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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29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294화

294화. 연이은 사투 (1)

 

파가가각!

“크아아악!”

“아아아악!”

적운상이 휘두른 태룡도에 세 명이 쓰러졌다. 적운상의 베기는 빠르고 깔끔하며 위력적이었다. 적운상 정도 되는 고수들이 베기를 하면 보통은 저렇게 직선적이지가 않다.

적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중간에 검로(劍路)를 틀기 때문에 마치 물결치듯이 유려하게 굽이친다. 하지만 적운상은 오로지 직선이었다. 사선으로 내리긋고, 횡으로 긋는다. 올려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걸 피하지 못했다. 막아내면 막아낸 칼과 함께 반 토막이 났다. 그렇지 않을 때는 힘에 밀려 공중으로 떠올라 몇 장이나 튕겨졌다.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채 반 시진도 되지 않았건만 지금까지 쓰러진 자들의 수가 벌써 백 명이 넘었다. 양떼 속에서 날뛰는 늑대가 저러할까?

아니다. 저건 늑대가 아니었다. 호랑이였다. 호랑이가 마음껏 양떼를 유린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조비와 유역초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절대적인 강함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들보다 적운상에게 더 가까이 있는 신보복과 양문의는 때때로 느껴지는 섬뜩함에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움츠려야 했다. 적운상의 시선 때문이었다.

적운상은 주위에서 덤벼드는 호천마궁의 무사들을 상대하면서 신보복과 양문의를 한 번씩 노려봤다. 그 시선에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너희 따위는 금방 베어버릴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은 그러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무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저 두 사람을 죽여 버리면 난전이 되어 버린다.

그럼 상대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저들이 체계적으로 덤벼드는 것이 훨씬 상대하기 쉬웠다.

그러나 적운상도 인간이었다.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조비였다.

“그가 지쳤다. 오백 명을 형산파로 보내라. 물론 적운상이 볼 수 있게 지나쳐서 가야 한다.”

“정신적인 압박을 줄 생각입니까?”

“몸이 지쳤을 때 정신까지 힘들어지면 피로가 더해지지.”

“알겠습니다.”

유역초가 대답을 하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사내들이 마치 파도가 밀려가듯이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산이 험하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문제되지 않았다.

적운상은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인상을 팍 썼다.

‘이제야 움직이는군.’

저들은 아마 이대로 자신을 지나쳐 형산파로 향할 것이다. 그럼 여기 남아서 시간을 끄는 의미가 없었다.

“타핫!”

적운상은 뒤에서 공격해 오는 사내의 손목을 확 잡아당겨서 앞에 있던 사내들에게 밀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형산파 쪽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칼을 휘둘렀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적을 죽이기보다는 도망을 쳐야 했다.

앞에서 한 명이 칼을 휘둘러오자 적운상이 태룡도로 그걸 쳐내면서 왼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그를 방패 삼아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적들은 동료가 거치적거려서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그사이에 적운상은 오 장 가까이 이동을 했다. 그때 누군가가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자 다른 사내들도 동료는 상관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파가가가가각!

“크아아아악!”

적운상에게 잡혀 있던 사내가 비명을 지르다가 축 처졌다. 죽은 것이다. 적운상은 그를 확 앞으로 던지고 뒤따라 달렸다. 그리고 던진 사내를 적들이 피하는 틈을 이용해서 위로 날아올라 한 명의 어깨와 머리를 연이어 밟고는 힘껏 뛰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적운상은 칠 장 가까이 이동했다. 공중에서 보니 아래에 적이 가득했다.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대로 떨어져 내렸다가는 적들의 칼에 난자를 당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적운상은 아무 생각 없이 뛰어올랐던 것이 아니었다. 앞은 숲이었다. 당연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밑에서 적운상의 움직임에 따라 달려가던 사내들이 나무를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적운상은 떨어져 내리면서 그들을 향해 태룡도를 휘둘렀다.

부아아아아악!

“크아아악!”

“으아아악!”

두 명이 베여서 즉사했고, 한 명은 날아올라오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땅에 처박혔다. 그제야 적운상은 나무를 디디고 앞으로 몸을 튕겼다. 밑에는 적들이 너무 많아서 내려갈 수가 없었다. 틈이 생길 때까지는 계속 나무를 박차며 가야 했다.

“쫓아라!”

“놓치지 마!”

사내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적운상과 같은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 나무를 박차고 올라 적운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마다 모두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이대로라면 놓칩니다.”

유역초가 달려가면서 옆에서 함께 가고 있는 조비에게 말했다.

“가봤자 형산파다. 계속 쫓아.”

“알겠습니다. 좀 더 달라붙어!”

유역초의 지시에 적운상의 아래에서 달려가던 사내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바람에 밑에 공간이 생기자 적운상이 디디던 나무를 박차고 아래로 쏘아져 내려왔다.

“헉!”

