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27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79화
279화. 호천마궁의 정예 (1)
호천마궁에는 열 개의 대대(大隊)가 있다. 대외적으로 드러나 있는 주된 세력은 그들이지만, 호천마궁의 진정한 힘은 그들이 아니다.
여섯 명의 장로들이 이끄는 패도육영대(覇刀六影隊)였다. 그들은 약 천여 명가량 되는데, 한 개의 대대에 백 명에서 이백 명 정도의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삼 장로인 일이학을 따르는 제삼 육영대는 모두 도(刀)를 사용하는데, 흔히들 쓰는 유엽도(柳葉刀)나 대두도(大斗刀)가 아니라 중병기인 언월도(偃月刀)를 쓴다.
황궁의 중병기부대와 비슷하지만 말을 타지 않고 갑옷도 입지 않기 때문에 훨씬 표홀한 움직임과 복잡한 도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 장로인 정북명이 이끄는 제사 육영대는 모두 쌍도를 사용했고, 오 장로가 이끄는 오 육영대는 적진침투와 암살, 정보수집, 등이 특기였기 때문에 짧은 단도를 주로 썼다.
지금 그 세 개의 육영대가 남악현 인근에 와 있었다. 언월도를 들고 있는 삼 육영대 백여 명은 오와 열을 맞춰서 자리에 앉아있었고, 등에 두 개의 도를 차고 있는 사 육영대는 그 옆에 넓게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대낮인데도 천으로 코와 입을 감아서 가리고 있는 오 육영대는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끼리끼리 모여서 잡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직인가?”
삼 장로 일이학이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는 큰 키에 다부진 몸을 가진 오십대의 사내였다. 눈에 정광이 서려 있는 것이 무공이 굉장히 높은 경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도 가만히 서 있는데도 주위를 압도했다.
“금방 올 거요.”
검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린 흑의경장 차림의 사내가 나직이 말했다. 그는 호천마궁의 오 장로인 요석상이었다. 항상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 때문에 그의 본모습은 장로들조차 몰랐다. 그저 목소리와 외형만 기억할 뿐이었다. 요석상의 얼굴을 아는 건 궁주인 조황인밖에 없었다.
“기다릴 것 없이 그냥 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모르겠군.”
약간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사내는 사 장로인 정북명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커다란 대두도가 두 개 매달려 있었다. 그는 다혈질이라 성격이 급했다.
“그가 누구인지 잊었나? 궁주께서도 인정한 자다. 소홀이 생각하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
일이학이 꾸짖듯이 말하자 정북명이 더 불만을 토로했다.
“본 궁의 주력인 패도육영대의 반이 여기에 와 있소.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결국에는 혼자 아니오?”
“그는 혼자가 아니다.”
“형산파를 말하는 거요? 거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류문파였소. 일초식이나 제대로 받을 자들이 있나 모르겠군.”
“네가 말하는 그 삼류문파가 우리 삼 개 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적운상을 배출해 냈다. 형산파가 지금은 저렇지만 한때는 크게 명성을 떨치던 곳이었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지.”
정북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산파를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일이학이 쏘아보는 냉정한 눈초리를 계속 받아낼 수가 없어서였다.
“오는군.”
요석상의 말에 일이학과 정북명이 고개를 돌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검은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린 젊은 사내 한 명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 뛰어난 경공신법을 보통의 무림인들이 봤다면 크게 감탄했을 것이다. 고양이보다도 더 가볍고, 바람과 같이 빨랐다. 그런데도 일절 소리나 기척이 없었다.
“보고해.”
요석상이 짧게 내뱉는 말에 그가 지금까지 알아온 정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식제자는 삼십 명 정도입니다. 장문인은 얼마 전에 죽었고, 대제자가 형산파의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적운상을 제외하면 그리 무공이 뛰어난 자들은 없습니다. 다만 특이점이 있습니다.”
“말해봐.”
“형산파의 식객으로 머무는 사람들이 백 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 대부분이 제법 명성이 알려진 자들입니다.”
“우리가 올 것을 알고 대비를 한 거로군.”
정북명이 끼어들면서 하는 말에 보고를 하던 자가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몇 년 전부터 형산파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래?”
“재미있군. 제자는 삼십 명 남짓인데 손님들이 더 많다는 건가?”
일이학은 흥미가 일었다. 어느 문파건 그런 경우는 없었다. 식객의 수가 많으면 문파의 존립(存立)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이 식객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무림인다 보니 자칫 의견충돌이 생기면 서로 칼질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수가 적은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 밖에 다른 건?”
“마을 사람들과 유대관계가 좋습니다.”
“그건 어디야 그렇지. 스스로 정파라고 하는 것들은 위선을 보이며 칭송을 받기를 원하지 않나?”
