사형에게 알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하라고 해. 그들이 서린이를 인질로 잡고 형산파로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사형은?”
“나는 여기서 계속 찾아봐야지. 어서 가봐.”
“응. 알았어.”
주양악이 경공신법을 펼쳐서 완전히 사라지자 적운상은 마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야 그들이 접촉을 해올 거란 생각에서였다.
마을을 벗어나서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과연 생각대로였다. 소리 없이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는 말없이 적운상에게 단검 하나를 던졌다. 그것을 받아보니 예전에 자신이 은서린에게 선물로 준 단검이었다.
“서린이는 어디 있나?”
적운상이 침착하니 물었다. 그러자 그가 몸을 돌려 경공을 펼쳤다.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적운상은 비마보를 펼쳐서 그를 따라갔다. 함정이 분명하지만 은서린을 구하려면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 * *
“헉헉!”
혁무한은 숨이 턱까지 찼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평소처럼 약간의 말다툼을 했을 뿐이었다. 아니 그건 말다툼이 아니었다. 혁무한의 애정표현이었다.
혁무한은 최근 은서린을 애기취급하며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 은서린은 나이에 비해 몸도 작고, 얼굴도 동안이었다. 그게 조금, 아니 많이 심했다. 동년배보다 다섯 살 정도나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이니까.
그런 은서린이 귀여워서 조금씩 놀렸던 건데, 반응이 신선했다. 제 나이 때의 반응이 아니라 외모만큼이나 유치한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서린이가 잘못된다면 모조리 다 죽여주마.’
그런 생각을 하며 혁무한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다시 한 번 경공을 펼쳤다.
그때였다.
적운상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은서린을 찾아야 하건만 왜 혼자서 어디를 가는 걸까?
혁무한은 멀찍이 떨어져서 적운상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적운상 앞에 웬 사내 한 명이 나타났다. 적운상은 그에게 뭔가를 받더니 말없이 뒤를 따라갔다.
당연히 혁무한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일각 정도를 이동하자 낡은 관제묘가 보였다. 가끔 마을 사람들이 와서 기원을 하는 곳으로, 혁무한도 은서린과 함께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혁무한이 멈칫했다.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등 뒤에서 누군가가 목에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살수인가?’
“천천히 앞으로 가라.”
혁무한은 그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 * *
적운상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생각대로 호천마궁이었다. 그것도 전에 두어 번 정도 본 적이 있는 장로들이었다.
“당신들이 올 줄은 몰랐군.”
“궁주님에게서 명이 직접 떨어졌다.”
일이학이 무표정하니 말했다.
“나를 죽이라던가?”
“아니. 일단 데리고 오라더군. 거부하면 너는 물론이고 형산파도 싹 지우고 오라고 하셨다.”
“당신들만으로 가능할까?”
“지나친 자신감이군.”
“서린이는 어디 있지?”
적운상이 묻는 말에 일이학이 요석상을 봤다. 그러자 요석상이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은서린을 데려오라는 뜻이었다. 부하는 관제묘로 들어가서 은서린을 데리고 나왔다.
적운상은 은서린이 혹시 능욕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옷차림부터 살폈다. 다행히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였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일이학이 코웃음을 쳤다.
“어린애를 건드릴 정도로 우리가 썩어 보이나?”
어린애라는 말에 적운상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하는 거나 말해.”
“우리와 함께 호천마궁으로 가면 된다.”
“그건 전에 대답을 했던 걸로 아는데. 조비가 오면 만나서 결정을 하겠다고.”
“너에겐 선택권이 없다. 우리에겐 인질이 있으니까. 이젠 두 명이 됐군.”
일이학이 적운상의 어깨 너머를 보며 말했다. 이에 적운상이 고개를 돌려보니 복면을 쓴 사내에게 잡혀오는 혁무한이 보였다.
“왜 따라온 거야?”
“잡힐 줄 알았나?”
