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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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1화
311화. 미인도 (2)
후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직!
적운상이 횡으로 일자베기를 하면서 강기를 뿜어냈다. 그의 강기는 통제가 되지 않아서 제멋대로 사방으로 뇌기가 터져 나왔다. 금안뇌정신공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검성 우형승처럼 절묘하게 쓸 수는 없었지만 지금처럼 불특정다수를 한꺼번에 상대할 때는 아주 좋았다.
“크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적운상의 강기에 맞은 자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떨다가 쓰러졌다. 그러나 적들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적운상이 그렇게 강기를 뿜어내는 짧은 시간에 뒤에 있던 네 명이 칼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따다다다다땅!
“크윽!”
“흡!”
그들은 적운상의 태룡도에 칼이 부딪치자 손을 타고 들어오는 찌릿한 뇌기 때문에 하마터면 그대로 칼을 놓칠 뻔했다. 그 때문에 아주 잠시 주춤했고, 그 사이에 적운상의 태룡도가 그들을 베고 지나갔다.
파가가가가가각!
“커헉!”
“끄윽!”
단말마의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적운상에게 덤벼들었던 네 명이 쓰러졌다.
“죽여라!”
“와아아아아아!”
북진마문의 무사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적운상에게 달려들었다. 무려 팔십 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적운상은 재빨리 백수연을 잡아서 뒤에 있는 백묘묘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태룡도를 크게 휘둘러서 가장 앞에서 덤벼드는 세 명을 베었다.
따캉! 파가가가각!
그들은 휘둘러오던 칼과 함께 베어지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다시 앞과 양옆에서 적들이 칼을 휘둘러왔다.
보통은 그럴 경우 일단은 그들의 공격을 피해서 뒤로 물러난 후에 다시 공격을 한다. 그들도 당연히 적운상이 그러리라 여겼다.
하지만 적운상은 오히려 앞으로 힘껏 한 걸음을 내디뎠다. 동시에 태룡도를 휘둘러 머리 위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 원에 걸리는 것은 무기고 사람이고 간에 전부 튕겨나갔다.
따다다다다다다땅!
“커헉!”
“흡!”
튕겨져 나가는 사람들이 신음을 삼켰다. 그때 적운상의 몸이 앞과 좌우로 한 걸음씩 움직였다. 그러자 태룡도가 반월형의 궤적을 남기면서 또다시 덤벼드는 자들을 베어 넘겼다.
파가가가가가각!
“아아아악!”
“크아아악!”
후우우우우웅! 훙! 훙!
적운상은 허공에 대고 태룡도를 두어 번 휘둘렀다. 그러자 세찬 칼바람이 일며 태룡도가 우는 소리가 났다. 그 같은 박력에 모두들 더 이상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두려움이 그들의 몸을 묶었다.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적운상은 불과 십 초식도 펼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팔십 명에 달하던 사람들이 반 정도로 줄어 있었다.
“크윽…….”
금극영이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적운상을 쳐다봤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부하 한 명이 그를 앉혀놓고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적운상이 금극영을 봤다. 그러고는 무표정하니 입을 열었다.
“일각 안에 떠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고 했지.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그제야 금극영은 후회가 들면서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아까 적운상이 일각이라는 시간을 줬을 때 금극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었다. 적운상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쪽에는 인질이 있었다. 수도 많았다.
그들 중 열 명은 북진마문의 정예들이었다. 뭐로 보나 이쪽이 유리했다. 그래서였을까?
금극영의 본능은 적운상이 위험하다고 말하며 이곳을 떠나라고 했었지만 그걸 무시해버렸다. 아마 평소라면 그런 본능을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한 발 물러나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모든 일을 판단했었다.
“자, 잠깐…….”
금극영이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적운상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다가오더니 태룡도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헉!”
금극영은 땅을 굴렀다. 살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살기는 살았지만 잘려진 팔에서 극심한 통증이 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는 정말 죽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끄으…… 자, 잠깐 기다리시오!”
후웅!
적운상의 태룡도가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금극영은 정말이지 지옥을 갔다가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뭐냐? 유언이라면 들어주마.”
“알겠소. 가겠소. 당신 말에 따르겠소.”
“이미 늦었다.”
“잠깐, 잠깐! 북진마문을 적으로 돌리면 천응방은 무사하지 못할 거요. 형산파도 마찬가지요. 얼마 전에 호천마궁의 정예 삼천 명을 물리쳤다는 소문은 들었소. 하지만 북진마문은 다르오.”
“더 할 말은 없나?”
“당신은 강해도 이들은 약하오. 본 문의 살수들 열 명만 풀어도 이들은 모두 죽소.”
“그래서?”
“우리를 놔주시오. 그럼 오늘 일은 모두 잊겠소.”
“그뿐이냐?”
“……천응방에서 나가겠소. 검만 돌려준다면 그냥 가겠소.”
“한 가지 더.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마라. 그리고 기억해라.”
“뭐를 말이오?”
“나를.”
“…….”
금극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적운상을 쳐다보기만 했다. 적운상은 냉랭한 눈으로 그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가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찾아가겠다. 내 말이 의심된다면 그동안의 내 행적을 조사해보면 되겠지. 나에 대해 알면 더욱이 약속을 지키려고 할 테니까.”