정북명이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요석상은 아니었다. 지금 보고를 하고 있는 사내는 그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정보를 걸러서 필요한 것만 보고를 하지 쓸데없는 것을 보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경 쓸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과거에 호왕문이 형산파로 쳐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무기를 들고 나섰답니다.”
“마을 사람 전부가?”
상당히 의외라서 요석상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바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때 모인 마을 사람들이 이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덕에 형산파는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호왕문을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음… 이건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상대가 무림인들이라면 몇 명이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양민들이라면 문제가 됐다. 마을 하나 정도라면 싹 다 죽여 버리고 불태워 없애버리면 되지만 현(縣)이라면 불가능했다.
양민들이니 무공은 별 볼일 없겠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천 명이나 되는 양민들이 몰살을 당하면 관(官)에서 움직인다. 그들의 친인척이 사건을 규명하기를 원할 테고 그러면 가볍게 덮을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무림의 공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과거에 수많은 방문좌도(傍門左道)들이 무림의 공적으로 찍혀 멸문을 당한 결정적인 이유가 그들이 힘도 없고 죄도 없는 양민들을 마구 학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을 단위로 털고 다니는 마적들조차도 양민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무림맹이 이미 호천마궁을 무림의 공적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림인들 사이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양민을 죽이게 되면, 그들에게 확실한 명분을 주게 되어 더욱이 많은 문파들이 모여들 것이다. 게다가 무림인의 자존심상, 양민을 그렇게 죽인다는 것은 쉽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난감하군.”
일이학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난감한 정도가 아니었다. 현 사람들이 그렇게 우호적이라면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냥 다 밀어버립시다. 고민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정북명이 눈을 빛내며 하는 말에 일이학이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봤다.
“우린 살인귀가 아니다. 일이백 명도 아니고, 이천 명이나 되는 양민들을 죽였다가는 그 책임으로 네 목이 날아갈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호천마궁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누가 감히 본 궁을 건드린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가 무림맹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건 그들이 우리를 칠 대의적인 명분이 확실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양민들을 죽이면 분개한 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우리를 칠 것이다. 게다가 관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어쩌면 정규군이 출진할 수도 있다.”
일이학의 말을 들으면서 정북명은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그의 머리는 좋지 않았다. 정북명은 성격이 급해서 무조건 일부터 벌이고 봤다. 뒷감당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암습은 어떻습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요석상이 물었다. 그러자 일이학이 고개를 저었다.
“좋은 생각이 아니다. 밤에 암습을 하려면 모두가 흩어져서 가거나 소수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적운상을 당해내지 못해.”
“그럼 유인책을 쓰는 것은 어떻습니까?”
“유인책?”
“그렇습니다. 적운상을 상대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사형제들은 보잘것없지 않습니까? 그들 중 한 명을 납치해서 적운상을 불러내는 겁니다. 보고 받은 대로라면 그의 성격상 꼭 올 겁니다.”
“흐음…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그 방법이 좋겠군. 그럼 네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건 요석상이 이끌고 있는 오 육영대의 특기였다.
“알겠습니다.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좋아. 그럼 우리는 그동안 준비를 하고 기다리겠다.”
일이학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은서린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부인 임옥군이 죽고, 사숙조인 도지림도 죽었다. 거기다 이제 사제인 박노엽도 죽었다. 이렇게 한 사람씩 죽다가 결국에는 모두 죽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상대가 무림맹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은서린을 옆에서 수시로 위로해주며 힘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통천문의 혁무한이었다.
혁무한은 이제 은서린을 예전에 죽은 이설아 대신으로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설아와 너무나 닮은 은서린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은서린을 있는 그대로 보며 다가서고 있었다.
은서린도 그것을 알기에 혁무한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남녀의 일이라는 게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법이다. 특히 은서린 같은 경우 남자를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운상을 좋아하다가 짝사랑으로 끝난 것이 다였다. 그래서 혁무한과 작은 일로 티격태격할 때가 많았다.
오늘도 은서린은 별일도 아닌데 화를 내며 혁무한에게 쏘아붙이고는 마을로 내려왔다.
“하아… 바보 같아.”
머리가 좀 식자 왜 그랬나 싶은 후회가 들었다. 올라가면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왕에 내려온 것, 기분전화도 할 겸 마을을 좀 둘러보다 가기로 했다.
아직 은서린은 막정위의 혼인식 날 줄 선물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참에 상점을 둘러볼 생각을 했다.
“포목점부터 가 볼까나?”
은서린이 기지개를 켜면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등 뒤로 소리 없이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에?”
순식간이었다. 고개를 돌리는 찰나에 은서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한 명이 그녀를 커다란 자루에 넣고 어깨에 둘러맸다. 다른 한 명은 혹시나 본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은서린을 둘러맨 사내가 몸을 훌쩍 날렸다.