사내 하나가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순간 적운상의 태룡도가 그를 깔끔하게 배고 지나갔다. 적운상은 땅에 내려서자 숲의 나무를 방패 삼아서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형산파를 향해 내달리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잠시 거기에 묶이고 말았다. 그걸 보고 조비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그는 놔두고 형산파로 가!”

그제야 자신들이 멈춰 서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내들이 재빨리 다시 경공을 펼쳤다. 그러자 적운상도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베면서 형산파로 향했다.

* * *

 

“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전방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호천마궁의 정예들이 득시글하니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섞여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적운상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계속 칼을 휘둘렀다. 그걸 보고 있자니 마치 적운상이 그들을 이리로 몰고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형!”

주양악이 적운상을 보고는 흥분해서 달려 나갔다.

“잠깐 기다려라!”

이현이 다급하게 주양악을 잡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경공신법이 뛰어났다. 이현의 손은 허공을 잡았다.

“허.”

이현이 혀를 찼다. 형산파에 자신의 손을 피하는 고수가 적운상 말고 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만치 달려가던 주양악이 갑자기 주먹으로 나무를 한 대 치자 아름드리나무가 맥없이 옆으로 넘어갔다. 그것만도 대단한데 주양악은 그걸 번쩍 들어올렸다.

그걸 보고 주양악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 저리 젊은 소저가 어찌 저런 무지막지한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근력의 힘은 아니었다. 저 가냘픈(?) 몸에서 저런 힘을 발휘한다면 근력으로는 불가능했다.

“내공이 저리 뛰어나단 말인가?”

이현이 정말 놀랍다는 듯이 외칠 때였다. 주양악이 뽑아 든 아름드리나무를 우르르 몰려오고 있는 호천마궁의 정예들을 향해서 힘껏 던졌다. 그러자 호천마궁의 정예들이 양옆으로 쫙 갈라졌다.

주양악은 그들이 다가올 때까지 아름드리나무를 세 개나 더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뽑은 나무를 옆구리에 끼고 세차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형산파에서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도 어이가 없었지만, 직접 당하는 호천마궁의 정예들도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수많은 적을 상대해왔지만 저렇게 아름드리나무를 뽑아서 마치 젓가락 다루듯이 휘두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거기까지다! 타핫!”

“하압!”

십여 명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섯 명이 앞으로 쏘아져 나가면서 손바닥을 쭉 뻗어냈다. 총 열다섯 명이 주양악이 찔러 넣는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힘을 쏟았다.

콰카카카카카칵!

그들의 장력에 의해 아름드리나무가 마구 부서졌다. 하지만 주양악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밀고 들어가자 그들 모두가 피를 토해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주양악은 반쯤 남은 아름드리나무를 적운상이 있는 곳을 향해 힘껏 던졌다.

“사형!”

적운상은 태룡도로 적들을 마구 베다가 주양악이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커다란 나무가 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적운상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아름드리나무를 밝고 다시 한 번 날아올라 주양악이 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가자!”

“알았어요!”

적운상과 주양악이 형산파의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호천마궁의 정예들이 벌떼처럼 뒤따랐다.

“가서 도웁시다!”

일현이 검을 빼들고 크게 소리치자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우와아아아아아!”

호천마궁의 정예들은 앞에서 적들이 달려 나오자 순식간에 대형을 갖추며 이동했다. 뒤를 힐끗 돌아본 주양악이 그걸 보고 앞쪽에 있는 바위를 향해 달려갔다. 그 바위는 어렸을 때 사형제들과 함께 올라가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곳이었다. 추억이 담겨 있었다.

‘미안.’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약악은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리고 힘껏 바위를 후려치자 팔꿈치까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아아아아앙!

“하압!”

주양악은 힘차게 기합을 내지르면서 바위에 박힌 팔을 확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큰 바위가 딸려오더니 뒤를 쫓아오던 호천마궁의 정예들을 향해 날아갔다.

후우우우우웅!

“헉!”

“피해라!”

그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면서 몸을 날렸지만 몇몇 사람은 제때에 피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그 같은 광경에 적운상과 주양악을 구해주기 위해 달려 나오던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무, 무식하다.’

무인이 고수에게 패해 목숨을 잃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저리 바위에 맞아 죽는다면 후대에 뭐라고 말을 남길 것인가?

적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적운상과 주양악은 무사히 마주 나온 사람들과 합류를 할 수가 있었다.

“무사했구나.”

이현이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사실 그는 상당히 놀랐다. 아까 전해들은 대로라면 적운상은 지금 반 시진 이상을 저 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싸웠다. 그런데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역시 젊음이 좋긴 좋구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현은 호천마궁의 무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적운상을 보니 피가 끓어올랐던 것이다. 그건 이현뿐만이 아니었다.

적운상과 주양악이 보여준 활약에 사람들은 불끈하니 뭔가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이에 노도(怒濤)와 같은 기세로 호천마궁의 정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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