적운상의 푸념 섞인 말을 혁무한이 재치 있게 받아쳤다. 두 사람은 적들한테 둘러싸인 상황인데도 여유가 있었다. 어쨌건 은서린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테냐? 가지 않겠다면 이 둘을 죽이겠다.”
“협상은 없다. 그 둘을 풀어줘. 그리고 조비를 불러와.”
일이학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이쪽은 인질을 둘이나 잡고 있었고, 패도육영대가 반이나 와 있었다. 그들이 주위를 빽빽하게 포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리 나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죽여 버립시다. 괜히 실랑이 할 필요가 뭐가 있소? 애초에 그러기로 했잖소.”
정북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등 뒤에 매고 있는 두 개의 도를 뽑아 들 기세였다.
“마지막 경고다. 저 두 사람을 보내줘. 용무는 나한테 있는 것 아닌가? 조비를 생각해서 적당히 손을 쓰겠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을 계속 잡고 있겠다면 모두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혼자라면 몰라도 저 두 사람을 보호하려면 손에 사정을 두고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어디 해봐라!”
정북명이 크게 소리치며 급기야 등 뒤에 매고 있던 두 개의 도를 뽑아 들었다.
쉬아아아악!
빨랐다. 도를 뽑는 것도 빨랐고, 거리를 좁히는 것도 빨랐다. 그 같은 빠름을 보며 사람들은 적운상이 그대로 베일 거라 여겼다. 두 개의 도가 부채꼴 모양의 궤적을 남기면서 적운상의 몸을 갈랐다.
떠엉!
태룡도가 뽑혔다. 뽑힘과 동시에 정북명이 내려치는 두 개의 도를 한쪽으로 쳐 올렸다. 그러자 정북명의 몸이 달려들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힘에서 밀린 것이다.
정북명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기습은 완벽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적운상은 그걸 받아냈다.
정북명은 공중에서 몸을 휘둘리며 땅으로 내려섰다. 동시에 두 개의 도를 마치 풍차처럼 돌리면서 적운상과의 거리를 좁혔다.
훙훙훙훙!
빠르게 도는 두 개의 칼은 적운상의 눈을 현혹시켰다. 어디에서 어떤 공격이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전력이 실려 있는 만큼 위력도 클 터.
적운상은 일단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뒀다. 그러자 정북명이 땅을 박차며 추진력을 붙였다.
후우우우우우웅!
적운상의 태룡도가 갑자기 횡으로 휘둘러졌다.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였다.
정북명은 뒤로 물러나던 적운상이 이렇게 반격을 해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뒤로 물러나다가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다라고만 여겼다. 다급하니 오른손에 있는 도를 역으로 세워 적운상의 태룡도를 막아냈다.
따아아앙!
도가 부딪치는 순간 정북명은 깜짝 놀라며 왼손에 있던 도를 겹쳐댔다.
“크윽!”
입에서 신음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적운상의 베기는 도 하나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걸 깨닫는 것이 조금 늦었다. 뒤늦게 왼손에 있던 도를 겹쳐댔지만 처음부터 두 개의 도로 방어를 하는 것보다는 못했다.
충격으로 인해 오른쪽 어깨까지 찌릿하니 울렸다. 안정되게 막아내지 못했으니 이제는 적운상의 힘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건 정북명의 특기였다.
두 개의 도를 엇갈리게 겹쳐서 상대의 무기를 끼운 후에 방향을 틀면 열에 아홉은 모두 무기를 놓쳤다. 지금과 같이 밀고 들어오는 힘이 있을 때는 그게 더 쉬웠다. 생각지 못한 위력에 자세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적운상의 태룡도를 날려버릴 수가 있었다.
정북명은 밀고 들어오는 적운상의 태룡도를 두 개의 도로 꽉 물은 채, 좌측으로 내리꽂았다. 그러나 좌측으로 방향이 틀어져야 할 적운상의 태룡도는 계속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그 바람에 정북명은 뒤로 튕겨지면 또다시 공중으로 붕 떠올라야 했다.
땅에 내려선 정북명은 아까처럼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다. 신중하게 적운상과의 거리를 재며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