같은 시각, 주양악은 형산파를 나와 마을로 가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강기를 가르치는 적운상의 닦달을 피해서 마을로 도망치는 중이었다. 적운상이 알면 난리를 치겠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고, 지금은 도망가서 좀 쉬고 싶었다.
“망할 사형 같으니라고. 밤낮으로 괴롭히기만 하고…….”
투덜거리면서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던 주양악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낮에 강기를 가르치느라 괴롭히는 건 진짜로 괴롭히는 거였지만, 밤에 찾아와서 괴롭히는 건 솔직히 주양악도 원하는 거였다.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른 것이다.
그때 주양악의 등 뒤로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빠르게 주양악의 마혈을 짚었다. 은서린도 그런 식으로 당했다. 하지만 주양악은 은서린이 아니었다.
퉁!
마혈을 짚었던 사내는 자신의 손가락은 물론이고 밀어 넣었던 내기까지 튕겨 나오자 당황했다. 점혈이라는 것은 기가 흐르는 혈을 찾아서 그곳을 타격하는 것이다.
그럼 기의 흐름이 막히면서 꼼짝도 못하게 된다던지, 아니면 잠이 든다던지 한다. 어디를 어떻게 치느냐에 달랐다.
대부분의 고수들은 단순히 타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기를 흘려보냈다. 그럼 그 내기가 상대의 몸속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점혈의 효과가 유지됐다.
조금 전, 사내는 완벽하게 점혈을 했었다. 마혈을 정확하게 짚었고, 내기도 확실하게 흘려보냈다. 가끔 괴이한 무공을 익혀서 혈의 자리가 바뀐다던지 해서 점혈이 효과가 없는 경우는 봤지만 이렇게 튕겨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호신기공?”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의 점혈수법이 튕겨진 건 확연한 내공의 차이 때문이었다. 주양악의 엄청난 내공에 비하면 그의 내공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그러니 튕겨질 수밖에.
“뭐야?”
주양악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혈을 짚었던 사내가 급히 쌍장을 내질렀다.
퍼엉!
“크윽!”
사내는 팔목이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의 경험상 이건 호신기공이 아니었다. 철포삼이나 소림사의 금종조 같은 호신기공을 익히면 몸이 마치 바위처럼 단단해진다. 그래서 타격할 때의 느낌도 그랬다.
하지만 방금 주양악을 쳤을 때의 느낌은 바위를 친 것이 아니라 바람이 가득 들어있는 가죽포대를 친 것 같았다. 게다가 튕겨져 나오는 힘이 달랐다. 이에 사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반탄강기(反彈剛氣)?”
반탄강기는 호신기공과는 완전히 달랐다. 순전히 내기만으로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이기 때문에 내공의 차이가 적어도 배 이상은 차이가 나야 가능했다.
“뭐야, 갑자기!”
주양악이 당황하며 손을 휘둘렀다. 노리고 한 것이 아니라 얼결에 가볍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쌍장을 내질렀던 사내가 양손을 겹쳐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팔은 물론이고 가슴뼈까지 으스러졌다.
“커헉!”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나가떨어지는 동료를 보면서 남은 한 사람은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형산파에는 적운상 말고는 이렇다 하게 뛰어난 고수가 없었다. 모두 그렇게 정보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누구란 말인가?
분명 전해 받은 정보로는 적운상의 사매가 분명했다. 식객이 아니었다.
사내는 동료가 눈앞에서 날아가는 것을 보는 짧은 순간에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며 망설였다. 그러다 사내가 결정한 것은, 도망이었다.
그는 나타날 때처럼 소리 없이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삼 장이나 떨어져 있는 나무 뒤에 나타났다. 다급하게 이동하느라 거리가 조금 짧았지만 일단 한 번 몸을 피했으니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더 멀리까지 이동할 수가 있었다. 상대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경공신법을 따라올 수 있을 거라 여기지는 않았다.
역시나, 생각대로였다. 상대는 지금 자신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등골이 오싹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가 마구 부서지는 소리였다. 그는 돌아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보면 끝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돌아봤다.
콰아아아아아앙!
뿌리 채 뽑힌 나무가 세 그루나 날아와서 박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그의 등을 치는 바람에 등뼈가 으스러졌다.
“커허억!”
땅을 세 바퀴나 구르다가 쓸려간 사내를 보며 주양악이 인상을 팍 썼다. 살려놓고 갑자기 왜 공격을 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흥분해서 과도하게 손을 쓰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잠시 그대로 있던 주양악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확인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품을 뒤져봐도 신분을 알 수 있는 물건은 전혀 없었다. 허리춤에 있는 두 개의 단도가 그나마 그가 단도를 주로 쓴다는 것을 짐작케 해줄 뿐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주양악은 저들이 무림맹에서 보낸 자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빨리 적운상에게 알려야 했다. 주양악은 비마보를 펼쳐서 형산파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