“알았소. 그렇게 하겠소.”
“좋아. 가라.”
적운상의 허락이 떨어지자 금극영은 부하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부하 하나가 안으로 들어가서 보자기에 싸인 검을 가지고 나왔다.
금극영은 그걸 받아들고 힐끗 적운상을 본 후에 걸음을 옮겼다. 적운상은 그가 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태룡도를 한 번 휘둘러서 피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도집에 집어넣고 몸을 돌려 백수연을 봤다.
“백 누이.”
적운상이 부르자 눈물을 글썽이던 백수연이 달려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
“옷에 피 묻었는데.”
“괜찮아. 보고 싶었어.”
아이처럼 계속 품을 파고드는 백수연의 머리를 적운상은 가만히 쓰다듬어줬다.
“나도 보고 싶었어.”
두 사람이 그렇게 꼭 안고 해후를 나누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커험! 험!”
“아,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뒷짐을 지고 괜히 헛기침을 해대던 백태정은 적운상이 포권을 하면서 인사를 하자 손을 휘휘 저었다.
“됐네.”
백태정은 적운상이 싸우는 동안 안에서 밖의 상황을 모두 봤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적운상의 무위에 그는 크게 놀랐다. 상대가 북진마문인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해도 상대의 배경이 대단하면 일단은 한 발 양보를 하기 마련이건만, 적운상은 거침없이 그들을 베어버렸다.
그게 통쾌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금극영이 약속을 하고 갔지만 과연 지킬지는 의문이었다. 아니, 그는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북진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그렇습니다.”
“저렇게 돌아갔으니 다시 올 것일세.”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아닐세. 올 걸세.”
백태정이 확신을 가지고 말하자 적운상은 속으로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작업을 모두 끝낸 겁니까?”
“안으로 들어오게.”
백태정이 안으로 들어가자 적운상이 백수연을 봤다. 그러자 백수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에는 백구환이 굉장히 초췌한 모습으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정광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그래. 오랜만이구나. 보아하니 잘 지낸 것 같구나. 무공도 무섭게 늘었고.”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조금 쉬신 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다. 그럴 시간이 없다. 저들이 검 속에 있던 것이 없어진 것을 알면 금방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걸 왜 검과 함께 주지 않았습니까?”
“흥! 감히 나를 이렇게 부려먹고 그냥 가려고? 만년한철을 녹이기가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느냐? 망할 놈 같으니라고. 처음부터 우릴 건드린 것이 잘못이었어.”
예전부터 백구환은 한 성질 했었다. 적운상은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북진마문과 크게 부딪쳐야 할지도 몰랐다.
“검 속에 뭐가 들어 있었습니까?”
“이거네.”
백구환이 얇은 책자를 하나 내밀자 적운상이 그걸 펼쳐봤다. 모두 다섯 장이었는데 거기에는 수려하고 빼어난 미인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옆에 그 여인의 아름다움을 말하며 구애를 하는 내용의 시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보기에는 미인도일세. 하지만 그들이 그리 중요하게 여긴 것을 보면 단순한 그림이 아닐 걸세. 뭔가 비밀이 있을 텐데 그걸 모르겠군.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혹시 무공과 연관이 있지는 않나?”
백구환이나 백정환은 아무리 봐도 그냥 미인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적운상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다. 적운상의 무공은 그들보다 몇 배는 뛰어났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다시 한 번 다섯 장의 미인도를 자세히 살폈다. 한참이나 보던 적운상은 머리를 긁적였다.
“옷차림이나 배경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여자군요.”
“그런가?”
“네. 그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시의 내용이 혹시 무공구결이 아닐까 연관을 지어봤지만 아닙니다. 그림에도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허, 참. 그럼 그들이 그걸 왜 그렇게 꺼내려고 했단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나도 좀 보여줘.”
백수연의 말에 적운상이 들고 있던 책자를 넘겼다. 그러자 백수연이 백묘묘와 함께 그걸 한참이나 살펴봤다. 하지만 그녀들도 뭔가 발견해내지는 못했다.
“음……자칫 오해가 생기면 일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들이 검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이 미인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고 뭐가 들어 있었는지 몰랐다면, 그걸 돌려줘도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우리가 속이려 든다고 여기겠죠.”
거기까지는 생각지도 못한 백구환이었다. 그저 그들이 괘씸해서 이걸 넘겨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적운상의 말대로 그들도 검 속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몰랐다면 이 책자를 넘겨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아마 무공비급이나 그런 것이 들어 있던 것을 백구환이 빼돌렸다고 할 것이 분명했다.
“흥! 안 믿으면 말라지.”
백구환이 배짱을 튕겼다.
“그들의 힘을 얕보면 안 됩니다.”
“자네가 있지 않은가?”
“아까 금극영이 한 말을 들었잖습니까? 그들이 살수를 보내면 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음…….”
백구환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괜한 치기를 부린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리 된 일, 후회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아버님. 일단은 좀 쉬시면서 차차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꾸나.”
백태정의 말에 백구환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